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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2] 28 -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씬 1 후미진 교정 일각(꿈/D)
흔들리거나 왜곡된 화면으로 보여지는 후미진 교정 일각.
신화 : (N) 꿈에서... 녀석을 봤다...
카메라, 신화의 시선이 되어 저만치 벽 뒤에 앉아 뭔가 끄적이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향해
흔들리듯 다가가고 있다.
그 곳에 편안한 자세로 기대앉아 스케치북에 그림을 끄적이고 있는 휘영.
신화 : (N) 꿈에서도 녀석은 여전히 수업을 빼먹은 채 교정 한구석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어느순간 시선을 의식한 휘영이 카메라 쪽을 돌아본다.
화면은 형체만 보일 뿐 화면 속 그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지진 않는다.
휘영이 카메라 쪽을 향해 웃으며 어이, 유신화, 또 나 찾으러 왔냐? 한다.
씬 2 신화의 방(현재/N)
어둠 속. 침대 위에 누워있는 신화가 눈을 뜬다.
가만히 침대 속을 빠져나와 책상으로 가 스탠드를 켠다.
메모판에 압정으로 꽂아놓은 폴라로이드 사진에 시선을 주는 신화.
학교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있는 신화와 휘영의 사진....(일학년 때의 모습)
사진 밑에는 네임펜으로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라고 적혀있다.
신화, 사진을 떼내서 가만히 바라보는 위로.
신화 : (N) 에니매이션 작가가 꿈인 녀석은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에선 그 꿈을 이룰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씬 3 교정 일각(회상/D)
휘영, 상처투성이 얼굴로 앉아있다. (일학년 때의 모습)
신화 : (E) 많이 혼났냐?
휘영 : ? (돌아본다)
신화 : (옆에 앉으며) 양철통이 뭐래?
휘영 : (픽 웃으며) 망나니가 돼지 멱 따기 전에 돼지한테 말 시키는 거 봤냐? 딱 죽지 않을 만큼 맞았다.
신화 : ..... (보는)
신화 : (N) 수업 시간에 안들어오기, 인터넷에 외설적인 만화를 올려 학교 망신시키기,
학교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학교 벽을 온통 그래피티 아트로 채워넣기....
녀석은 각종 튀는 행동으로 선생님들 눈 밖에 나있었다.
휘영 : (불쑥) 양철통이 그딴 식으루 살 꺼면 차라리 자퇴하랜다.
신화 : (본다)
휘영 : 젠장, 학교도 날 포기한 마당에, 이쯤에서 나두... 학교 포기할까 싶다. (하고는 불쑥 일어난다)
신화 : ? (본다)
휘영 주위를 두리번 거려 막대기 하나를 찾아 들더니 화단 쪽으로 간다.
신화 : 뭐하려구?
휘영 : 가기 전에 할 일이 있어. (하고는 화분을 깨부수기 시작한다.)
신화 : ! (막으며) 너 뭐하는거야 지금?!
휘영 : 내가 가꾼 화단이니까 내 맘대루 해두 되잖아. 징계 받을 때 마다 교내 봉사활동으루
이 놈의 화단 가꾸느라, 젊음의 반은 소비했다. (다시 막대기 치겨드는데)
신화 : (얼른 막으며) 야 임마, 너 미쳤어?
휘영 : ... (붙잡힌 채로 반항없이 서있다)
신화 : .... ? (보면)
휘영 : ... (눈가가 붉어지고 있다)
신화 : (N) 학교는 녀석을 이해 못하겠다고 했고, 녀석은 학교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씬 4 교정- 교문 앞(D/회상)
수업시간이라 텅 빈 교문 앞 길....
가방을 메고 교문 밖을 향해 걸어가는 휘영의 뒷모습.
신화 : (N) 결국 녀석은 학교를 포기했고, 학교 역시 녀석을 포기했다.
그 후로... 다시는 그 녀석을 보지 못했다...
어느순간 멈춰서더니 마지막으로 학교를 돌아 보는 휘영 DISS.
다시 교문 밖을 향해 걸어가는 휘영... DISS.
저만치 멀어지고 있는 휘영... DISS.
마침내 휘영의 모습이 사라진 텅빈 교문 앞 길에서...길게 F.O
씬 5 학교운동장(이른 아침)
아직 아침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운동장.
간밤에 숙직이었는지 운동복 차림으로 하얀 입김을 내며 뛰고 있는 재현.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하느아! 두아! 세아! 하면서 뛰다가
문득 저만치 등교하고 있는 신화를 발견한다.
고개 푹 숙인 자세로 생각에 잠겨 걸어가고 있는 신화.
재현 : 어이, 유신화!
신화 : ? (돌아본다)
재현 : (하늘 한 번 가리키며) 좋은 아침이라는데 동의하냐?
신화 : (웃으며 꾸벅 인사하는데서)
씬 6 상담실(D)
재현, 유자차 두 잔 타서 들고 온다.
신화 : 논술 경시대회요?
재현 : (신화에게 한잔 내밀고 앉으며) 응. 여기서 결과가 좋으면 이 대학 입학시에 특전이 있댄다.
해봐 한 번.
신화 : 주제가 뭔데요?
재현 : 요즘 교육계에 유행병 도지고 있는거 알지? (공문 자료 신화 앞으로 밀어 주며)
학교붕괴의 원인과 대책방안. 어때 써볼만 하겠냐?
신화 : (자료 보며) ....
재현 : 하여간 우리나라 사람들, 교육엔 쥐뿔두 도움 안줬다가 문제 하나 터지면 너두 나두 열렬히
관심 가져주잖냐. 언론의 호들갑에 발 한 번 맞춰 주자는거지 뭐.
신화 : (그런 재현 보며 웃는다)
재현 : 왜 웃어 임마.
신화 : 선생님이 꼭 무늬만 다른 이재하 선생님 같이 느껴져서요.
재현 : 누구? 아아. 대안 교육에 전망 갖구 독일루 유학가신 분?
신화 : 네. 그 분두 선생님 처럼 반골기질이 좀 있었거든요.
재현 : 칭찬으루 받아두 되는거냐?
신화 : (웃으며) 좋은 분이셨어요.
재현 : 나두 그렇게 들었다. 좋은 분이라구. 좀 더 계시지 왜 떠나셨냐?
신화 : (자료 넘겨 보며) 학교라는데가 사람들 가슴 속에 상처 하나씩 안겨주구 떠나게 만드는데
뭐 있잖아요.
재현 : (오호, 요놈 봐라?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신화 : 지금 학교에서 희망을 보지 못했으니까 다른데서 희망을 얻어와보자, 그런 생각 아니었을까요?
희망이 안 보이는건... 가끔 상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재현 : 너두 그렇게 생각하냐?
신화 : 네?
재현 : 너두 여기에 희망이 없다구 생각하냐구.
신화 : ... 잘 모르겠어요. 사실은 요즘 좀 혼란스러운 중이거든요.
재현 : 왜?
신화 : 어느날 문득 생각해보니까, 내가 맘 속으루 좋아하구 아꼈던 사람들이
지금은 모두 학교를 떠났다는 사실이 떠올랐거든요. (우울해 지고)
재현 : ... (보는데서)
(M) 혜원과 한이의 테마.
씬 7 교정일각(D)
생각에 잠겨 걸어오고 있는 신화.
문득 그 자리에 멈춰서는 신화. 가만히 체육관 쪽을 돌아보는...
씬 8 체육관(D)
텅빈 체육관으로 들어서는 신화...
잠시 그대로 비어있는 농구코트를 바라보며 서있다.
문득 바닥에 떨어져있는 농구공에 시선이 가는 신화.
가만히 줏어드는데, 환청처럼 들려오는 통통통... 드리블하는 소리...
신화 : ! (코트 쪽을 보는)
그 곳에 혼자 드리블 하며 농구하고 있는 한이의 모습(*1회 씬 25씬 플래쉬 컷)
문득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는 한이의 모습에서 슬로우. 그 모습 위로,
한 : (E) 유신화, 농구하구 싶댔지? 언제라두 붙어. 너라면 시시하진 않겠다.
