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함께 나무그네를 만들다

[이상인]

<할아버지의 농사일기>

가을파종도 거의 끝이 났다.

​양파 심을 때까지 주말농장의 일도 당분간 공백이다.

​이번 주말은 손자 성규가 타고 놀 나무그네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책상에서 숫자놀음만 하는 화이트칼라가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통하여 남들이 만들어놓은 것을 살펴보고,

​공구상점에 들러 체인으로 된 그네 줄과

피스, 볼트,너트 등도 사서 농장에 가지고 왔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두었던

방부목도 꺼내서 잔디밭에 펼쳐놓았다.

​먼저 기둥이 될 삼각형 프레임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이론은 알겠는데 막상 해보려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삼각기둥의 밑변 넓이는 얼마로 해야 할지,

​그네 높이는 얼마만큼 해야 되며,

​들보는 어떻게 얹어서 고정을 해야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설계도면을 먼저 그려놓고 시작해볼까도 생각해봤는데

그것도 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실물을 보아야 감이 잡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목을 잔디밭에 펼쳐놓고

내 키를 참고하여 높이를 정하고,

​지면에 닿을 삼각 기둥 사이 간격은 150cm 정도면 될 것으로 판단해서

나무를 잘라 삼각 프레임을 만들었다.

​삼각기둥과 기둥 사이 들보는

나중에 필요하면 더 자를 셈으로

일단 2m50cm 정도로 잘라두었다.

이렇게 해서 삼각프레임을 만들어놓은 후에

그네에 매달 나무의자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엉덩이가 닿을 의자 바닥면부터 시작했다.

​각재를 잘라 사각형의 프레임을 짜고 있는데

손자 성규가 거들러 왔었다.

​할아버지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해보는 것이었다.

​망치를 두들기면 망치를 가져가 두들겨보고,

​목재를 자르기 위해 줄자를 재어보면

성규도 줄자를 재어보는 시늉을 해보며,

​매직펜으로 목재에 표기를 해두면

성규도 매직펜을 가져가 아무데나 그어놓는 것이었다.

​그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할아버지가 사용하던 공구를 성규가 가져가버려

일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망치를 사용하려면 망치를 가져가버리고,

​매직펜을 사용하기 위해 가져오라고 하면

이놈이 펜을 가지고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작업을 중단하고 손자와 협상을 벌여야한 했던 것이다.

​매직펜보다 더 재미가 있을 장난감을 제시하거나

맛있는 간식을 주고 건네받아야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업진도는 자꾸 더디게 나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손자와 함께 하는 재미로

이것을 감수하며 나무그네를 만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무의자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피스가 떨어져버렸다.

100mm 짜리 피스와 60mm짜리 피스를

한 봉지씩 사가지고 왔었는데,

60mm짜리 피스는 별로 쓸모가 많지 않았다.

​결국 100mm짜리 긴 것을 주로 사용하다보니

부족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작업을 중단하고 차를 몰아 피스를 사러가야만 했다.

​약 50분 정도 시간을 허비한 후에 

​겨우 의자 바닥의 프레임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겨우 만들어놓고 보니

의자 프레임의 바닥면이 평평하지 않고 뒤틀어져있었다.

​단순히 기하학적으로 가로세로 길이만 정확히 재어서

붙이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원인을 확인해보니

나무를 자른 면이 직각으로 되어야 하는데

아마추어가 자른 목각면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무도 오래 보관하다보니

목재 자체가 뒤틀어져있었고,

이런 작업은 바닥이 평평한 곳에서

수평을 맞춰가면서 해야 했는데

그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의자바닥으로 사용될 사각프레임을 짜는 것 하나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뒤틀린 프레임을 다시 풀어서 해체를 하고

작업공구와 목재들을 소나무 아래 데크로 옮겼다.

​데크 바닥은 평평하므로

여기에 의자프레임이 평평한지 중간에 확인하면서 프레임을 짜고,

​나무 목재도 서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수평이 되었는지 확인하면서

나머지를 붙여나가 겨우 완성을 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등받이를 만들어 붙이고

마지막으로 팔걸이 부분을 완성하면

의자는 거의 끝이 나는 것이다.

​작업 공정의 90%는 완성되는 셈이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복스알(볼트의 머리를 완전히 감싸면서 회전시키는 공구,

​일명 복스다마)이 망가져버렸다.

​피스를 박으려는데 박히지 않고 헛바퀴만 돌았다.

​하는 수 없이 다시 작업을 중단하고 

삼랑진 읍으로 차를 몰고 가서 복스알을 사가지고 와야만 했다.

