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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남등산문화학교 | 양산등산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오상수
장엄한 알프스, 내 마음의 큰 산(山)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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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알프스샤모니-몽블랑·꾸르마이어·체르마트 원정트레킹 ☆ (4)
2015년 8월 16일~27일(11박 12일)의 여정
[제4일]▶ 2015년 8월 19일 (수요일) : 샤모니-몽블랑-<프레제르산장호텔>
*[샤모니] (오전) 샤모니(Chamonix) 산책 [암벽등반훈련장/ 어린이유격훈련장]→ (오후) (케이블카)→ [플레제르(Flegere, 1,877m) 산장호텔] 유숙
♣ [샤모니(Chamonix)의 망중한] — 아름다운 호수와 강인한 심신을 단련하는 풍경
☆… 오늘은 힐링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천혜의 청정지역인 샤모니(Chamonix) 마을에서 마음과 몸의 여유를 갖고 편하게 하루를 보내기로 한 것이다. 오전에는 샤모니의 조용한 호수(湖水)를 찾아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점심식사를 한 후,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몽땅베르 건너편 산록에 위치한 프레제르(Flegere)에 올라 산장호텔에 여장을 풀고 1박을 할 것이다. 플레제르는 내일 트레킹을 시작하는 출발 지점이다.
☆… 오전 10시, 숙소인 <알펜로제> 인근의 샤모니(Chamonix) 지역에 산책을 했다. 샤모니 주위의 산봉에는 구름이 잔뜩 몰려 있었다. 간밤 새벽에 비가 내려 주위의 수목이 싱그럽다. 샤모니를 관류하는 하천(河川, 아르브강)과 철로를 건너, 브레방 산록의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아담한 호수를 찾아 산책을 했다. 맑고 깨끗한 물이 명경지수(明鏡止水)를 이루어 먼 산과 인근의 호텔과 나무들이 수면에 비치어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했다. 수면에는 한 쌍의 오리가 유유히 노닐고 있었다. 참으로 깨끗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풍경이었다.
☆… 호수(湖水) 인근에는 수십 미터의 수직 절벽이 있어, 많은 젊은이들이 암벽(岩壁)을 타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비록 절벽의 경사가 가파르지만 비교적 요철이 많은 암벽이라 훈련하기에 아주 적합한 듯했다. 자일이나 카라비너 등 등반 장비를 갖추어 그것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한쪽의 벽면에는 어린이들이 훈련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5~6세 정도밖에 보이지 않은 어린아이도 있었다. 아래에서 부모나 지도자가 지켜보고 있었는데, 바위를 타고 오르며 자일을 사용하여 하강하는 모습을 보니 그 동안 상당히 훈련을 한 모양이었다. 때로 실수를 하거나 어느 지점에서 난감해 하는 경우에 아래에 있는 부모가 자상하게 그 해결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샤모니(Chamonix)는 알피니즘(Alpinism)의 발상지이고 이곳의 아이들은 저 어린 시절부터 저렇게 담력과 기술을 연마하며 장래의 알피니스트의 꿈을 다지고 있는 것이었다.
☆… 암벽 훈련장 옆, 아름드리 장대한 숲 속에는 유격훈련장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나무와 나무 사이를 외줄과 사다리 등 구간마다 다른 유격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여기는 주로 어린이들이 체험학습을 하는 듯 훈련을 하고 있었다. 훈련을 시작하는 나무부터 유격이 종료되는 나무까지 구간별로 기구나 난이도가 다르게 시설되어 있었다. 초·중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전문지도자의 가르침에 따라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젊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이나 딸을 앞세우고 함께 훈련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여름 한 철, 자연 속에서 심신을 단련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매우 건강하게 보였다. 요즘 방학이면 학원에 매달려 강박된 공부에 쫓기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동네의 수퍼마켓에 들러 점심 준비를 했다. 오늘은 생닭으로 백숙을 하여 점심식사를 했다.
