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답사기
저는 시방 영어가이드를 준비하는 백수이옵니다.
셤을 며칠 남기고 그동안 마니 갔던 경복궁을 그냥 느끼고 싶어서 5월의 마지막 날에
경복궁에 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었나 봅니다.
광화문을 지나 궁안에 들어서는 순간 평소보다 학생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문을 지나 근정전으로 향했습니다. 중국인을 안내하는 영어가이드가 보였습니다.
약간 날날이 같았지만 영어는 잘하데요.
근정전을 볼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자료를 보면서 감상을 했습니다.
영어가이드가 중국애들을 이끌고 제가 있는 근처로 왔습니다. 그 가이드는 10분도 설명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설명을 제가 들었는데 '아! 실망. 나라망신 시키는구나.' 몇 마디 할 까 하다가
가이드가 저보다 몸집도 크고 인상도 쫌 더러운 거 같기도 해서 가만 있었죠.
하지만 그건 약과였습니다. 전 중국애들이 넘 시끄럽게 얘기해서 사정전으로 옮겼습니다.
거기엔 학생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글구 쫌 지나니까 아까 그 중국애들이랑 가이드가 또 오대요.
이번에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느 중국애가 앞에 있는 안내문의 내용이 모냐니깐 가이드 왈
"I don't know this statement. It's not important to us"
뭐가어째고 어째. 아 그러나 참았습니다. 아니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가이드를 하면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다짐 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탓할 수는 없죠.
왜 이리 학생이 많은가 했더니 근처중학교에서 졸업사진을 찍으러 온 것 같았습니다.
궁궐 안에서 꽥꽥 소리지르고 뛰어다니고 선생님들은 신경도 안 쓰구....
옆에 있는 일본이랑, 다른 외국인이 저를 째려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어떤 애들은 자경전옆에 함녕각에서 다리뻗고 잠자고 여기저기에 침 뱉고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이전에 저는 외국인에게 경복궁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했는데 이런 광경을 보고나니
정말 뭐라고 얘기해야 할 지...
저는 시방 조계사에서 자원봉사 영어가이드를 합니다. 일본어도 가끔 씁니다.(일어가이드가 없을 때)
그 때마다 저는 한국사찰과 궁궐의 건축양식을 항상 설명하는데 경복궁하고 창덕궁은 꼭 가라고
얘기해 주죠. 며칠 전 경복궁에서 패션쇼를 했었죠. TV연예 프로그램에선 그걸 자랑스럽게
방송을 하대요. 높은 곳에 앉으신 분들이 문화유산을 이렇게 다루는데 그 영향을 받으며 자라는
청소년은 뭘 보고 자랄까요. 암튼 오늘은 그 동안 경복궁에서 보지 못했던 추태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어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구 안내문 내용 좀 바꿔 주세요. 가이드도 이해 못하고 거기 온 일반시민들도 안내문은 보지도
않습니다. 뭔 말인지 모르겠답니다. 제가 보기에도 가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경복궁에 대한 느낌이 사라지기전에 쓴 글이라 두서없이 쓴 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러분의 질책 기다리겠습니다.
글구 6월 3일에 제가 영어가이드 셤이 있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 드립니다.
6월1일 새벽1시 .아 졸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