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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태백산 남릉, -각화산 줄기를 따라서-
산행을 다녀와서 기록을 정리하고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산행기를 작성해야하는데,
이거 도대체 어케된 노릇인지 다음날 진도 조금 나가다말고 한 주 내내 땡땡이다.
하기야 이유 없이 땡땡이 친 것은 아니다만, 이걸 한참을 내버려두자니 빚쟁이 빚진 것처럼 영 개운치가 않다. 거기에다 머리 나쁜 놈 기억도 오래가진 않을 거고..., 이거야 원, 팔자에 없는 애물덩어리랄까...?
생생한 기억이 있다해도 글을 구사할 능력도 없는 형편에 거의 산행 감정이 망각되어질 때쯤 그때의 골통을 최대한 틀어 짜야하니..., 아무튼 억지로 때늦은 산행기를 완성시켜본다.
태백산은 크고 육중한 산이다.
백두대간이 등뼈를 내려오다 소백산과 지리산으로 다시 힘찬 줄기를 뒷다리로 뻗어갈 때 그 분기점에 해당하는 산이요 특히 태고 때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과 단종비각이 있어 더욱 유명한 산이다.
태백산은 강원도 산간의 첩첩산중을 이루고있어 곳곳에 뻗은 산줄기와 멋진 계곡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백두대간 도래기재~화방재구간이 태백산 줄기에 속하는 것이 그것이며 신성봉과 깃대배기봉 중간에 있는 차돌배기에서 남동으로 길게 뻗은 각화산 능선이 또한 태백 줄기이다.
그 외에도 깃대배기에서 넛재까지 뻗은 청옥산능선, 문수봉에서 조록바위봉으로 뻗은 조록바위 능선 길, 그리고 열목어서식처로 유명한 백천계곡과 구마동계곡(현동천)이 깊이 숨어있고 참새골과 석문골도 간직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두릅나무가 많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언젠가 이쪽산행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되어 산행을 겸비한 재미에 이곳을 찾곤 한다.
참새골 진조동에서 올라 각화산 남동릉을 타려했던 계획은 산림청직원에 의해 무산되고 김빠진 기분으로 차선책을 강구, 들머리를 석문동골로 변경하여 산행을 하는 등, 초반부터 약간의 차질을 빗는다.
하지만 기분을 새롭게 정리하고 이후의 산행에서 목적한바 무난히 산행을 마치게된다.
차돌배기에서 춘양까지 뻗은 긴 능선은 각화산과 왕두산 권역까지는 산길이 더러 발달되어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희미한 족적에다 지 능선의 발달로 인해 능선 이어가기가 애매한 곳도 몇 군데 있었다.
자연미 잘 간직된 호젓하고 아늑한 능선길이였으며 걷는 내내 고도의 변화에 따라 계절의 시차를 민감하게 드러내는 꽃의 개화상태 식생의 변화 등, 자연의 오묘한 숨결을 느끼게 한 것이 감명 깊었다.
처음오신 제천의 금수강님과 울산의 박인희님의 참여가 뜻깊었으며 오랜만에 오신 안동의 녹산님과 양산의 토복이님이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구미의 육호님은 언제나 솔선수범 하는 좋은 산꾼이다.
어쩌다보니 9명 인원에 6개 도시에서 참여한 산행멤버도 참으로 이색적이다.
◈ 산행일시 : 2002년 04월 28일(네째일요일), - 날씨 : 맑음, - 온도 : 평균 16도
◈ 산행장소 : 경북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 소로리
◈ 산행코스 : 석문동끝집(09:12)~첫표지판(09:21)~3Km지점(09:55)차돌배기(11:00)~점심(12:38)~식사끝(13:45)~각화산(14:15)~왕두산(15:22)~가짜형제봉(16:28)~형제봉(17:04)~채소밭(17:45)~방터마을(17:55)
☞ 산행거리 : 약 20Km(표지거리 참조), ☞ 산행시간 : 약 8시간 40분(식사, 휴식 포함)
▣ 참석인원 : 총 9명(호연지기, 육호, 이한성, 금수강산, 박인희, 녹산, 토복이 이상 남 7 명, 송송이 아내 아상 여 2명)
[산행기]
일행 9명이 합류하다.
