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 교수 <연세의대 피부과학교실>
알레르기성-노인성 질환 급증 추세
70년 감염증, 80년 접촉성, 90년 아토피 증가
식생활 변화-인구 고령화-환경오염과 연관
피부질환은 세계적으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른 장기의 질환보다 빈도가 높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환의 발생 및 분포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고도, 기후, 동식물 등 지리적 요인과 유전, 종족, 성별, 연령, 경제적 상태 등 개인적 요인이 중요하며 그 외에도 직업, 거주지, 일반 위생 시설, 습관, 영양상태 등의 사회 경제적인 인자들이 중요하나, 특히 외부에 일차적으로 직접 노출되어 있는 피부에서 발생하는 질환은 환경적 요인에 더욱 많은 영향을 받는다.
최근 30년간 서구화와 산업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생활환경이 여러 면에서 급격히 변화되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부질환 양상도 과거와는 다르게 많은 변화를 하고 있으며, 경제사회적 수준의 향상으로 국민의 질병관이 달라지고 있어 이에 따라 예전의 피부질환뿐만 아니라 노화, 외모관리 등과 관련된 미용적인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비용의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우리나라 인구 구성이 노령화로 접어듦에 따라 노령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노인성 피부질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피부과를 찾는 환자들의 수는 크게 증가하였는데 이는 인구 증가와 경제적 수준의 향상, 피부질환에 대한 환자의 인식증가, 의료보험 실시 등의 요인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70년대에는 진균 감염증, 박테리아 감염증, 개선, 매독과 같은 전염성 질환과 접촉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두드러기 등의 피부 질환이 가장 흔한 질환이었으나,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드름, 두드러기, 접촉 피부염, 바이러스 감염, 지루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등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 반면, 동물기생충성 질환, 피부 사상균증, 세균 감염성 질환, 매독 등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접촉피부염이 증가하는 이유는 산업화에 의한 항원 및 자극성 물질의 증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두드러기의 증가는 복잡한 사회생활에서 오는 긴장감, 불안감 및 불만 등의 증가와 더불어 새로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여러 약제들의 증가와 가공 식품내의 방부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러스성 질환 중 대상 포진의 경우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이것은 경제수준의 증가 및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라 당뇨병 등의 면역 저하를 유발하는 성인병 증가, 암 발생 빈도 증가와 함께 항암제의 투여 증가에 따른 면역기능의 저하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진국에서는 감염증의 경우 진균 감염증과 세균 감염증이 차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낮은데 반해 바이러스 감염증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도 경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진균 감염증과 세균 감염증에 비해 바이러스 감염증이 차지하는 빈도가 더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개선 같은 동물기생충성 질환의 경우 1970년대에는 우리나라의 풍습상 한방에서 여러 명이 합숙을 하며 치료시에도 증상이 있는 환자만을 치료하려는 인식부족과 환자 자신의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인해 많은 빈도를 보이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치료약제의 발달과 함께 위생 상태의 향상으로 빈도가 급격히 감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90년대 들어서면서 과거에 비해 아토피 피부염, 탈모증, 과색소 침착증, 모반세포 모반의 비율이 많아지고 세균성 질환과 표재성 진균증의 비율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시대에 따른 질병양상의 변화는 의료수요에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
즉 1963년 의료보험 제정 이후 1988년 지역의료 보험적용과 1997년 국민의료보험법 제정 등의 의료보험 제도의 변화와 1970년대 253달러, 1980년대 1597달러, 1990년에 5883달러, 1995년 1만823달러, 2000년 9628달러 등의 1인당 국민 총 생산의 증가에 의해 피부 질환 치료에 대한 욕구가 다양해졌다.