♣ [플레제르 산장호텔] — 내일의 트레킹을 위하여
☆… 오후 3시 경, 샤모니(Chamonix) 골프장 인근의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플레제르(La Flegere, 1,877m) 산장호텔에 올랐다. 내일의 락블랑 트레킹과 플레제르-쁠랑쁠라 구간트레킹을 위해 그 산장호텔에서 유숙(留宿)하기 위해서였다. 플레제르는 브레방과 같이 몽블랑 산군의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는 빙하 메르드 그라스와 드류봉 그리고 레쇼 침봉군과 그랑죠라스 북벽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이다. 프레제르 위쪽으로는 인덱스(Indes 2,595m)와 에귀루즈(Aig. Rouge 2,852m)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길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군데군데 락 블랑(Lac Blance 2,352m) 등의 산상호수들이, 몽블랑 산군을 마주 하여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으며 푸른 초원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곳이다.
☆… 오늘은 날씨가 흐리다. 산록에는 거침없이 운무가 넘나든다. 샤모니를 가운데 두고 이곳의 건너편에 위치한 그랑조라스와 에귀뒤미디의 첨봉들, 그리고 백색의 몽블랑의 연봉들은 오늘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짙은 구름이 하늘과 주위의 모든 산봉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샤모니에 든 지 3일째 되는 날인데도, 아직 알프스(Alps)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 프레제르에서 구름 속에서 몽블랑이 그 얼굴을 살짝 보여주었다. 일행은 산장호텔에서 방을 배정 받고 여장을 풀었다. 방은 앞쪽이 틔어 있어 구획만 나눈 공간에 한 칸마다 2층의 나무침대를 세 개씩 배치해 놓았다.
☆… 오늘 저녁식사는 산장호텔의 식당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그런데 낮부터 이 대장과 허갑열 대원이 뭔가를 상의하더니 특별한 음식을 따로 준비해 왔다. 그것은 슈퍼마켓에서 돼지고기를 사와 우리끼리 수육을 조리하여 먹을 계획이었다. 산장의 현지식이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이상배 대장의 언질을 받고 나름대로 준비를 한 것이다. 산장 앞 야외의 식탁에서 가스버너 위에 물을 끓이고 슈퍼마켓에서 사온 돼지고기를 삶은 것은 허갑열 대원이었다. 그리고 이현종 대원이 나무토막 도마에 삶은 돼지고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능숙하게 썰었다. 그것을 한 점씩 초장에 찍어 먹는 맛은 필설로 다할 수 없다. 대원들을 불러내어 맛을 보게 했다. 알프스에서 맛보는 한국의 초장의 맛은 참으로 오묘했다. 모두 한두 점씩 갓 삶은, 부드럽고 따끈한 고기 맛을 보았다. 앞서 여유 시간을 이용하여 주변의 트레킹에 나섰던 노장 송기섭·서진제 대원도 돌아와 ‘알프스 수육’을 맛 보곤 감탄을 연발했다. 그리고 이어진 레스토랑의 프랑스식 저녁식사, 미리 말한 것과는 달리 맛이 괜찮았다.
[제5일]▶ 2015년 8월 20일 (목요일) : 샤모니 몽블랑-<플레제르 산장호텔>
*[프레제르(La Flegere) 산장호텔]→LacBlanc / Grand Balcon Sud(트레킹)→ [쁠랑쁘라(Planpraz, 1999m)]→(케이블카)→[샤모니] <알펜로제(Alpenrose)>
♣ [알프스 몽블랑의 일출] — 황금빛 서광이 백색의 설봉에 내리는…
☆… 해발 1,877m 플레제르(La Flegere) 산장(山莊)의 아침…, 이른 새벽에 잠을 깼다. 아직 모든 사람들이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새벽 5시였다. 눈을 뜨자마자 간단히 옷을 챙겨 입고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알프스의 새벽 공기는 한기(寒氣)가 들 정도로 싸늘한데, 산중은 아직 적막한 한밤중이었다. 주변의 하늘을 바라보니 크고 작은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었다. 아, 알프스의 별밤이었다. 총총 맑은 빛을 쏟아내는 별무리들, 우주의 공간과 지상의 어둠이 한데 어우러진 시간에 그 존재의 빛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 문득 알퐁스 도데(1840~1897)의『별』이 생각났다. 별밤에 흐르는 정서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잠시 목동 소년과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이야기가 별처럼 반짝이는 정취에 젖는다.
