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방과후까지 비가 오니 우산꽂이가 텅 비었네요
아침에만 오고 방과후에 활짝 개이면 우산꽂이엔
그야말로 주인이 버리고 간 우산이 그득 할텐데
우산 참 좋지요?
저는 왜그렇게 우산이 탐이나는지.
예쁜 우산을 보면 갖고 싶고, 빨리 쓰고 싶고...
어려서부터 비오는 걸 참 좋아했어요
그런 반면 우리 어렸을 때만 해도 우산이 참 귀했지요
딱히 내 우산이 없고
그저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좋은 우산 들고 나가고
또 형제끼리 함께 쓰고 가야했지요.
그래서 우산에 대해서는 늘 목말라했어요.
내 것,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우산을 늘 그리워했지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집을 떠나 공주로 공부하러 가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내 우산을 마련한 일입니다.
그 때는 뭐 우산이라야 그저 그런 밋밋하고 단순한 우산이었지만
내 우산, 나만이 쓸 수 있는 우산이 생겼다는 게
그렇게도 흐믓하고 신날 수가 없었어요.
만지고 또 만져보다가 캐비넷에 넣어두면서
비가 오길 얼마나 기다렸었던가.
어제 짠 딸의 우산을 사러갔었어요
다른 무엇보다 우산하나는 잘 사주지요.
요즘 우산은 참으로 예뻐요.
비오는 날 운동장에 한 가득 몰려 오는 아이들을 볼라치면
마치 수채화같다는 생각을 해요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바로 우산이 아닐지
가게 안에 있는 우산은 또
어찌나 무늬와 색상이 예쁜지 몇 개 사서
기분에 따라 들고 다니라고 하고 싶더라구요.
접이 우산이 쉬 고장난다고 긴 우산을 사고 싶어하길래
그럼 아침에 비가 안 올 때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닐 수 있게
3단접이 우산도 하나 사라고 부추겼답니다.
그러는 내 우산이 궁금하다구요?
원래 잘 놓고 다니기도 하지만,
차를 갖고 다니다보니 예쁜 우산 쓰고 다닐 일이 별로 없어요
왠만한 비 정도면 펴고 접기 귀찮아
차에서 내려 뛰어들어가면 그만이지요.
그러다보니 정작 내 우산은
어디선가 주워온 듯한 찌그러진 우산뿐이네요.
남들이 버리고 갔을 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