새벽 고속도로....,
오랜만에 달려보는 중앙고속도로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 상쾌한 새벽공기가 너무 좋다.
25분만에 가산인터체인지로 잠시 빠진다. 구미에서 오는 육호와 도킹하기로 한 곳이다.
톨게이트 앞에서 유턴을 하자마자 미리 나와있던 육호는 우릴 보고 냅다 달려온다.
과거 아침 먹고 나서면 하루해가 꼬박 걸렸다는 경북북부 영주 봉화 가는 길,
어릴 적 엄청 힘들게 다녔다던 호연지기와 육호는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는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이 도로가 생기기전 불과 10수년 전만 해도 안동 두 시간 반, 영주 네 시간, 봉화 얼추 다섯 시간, 하던 것이 지금은 영주까지 1시간 10분, 봉화 지나 춘양까지도 두 시간이면 족하니...,
고속도로의 발달, 이것은 현대문명발전에 있어 크나큰 기여와 함께 그 위력은 대단하다.
西안동IC에서 다시 동일한 방법으로 안동의 녹산님을 담아 싣고 영주IC를 빠져 나온다.
승차인원 6명, 호연지기님이 스스로 짐이 되겠노라며 뒤 짐칸으로 이동, 잠시 짐이 되어버린다.
봉화 법전을 지나 춘양역 앞 삼거리에 막 당도하자 제천의 금수강산님께 전화가 온다.
'각화사' 삼거리입구에 와 있다는 전화다. 춘양역으로 그를 유도, 잠시 후 그와 합류한다.
그리고 어제 미리 와있기로 한 양산의 토복이님과 울산의 박인희님 두 일행께도 연락을 한다.
그들은 하산지점이 되는 백운사 부근에서 야영을 하고 지금 슬슬 내려오는 중이라 한다.
이곳 춘양역, 역사는 아담하고 조그맣지만 기차가 억지로 이곳을 돌아서 간다고 만들어진 '억지춘양' 의 역사가 바로 여기다. 그리고 춘양은 겨울철 춥기로 유명한 고장이기도 하다.
춘양역 뒷담을 끼고 조금가면 '백운사 2.5Km' 표지판 있고, 좁다란 시멘트 포장길로 차를 몰고 가니. 작은 개울 옆 공터 진 곳에서 그들을 만난다. 이로서 일행 9명 모두가 합류를 마친 셈이다.
07시를 막 넘긴 시간, 들머리 이동을 하기 전에 아침식사부터 해결하기로 한다.
행인하나 없는 한적한 이곳 시골길 한 길섶에 둘러앉아 판을 벌린다. 아마 산 꾼들 아니면 생각키 힘든 노상 아침식사풍경이라고나 할까...? 이 또한 운치 있는 식사 판이 아닌가 싶다.
실두동 산행들머리 [08시 15분]
식사를 마치자 곧장 출발한다. (이때 토복이님의 차량 한 대를 이곳에 둠)
'도리기재'쪽을 가다 서벽리 약 4Km 남긴 지점에서 애당리 입구삼거리가 있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진입하면 석문골과 참새골이 갈리고 참새골 끝을 오르면 '곰너미재'다.
골짝 중간에는 고랭지채소밭 등을 일구며 사는 산골 농가들이 여럿 자리잡고 있다.
시멘트도로를 2Km정도 들어가면 다리 앞 여유공터 있는 곳이 동리정마을 버스 정류장이다.
유일하게 버스가 들어오는 이곳은 서 너 채의 농가가 있는 이곳이며 우측 냇가를 따라가면 석문동이고 직진하면 진조동과 실두동으로 가는 참새골이다. 동네를 들어서자 마침 버스 한 대를 만난다.
