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궁원의 산
‘대청봉에 먼저 내려앉은 첫눈처럼/ 쌓이고 쌓이던 그리움/ 마장동 금강운수 버스에 인제 원통으로 바람처럼 달려가면/ 봄소식 더불어 오르던 화채봉 능선길/ 꿈이었다 잊을까...
꿈에도 못 있는 그리움/ 그리움의 얼굴 설 악아!,
나의 이 ‘설 악, 이라는 어쭙잖은 시에서 묘사되고 있는 설 악은 지금의 설 악이 아니다. 서울에서 국도를 달려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넘어 서 너 시간 만에 닿을 수 있는 곳에는 이런 설 악은 없다.
지금까지 내가 그려본 설 악은 강원도 인제군과 양양군, 그리고 속초 시에 속하는 행정구역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청춘과 맞물리는 1970년대의 아련한 추억 속에서만 그 원형을 냉장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설 악이 모습은 개인의 탐욕과 집단의 이기심에 희생된 만신창이 신세다. 설 악이 설 악다운 모습을 보여주던 70년대의 설 악은 정말 동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솟아있는 구원의 산이었다. 이 땅에서 멀어 봐야 얼마나 멀겠냐고 하겠지만, 당시 설 악은 38선 너머 분단의 최전방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그즈음 설 악갈 때는 요즘 히말라야나 알프스로 등반 하러 떠나는 것처럼 ‘원정 간다, 고 했다. 설악산 원정대는 떠나기 전날 저녁 서울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여관에 모여 합숙까지 했다.
양평을 지나 홍천에서 점심을 먹고 철정검문소에 이르면 괜히 공비나 간첩으로 보일까봐 잔뜩 쫄 아 들어 주민 등록증이나 학생증을 내보였다. 검문을 무사히 통과하면 설악산 입산허가를 받은 듯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때려잡자, 김일성!”“홀로 가는 저 등산객 간첩인가 다시 보자.”
이제나 원통을 지나는 길 주변 담벼락 여기저기 적혀 있는 그런 반공. 방첩 구호나 가끔 스쳐 지나가는 군용 트럭에서 풍기는 분단의 긴장감 또한 설 악을 더욱 멀게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1박2일 만에 설 악동에 닿으면 우리는 한층 높아진 하늘을 우러러 “공기부터 다르 제” 하며 설 악의 정기를 가슴 깊숙이 들이마셨다. 그들이 마신 설 악의 신선한 정기야말로 ‘젊은 자유. 그 자체였다.
그 설 악의 자유를 설 악의 아름다움과 조화 시켰던 70~80년대 젊은 산 꾼들의 숨은 얘기를 제대로 풀어내기에 내 능력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연재 내내 성원을 보내준 김 진배(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이 인정(한국등산학교 교장). 홍 석하(사람과 산 발행인).
류 중희(캐드 랜드 상무). 손 재식. 류 시건 씨 등 여러 산악 동지와 이 땅의 오지에 산삼을 심고 있는 전 유성. 이 영기. 노 인숙. 최 유진. 이 광표. 박 은미. 이 상철. 이 두엽. 권 경업. 변 규백. 강 찬모. 신 면덕 씨 등 ‘농심 마니, 회원들은 이렇게 다시 이름 불러보는 순간에도 설 악만 큼이나 그립다. <끝>
옮김을 마치며
중앙일보 에 연재된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 중에 3달여 54회에 걸쳐 기고된
‘설 악에 살다, 박 인식 씨의 글을 옮겨 보았습니다.
설 악의 얽힌 생생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많은 느낌을 받고 악우들과 함께 설악을 이해하고
느끼며 선배들의 혼과 넋이 긷 들은 정신을 우리는 본받아 진정한 산사람으로 의 길이 어떤 건지 생각하고 반성하며 정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열악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목숨을 아끼지 않고 목표를 성취하기위해 도전하고 개척한 산사람의 정신과 기계를 이어서 자신과 후배육성에 열과 성의를 게을리 하여서는 안 되겠다.
는 생각을 하면서 선배님들의 숭고한 정신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첫댓글 무엇엔가 미친다는것 미쳐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진데....참으로 오랜 시간 힘든작업을 끝낸 황지니님 수고 하셨어요.아직은 다 읽지를 못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 읽어 보렵니다
그동안 수고혔네여^^ 앞으로도 좋은글 연재 부탁할께요^^ 늘 좋은날 되시구요^^
지니님은 한번 했다하면 끝까지 하는 성격의 소유자 인가봐요, 그 동안 수고많이 하셨네요
어제들어와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재미있네요 이곳저곳 찾아다니니 상대방과 마주않아 대화를 하는것 같네요 으하하하하하
어제들어와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재미있네요 이곳저곳 찾아다니니 상대방과 마주않아 대화를 하는것 같네요 으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