(*1회 씬 68씬 더빙)
현실 속의 신화... 어쩐지 가슴 한켠이 짠해져 오는 모습으로 텅빈 농구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씬 9 후미진 교정 일각(D)
(일진들이 모여 담배 피우는 장소)
저만치 누군가 벽 뒤에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 손 끝에 들려있는 담배...
문득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는 사람, 세진이다.
세진 : (비죽 웃으며) 모범생이 여긴 웬일이냐?
신화 : ...
세진 : 설마 담배 피우러 온건 아닐테구... (담배 비벼 끄며 알만하다는 듯이 피식 웃는)
아아... 혜원이 생각나서?
신화 : 가끔... 연락 오니?
세진 : 이쪽 학교 애들이랑 연락 끊게 하려구 지 엄마가 억지루 전학 보낸건데, 쉽게 연락이 되겠어?
당분간은 아마 힘들껄?
신화 : ...
세진 : 혹시 연락 오면 유신화가 애타게 그리워한다구 전해줄게. (가려는데)
신화 : 가기 싫었을까?
세진 : (멈추고 본다)
신화 : 전학 말야. 가기 싫었을까?
세진 : 가기 싫었겠지. (픽 웃는) 그렇다구 여기 남구 싶지두 않았을꺼야 아마.
신화 : (본다)
세진 : 거기나 여기나 둘 다 학교긴 마찬가지니까. 나랑 혜원이 같은 애들은 학교랑은 상극이거든 원래.
신화 : 왜?
세진 : 왜? 방황해서두 안되구, 다른 애들이랑 틀려서두 안되니까...
신화 : ...
씬 10 2학년 5반 교실(D)
유란, 수학문제 칠판에 적고 있고, 아이들 딴짓 하며 소란스럽다.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며 편지 쓰는 아이들.
유란 : (적으며) 떠들지 말구 필기해.
희진과 아영, 책상 밑에 패션 잡지 꺼내놓고 '어머 너무너무 이쁘다' 서로 찢어 갖겠다고 난리고,
쪽지 주고 받으며 키득거리는 아이들.
심지어 용구는 책상 밑으로 슬쩍 도시락 까먹고 있다.
유란 : (더는 못 참고 칠판 주먹으로 쾅쾅쾅! 치고 돌아보며)
도대체 누구야? 누가 이렇게 떠들어 수업시간에?
아이들 : (조금 조용해 지고)
유란 : (지쳐서) 얘, 니들 떠들꺼면 선생님 기운 빠지게 하지 말구 차라리 책상에 엎드려서 자, 알았어?
아이들 :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과반수 이상이 책상에 엎드려 자고)
유란 : (기가 막혀서 보며) 얘들이 진짜, 정말 대책이 안서는 애들이네에?
일평 : (E) 말두 마세요.
씬 11 교무실(D)
일평 : 저두 요즘 수업 하면서 속에서 불덩이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거 여러번 참습니다.
이 자식들, 선생이 수업 하는데 어느 동네 개가 와서 짖나 하는 표정으로 보면
유리창이라두 깨구 싶어진다니까요.
유란 : 2학년 5반 놈들 뿐만 아니라, 요즘 애들이 전체적으루 그래요.
공부는 학원가서 하구 학교는 완전 놀러오는거잖아요.
광도 : 하여간 애새끼들이 글러먹었어. 도무지 지루한건 못 참구, 지 입맛에 단 것만 삼키니.
재현 : 그렇게만 볼 수도 없죠 뭐. 세상두 발 빠르게 변해가고, 애들두 숨가쁘게 변해가는데
학교만 저어- 뒤에 쳐져서는, 세월아 네월아 양반걸음 걷구 있잖아요.
유독 변화가 없는 공간인데 재미없을만 하죠.
일평 : 아, 재미 없는 놈은 차라리 다 자라 그래. 그게 떠드는 놈 보단 백번 낫다구.
정인 : 교사가 학생 선도를 포기하는 것두 교실붕괴의 원인이 되는거 같은데요.
복만 : 교사 혼자 애들 상대루 목소리 높인다구 문제가 해결됩니까?
이게 하루 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두 아니구, 근본적인 교육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교사가 아무리 핏대 세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니까요.
광도 : 맞습니다. 가정, 사회, 정부, 언론 어느 곳 하나 도와주는데가 없는데
교사 혼자 무슨 재주루 그걸 바꿉니까.
정인 : ...
씬 12 영화반(D)
들어오는 아이들.
애라 : 암튼, 지루하고 영양가 없는 수업 하는 선생님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돼. 완전 고문이야 고문.
흥수 : 맞아. 특히 사회선생님이 살포하는 수면제는 거의 살인용에 가까워.
난 그 시간에 꿈을 세종류 까지 꿔봤다니깐.
애라 : 박광도두 만만치 않아.
흥수 : (버럭) 박광도는 그래두 졸립겐 안하잖아!
애라 : 엄마, 깜짝이야! 왜 소린 지르구 그래에? 그리구, 그게 수업 내용 때문에 안 졸린거냐?
무차별 난사되는 몽둥이 때문이지?
흥수 : 어쨋든! 안 졸립잖아!
동일 : 졸립구 안 졸립구가 중요한게 아니라, 관심분야랑 개성이 다른 애들한테 똑같은 교복 입혀놓구,
천편일률적인걸 가르킨다는게 문제지. 그러니까 당연히 흥미두 떨어지는거구.
지민 : 맞아. 수업 시간에 영화 촬영 실기가 있으면 A뿔은 문제없다 진짜.
애라 : 난 메이크업 과정이 있으면 하루 세시간두 안 지루할꺼 같애.
정연 : 가끔 수업 시간이 아까울 때가 있긴 해. 이 시간을 내가 하구 싶은 분야에 투자하면
장래를 위해 더 좋을 수두 있을텐데 그런 생각두 들구.
지민 : 맞아. 나두 하루에 백번은 더 학교 다 때려 치구 영화판이나 쫓아 다녀볼까 그런 생각한다니까.
신화 : 그럼 니들두 학교 그만 둘 생각, 해본 적 있어?
아이들 : 당근이지.
신화 : 그만 둘 용기는.
아이들 : (찌그러져서) ...없지이.
신화 : 왜에?
정연 : 대학 갈려면 어쩔 수 없잖아. 견뎌야지.
애라 : 야, 그리구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지. 나중에 시어머니가 보자 그럼 뭐라 그래?
신화 : .....
씬 13 도서관(D)
재현, 서가에서 영화관련 서적 몇권 골라보고 있는 중이다.
대충 몇권 뽑아들고 나오다가 저만치 책상에 책 잔뜩 쌓아놓고 교재 준비하고 있는 정인을 발견한다.
정인, 카피해논 자료에 핵심 부분은 야광펜으로 박스치기도 하고, 포스트 붙여 정리하기도 하고,
OHP 필림 위에 네임펜으로 중요한 도표 그려넣기도 하고 아주 즐겁고 열심인 모습인데.
누군가 책상을 똑똑 노크한다.
정인 : ? (보면)
재현 : 그러다 쌍코피 흘리시겠습니다.
정인 : (피식 웃는데서)
씬 14 교정일각(D)
정인, 완성된 교재인 듯 복사된 프린트물을 뿌듯하게 보고있다.
재현, 종이컵 커피 두 개 들고와 하나 정인에게 주고,
재현 : 도서관에 불 나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교재 준빌 그렇게 정열적으루 하십니까?
정인 : 공강 시간이 생기면 틈틈이 교재를 만들어두기루 결심했거든요.
오늘이 결심 첫날인데 의외루 성과가 커서 아주 기분이 좋은데요? (마시고)
재현 : (그런 정인의 모습이 보기 좋아 웃고)
정인 : 왜요?
재현 : 꼭 시험 잘보구 오빠한테 자랑하는 여학생 같아서요.
정인 : 어머, 자랑하는거 처럼 들리셨어요?