… 별들의 결혼에 대해 설명하려는데, 어깨 위로 부드럽고 상큼한 무언가가 살포시 내려않는 게 느껴졌습니다. 리본과 레이스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잠이 든 아가씨의 곱슬머리가 내 어깨에 살며시 닿는 것이었습니다. 대지로 서서히 퍼지는 햇빛과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별들이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아가씨는 내 어깨에 기댄 채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약간의 흔들림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생각만을 갖게 한 그 별빛 가들한 밤을 떠올리며 성스럽고 순결한 마음으로 아가씨의 잠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두리 주위로 별들이 큰 무리를 지은 양 떼처럼 조용하고 얌전히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이런 상상을 했습니다. 저 맑은 별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별이 길을 잃고 헤매다 내 어깨에 내려앉아 잠시 잠들어 있다고 — 알퐁스 도대의『별』중에서
☆… 새벽 밤하늘에 별이 저렇게 빛나니, 오늘은 하늘이 맑을 것 같았다. 좋은 날씨가 될 것이라는 예감에 스스로 마음이 환하게 열렸다. ‘오늘은 드디어 알프스(Alps)의 참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기대감이 충만해 왔다. 아직 어둠 속에서 건너편의 거대한 알프스의 산체(山體)가 희미한 실루엣으로 다가왔다. 이제 한 시간 남짓 시간이 지나고 하루의 여명(黎明)이 하늘을 열 것이고 곧이어 몽블랑 설산의 일출(日出)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정리하고 난 후 방한복을 챙겨 입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 짙은 어둠 속에서 서서히 여명(黎明)이 시작되었다. 아침 6시 50분, 알프스 몽블랑 설산의 정상이 살짝 황금(黃金) 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다른 곳은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동쪽의 햇살이 알프스 산군 중에서 제일 높은 몽블랑(Mont Blanc) 정상(頂上)을 먼저 비추는 것이다. … 2013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여정 중에서 네팔의 포카라 인근, 사랑곳에서 바라본 안나푸르나 연봉의 일출 장면이 생각이 났다. 거대한 설산거봉의 정상부터 노란 금빛 햇살이 내리는 모습이었다. 가장 높은 산봉에서 시작한 진한 황금빛이 서서히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산을 내려오는 신비한 풍경이 여기 알프스에서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 사이 이현종, 김용환, 서진제, 노동식 등 다른 대원도 밖으로 나와, 함께 몽블랑 설봉의 황금 햇살을 관망했다. 서서히 해가 뜨고 알프스의 전경과 주변의 모든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참으로 신선하고 쾌청한 아침이다. 샤모니를 가운데 두고 이곳 플리제르와 마주 보이는 에귀베르뜨-그랑조라스 설산과 그레뽕-에귀미디 암봉, 그리고 또 이어지는 몽블랑 설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관을 보고 것이다.
이 아침, 하늘이 청정하여 알프스의 일출(日出) 장면을 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샤모니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몽블랑 산맥의 전체를 한 눈에 관망할 수 있었다. 산장의 바로 건너편의 메르드빙하를 중심으로 그 좌측의 드류봉과 에귀베르뜨가 장엄하고, 그 뒤쪽으로 날카롭게 솟아있는 백설의 그랑조라스 북벽이 다가온다. 그리고 그 오른쪽으로 그레뽕, 에귀디미디 등 하늘을 찌르는 암봉들이 달려가다가 몽블랑 설산연봉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알프스 산맥의 파노라마를 처음으로 가슴에 안을 수 있었다.
♣ [오전, 락블랑 구간 트레킹] — 장엄한 알프스를 등에 지고 오르는 산길
☆… 오늘은 락블랑 일부 구간과 ‘플레제르(La Flegere)에서 쁠랑쁘라까지 이어지는 구간’을 트레킹하는 날이다. 아침 식사는 현지의 식당에서 우유와 음료수를 깃들인 토스트로 간단히 해결했다. 식사를 마치고 장비를 챙겨 밖으로 나오니, 파란 하늘이 청정(淸淨)하기 이를 데 없고 밝은 햇살이 눈부시게 온 산을 비추고 있었다. 공기는 아주 선선하여 더 없이 쾌적했다. 햇살이 비치는 장엄한 몽블랑 설산을 배경으로 대원들이 포즈를 잡았다. 전 대원이 도열하여 파노라마 사진도 찍고 개인 사진도 찍었다. 알프스 설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한 사람 한 사람 포즈를 잡은 것이다. 몽블랑은 그렇게 감동적인 아침 풍경을 안겨 주었다. 눈부신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는 청명한 아침이다.