골짝으로 약 10리 더 들어가면 전조동이고 맨 마지막 농가 한채가 있는 곳이 실두동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비포장 농로였으나 지금은 거의 시멘트포장이 완성되기 직전이다.
기분 좋게 달려와 개 사육장 축사가 있는 전조동에 다다랐을 때다.
원래 없던 바리게이트가 쳐져있고 입구에 화물차 한 대를 세워놓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개소리가 요란한 이곳, 자칭 산림청직원이라고 밝히는 분이 새벽 06시부터 나와서 근무중이라 한다.
산림청직원이라고 보기에는 약간 미심쩍은 기분이 들긴 했으나 그렇다고 사정해야될 입장에 서 당신 신분증을 좀 보자 할 수도 없고..., 어쨌든 우린 이곳에서 입산통제를 받고 멈칫하게된다.
예기치 않았던 상황발생, 이거야 원...! 난감하기 짝이 없다.
몇 번 사정 이야기를 해보지만 거절당했고 나중에 난색을 표하는 근무자에게 더 이상의 사정을 접어버리고 깨끗이 발길을 돌려버린다. 그리다 홧김에 우회 길 진입을 생각해볼까 했으나 이마저 후배에게 모범을 보여야했기에 포기한다.(에구구...!! 오늘은 성질 많이 죽는 날이었다.)
이 상황에서 급히 찾아낸 차선책은 석문동 진입카드, 생각을 바꾸자마자 즉시 마음 편히 정리한다.
석문동 들머리에서 산행시작 [09시 12분]
시작부터 삐거덕하는 바람에 애시당초 계획은 차질을 빗게된다.
여기서 '애시당초계획'이란 등산계획 외에 두릅산행을 일컫는 걸로 이미 박살난 것이다.
왠지? 아까 그 사람..., 동네에서 두릅을 지키는 주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렇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 이미 우리에게는 운이 떠났고 지금은 잊어버려야 할 때,
동리정까지 다시 돌아가 석문동으로 차를 몰아간다.
동네 맨 마지막 끝, 통나무집 별장 앞 공터에다 주차시킨 후 바로 산행 채비를 갖춘다.
계곡 옆 잔디 길을 들어서자 계곡길이 너무나 한가롭고 편안하다.
계곡을 건너다니면서 산길은 이어지다 약 10분만에 알미늄 표지판 하나가 눈에 띈다.
"석문동 1.0Km, 차돌배기 5.0Km(1시간 45분)" 되어있는 이정표다.
차돌배기 3Km 지점을 통과 [09시 55분]
과거 3년 전 차돌배기에서 이곳 석문동으로 내려온 경험이 있다.
그때의 기억으로 이 계곡에는 한 두 군데를 제외하고 거의 두릅이 안 보이던 걸로 기억했었는데,
오늘 이 골짝을 올라가면서 보니까 영 아닌 줄로 생각했던 곳에 제법 두릅나무가 보인다.
이미 많이 따간 뒷물이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 온 보람을 영 저버리진 않았다.
두릅 밭이 나올 때마다 모두들 흩어져 제각기 두릅체취에 열을 올린다.
물론 처음 목표한 참새골에 비해선 새발에 피다. 하지만 그래도 맛이라도 볼 수 있다는 데에 만족을 한다. 우리는 전문체취꾼이 아니기에 다만 산행에 따른 작은 즐거움이 가미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가는 걸음을 멈췄다가 또 가다가를 반복하면서 30여분 계곡을 따르면 차돌배기 3Km 지점이 나온다.
이곳을 만날 때쯤이면 이젠 두릅은 안녕하고 계곡이 갈라지는 곳 우측을 건너야한다.
'차돌배기' 삼거리 [11시 00분]
원시계곡의 자연미가 잘 간직된 아름다운 계곡, 그 물소리가 더없이 청아하고 그윽하다.