재현 : (귀여워서) 하하. 아니요. 난 그 뒷말에 포인트를 뒀는데.
정인 : 뒷말이요? (생각해보다가) 아, 학생같단 말이요?
재현 : 기분 나쁘세요?
정인 : 칭찬으루 받아두 되죠?
재현 : 그럼요. 젊구 순수하구 열정적이란 뜻이니까.
정인 : 맞아요. 학생이란 단어엔 언제나 젊구, 순수하구, 열정적이란 뜻이 숨어 있지...
재현 : 아직 학생들이 이뻐보이는구나아. 좀만 지나보세요. 영악하구, 버릇없구, 이기적이라는 말두
함께 숨어있단걸 알게 될겁니다.
정인 : ? (본다)
재현 : 담임까지 맡아보세요. 아으으..(짐짓 몸 까지 떨며) 아주 징글징글해져요.
정인 : 그 말... 일찌감치 애들에 대한 꿈을 깨라는 선배교사의 충곤가요?
재현 : (그제서야 웃으며) 아니요. 그 꿈 잃지 말구 저 같은 교사 되지 말라는 부탁입니다.
정인 : (웃고) 선생님두 아직 저랑 같은 생각인거 같은데요?
재현 : ? (보면)
정인 : (재현이 빌려온 영화 책 들어보이며) 애들을 위해 관심분야를 넓히는거...
애들을 사랑하는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재현 : (어색해서) 닭살 돋게 사랑은요 무슨....큼큼. (마시고)
정인 : (웃는)
씬 15 도서관(D)
창가자리... 책상 위에 논술 원고용지 펼쳐놓고 앉아있는 신화.
아직 한 줄도 못 쓴 채, 창 밖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
세진 : (E) 학굔... 공부하는데가 아니라 버티는 곳이야.
씬 16 후미진 교정 일각(D)
(씬 9에서 이어지는)
신화 : 뭘 버텨야 하는데?
세진 : 지루한 수업. 꺾여지는 꿈. 뻔한 잔소리. 거죽만 사귀는 인간관계... (신화 보며) 더 해 줘?
신화 : 왜 학교가 버티기만 하는 공간이라구 생각해?
세진 : (가볍게 툭) 희망이 없으니까.
신화 : ...
세진 : (피식 웃으며) 이한이나 신혜원... 학교에서 꺾여진 꿈을 대신할 희망적인 뭔가를 찾았다면...
아직 여기에 남아있지 않았겠어?
씬 17 전철 역(D)
신화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다.
저만치 오고 있는 전철...
신화 그제서야 생각에서 깨어나 가방 들고 대기선으로 간다.
전철에서 나오는 사람들.... 신화 올라 타려다가 어쩐 일인지 멈칫한다.
저만치 다른 칸 출입문에서 나오고 있는 사람...
신화 : (초점 맞추느라 찌푸렸던 눈이 어느순간 번쩍 떠지며) 서휘영....?
씬 18 전철 역 입구 거리(D)
전철역 입구에서 뛰어나오는 신화. 눈으로 휘영의 뒷모습을 찾는다.
저만치 골목을 돌아가고 있는 휘영.
신화 그 쪽으로 달려간다.
씬 19 거리 골목(D)
눈으로 휘영을 찾으며 들어서는 신화.
저만치 일본식 등불을 밝히고 있는 일식집 문이 막 닫히고 있는 것이 보인다.
씬 20 일식집(D)
문 열고 들어서는 신화.
실내를 둘러보는데, 주인이 나와 아는체를 한다.
주인 : 어서오세요. (자리 안내하며) 이쪽으루,
신화 : 저...그게 아니구요.
방금 여기루 키가 좀 크구, 검정 쟈켓을 입은 남학생 한명 들어오지 않았나요?
주인 : ... (보다가 웃으며 친절하게) 그런 손님은 들어온 적 없는데요.
신화 : ... 알겠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나가려다가 멈칫 그 자리에 서는 신화.
문득 바에서 회초밥을 만들고 있는 요리사 옆에 걸린 커다란 메모판,
그 메모판에 압정으로 꽂혀있는 폴라로이드 사진.
씬 2에서 신화가 가지고 있던 사진과 같은 배경으로 찍은 휘영과 신화의 사진이다.
신화 : (이미 카운터로 가서 다른 일 보고 있는 주인에게) 저기요, 저기 사진속에,... (하다가 관둔다)...
아닙니다. 안녕히계세요. (나간다)
주인 : ... (보는)
씬 21 신화의 방(N)
들어서는 신화....
가방 책상 위에 내려놓고 의자에 앉는다.
그대로 잠시 있다가 문득 메모판에 꽂힌 폴라로이드 사진을 본다.
사진 떼내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신화.
신화 : (N) 서휘영... 왜 날 피하는건데...?
사진 속 두 사람의 모습에서 F.O
씬 22 학교외경(D)
씬 23 방송실 앞 복도(D)
형주 복도 창가에 기대 책 읽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방송실문 열리고 나오는 연진.
연진 : (나오다 말고 문 안 쪽에다 대고 꾸벅 인사하며) 감사합니다. 앞으루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는 조용히 문닫고 돌아서는 순간 입가에 씨익 흡족한 미소 맺힌다)
형주 : (픽 웃으며 다가와서) 잘 됐어?
연진 : (신나서) 응. 저번 학교에서 활동했던 방송반 경력이 인정됐구, 선생님들두 도와주셨구.
오디션두 성공적으루 끝냈다.
형주 : 어짜피 고삼되면 써클활동 접어야 할텐데 뭐하러 새삼 방송반을 들어. 영어심화반이나 들라니까.
연진 : 야야. 하구싶은 일만 하구 살아두 인생은 짧다. 지금 남의 나라 말 배울 때냐?
단 일초라두 내 뜨거운 피를 발산할 곳을 찾아야지.
형주 : (픽 웃으며) 어떻게 넌 꼬맹이 때랑 변한게 하나두 없냐.
연진 : 근데, 우리반에서 누가 글을 젤 잘쓰냐?
형주 : 건 왜?
연진 : 들어오자마자 방송이 날 간절히 원하잖냐.
오늘 점심 방송 대타하랜다. 내가 이런 사람이야. 알어?
형주 : (웃고) 너보구 방송원고 써서 진행하래?
연진 : 아니, 그냥 음악만 틀래.
형주 : 그럼 그렇지. 근데 글 잘 쓰는 사람은 왜 찾어.
연진 : 야, 음악 틀랜다구 달랑 음악만 트냐? 첫방송인데 기습적으루 인사 멘트 정도는
(형주 배 툭, 치며) 날려야 될꺼 아니야. (가고)
형주 : (맞은 데 아퍼 푹 꺾였다가) 저러다 방송사고 내지싶다 내가. (웃는)
씬 24 도서관(D)
신화, 논술용 원고지 위에 글 쓰고 있는 중이다.
잘 안풀리는지 볼펜으로 직직 그어버리고 한숨 쉬는데,
태훈 : (E) 그러게 귀찮게 그런건 왜 맡아서 고생이냐?
신화 : ? (보면)
태훈 : (골라온 책 들고 신화 맞은편에 앉아 넘기며)
학교붕괴의 원인과 대책방안을 왜 우리보구 찾으래? 지들이 찾아야지.
신화 : 지들이라니?
태훈 : 애초에 학교라는델 부실 공사한 사람들.
신화 : ...
태훈 : 괜한테 정열 낭비하지 말구 못하겠다 그래. 전부 허물구 다시 짓기 전엔 안 바껴 여긴.
신화 : ... (보는)
태훈 : ... (시선 느끼고 본다) 왜?
신화 : 너두 교실보단 여기서 더 공부를 많이 하는거 같아서.
태훈 : 혼자 한 공부가 남는 법이니까.
억지루 머리 속에 쑤셔 박혀진 공부는 바람 한 번 불면 날라가게 돼있어.
신화 : 교실에선 얻을게 없다는 뜻이야?
태훈 : 비슷해.