☆… 오전 10시, 트레킹(Trekking)이 시작되었다. 파란 하늘에서. 눈부시게 맑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청랑한 공기가 폐부에 스며든다. 해발 2,000고지에서 락블랑(Lac Blanc, ‘하얀 호수’라는 뜻)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락블랑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샤모니의 북쪽에 동서로 뻗어있는 산맥이다. 오늘은 이 산맥의 6부 능선의 허리를 가로지는 트레킹이다. 이 지역은 수목한계선을 넘은 곳이기도 하지만, 겨울에는 스키슬로프로 활용하는 곳이어서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 초지(草地)였다. 완만하거나 급한 산록 여기저기에 스키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고, 또 여기저기 트레일 로드가 조성되어 있었다. 지금은 여름이라 리프트는 운행되지 않고, 하늘의 쇠줄에 그대로 매달려 있었다. 언덕 하나를 넘어 내려가니 육상경기장의 트랙 모양과 비슷한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인공으로 만든 호수인 듯 가장자리가 가지런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호수 뒤쪽으로 건너편 알프스 설산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또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호숫가에 내려가 포즈를 잡기도 했다.
☆… 산굽이를 돌아서 완만한 경사의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연이은 바위 봉우리들이 파란 하늘이 무색하게 솟아있다. 원색(原色)의 등산복을 차려 입은 우리 대원들이 열(列)을 지어가며 고도를 높여나갔다. 산 중턱 <샤반나 카페> 전망대에서 좌측으로 길을 꺾어서 오르다가 경사면에 이르렀다. 그리고 잠시 쉬고 나서, 선두의 이상배 대장이 고산등반의 보법(步法)으로 대원들을 인도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갔다. 가다가 돌아보면 샤모니 건너편, 장엄한 설산 연봉이 볼수록 장관(壯觀)이다. 앞에 먼저 올라가서 뒤따라 올라오는 대원들을 바라보니 그들의 등에 순백의 알프스 연봉이 병풍처럼 걸려있었다. 아니 거대한 알프스를 등에 지고 산을 오른 것 같았다. 여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장렬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렇게 걸어올라 오두막 카페가 있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산길을 잡아 트레킹을 계속했다. 락블랑 코스는 거기까지였다. 오후의 일정을 생각하여 이 구간의 산록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코스를 잡은 것이다. 그렇게 거대한 산록의 중간 허리를 휘돌아 걸었다. 파란 하늘과 맑은 햇살, 청랑한 기운이 감도는 산길은 참으로 쾌적했다.
☆… 다시 플레제르(La Flegere) 전망대 —, 산록의 길을 돌아 다시 플레제르로 돌아왔다. 전망대가 있는 야외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 현지식인 야채를 넣은 바케트로 점심식사를 했다. 오늘 오후의 트레킹은 쁠랑 쁘라까지 가는 것이므로 락블랑 코스는 그렇게 일부 구간만 걷고 회귀한 것이다. 이곳 플레제르는 쁠랑 쁠라로가는 기점이기 때문이다.
♣ [오후 플레제르-쁠랑쁘라 구간 트레킹] — 전망 아름다운 ‘Grand Balcon Sud[GBS]’
☆… 오후 1시, 오늘 오후의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플레제르 (La Flegere) 케이블카승강장 건물 아래쪽에 나 있는 산길에서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가이드 이상배 대장을 선두로 하여 대원들의 밝은 색상의 옷들이 열을 지어 나아갔다. 날씨는 여전히 쾌청(快晴)! 축복처럼 화사한 햇살이 시공을 열어주었다. 도면(圖面)에서 확인해 보니, 샤모니의 북쪽에 위치한 락블랑-브라방 산맥의 중간허리를 가로질러 걷는, 즉 플레제르(La Flegere)에서 쁠랑쁘라즈-브라방까지의 이 트레일 코스를 ‘Grand Balcon Sud[GBS]’로 명명해 놓았다. 그야말로 장대한 남쪽[Sud]의 풍경을 바라보는 발코니 트레킹이다. 그저께 우리가 지나온 샤모니 북쪽을 바라보며 거대한 알프스 연봉의 산록을 걷은 트레킹 코스는 ‘Grand Balcon Nord[GBN]’였다. 오늘의 GBS 트레킹의 특징은, 발코니에서 샤모니 시가를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어 그렇게 붙여진 명칭이다.
