옛날, 금강산 아랫마을에 장씨 성을 가진 총각이 살았습니다. 낮에는 부지런히 일하고 밤에는 피리를 부는 것으로 낙을 삼으며 하루 하루를 보냈지요. 그렇게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피리를 분 덕에 장 총각은 어느새 피리의 명수가 되었습니다. 어느 달 밝은 밤, 장 총각은 그날도 어김없이 달빛 아래에 앉아 피리를 불기 시작했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빛을 타고 들려오는 피리 소리는 모든 시름을 싹 가시게 해 주었습니다. "필릴리 필릴리 필리" 마을 사람들 모두 장 총각의 피리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든 깊은 밤, 갑자기 하늘에 연보라색 구름이 깔리며 신비로운 빛이 감돌더니 곱디 고운 선녀가 훨훨 날아 내려왔습니다. 선녀가 장 총각 앞에 내려서자, 총각은 당황해서 눈도 깜박이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선녀가 떨어뜨린 옥비녀 예쁜 꽃으로 피어나
"총각님,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저는 달나라에서 심부름온 상아 아씨의 시녀입니다." 선녀는 장 총각에게 공손히 절을 했습니다. 놀란 장 총각은 이게 꿈이 아닌가 무릎을 살짝 꼬집어 보았지만 정녕 꿈은 아니었습니다. "귀하신 분이 무슨 일로 저 같은 사람을 찾아오셨나요?" 장 총각은 궁금함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습니다. "예, 실은 저희 상아 아씨께서 총각님의 피리 소리를 몹시 좋아하십니다." "제 피리소리를요? 열심히 들어 주신 것은 고맙지만 별로 신통치 못한 걸요." 장 총각은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을요. 저희 상아 아씨께선 총각님의 피리 소리를 곁에서 듣는 것이 소원이시랍니다. 그러니 어려우시더라도 저와 함께 가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칭찬이 지나치십니다. 재주랄 것도 없이 마냥 서툰데요." 장 총각은 아름다운 선녀와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 시간을 끌었습니다. "정 그렇다면 제 피리 소리를 한 번 들어보실래요? 정말 이 정도로 상아 아씨 앞에 갈 수 있겠는지요." 이윽고 장 총각은 피리를 불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선녀가 옆에 있어서인지 그 어느 때보다 흥이 났습니다. 마술에라도 걸린 듯 총각의 피리 소리에 푹 빠진 선녀는 한 자락이 끝나면 아쉬운 듯 계속 더 불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렇게 한 곡만 또 한곡만 하다보니 어느새 동쪽 하늘이 훤히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상아 아씨의 심부름을 왔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던 선녀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어머, 이 일을 어쩌면 좋아!" 당황한 선녀는 서둘러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장 총각은 선녀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 곱디 고운 선녀의 손을 덥석 쥐면서 조금만 더 있다 가라고 애원했습니다. 서년 또한 어느새 장 총각에게 마음이 기울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선녀 아씨, 정 그렇다면 제가 오늘의 인연을 두고두고 기억하며 떠올릴 만한 정표라고 하나 주고 가십시오." 장 총각이 몹시 안타까워하며 부탁하자 선녀는 머뭇거리더니 머리에 꽂고 있던 옥비녀를 뽑아 총각에게 내밀었습니다. "다시는 당신 곁으로 오기 힘들 것 같으니 이거라도 보면서 저를 생각해 주세요." 그리고 선녀는 곧 날아올랐습니다. 장 총각은 선녀를 잡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지요. 한참 동안 넋을 잃고 하늘을 바라보던 장 총각은 그만 손에 들고 있던 옥비녀를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선녀의 모습이 작은 점으로 어른거리다가 눈 앞에서 영영 사라지자 총각은 옥비녀를 주우려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일까요? 옥비녀는 흔적도 없고 그 자리엔 한 떨기 꽃이 피어 있는게 아니겠어요? "아, 이건 분명 선녀 아씨의 마음이 꽃으로 피어난 거야." 총각은 중얼거리며 선녀가 사라진 하늘과 꽃을 번갈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꽃을 옥잠화 즉 '옥비녀 꽃'이라고 불렀고, 이때부터 옥잠화가 널리 퍼졌다고 합니다. |
출처: 환타지아 원문보기 글쓴이: 환타지아
첫댓글 2011년 4월18일, 거제도 공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