신화 : 그럼 차라리 나가서 공부하지 그래.
태훈 : ? (책에서 시선 들어 본다) 나보구 자퇴하라는 얘기냐 지금?
신화 : (웃으며)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은 학교 안 보다 밖이 더 많잖아.
학교 그만 둘 생각 같은거... 해본 적 없어?
태훈 : 난 서태지나 빌 게이츠 처럼 확고한 능력이나 신념이 없으면
자퇴는 고려해 봐야 된다구 생각하는 사람이야.
신화 : 왜?
태훈 : 세상은 학교 안 보다 훨씬 위험하거든. 근데 언제까지 질문만 할꺼야?
신화 : ...
태훈 : (살피며) 설마... 자퇴 생각하는 중이냐?
신화 : 글쎄... 그냥 학교 밖은 어떨까 좀 궁금해졌어.
(혼잣말 처럼) 정말 애들 말처럼 교실 보단 학교 밖이 꿈을 이루기가 훨씬 쉬울까?
태훈 : ... ? (보는데서)
씬 25 2학년 5반 교실 복도(D)
정인의 수업 시간. 복도 창가를 통해 보이는 교실 풍경.
정인 아이들에게 준비한 프린트물 교재를 나눠주고 있는 중이고.
아이들, 아직 쉬는 시간이 정리 안된 분위기로 떠들고 있다.
정인 : (E) 자자! 조용히 하자. (그래도 통제 안되자 칠판 통통 치며)
조용! 준경이가 한 번 일어나서 읽어볼까?
씬 26 2학년 5반 교실 (D)
준경 일어나서 프린트물 읽기 시작한다.
정인, 교재들고 책상 사이를 다니며 잠든 아이 깨우고, 조용히 하는 애들 건드리며
쉿! 손가락 하나 입에 갖다대기도 하며 수업 분위기 조성한다. 가까스로 조용해지는 실내.
정인 이제 겨우 됐네, 귀엽게 가벼운 한숨 내쉬는데
저만치 핸드폰 꺼내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희진의 모습.
희진 : (소리 잔뜩 죽여서) 아영이 남자친구는 백일 기념으루 꽃두 배달시켜줬다더라. 오빤 뭐냐 진짜?
아영 : (풍선껌 씹고 있다가 핸드폰에 달라붙어) 안녕하세요? 희진이 친구 아영이예요.
희진 : (아영 털어내며) 가만 있어봐 좀. (하는데)
정인 : (E) 서희진. 한아영.
희진, 아영 : ! (본다)
정인 : 핸드폰을 끌래, 아니면 애인을 교실루 불러서 같이 공부 할래?
희진 : 내가 이따 다시 할게. 걸렸어. 걸렸다니까아. 끊어. (핸드폰 접고)
아이들 : (키득거리며 웃는다)
정인 : 아영이는 입 속에 껌 뱉어 얼른.
아영 : (별 생각 없이 프린트물 귀퉁이 찍 찢어 껌 뱉는다)
정인 : (순간 얼굴 표정 굳는)
희진의 핸드폰 다시 울린다. 군밤 타령이다. 아이들 깔깔깔 웃고.
희진 : (정인 눈치 살피며 플립 열고 작게) 내가 이따 다시 한다니까아. (하고 얼른 끊으려다가)
? 여보세요? 야! 내가 너 다시 한 번 전화하면 죽음이랬지? 번호 틀리다구 몇번을 말해에.
뭐? 이게 진짜! 야, 너 거기 어디야?
아이들 : (깔깔깔 웃고)
정인 : 조용히 하자.
희진 : 너 거기 꼼짝 말구 있어! 너 최소 사망인줄이나 알어.
아이들 : (아예 책상 두들겨 가며 웃고)
정인 : (아이들 태도에 화나는) 조용히 해! 조용히 하란 말 안들려!!
아이들 : ! (순간 조용해지고)
정인 : 희진이하구 아영이 복도에 나가 서있어.
희진 : (항의조로 틱) 전화 끊었잖아요.
아영 : 껌 뱉었잖아요.
정인 : (그 태도에) 니들 선생님 말이 말 같지 않아? 복도에 나가 서있으라구 했어.
희진, 아영 : (불만으로 보다가 어으 씨, 팩, 밖으로 나가버린다)
정인 : (어으 씨, 란 말에 뭐라 한마디 해주려다가 눈 질끈 감아버린다)
아이들 : ... (정인의 눈치 살피고)
정인 : (표정 관리하고 돌아서며) 준경이 계속해서 읽어보자.
준경, 계속 읽기 시작하고, 정인,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스스로 비참해지는 기분이다.
그런 정인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신화...
씬 27 교실 복도(D)
희진과 아영 불만 가득찬 얼굴로 건들거리며 서있다.
전혀 벌 받는 태도가 아니다.
희진 : 만만하게 봤더니 (턱짓으로 교실 가리키며) 성깔있네 재.
아영 : 자료 준비한거 보면 모르겠냐? 어떻게든 애들 시선 끌어보려구 용 쓰는게 불쌍하잖냐.
희진 : 에이 씨. 날두 추운데 차라리 교실 뒤에 나가 서있으라구 하지.
아영 : 추워죽겠네 진짜. 어디 가서 뜨거운 피자나 뜯다 왔음 좋겠다.
희진 : ! (순간 눈빛 반짝이고)
아영 : ! (동시에 눈빛 반짝이며) 니 애인이 이 근처 어디 피잣집에서 아르바이트 한다구 하지 않았냐?
희진 : (끄덕이고 씨익 웃으며) 핸드폰 해보까?
아영 : 당돌하지.
희진 : (핸드폰 번호 누르고) 오빠야? 어 난데. 나 지금 글루 갈까?
그러엄, 담 넘으면 되지. 알았어 지금 간다? (핸드폰 탁,접고) 가자가자.
신나서 뛰어가던 두 아이, 하얗게 질리며 그 자리에 멈춰선다.
그 앞에 언제부터 서있었는지 두 아이를 무섭게 쳐다보고 있는 명교감.
씬 28 교무실(D)
명교감 책상 앞에 고개 푹 숙인 채 서있는 희진, 아영, 정인.
재현, 그런 세사람 보며 마음이 무거워지고...
명교감 : (무섭게 화내는) 학교가 니들 놀이턴 줄 알어!
어디 학생이 수업 시간 중에 학교 담 넘을 생각을 해! 그것두 벌 받는 도중에!!
두아이 : (고개 더 팍 숙여지고)
명교감 : 한 번만 더 그 따위 행동하면 부모님 모셔오라구 할꺼야! 알았어?
두아이 : 네....
명교감 : 가봐!
두아이 : (꾸벅 인사하고 나가다가 재현과 눈마주치면 이크! 고개 팍 숙이고 빠르게 나간다)
재현 : .... (씁쓸한 한숨)
명교감 : 김정인 선생님.
정인 : 네.
명교감 : 도대체 애들 지도를 어떻게 하시는겁니까? 학생통제가 그렇게 안돼요?
아니, 교사가 을마나 만만해 보였으면 벌 받다가 도망을 갑니까 세상에!
정인 : ... 죄송합니다.
명교감 : 조재현 선생님은 도대체 2학년 5반 담임을 맡고 계시긴 한겁니까?
어떻게 된게 담임이 없을 때 보다 애들이 더 개판이 됐어요. 개판이!
재현 : ...
명교감 : 다른 선생님들두 명심하세요! 요즘 교실붕괴다 뭐다 언론이 떠들어 대니까
다른 학교도 다 그런가부다 대충 포기하구 넘어가시는데, 나 그거 용납 못합니다.
무슨 방법을 쓰든 학생통제에 신경들 쓰세요!
교사들 : ....
명교감 : (광도에게) 그리구 학생부장 선생님은 오늘 불시에 소지품 검사하셔서
애들 핸드폰 죄다 압수하세요.
광도 : 알겠습니다.
정인 : ...