좁다란 바위사이를 오를 때 양쪽 바위벽에다 하얀 페인트로 '석문'이란 글씨를 볼 수 있다.
이곳을 지나 얼마안가면 계류는 협곡으로 빠지고 산길은 계류를 가로질러 좌측 바위 자락을 오른다.
굵은 로프 줄이 걸려있는 초입에 "차돌배기 2.3Km(1시간 10분)"란 이정표가 눈에 띈다.
가파른 돌길을 한 비탈 올라서자 허름한 묘 한기가 코앞에 떡 나타나는 작은 고스락이다.
계곡이 발아래 흐르고 주변조망이 관망되어 좋은 곳, 발길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른다.
호연지기님의 막걸리와 송송이님의 시원한 캔 맥주가 한바퀴 쭉 돌아다니는 타임이다,
무게를 줄인다나 어쩐다나...? -갈증이 싹 가시는 한잔 술을 권하니 산에서의 인정이요 우정이다.
여기서부터 차돌배기는 대략 2Km 거리, 한시간 이상 꼬박 올려쳐야 하는 가파른 능선이다.
과거에 내려올 때 엄청 가팔랐던 기억..., 이곳은 안 올라야지 했던 것이 오늘 오르고있다
10분 남짓 올랐을까? 잘 맞지 않는 표지판이 1Km 남았다고 알린다. 이런 황당한 표지판...!
산길 상태는 대간 길처럼 뚜렸하게 나있고 관목과 활엽수림이 잘 어울러진 상큼한 곳이다.
그러나 막무가내로 올려치는 경사도가 만만찮다. 눈앞에 펼쳐지는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지척이건만. 좀처럼 주 능선에 다가서지를 못한다. 이번 봉우리가 마지막이겠지 하고 오르면 그게 아니고 또 오르면 역시 아닌 그런 곳..., 대략 올림봉우리 6개인가 넘어선 후에야 차돌배기에 서게된다.
11시 정각, 차돌배기에 당도하자 홀로 서있는 이정표가 산객을 반긴다. (표지판 "태백산 10Km, 참새골입구 6Km, 석문동 6Km") 주위엔 온통 얼레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군락을 이루고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차돌배기는 백두대간 도래기재에서 태백산 화방재 중간쯤에 위치한 긴요한 지능삼거리다.
석문동으로 열려있는 탈출로가 있고 각화산으로 이어지는 태백 남동릉이 분기되는 곳이기도 하다.
표지판 앞 돌에 걸터앉아 참외하나 깎아먹을 때 오늘 처음 참가한 금수강산님이 도착한다. 곧이어 녹산님이 올라왔고 그 뒤에 아내가 숨을 몰아쉬며 올라선다. 그리고... 일행 모두가 한자리에 합류, 단체 휴식시간이다.
(11시 22분, 차돌배기 출발)
각화산을 눈앞에 두고 점심식사 [12시 40분 ~ 13시 45분]
표시판을 따라 태백산 방향으로 약 100m 가면 작은 공터에 4거리가 나온다.
직진은 봉우리 오르는 길, 좌측은 우회 길, 둘 다 대간 길이고 여기서 우측길이 각화산 가는 길이다.
사실상 앞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능선이지만 시작은 봉우리에 오르지 않고 우측사면을 계속 돌아간다.
약간 희미하다싶은 길을 쭉 따라가면 봉우리를 크게 돌아 결국 날등으로 올라붙는다.
이제부터의 산길은 여태껏 분위기와 사뭇 다른 산길이다.
낙엽 스치는 소리, 새소리, 그리고 기나긴 미지의 길을 걷는다는 새로운 기분이 마음을 다잡는다.
부드럽고 유연한 봉우리의 연속이다. 거기에다 두텁게 쌓인 낙엽길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좌측은 깊디깊은 현동천 골짝이요 우측은 석문골과 참새골이 숨어있는 첩첩산중 깊은 산골이다.