☆…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GBS 트레킹은 건너편 남쪽의 장엄한 알프스 산맥을 장관을 관망하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와 이태리의 국경을 이루는 몽블랑 연봉과 첨예한 암봉의 산줄기를 바라보며 걷는 이 코스는 샤모니를 찾는 트레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길이다. 더구나 오늘 같이 하늘이 파랗게 열리고 시야가 좋은 날, 하루 종일 첨예한 기암고봉과 백설의 몽블랑 산군을 바라보며 걷는다는 것은 여간 행운이 아니다. 그저께 몽블랑 산줄기의 산록을 따라 걷는 쁠랑드에귀유에서 몽땅베르까지의 GBN 트레킹에서는 짙은 운무 때문에 천하(天下)의 산세(山勢)를 관망할 수 없어서 내내 아쉬웠는데, 오늘은 참으로 복(福)을 받은 날이다. 우선 플레제르 건너편의 장엄한 산세를 바라본다. 메르드빙하(Mer De Glace)를 중심으로 그 왼쪽에 솟아있는 에귀베르뜨는 그 좌우에 그랑몽테와 드류봉을 거느리고 있고, 그 오른쪽으로는 암봉의 거산 그라뽕에서 내려오는 산줄기가 완강하다. 그 사이 메르드빙하 뒤쪽으로 그랑조라스 설봉의 북벽이 너무나 당당한 절경이다.
☆… 해발 2,000미터의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이라 크게 오래내림이 심하지 않아서 그리 힘을 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원색의 옷을 차려 입은 대원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도 아름답게 보였다. 수목한계선의 언저리를 따라서 걷는 길이므로 간간히 가문비나무, 전나무 등 알프스 침엽수림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 주기도 하였다. 선선한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하늘과 산을 감상하고 대원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산록은 초지(草地)와 수림(樹林)이 잘 어울려 파노라마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파란 하늘을 찌르는 건너편의 하얀 몽블랑 설경(雪景)은 뜨거운 한 여름을 무색하게 했다. 메르디빙하의 동쪽의 그레뽕에서 에귀디미디까지 이어지는 날카로운 암봉의 산군(山群)은 추상같은 정신이 삼엄하듯 그렇게 준열한 모습이었다. 그에 비하면 그 서쪽의 몽블랑 설산은 오히려 어머니의 하얀 젖가슴 같은 부드러움이 있었다. 아, 거대하고 장엄한 알프스의 위용이여, 같은 산줄기에 들어있지만 지역마다 그 산세가 다르다. 에귀베르뜨가 장렬한 중년과 같은 느낌이라면 에귀디미디 연봉은 기골이 성성한 젊의 패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리고 하얗게 눈이 쌓인 몽블랑 연봉은 노숙한 나이의 푸근함과 여유가 있다. 아, 그렇게 알프스 산줄기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들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 산길은 가파른 절벽 위의 외길이었다가, 바위가 풍화되어 쏟아져 내린 너덜지대의 산록도 있고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 알프스 침엽수의 울창한 숲을 지나는 구간도 있었다. 곧게 자란 성성한 수림 위로 보이는 몽블랑 설산의 풍경은 오히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몽블랑(Mont-Blanc)은 ‘백색의 산’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발아래는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샤모니 시가지의 모습이 시야를 떠나지 않고 있다. 해발 2,000m 고지에서 1,000m 아래의 협곡에 위치한 시가지의 집들이 가까이에 있는 산록의 나무들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시야가 열린 곳에서 돌아보면 삼림이 울창한 산록의 저편에 우리가 떠나온 플레제르(La Flegere)의 산장호텔이 산비탈이 걸린 것처럼 조그맣게 보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관망하면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또 걷고 걸었다.