재현 : ... (그런 정인 보며)
씬 29 교사 휴게실(D)
재현, 눈으로 정인을 찾으며 들어온다.
우울한 표정으로 혼자 앉아있는 정인.
재현 : ... (마음 무거워져 보다가 짐짓 표정 바꾸고 밝게) 어젠 이슬 머금은 풀잎이더니
오늘은 완전 초친 시금치가 되셨네요? 그 만한 일루 벌써 지치신겁니까? 실망인데요 이거?
정인 : ... (쓰게 픽 웃으며) 선생님이 그러셨죠. 좀만 지나면 아이들이 영악하구, 버릇없구,
이기적으루 보이게 될꺼라구... 저 하루만에 애들이 그렇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재현 : ...
정인 : 나름대루 신세대 교사라구 생각했는데.... 점점 애들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픽 웃으며) 어떡하죠? 한동안 애들이 너무 미워질꺼 같은데.
재현 : ...
씬 30 2학년 5반 교실(D)
연진, 방송원고 쓰는 중이다.
맘에 안드는지 머리 긁적이다가 이씨... 볼펜으로 박박 그어버리는데, 핸드폰 진동벨 울린다.
연진 : (꺼내 받으며) 여보세요?
용구 : (F) (목소리 쫙 깔고) 전학 와서 많이 힘들지? 애들 텃새두 심하구.
연진 : 누구...세요?
용구 : (F) (여전히 낮은 저음으로) 글세...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연진이의 털목도리가 되고 싶은 늑대라고나 할까?
연진 : (수화기 보며 혼잣말) ...누군데 이렇게 느끼해 진짜.
용구 : (F) 지금 고갤 들어 교실 앞문을 봐봐. 거기 웬 송승헌이 와서 서 있을꺼야.
연진 : ? (보면)
용구 : (교실 앞 문에 모델처럼 기대서서 손가락으로 멋지게 연진을 가리키고, 그 뒤로 나타나는 광도)
연진 : (순간 책상 밑으로 팍 숨고)
용구 : (광도 땜에 그러는 줄 모르고) 차식, 부끄러워하긴... 괜찮아. 괜찮아.
앞으루 힘든 일 있으면 오빠한테 말해. 뭐든 도와줄게.
광도 : 나두 좀 도와주면 안되겠냐?
용구 : (웃으며) 넌 안되지 임마. (했다가) ? (돌아보고 기겁해서 자리로 가는)
광도 : (교탁 앞으로 가서) 소지품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놔.
아이들 : (아으으.... 또 뭐야...짜증내고)
광도 : 이 자식들이 뭘 꿍시렁거려? 얼른 안 올려놔!!! (기선제압하고)
아이들 : (불만으로 투덜대며 가방 올려놓고)
세진 : (가방 속에서 담배 꺼내 휴지통으로 던진다)
신화 : ... (그런 세진 보고)
세진 : ... (느껴지는 시선에 신화 쪽 봤다가 무표정으로 외면하고 가방 올려놓는다)
신화 : ...
씬 31 영화반(D)
흥분해서 들어오는 아이들.
정연 : 하여간 선생님들의 해결방식은 언제나 강압적이구 단순해.
핸드폰 문제 터지면 핸드폰 뺏구, 흡연문제 터지면 담배 뺏구, 그런다구 문제가 해결이 되나?
신화 : ... (다른 생각에 잠겨있는)
지민 : 가만 보면 기성세대들이 우리 세대를 질투하는거 같지 않냐?
자기넨 못 먹고 못 살았는데 우린 풍족하구 재밌게 사니까, 그 꼴을 못보는거 아니냐구.
애라 : 아으, 신경질 나! 그거 얼마 전에 최신형으루 바꾼건데.
동일 : (웃으며 좋게) 수업 시간에 전화를 건게 잘 한 일은 아니잖아.
지민 : 그럼 수업을 재밌게 할 생각을 하던가, 통신예절을 가르쳐야지, 무조건 뺏는다구 될 일이냐 이게?
반발심에 하나 더 사구 말지.
애라 : 이렇게 시대관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한 지붕을 덮구 사니 맨날 학교가 삐끄덕거리지.
흥수 : 오우, 시대관? 가치관? 그런 어려운 말도 쓸줄 알고 정애라 오늘 무리했다.
애라 : 뭐야? (때리며) 하여간 매를 벌어요. 매를 벌어. (하는데)
신화 : ... (조용히 일어나 나가는)
동일 : 어디가?
신화 : ... (대답없이 나가고)
아이들 : ? (왜 저래? 이상해서 보는데)
연진 : (E)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동광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D.B.S. 동광방송국입니다.
지금부터 점심 정규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시그널 음악 시작되고)
흥수 : 어? 김연진 아니야?
씬 32 방송반(D)
스튜디오 부스 안에서 원고 읽고 있는 연진.
연진 : (E) 압수 항목도 알 수 없고, 압수품 처리방법도 알 수 없고,
시도 때도 없이 게릴라식으로 급습하여 시종일간 협박조로 진행되는 소지품 검사에,
학우여러분 오늘 하루도 짜증스러우셨죠?
엔지니어 팀의 방송반원들 하얗게 질려가고.
씬 33 교무실(D)
핸드폰들 수거한 박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스피커 노려보고 있는 광도.
불안한 표정으로 명교감 눈치를 살피는 교사들.
연진 : (E) 선도 기간을 주지 않은 채 무조건 뺏기부터하는 학교측에 대한 분노를,
이 노래로 대신해 보는건 어떨까요?
서서히 표정 굳어가는 명교감.
씬 34 방송반(D)
연진 : (E) 다들 아시죠? (의미있는 미소 지으며) 락음악의 정신은... 저항입니다.
하고는 엔지니어팀 쪽에 싸인 주면, 잠시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엠프 올리는 방송반원.
순간 강렬한 사운드로 쏟아져 나오는 락음악.
(씬 40까지 긴장감으로 이어지는)
#35 2학년 5반 교실(D)
우우우--! 환호하는 아이들.
태훈 : (픽 웃으며) 김연진. 오자 마자 크게 한 건 치는구만.
형주 : (웃는) 내가 뭐랬어? 방송사고 낼꺼랬잖아.
씬 36 학교 담장(D)
신화, 학교 밖과 안을 가르듯 서있는 담장을 바라보며 서있다. 그 모습 위로,
신화 : (E) 정말 애들 말처럼 교실 보단 학교 밖이 꿈을 이루기가 훨씬 쉬울까?
씬 37 도서관(D)(씬 24에서 이어지는)
태훈 : 난 지금 학교 안에 있으니까 건 잘 모르지.
그런건 학교 밖에 있는 사람 한테 직접 물어보는게 낫잖겠어?
신화 : ...
태훈 : (피식 웃으며 별 생각없이 가볍게)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한 번 나가보던지.
씬 38 학교 담장(D)
담장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신화...
세진 : (E) 학굔... 공부하는데가 아니라 버티는 곳이야. 희망이 없으니까.
이한이나 신혜원... 학교에서 꺾여진 꿈을 대신할 희망적인 뭔가를 찾았다면...
아직 여기에 남아있지 않았겠어?
마침내 결심한 듯 아랫입술을 잘근 씹는 신화.
어느순간 학교의 담을 넘는 신화!
씬 39 방송반 복도(D)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는 광도.
씬 40 방송반(D)
방송실 문 벌컥 열고 들어오는 광도.
연진과 방송반원 굳은 표정으로 보는데서. (음악 끝)
씬 41 교무실(D)
연진, 명교감 앞에 와서 서있다.
명교감 : (지쳐서 화낼 기력도 없다) 너두 2학년 5반이냐?
연진 : (기죽어) 네에...
명교감 : (골치 아픈 듯 머리 감싸쥐고) 알았으니까 넌 교실루 가.
연진 : (꾸벅 인사하고 재현 눈치 보며 나가고)
재현 : ....
명교감 : 부장선생님.
광도 : 예.
명교감 : 방송반 놈들, 앞으로 일주일동안 클래식 외에 다른 음악 절대 못틀게 하세요.