12시가 넘어가고 있을 때 산죽사이 작은 샛길하나를 만난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지계곡을 만나고 계속해서 석문동으로 내려설 수 있다.(길 상태 초반은 양호, 중간에서 약간 애매함)
벌써 때가 되었는지 대원들이 점심을 먹고 가잰다. 멋진 자리가 어디 있나 찾으며 진행한다.
20분 정도 더 진행해보지만 마땅한 자리가 안 보인다. 이러다가 각화산까지 가는 것 아닐까...?
그래! 요 앞 봉우리가 각화산 일지 모른다. 그렇담 올라가서 먹어야지...!
모처럼 넓은 자리를 포기하고 올라보니..., 에구구! 정상이 아니다. 그럼 저 앞에 있는 걸까?
저까지 다시 가봐...? 아냐, 이러다가 누구처럼 대장 목 짤/릴/라!
나도 배가 고파 안되겠다. 더 이상 자리 찾기를 포기하고 선 자리에서 대충 자리잡고 일행을 기다린다.
12시 40분, 차돌베기를 떠난 지 1시간 20분 정도거리에서 식사판을 벌린 셈이다.
즐거운 식사시간은 충분한 시간을 할애 13시 45분, 식사를 마치고 일어선다.(1시간 5분간 소요)
각화산(1176.7m) 정상엔 두 개의 헬기장이..., [14시 15분]
금방 올라설 것 같은 같았던 각화산 정상은 그로부터 꼬박 30분이나 걸려서 오르게 된다.
생각도 않은 중간 봉우리 한 두개를 우회하고 마지막 가파른 비탈길을 쳐 올린 후 정상에 닿자 묵은헬기장 하나가 반기고 거기서 약 3분 더 가야 큰 헬기장이 있는 곳이 각화산 정상이다.
과거 언젠가? 본인이 처음 올랐을 땐 앞의 묵은헬기장만 있었고 뒤쪽은 키 큰 나무숲에 아늑한 정상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나무 말목으로 만든 정상표시도 있었으며 큰 헬기장은 없었었다. 그후 몇 년 뒤, 그때 올랐을 때는 이미 새로 만들은 이 크다란 헬기장이 존재하고 있었다.
두 개의 봉이 높이가 거의 같아 정상이 헷갈리지만 큰 헬기장이 있는 곳이 원 정상이다.
묵은헬기장을 올라서자마자 우측에 산길이 잘 나있는 능선이 각화사 또는 애당리로 하산하는 길(중간에 길이 갈림)이고 정상에서 좌측으로 빼꼼이 보이는 능선 길은 간기마을 내려가는 지능선 길이다.
특히 간기마을 내려가는 지능선 길은 빽빽한 잡목과 짙은 숲길의 연속이며 날등이 너무나 순수하고 싱그러운 곳이다. 그리고 중간쯤에 만나는 두릅지대는 빽빽한 밀림을 이룬 듯 한곳이다.
왕두산(1050m) 정상의 반가운 표지목 [15시 22분]
각화산을 지나자마자 산길은 한동안 곤두박질을 한다.
울퉁불퉁한 돌 뿌리를 조심스레 딛고 내려서면 어느덧 길은 편안한 오솔길로 바뀐다.
별 변화 없는 산길,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중간 산자락에 아담한 절 집 하나가 보인다. 각화사인지 금풍암인지 알 수 없다만 그 모습이 너무 정갈하고 단정하여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다.
깊은 산 왕두산 가는 능선 길에는 또 유난히 겨우사리 기생나무가 많다.
큰 고목 높은 곳에 마치 까치집같이 붙어있는 겨우사리가 만병통치라나 어쨌다나...?
