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권의 탈원전 정책은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한 일본 방문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그해 대선에서 낙선하면서 그 이야기를 묻히는듯했다.
그러다가 2016년 겨울 원전을 다룬 영화 ‘판도라’를 보고 2017년 대선에서 탈원전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 한 달여 만에 탈원전 정책을 발표했다. 환경보전에 편견을 가진 몇 사람이 만든 자료로 탈원전을 결정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정권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했었다. 이쯤 되면 불안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에서 방사능 피폭 사망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정권의 가짜 뉴스였던 것이다.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려면 필연적으로 원전 산업을 포기하는 일이므로 엄청난 실업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처음부터 일자리 정부를 외칠 때와는 결이 다른 것으로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두 트랙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려 했을 것이다. 하나가 해외 수출이고 다른 하나가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전 건설 수요는 상존할 것이므로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폐기해도 원전 산업은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기가 막힌 꿩 먹고 알 먹는 셈법이다.
그러나 원전 수출은 우리의 탈원전 정책과 수출이 상충된다는 점에서 국제적 신용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원전에 관한한 우리에게 등을 돌린 지 오래다. 결국 원전 수출 정책은 실패했다.
차츰 창원의 원전 관련 산업단지는 유령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가 발생하고 그 가족들은 생계가 막연해졌다. 핵심기술자들은 더러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갔지만 대부분의 실직자들은 지금 그들의 아픔을 속으로 삭이고 있는 중이다.
한편, 북한 원전 건설 지원 문제는 대북 제재의 조치가 지속되는 한 수면 위로 올리기 어려운 문제다. 이는 미국의 이해가 그 출발이다. 이 정권이 북미정상 회담을 강하게 추진했던 속뜻이 여기에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 원전 건설 문제는 그 이전 2001년 그 전례가 있다. 만성적 전력난에 시달리던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 회담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핵화 대가로 경수로 원전 건설과 에너지 지원 등을 요구했었다.
그리고 북한의 약속 파기로 사업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2001년부터 실제로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었다. 그때 건설은 플루토늄이 많이 나오는 흑연 감속형 원자로 2기를 포기하는 대신, 플로토늄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수로 2기를 지어주는 것이었다.
이 정권은 전례를 들어 미국을 설득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 생각했을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즉흥적 성격의 트럼프에게 북미정상회담이란 톱다운 방식의 문제 해결을 제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1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되었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회담에서 두 정상이 도보다리 가운데서 꽤 긴 시간 밀담을 나눈 장면이다. 밀담 가운데 원전 건설 내용이 담긴 USB가 건네졌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이루어졌었고,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믿게 된 김정은은 2019년 신년사에서 “조·수력과 풍력, 원자력 발전 능력을 조성해 나가자”며 원전 관련 메시지를 내기에 이르렀다.
최근에 산업부에서 삭제한 파일을 복원했다. 파일 중 북한 원전과 관련한 파일 17개의 생성 시기는 모두 2018년 5월 2일부터 17일 사이로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에 생성된 것이다. 산업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북미정상회담의 실패로 이러한 사실이 모두 묻히기는 했지만 달리 생각하면, 원전 건설 문제가 잘 진행이 되면 북한은 전력을 얻을 수 있고, 남한은 탈원전으로 인한 일자리 고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원전 건설은 평화 구축이라는 상징성도 매우 크다. 무엇보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 정권이 해냈다는 자부심은 국내 정치를 일순간 블랙홀로 빨아들이는 효과를 가져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구상이 이 정권의 한반도 운전자론의 원대한 틀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훌륭한 구상이 실패한 것은 그것이 이 정권의 탈원전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르다는 말이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을 혹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여전히 북미정상회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 지원 문제는 지루한 실무협의 방식보다 톱다운 방식이 금방 효과가 나타난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 정권의 미련은 북한에 대한 미안함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김정은은 기대와 달리 원전 건설이 무산된 것에 매우 기분이 상했다. 금년 신년사에서는 보기 드물게 경제정책 실패를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절대자의 위신이 추락한 것이다.
최근 김정은 남매가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이나 문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아주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는 것은 일종의 화풀이 성격이 짙다. 이를 잘 아는 이 정권은 그저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된 듯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최근 북한은 강경화 외교장관의 경질을 입에 담은 바 있다. 김정은이 보기에 외교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화풀이를 한 것일 수 있다. 결국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경질되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김정은의 심기를 달랜 것이 아닐까.
결과론적으로 탈원전으로 원전 생태계는 파괴되었으나 그 대안들은 어느 것 하나 성사된 것이 없다. 탈원전 정책의 처참한 실패다. 탈원전은 득은 완전히 사라지고 실만 남았다.
이 정권이 지난번 월성 1호기 폐기와 관련한 감사원 감사에 무척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를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몰아내고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했었다. 그 이유가 짐작이 되는 듯하다.
어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북한 원전 건설 문제를 끄집어내자 청와대며 여당에서 발끈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탈원전의 정책 실패와 사안이 갖는 폭발성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