광도 : 알겠습니다.
정인 : 저....외람된 말씀입니다만, 그런 방법으루 막는다구 해결 될 문제가 아닌거 같은데요.
복만 : 맞습니다. 오히려 유치하다구 선생들을 더 만만히 볼거 같은데요.
명교감 : (자르듯) 내가 원래 옛날 사람이 되놔서 좀 유치합니다.
복만 : (입 다물고)
정인 : 구세대의 구태의연한 소지품 검사에 신세대 답게 자기들의 의견을 표현 한거 같은데...
이번 일은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 생각해주시고 너그럽게 봐주는게 어떨까요?
어떤 단체행동이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건 아니잖아요.
하는데, 박스에 수거된 핸드폰들이 일제히 울리기 시작한다!
각각의 시간차를 두고 항의의 의미로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 벨 소리.
교사들 처음엔 벙쩍어 보다가 점점 기가 막히고.
명교감 : (정인 보며) 단체행동이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건 아니라구 했습니까 지금?
재현 : ... (답답한 한숨)
씬 42 2학년 5반 교실(D)
영화반 아이들, 신화 자리에 모여있다.
정연 : 가방은 있는데 사람은 어딜간거야 도대체?
흥수 : (서랍 뒤져보며) 뭐 편지 같은거 써논거 없나?
지민 : 가출했냐? 편지는 무슨 편지야. (하는데)
재현 : (들어온다)
아이들 : (자리 찾아 앉는다)
지민 : 차렷! 경롓! (아이들 인사하고)
재현 : (국어 교재 넘기다가 문득 신화의 빈자리를 본다) 유신화 어디갔어?
흥수 : 야, 양호실에 갔나본데요.
용구 : (눈치 없어) 어? 내가 방금 양호실에서 오는 길인데 거기 아무두 없든데요?
흥수 : (꼬집고)
용구 : (또 눈치없이) 아! 왜 꼬집어! 선생님 이 자식이 자꾸 꼬집어요.
흥수 : (어휴, 미치겠고)
재현 : ... (한심해져서) 교과서 펴. (하는데)
희진과 아영 막대사탕 물고 키득거리며 들어서다가 재현이 와있는걸 보고 얼른 사탕 뒤로 숨긴다.
재현 : 니들은 수업 종 친지가 언젠데 이제 들어와?
아영 : 저,저기요... (얼른 아픈체 하며) 배가 아퍼서 양호실에...
재현 : (굳고)
희진, 아영 : (분위기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용구 : (들통났으니 얼른 변명을 바꾸라고 손으로 싸인하며 입모양으로 아니야 바꿔. 바꿔.하면)
아영 : ! (얼른 희진을 앞세우며) 제, 제가 아니라 얘가 아퍼서....
용구 : (포기하고 기운 빠져서) 하여간 머리가 나쁘면 삼대가 고생한다니까...
재현 : (그대로 꼼짝 않고 서있는)
아이들 : ? (이상해서 재현을 살피고)
희진 : (앉지도 어쩌지도 못한 채 서있는데)
재현 : (낮고 작지만 위압적으로) 모두 일어나서 책상 위로 올라가.
아이들 : .... ?
재현 : (무섭게) 책상 위에 올라가서 무릎꿇고 앉아! (하는데서)
씬 43 일식집 앞(D)
교복 차림의 신화가 와서 선다.
굳게 닫혀진 문 위에는 '금일휴업'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다.
신화 가벼운 한숨 내쉰다.
갑자기 갈 곳이 막막해지는 신화,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는다.
씬 44 2학년 5반 교실(D)
책상 위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아이들.
재현, 교탁 앞에 우울한 표정으로 말없이 서있다.
아이들 그런 재현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하다...
재현 : 내가 교과서를 덮고, 너희들을 책상 위에 앉힌 이유는,
교과목 보다 더 중요한 얘기를 해주고 싶어서다.
아이들 : ...
재현 : 여기가 교실이라는 이유로, 내가 교사라는 이유로, 지금 부터 내가 하는 말을 뻔한 교훈담이나,
지루한 설교로 생각하지 말아줬음 좋겠다.
아이들 : ...
재현 : 이 세상에 말이다, 세대간의 만남을 포기 할 수 없는 곳이 두 곳이 있다. 바루 가정과 학교야.
아이들 : .... (본다)
재현 : 살아온 공간과 앞으루 살아갈 과정이 다른 세대간에 서루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는건
어쩜 당연할 수 있다. 중요한건 공존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나가는거다.
아이들 : ...
재현 : 요 며칠 자유와 개성만을 앞세우면서,
자신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나 인격에 관심 갖지 않는 너희들을 보면서 참 많이 속상했었다.
아이들 : ...
재현 : 난 너희가 너희 세대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만큼,
조금은 다른 세대와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를 배워줬음 한다.
아이들 : ...
재현 : 너희만 아프고 힘든게 아니야. 너희가 학교 안에서 꿈이 꺾이는 것처럼
선생님들도 가끔 학교 안에서 꿈을 잃고 흔들려.
너희가 희망을 잃는 것처럼 선생님들도 가끔 희망을 잃고 아파해.
아이들 : ....
재현 : 제발 너희를 포기하게 만들지 마라. 그리구... 너희를 포기하게 될 때
선생님들은 선생님으로서 살아가야 할 꿈과 희망을 포기하게 된다는 걸... 잊지말아줬음 한다...
아이들 : ... (고개 숙이는)
씬 45 일식집 앞 거리(N)
휘영, 화구가방과 커다란 스케치북 가방 들고 오다가 멈칫 선다.
저만치 일식집 앞에 서 있는 신화...
휘영, 가벼운 한숨 내쉬고는 잠시 어쩔까 고민한다.
결심한 듯 신화 쪽으로 가는 휘영.
휘영 : 유신화.
신화 : ! (본다)
휘영 : (다가오며) 나 여기서 지내는거 어떻게 알았냐?
신화 : ... (문득 피식 웃는다)
휘영 : 왜 웃어?
신화 : 내 느낌이 맞았어. 오늘 꼭 만날 수 있을꺼라구 생각했거든.
휘영 : (불쑥 손 내밀며) 오랜만이다.
신화 : 너두. (웃으며 악수하는데서)
씬 46 일식집 안(D)
쉬는 날이라 아무도 없는 실내.
신화 혼자 테이블에 앉아있고, 휘영 주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우동 그릇 두 개 들고 나온다.
휘영 : (신화 앞에 한 그릇 놔주며 밝게) 먹어 봐라. 죽음일꺼다 아마. (앞에 앉는다)
신화 : (국물 맛 보고)
휘영 : 어때?
신화 : 딱 죽기 직전 까지 맛있다.
휘영 : (웃으며 후루룩 먹기 시작한다) 멍청한 자식 대책 없는건 여전하구나.
나 안 왔으면 어쩔려구 추운데서 떨구 있냐?
신화 : 올 줄 알았다니까. (웃고) 근데 갑자기 일본 요리는 왜 배워?
휘영 : (먹으며) 으응. 일본 가려구.
신화 : ? (본다)
휘영 : 일본에서 초밥집 하는 친척이 있는데 초밥 기술 배워오면 먹여주구 입혀주구 하겠대.
거기서 일하면서 에니매이션 공부 할 생각이야.
신화 : 여전히 당차구나. 그 동안 어떻게 지냈냐?
휘영 : 하루 다섯시간씩 여기서 아르바이트 해. 초밥 기술두 배우구 학원비두 벌구...
나머지 시간엔 죽어라 그림만 그린다.
(짐짓 장난스럽게 정색하며) 나 옛날의 그 실력이 아니다 너.
신화 : 소원대루 됐구나? 하루종일 그림만 그리구 싶다더니. 재밌냐?
휘영 : 질문 많은 것두 여전하네. (그릇에 신화 고개 박으며) 일단 먹어 임마. 면발 뿔어.
신화 : (웃으며 먹는)
씬 47 호프집(N)
맥주 마시고 있는 교사들.