​또 한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세상에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의 전문적인 직업을 모방해보는 것은 결코 간단한 것이 못 되었다.

​당초 계획으로는 친구와 둘이서 손을 맞잡고 하면

오늘 중으로 여유롭게 완성할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작업진도는 더디게 나아갔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해가 중천을 넘어갈 무렵

겨우 의자를 완성하고 이것을 들보에 다는 과정까지 왔었다.

오늘 완성품을 보기 위해서는 마지막 피치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

​소모품이 모자라지 않고, 작업공구가 망가지지 않았다면

서툰 솜씨지만 여유롭게 마칠 수 있었을 터인데

결국 해가 질 녘까지 이르게 되어버렸다.

​친구와 둘이서 열심히 구멍을 뚫어 연결고리를 고정시키고,

​들보를 삼각 기둥에 고정시켜 세워보았다.

​그런데 손으로 밀쳐보니 전체 프레임이 삐걱거리고 있었다.

​여기에 무거운 나무의자를 매달 수는 없었다.

​다시 난감해졌다.

​어디를 손을 봐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두고

친구와 의논을 한 끝에 일단 들보에 보조 들보를 붙여보기로 하였다.

이렇게 해보니 ​그런대로 안정성이 있었다.

​더 이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음 주말에 보완하기로 하고

일단 나무의자를 그네에 매달아보았다.

​나무그네의 모습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제일 먼저 성규를 불러 할아버지와 둘이 앉아보았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

​손자 성규는 무척 좋아했다.

​할아버지 얼굴에 제 얼굴을 비비며 감격스러워했던 것이다.

​그야말로 산 넘고 물을 건너 여기까지 와서

손자와 함께 그네를 타는 감격을 맛보았던 것이다.

​가슴 뿌듯하고 무언가 성취감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이것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해가 서산을 기우는 가운데 기념사진을 찍고,

​아내도, 성규도 각각 기념촬영을 해두었다. 

나무그네가 완성되었을 때쯤에

아랫집 김교수네 내외가 홍어와 돼지수육과 농주를 가져왔고,

​우리 집에서 김치를 가져와 합침으로서

홍어삼합이 되어 나무그네 상량식을 하는 것으로

오늘의 대단원의 막은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손자 성규의 농사일기>

할아버지와 나무그네를 만들다.

농장에는 감이 익어가고 있었다.
억새풀 꽃대가 올라오고,
꽈리도 빨간 주머니를 달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무를 솎았다.
솎은 무를 소쿠리에 담아 갖다 날랐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깎아주신 배를 새참으로 먹었다.

나는 주렁주렁 달린 수세미를 만져보고
물뿌리개를 장남감으로 가지고 놀았다.
할아버지께서는 나무그네를 만들고 계셨다.

할아버지를 돕기로 하였다.
할아버지를 도와 나무조각을 맞잡아주고
목재도 가지고 오라면 갖다드렸다.  

할아버지께서 줄자로 길이를 재어보시면
나도 줄자로 길이를 재어보았다.
할아버지께서 망치로 못을 박으시면
나도 망치질을 해서 못을 박았다.
할아버지께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시면
나도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었다.  

할아버지께서 나무 목재에 눈금을 그으시는 것을 보고

나도 매직펜으로 나무목재에 선을 그으며 놀았다. .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매직펜을 찾으셨다.

나는 매직펜을 뺏기지 않기 위하여 도망을 갔었다.

할아버지께서 따라와 다른 나무 조각을 주시면서

가지고 놀아라고 해서 매직펜을 드리기도 하였다.

 
할아버지께서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셨다.
나도 전기톱으로 나무를 잘라보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께서 야단을 치시며 그것은 못하게 하셨다.

마지막으로 기둥을 세워 그네를 달았다.
내가 기둥에 못을 박는 것으로 그네가 완성되었다.  
할아버지는 하루만에 완성을 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셨는데
내가 도와드려서 해가 질녘에 완성을 하실 수 있었다.

제일 먼저 할아버지와 함께 그네를 타보고
또 할머니와 그네를 타보고,혼자서도 타봤다.
일렁거리는 그네가 참 재미있었다.

다음 주말이 또 기다려진다.

[능선따라]

낙원이 따로 있나! 저곳이 바로 낙원이지.

[이상인]

도회지에 살다 주말에 농장에 오면
세상만사 걱정 다 잊고 살아갈 수 있어 좋은 것 같소.

[yoonfull]

능선따라 니 손자가 못 보도록 해라!
이것 보면 니 죽는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