암튼 등산하다말고 이걸 재취하느라 너나 없이 정신들 없다. 나는 뭐가 좋은지 용도도 모르고 덩덜아 나무에 올라갔다가 십겁잔치를 하고 내려온다. 오를 때는 올랐는데 내려올 때 당체 아래가 보여야 해먹지...! 쩝쩝,
모두들 전리품을 한 배낭 가득히 쑤셔 박고 뒤 쳐졌던 걸음품을 파느라 열심이다.
왕두산 얼마 안 남긴 지점 우측 각화사쪽 갈라지는 지능선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 꺾어 올라야 하는 곳이나 자칫 직진하여 하산 길로 접어들기 십상인 곳이다.(요 주의의 곳)
삼거리를 지나 얼마안가 오르막이 시작되고 오르막을 다 오르면 왕두산 정상이다.
이 능선 유일하게 세워져 있는 정상 표시목이 너무 반갑다. (육각형 나무기둥)
각화산에서 왕두산까지의 산길은 대체로 쉬운 편이다.
많이 지체를 했는데도 한시간 조금 더 걸렸으니 거리에 비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지 않는 곳이다.
형제봉(833.7m) 드디어 봉우리를 찾다. [17시 04분]
왕두산에서 전원 합류하여 잠시 휴식하고 출발한다.
이곳에서부터 산길은 본인도 초행이다. 언젠가 왕두산 못 미쳐 노루목골로 내려간 이후 처음 길이다.
잠시 희미한 잡목숲길을 내려빠지더니 금방 능선이 분기되는 봉우리에 다시 올라선다.
우측과 좌측길이 있다. 우측은 석현리 마을로 빠지는 능선인 듯 하고 종주 길은 좌측길이다.
한바탕 떨어졌다 다시 완만하게 능선을 이어간다. 진달래나무가 길을 가로막은 좁은 날등 길이다.
방향을 보니 완전히 동으로 틀어간다. 이러다가 현동천으로 빠지는 것 아닌가싶을 정도로 계속 가더니 20분 가량 진행하다 올라선 봉우리, 바로 이곳에서 방향을 틀며 한차례 또 떨어지기 시작한다.
왕두산 이후 산길은 급격히 희미해지고 몇 군데 애매한 지형들은 정확한 독도를 요구하게 한다.
희미한 산길은 바위지대 능선으로 연결되더니 기어이 가파른 봉우리 하나를 넘어간다.
의외로 체력이 소모되는 곳이라 꼭대기에서 후미합류를 하여가기로 한다.
모두들 올라왔는데 호연지기님이 보이지를 않는다.
사진 찍고 오느라 조금 늦겠거니 생각했다만 엥...?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도 안 온다.
그때사 잘못되었구나하고 마구마구 불러대니 저 아래서 사람은 안 보이고 소리만 들린다.
에구! 딱한 양반, 볼일보고 오다 그만 딴 길로 들어 혼자서 20분간 알바하고 오는 길이라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호연지기님이 올라오자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거친 능선지대를 다 통과하자 마지막 굴곡지대, 여기서 인정사정 없는 급 비탈을 치닫는다.
여기를 올라서면 형제봉이겠지..., 은근히 기대하면서 힘차게 올라섰지만 아무 것도 없다. 이때시간 16시 28분, 1시간 5분쯤 왔으면 지형도 거리로 봐서는 형제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일단은 시간기록을 끊어둔다.
그러나 아무래도 족보 있는 봉우리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허술하고 그저 밋밋한 능선에 불과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형제봉은 이곳이 아니었다. 형제봉은 이곳이후 약 35분을 더 진행한 곳에서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왕두산에서 무려 1시간 40분이나 소요된 셈이다. 거의 족적이 전무한 산길은 가짜형제봉 이후에도 계속되다가 잡목과 잡풀들이 웃자란 어느 수더분한 나대지에서 우측 트래버스길과 전방 듬직한 봉우리 올라가는 길이 둘로 갈라지는 곳이 있었다.