☆…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걸어온 숲길이 아득하게 눈길을 끌었다. 일행은 아늑한 초원지대에 이르러 배낭을 벗어놓고 맑은 햇살을 쪼이며 잠시 휴식을 취하였다. 양지 바른 초지에는 알프스의 양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 참 한가롭고 평화로웠다. 살이 오른 양들의 엉덩이가 뭉실뭉실 털복숭이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거나 말거나 저희들 먹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떤 녀석은 그늘을 찾아 늘어지게 자는 모습도 보였다. 참으로 망중한의 목가적인 풍경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엷은 새털구름이 가끔 하늘에 비질을 한다. 바람이 선선하여 살가운 느낌으로 볼을 비빈다. 오히려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8월 20일, 한국은 아직도 늦여름의 폭양이 자글거릴 것이다. 가족과 친지 그리고 그리운 친구들의 모습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 [쁠랑 쁘라(Plan Praz) 풍경] — 브레방의 길목, 오색의 패러슈터가 새처럼 날아오르는…
☆… 다시 산허리를 따라난 길로 트레킹을 계속했다. 햇살은 따사롭고 이마에 와 닿는 바람결이 아주 신선하다. 길은 완만한 산기슭의 초지(草地)를 지나기도 하고, 수림(樹林)이 우거진 산록의 허리를 따라 난 가파른 절벽 위의 길을 걷기도 하였다. 완만한 산록의 초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거기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산을 오르는 산간도로가 보인다. 그것도 하나의 풍경이었다. 완만한 산굽이를 돌아 작은 산을 하나 넘는다, 드디어 저만큼 쁠랑쁘라(Plan Praz) 의 산장 건물이 아득하게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곳은 겨울 스키장의 슬로프에 해당하는 산록이다. 그 위의 산허리에 평탄한 산간도로도 있지만 이 대장은 선두에서 구릉의 너덜지대를 통과하여 올라가는 길을 잡고 있었다.
☆… 드디어 쁠랑 프라(Plan Praz 1,999m)에 도착했다. 이곳은 샤모니에서 브레방을 오르는 중간지점이다. 파란 하늘이 무궁하고 맑은 햇살이 눈부신 한낮이다. 해발 2,000m 쁠랑 쁘라는 샤모니와 연결된 케이블카가 왕래하고, 또 이곳을 기점으로 하여 하늘 아득히 솟아있는 2,525m의 첨예한 브레방 암봉까지 케이블카가 위태롭게 하늘을 날아오른다. 그리고 승강장 위쪽의 초지에는 패러그라이딩 활공장이 있어 오늘처럼 기상이 청명하고 바람이 순조로운 날, 수많은 패러슈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몽블랑을 배경으로 연이어 오색의 날개들이 하늘을 향해 뛰어 오른다. 해발 2,000m에서 차고 오른 패러그라이더가 알프스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다. 파란 하늘에 높이 떠 있는 다양한 원색의 비행체가 백색의 몽블랑을 배경으로 유영하고 있는 광경도 참 색다른 풍경이다. 샤모니(Chamonix)는 그야말로 산악스포츠의 천국이다. 겨울에는 산악스키, 여름에는 트레킹과 등반, 그리고 산악자전거와 패러그라이딩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세계 도처에서 몰려든다. 곳곳에 있는 스키리프트는 여름철 휴업이다. 가느다란 외줄에 매달린 리프터들이 또 하나의 풍경이었다.
☆… 쁠랑 쁘라(Plan Praz)에서 트레킹을 종료하고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샤모니로 내려왔다. ‘GBS트레킹’의 나머지 구간(쁠랑쁘라-브라방)은 내일로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샤모니 시가에 내려와서, 점심 메뉴로 잠시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어제 이용한 <몽키하우스>에 가서 간단한 요기를 했다. 샤모니 햄버거에 프랑스 생맥주를 곁들이는 식사였다. 저녁은 게스트하우인 <알펜로제>에서 취사식으로 했다. 똑소리 김미순 님이 주역이 되어 돼지고기 두리치기볶음을 만들어 특별 식단을 차렸다. 숙소의 야외식탁은 푸짐한 상차림으로 즐거운 식사를 했다. 취사식인 경우 여성대원들이 늘 많은 수고를 하시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계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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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남등산문화학교 | 양산등산학교 원문보기 글쓴이: 오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