유란 : 따지구 보면 애들 탓만 할 수도 없죠 뭐. 애들이나 교사나 피해자이긴 마찬가진데.
복만 : 맞습니다. 이건 완전히 싸움 말리던 사람이랑 싸우다가,
정작 싸워야 될 사람이 누군지 잊어버린 격이라니까요. 진짜 싸울 적은 따루 있는데.
일평 : 허이구, 진짜 적이 누군지 파악이 된단 말야?
난 교사 생활 이십년을 넘게 해두 그 정체를 모르겠더만.
광도 : 싸워야 할 적이 너무 많아서 그래요 너무 많아서. 제도권 교육의 제일 말단사원이잖아요.
소신껏 의견을 피력할 수가 있나 그렇다구, 자율성이 주어지길 하나.
유란 : 맞아요. 시두 때두 내려오는 공문에 행정잡무까지 보다 보면 도대체 내가 행정직원인지,
동사무소 직원인지 분간이 안될때가 많다니까요.
일평 : 인성교육? 조오치. 질 높은 수업? 누군 안하구 싶어 안 하나?
도대체가 애들하구 수업에 쏟을 시간을 줘야 말이지.
복만 : 애들 말이요, 선생들 공문 제대루 못쓰면 짤리지만, 수업은 대충해두 안 짤리니까
교사들이 태만한거래요 나 참. 애들두 알 정도면 말 다했죠 뭐.
재현 : (쓰게) 우리끼리 이러는게 무슨 소용있겠어요. 선생님들 사정이 이러니 지루하구 재미없어두
참아라, 애들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두 아니구.
광도 : 맞아, 맨날 하는 말 또 하면 뭘해? 입만 아프지.
정인 : 전 요즘 가끔 무서워질 때가 있어요.
교사들 : (본다)
정인 : 애들이 각자 고민있구, 개성있는 아이들루 보이질 않구 그냥 똑 같은 교복을 입은
불특정 다수루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유란 : 거기서 더 발전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어? 좀만 튀는 행동하는 녀석이 있어두
눈에 거슬려서 못보게 된다? 그게 개성이구 성격이래두 말야...
그게 안 고쳐지면 포기하게 되구.... 그런거야.
광도 : 맞아요. 솔직히 나... 사는데 치여서 포기한 녀석들도 많습니다.
재현 : (픽 웃으며) 맘 속으루야 전교생 한 번씩은 다 포기했죠 뭐.
광도 : 맘 속으루가 아니라... 실제루 학교 밖으루 밀어낸 적두 있단 얘기야.
교사들 : ... (괜히 씁쓸해진다)
씬 48 일식집 외경(N)
가게 안에서 새어나오는 따뜻한 불빛...
씬 49 일식집 안(N)
두 아이. 다도 그릇에 차 마시고 있다.
휘영 : 학교는 어때?
신화 : 똑같애. 거기야 변화가 없는 데잖아. 일년전이나 십년전이나...
아마 오십년 전에두 같은 모습이었을꺼야. 학교 밖은 어때?
휘영 : 잘 모르겠어. 어제 다르구, 오늘 다르구 너무 빠르게 변해서.
신화 : (웃으며 마시다가 문득 메모판에 시선이 간다. 폴라로이드 사진...)
휘영 : (시선 따라가 봤다가 피식 웃는)
신화 : 그날... 나 본거 맞지?
휘영 : 어.
신화 : 왜 모른 척 했냐?
휘영 : (픽 웃으며) 흔들릴까봐.
신화 : ? (보는)
휘영 : 사실 나, 오늘 너 첨 본거 아니야.
신화 : ? (본다)
휘영 : 학교 그만 두구 두달 후 부턴가? 닭살 돋게 좀 그리워 지더라구 학교가.
한 한달을 학교 근처 어슬렁거렸었어. 그때 우연히 몇번 봤어 너. 볼 때 마다 숨었지만.
신화 : 왜.
휘영 : 내 생각이 흔들릴까봐, (신화 보며) 너 보면 학교 나온거 후회하게 될까봐...
신화 : !
휘영 : 멋진 척 뛰쳐나왔는데 그게 웬 쪽팔림이야. 내 갈길 좀 찾구, 당당해진 다음에 보구 싶었어.
신화 : ... 힘드니?
휘영 : 외롭다.
신화 : (농담으로 받고 웃는데)
휘영 : 그게 젤 힘들어. 외롭다는거...
신화 : ... (본다)
휘영 : 학생증이 없다는거... 도시락 먹을 친구가 없다는거...
신화 : ...
휘영 : 실수나 잘못을 하면 용서해 줄 사람이 없다는거... 뭐든지 혼자 찾아서 해야되니까
시간이 두배루 든다는거...
신화 : ...
휘영 : (픽 웃으며) 지하철 패스 할인두 안되구, 영화표두 일반으루 끊어야 되구...
몰랐는데 내가 학생이었을 때 알게 모르게 특권을 받구 살았던 거였더라구...
신화 : 재입학 같은거... 생각 안해?
휘영 : 그건 싫어. 거긴 또 뭐하러 기어들어가냐. 하나두 안 변했다며.
신화 : ...
휘영 : 그런 생각은 해. 학교가 바깥세상이 변하는 속도 만큼은 아니더라두
나같은 놈이 가진 개성두 인정해줄 만큼만 변해준다면... 다시 돌아가구 싶다는 생각...
신화 : ....
씬 50 전철역(N)
두아이, 전철을 기다리고 서있다.
휘영 : (불쑥) 찾아와줘서 고맙다.
신화 : (본다)
휘영 : 많이 외롭던 중이었거든.
신화 : 잘 맞아 떨어진거네 뭐.
휘영 : ? (본다)
신화 : 난 그립던 중이었거든.
휘영 : ... (미소로 보다가 농담처럼 툭) 언제 시간 나면 학교 사진이나 한 장 찍어다 주라.
신화 : ? (보면)
휘영 : 그래야 다신 그 근처 어슬렁거리는 일 없을꺼 아냐.
신화 : ...
저만치 전철이 다가오고 있다.
휘영 : (악수 청하며) 잘 살아라.
신화 : (손 잡으며) 너두.
휘영 : 내가 젤 좋아하는 에니메이션의 주제 알지?
휘영, 신화 : (악수한 채로 웃으며)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휘영 : 희망이 없어 보여도 견뎌보라는 뜻이야.
그럼 언젠가는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날이 올꺼랜다.
신화 : 여전하구나. (머리 툭 치며) 간다. (하고 전철로 간다)
씬 51 전철 안(N)
신화 창밖으로 휘영을 바라본다.
전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휘영, 손을 흔든다.
손 흔드는 휘영의 모습 멀어지며 슬로우되는 위로...
신화 : (N) 학교 밖에서 학교 안을 그리워 하는 아이들... 학교 안에서 학교 밖을 꿈꾸는 아이들...
우리는 모두 학교 안과 밖... 그 중간 어디쯤에 서있다...
창에 머리를 기대는 신화...
신화 : (N) 두 공간 사이에 교집합이 생기는 날이... 올까? (F.O)
씬 52 운동장(D)
이른 아침. 운동장 한가운데에 서있는 신화... 폴라로이드 사진기로 학교외경을 찍고 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인쇄되어 나오는 사진,
허공에 부채질 하듯 말려서 완성된 사진을 보는 입가에 작은 미소가 겹치는데,
그 어깨에 턱 걸쳐지는 팔.
재현 : (어깨 동무한 채로) 범생이가 무단 조퇴할 땐 어떤 이유가 있는거냐?
신화 : ... 죄송합니다.
씬 53 상담실(D)
재현과 신화, 찻잔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재현 : 논술을 포기하겠다?
신화 : 네.
재현 : 이유는?
신화 : 붕괴원인은 너무 많아 정리가 안되구, 대책 방안은 하나두 안 떠올라 막막해요.
(픽 웃으며) 더 고민하다간 학교 뛰쳐나가게 될꺼 같아 이쯤에서 그만 손 들기루 했어요.