일행들은 우측 길로 가고 난 봉우리를 올라가 보니 거기에는 아주 묵은 헬기장이 있었다.
헬기장 한쪽 모퉁이에 삼각점이 있고... 가만히 주위 지형을 살펴보니 여기가 바로 형제봉!
형제봉에서 산길은 좌측으로 계속 능선을 이어가는 길이 있고 우측 지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미답로를 가다 이렇게 지형도상 표기된 봉우리를 찾아가는 재미, 특히 형제봉을 찾았을 때의 그 짜릿한 기분은 아마 느껴보지 못하고는 잘 모를 가슴 뿌듯한 감격 그 자체였다.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쪼르르 내려서자 트래버스하였던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백운사로 가는 능선길이 이쪽 맞다니까 모두들 표정이 밝아지고 나 또한 여유가 생겨난다.
방터마을 채소밭에 내려서다. [17시 45분]
완만한 경사와 짙은 숲길이 이어지는 그윽한 산길이다.
산길흔적은 그런대로 걸을만 했고 얼마안가 좌측 저만치 큰재로 달려가는 산줄기가 보인다.
지도를 보아 이 길을 무사히 따를 경우 1시간 30분이면 백운사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약 30분 정도 걸었을 때 우측으로 내려가는 또렷한 오솔길하나가 나온다.
아마 한두골방향 골짝으로 떨어지는 길임을 단정하고. 이곳에서 곧장 직진하여 진행한다.
계속되는 외길을 따라 10여분을 더 내려오니 앞이 훤히 트이면서 능선은 끝나고 어느 채소밭이다.
엥...? 이게 뭐야! 직감적으로 중간에서 지능선을 잘못 탄 것을 느낀다.
계속 외길이었는데..., 그렇다면 잘못될 곳은 아까 골짝 가는 길이라고 생각한 그 길 밖에 없다.
이런 미답로에서 가끔 미심쩍은 길을 만날 땐 반드시 의심을 가지고 한번쯤 확인을 해봐야한다는 것,
지레예측은 금물, 오늘이 주는 교훈의 한 대목이다.
밭 대기들과 허름한 폐가, 임간 도로가 보이고 우측 편 산릉도 보이는 일련의 광경이 눈에 전개된다.
백운사에다 차를 둔 토복이님이 낯설어 보이는 주변그림에 다소 당황하는 눈치다.
과연 여기가 어디쯤일까? 밭 사이를 가로질러 종종걸음으로 마을로 내려 가본다.
주민들을 만나 현 위치를 물어봤을 때 이곳은 '방터'라는 마을이라 했다.
백운사능선을 계속 잇지 못하고 그만 소로리 방터마을로 빠진 것이다.
어쩐지 시간이 빠르다 했더니 역시나..., 10만/1 지형도 상에 있는 불투명한 등고선만 보고 한번에 능선을 잇는다는 건 쉽지는 않은 듯, 그나마 이 정도 찾아온 것으로 만족해야만했다.
백운사로 가는 방법은 아래 '흑석마을'을 지나 조금 더가면 우측 산자락에 공동묘지 형성된 길이 있고 그곳을 들어서면 산마루로 넘나다니는 옛길이 있는데 백운사 아랫마을로 내려설 수 있다는 동네 분의 조언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순간, 토복이님이 마당에 서있는 트럭운행의 아쉬움을 표한다.
"엥 트럭이라고...? 그래! 부탁드려보자" 미처 생각지 못하고 있던 주민 아저씨,
우리의 부탁에 잠시 난처해하시는 듯 하더니 이윽고 쾌히 부탁을 들어주신다.
트럭화물칸에 일행을 태운 차는 동네 길을 달려 새벽에 왔던 춘양역에 도착, 이곳에서 모두들 내리고 토복이님만 '백운사 2.5Km'안내판을 따라 차량회수의 임무를 맡는다.
이렇게 하여 오늘 걷고싶었던 태백산 한줄기 미답산행을 마치게된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