이 중 아토피 피부염의 증가는 사회의 공업화,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생활 습관의 변화, 유전적 영향에 기인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도시화로 인한 대기 오염 노출 증가와 실내 생활, 적은 가족 구성원, 자동차의 증가, 애완동물 사육의 증가, 장거리 여행으로 새로운 환경에의 노출 등의 생활 습관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새로운 음식, 첨가제, 방부제, 가공식품, 유전자변형 음식 등의 서구식 식이 및 새로운 건축 자재, 아파트 등의 대규모 공동 거주 공간, 새로운 화학제품의 사용 등의 주거 환경의 변화와 난방 방식의 변화로 인한 습도 및 온도의 변화에 따라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색소 침착증과 모반 세포 모반, 탈모증 등의 미용 질환의 비율이 많은 것은 질환 자체의 증가라기보다는 경제적인 여유에 따라 사람들이 점차 미용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미용적인 치료를 위해 피부과에 내원하였기 때문에 그 유병률이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피부 악성종양은 인종 및 환경적 요인에 따라 발생빈도의 차이를 보인다.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비교적 발생빈도가 낮으며, 한국에서는 피부과 외래 환자 중 약 0.15~1.02%로 보고되었고, 병리조직학적 검사로 진단된 악성종양의 1.4~4.4%를 차지한다.
지난 수십년동안 피부의 악성 종양의 발생빈도도 빠르게 증가해 오고 있다.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92000명이 악성 흑색종으로, 275만명이 비멜라닌 세포성 피부암으로 새롭게 진단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의 전국적인 연구조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지만 현재까지 국내 각 지역이나 병원별로 여러 보고가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전체 악성종양의 약 4%가 피부 악성종양이고 순위로는 5 6위를 차지한다고 하여 서양보다는 낮으나 다른 동양권보다는 높은 발생빈도를 보이며, 최근 꾸준히 증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피부 악성종양의 발생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로는 노령인구의 증가, 피부 악성종양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인한 병원 내원의 증가, 환경 발암 요인의 증가, 생활수준의 향상과 습관의 변화에 따라 일광 및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될 기회의 증가와 환경 공해로 인한 대기의 오존층 두께의 감소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80년대 이전에는 편평 상피 세포암이 가장 흔한 피부암이었으나 80년대 이후로는 기저 세포암이 가장 흔한 피부 악성 종양으로 대두 되었다.
피부 암전구증의 경우에도 80년대 이후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Bowen병 및 Queyrat 홍색 비후증의 발생 빈도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암전구증 증가의 주된 이유는 일광 각화증의 증가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같은 광선 각화증의 증가는 노령층의 증가 및 병원 내원의 증가 그리고 일광 노출 기회의 증가에 기인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악성 흑색종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피부의 악성 종양과 암전구증의 증가의 원인으로 최근 노령인구의 증가, 환자들의 피부암에 대한 인식도 증가, 환경적 발암 요인의 증가, 생활수준의 향상과 생환 습관의 변화에 따른 자외선 노출 증가, 병리조직학적 진단 방법의 개발로 인한 악성 질환 진단율 증가, 환경오염과 오존층 변화에 따른 자외선의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되므로 자외선 노출 방지를 위한 국민적 계몽이 요구되며, 향후에도 그 빈도가 계속 증가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피부암의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관심이 더욱 요구된다.
지난 10여년간 각종 난치성 만성질환의 가장 확실한 성공적인 치료로서 각종 장기의 이식이 시도되면서 장기이식과 관련된 피부 합병증이 뚜렷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피부증상들은 면역억제제 자체에 의한 피부증상과 면역이 억제된 상태에 의해 이차적으로 생기는 피부증상으로나눌 수 있다.
면역억제제 장기 사용에 따른 부작용으로는 여드름양 발진, 안면부종, 혈관확장증, 반상출혈, 팽창선조증, 다모증, 피부위축 등이 있으며, 면역이 억제된 상태에서 세균감염, 특히 마이코박테리아와 같은 기회감염 균주의 이차감염이 증가하고 있으며, 진균감염도 여러 기회 감염균주에 의한 이차감염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림프종, 카포시육종 등 각종 종양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피부질환은 비록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그 빈도가 높으며, 국민들의 경제, 사회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에 따라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부관리 및 질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피부질환의 예방, 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해결과 함께 국가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