재현 : 그럼 저번에 내가 했던 질문의 해답은 찾았냐?
신화 : ? (보면)
재현 : 여기에 희망이 있는거 같냐구 물었었잖아.
신화 : 그것두 잘... 모르겠습니다.
재현 : 유신화. (웃으며) 젊은 놈이 그렇게 암울한 생각만 하니까 고개가 자꾸 땅으루 꺼지는거야 임마.
대책방안이 왜 없어.
신화 : ? (본다)
재현 : 너 이재하 선생님이 여길 떠난 이유가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라구 했지? 틀렸어.
이선생님은 여기서 희망을 봤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거야.
희망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변화를 꿈꿀 수 있거든.
신화 : ... !
재현 : 난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있다면 희망은, 있어. 누구는 떠나서 대안과 희망을 가져오고,
또 누구는 현장에 남아서 악다구니 쓰면서 현실과 싸워나가구...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거 아니겠냐.
신화 : ...
재현 : 붕괴원인은 알겠는데 대책방안을 모르겠다...? 글쎄? 그건 나두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해. 교사와 학생은 학교붕괴의 원인이 아니라 대책방안이라는거.
신화 : (본다)
재현 : 왜? 사람만이 희망이니까. 교사와 학생만이 교육제도의 모순과 싸워나갈 수 있으니까.
신화 : ...
재현 : 이게 정답인지는 나두 잘 모르겠는데,
젊은 놈이라면 이 정도 파릇파릇한 생각을 가져야 되지 않겠냐?
신화 : (웃는다)
재현 : 왜 웃어 임마.
신화 : 선생님이 좋아질꺼 같아서요.
재현 : 거봐 임마, 벌써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잖아.
신화 : (웃는)
씬 54 영화반(D)
들어서는 신화.
테이블 위에 각자 한 장 씩 대자보 용지 펼쳐놓고 매직으로 내용 적고 있다가 돌아보는 영화반 아이들.
흥수 : 유신화! 너 어떻게 된거야 임마! UFO에 실려간 줄 알았잖아.
지민 : 정말 어떻게 된거야? 연락두 안되구 걱정했잖아.
신화 : (웃으며) 나중에 설명해줄게. 근데 뭐하는거야?
정연 : 보시다시피야. (자기가 쓴 대자보 제목 가리키며) 수업시간에는 핸드폰을 꺼놓으셔도 좋습니다!
핸드폰 사용의 예절을 지키자는 대자보 붙이려구.
동일 : (자기 쓴 대자보 보이며) 이건 오십분 동안의 행복 만들기.
신화 : 오십분 동안의 행복?
동일 : 수업시간 오십분 동안에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에 대해 적을 생각이야.
흥수 : 아무래두 우린 전생에 독립군이었음이 분명해. 왜 이렇게 목숨거는 일을 좋아할까?
신화 : (혼자 웃는다)
지민 : 왜 웃어?
신화 : 응? 아니...어제 까지 안보이던게 조금 보이는거 같아서.
정연 : 그게 뭔데?
신화 : 희망.
아이들 : ? (벙쪄서 보는데서)
씬 54-1 도서관(D)
재현, 저번에 빌렸던 영화관련 서적 반납하고 있다.
나가려다가 저만치 언젠가 처럼 열심히 교재 준비하고 있는 정인을 발견한다.
재현, 입가에 미소가 맺히며 그리로 간다.
재현 : 다시 이슬 머금은 풀잎이 된 이유, 물어봐두 될까요?
정인 : ? (봤다가 다시 교재 만들며) 밤새 생각해 봤는데 어쩜 제 교재에두 문제가 있을 수 있었겠다
싶어서요. 좀 더 재밌구 간략하게 만들어보기루 했어요.
재현 : (흐믓해서 흐흐 웃으며 서있는데)
정인 : (자료 만드는 채로) 조선생님.
재현 : 네.
정인 : (고개 들어 보며) 방해되니까 좀 가주실래요?
재현 : 얼마든지요. (웃으며 간다)
씬 55 교정 외경(D)
연진 : (E)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D.B.S. 동광방송국입니다.
지금부터 점심 정규 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씬 56 교무실(D)
식사를 마친 교사들 커피를 마시거나, 각자 밀린 업무들 보고 있고. 재현 교재 넘기며 보고 있는데...
연진 : 오늘 첫곡은, 2학년 5반 학우들이, 수업에 들어오시는 모든 선생님들과 함께 듣고 싶다며
신청해주신 곡입니다.
재현 : ! (2학년 5반이라는 말에, 순간 불안에 떨며 스피커와 명교감을 번갈아 살피는데)
다행히 잔잔한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재현, 휴우---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순간 그 음악 위로 겹쳐지는 랩!
(**쿨리오의 'C YOU WHEN YOU GET THERE-
클래식 '카논과 지그'와 쿨리오의 랩이 크로스오버된 곡입니다)
재현 : (인상 팍 쓰며 스피커 쪽을 보고)
연진 : (E) 아시죠? 크로스오버는 옛것과 새것의 유쾌한 만남입니다.
씬 57 2학년 5반 교실(D)
아이들 스피커를 향해 우우우--- 환호하며 좋아하고. 그런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짓는 신화...
어느 순간 책상서랍에서 뭔가를 꺼낸다. 논술원고용지다. 들고 나가는 신화...
씬 58 교무실(D)
광도 : 저 녀석들이 근데. 지금 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불끈 일어나는데)
재현 : (붙잡으며) 어이. 좀 봐주세요. 애들 하는 짓이 귀엽잖아요.
광도 : 귀엽긴 뭐가 귀여워? 일주일 동안 클래식만 틀라는 경고 싹 무시하구
지들 맘대루 구는 게 귀여워.
재현 : 에이, 옛것과 새것의 만남이라잖아요. 전혀 안어울릴꺼 같은 클래식과 랩이 만나
유쾌한 음악을 만들어내듯이, 선생님과 우리두 크로스오버해서 잘 지내보자,
이런 뜻 아니겠습니까?
정인 : (거드는) 그래요 선생님. 애들 나름대로의 사과방식 같은데 봐주세요.
광도 : 자꾸 봐 줘 버릇 하면 나중에 상투 꼭대기에서 놀 녀석들입니다.
명교감 : (E) 놔두세요.
교사들 : ? (본다)
명교감 : (서류 보는 채로) 경고대루 클래식두 틀구, 지들 듣구 싶은 음악두 듣구,
합의점을 잘 찾았는데 뭘 그래요.
재현 : (의외여서 보고)
명교감 : 머리 쓴 게 기특해서 봐주는 겁니다.
재현 : (웃는다)
씬 59 도서관(D)
창가자리에 앉아 논술 쓰고 있는 신화.
신화 : (N)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그 속도만큼 우리도 빠르게 변해간다.
오직 학교만이 변하지 않은 채 세상과 아이들의 뒤를 힘겹게 쫓아오고 있다.
씬 60 텅 빈 체육관(D)
한이 떠나간 텅 빈 공간...
신화 : (N) 어떤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 권태로움과 지루함을 견뎌내고,
어떤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외롭게 제 갈 길을 찾아간다.
씬 61 후미진 교정일각
혜원이 떠나간 텅빈 공간...
신화 : (N) 학교는... 언제나 이들보다 늦게 도착한다.
씬 62 일식집(D)
요리사에게 초밥 싸는 법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휘영.
그 옆 메모판에는 학교가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이 압정으로 꽂혀있다.
신화 : (N) 가끔 학교 교정에 숨어있다가 살짝 머리카락을 보이는 희망을 발견한다.
그 희망 하나에 백가지 절망을 접고 기대해 보고 싶다.
학교가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 천천히 줌인 되다가 화면에 가득 차는 위로...
신화 : (N) 언젠간 우리의 절망보다 먼저 도착한 학교가 어깨를 툭 쳐주며 이렇게 말해주기를...
이봐 여기서 뭐해, 나한테 와. 내가 정말 멋지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줄게...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