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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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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비 고 |
고재진 |
1편 |
1. 부끄러움이 부끄러움에게 |
1 시 |
구자도 |
3편 |
1.백자 달 항아리 2. 낮달 |
2 〃 |
구자원 |
2편 |
1. 그대가 아름답다 2.그리움을 향한 묵상 |
3 〃 |
김미영 |
3편 |
1. 갓바위 가는 길 |
4 〃 |
김상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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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
김원호 |
2편 |
1. 벌거벗은 진실 2.서로의 틈새, 부드럽게 |
6 〃 |
김정아 |
2편 |
1. 동자못 . 2. 백련암 |
7 〃 |
도광의 |
2편 |
1. 까치집 |
8 〃 |
박도일 |
2편 |
1. 낙화 아래 서면 알리라. 2. 꽃 지고 |
9 〃 |
박민재 |
2편 |
1. 늘 가까이 2. 너만 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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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규 |
3편 |
1.암벽의 고사목 2.봄의 촉수 |
10 〃 |
성병일 |
2편 |
1. 세월의 초상肖像 2. 구름 페스티벌 |
11 〃 |
엄혜숙 |
3편 |
1. 도원경, 복사꽃 그늘에 기대어 2.거미 |
12 〃 |
유자근 |
2편 |
1. 애틋한 추억 2. 새벽녘의 환상 |
13 〃 |
이태석 |
2편 |
1.경산만세 2. 가을 |
14 〃 |
전명숙 |
2편 |
1.우체통의 눈물 2. 2.빨래를 널며 |
15 〃 |
전종대 |
전종대 |
1.달빛 2.전화 |
16 〃 |
천영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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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 2. 만산홍엽 |
17 〃 |
추영희 |
3편 |
1.먼 길 2.봉숭아 1 3.아무것도 아니다 <본인제작> |
18 〃 |
허정자 |
3편 |
1.가을 여인. 2. 감자 꽃 |
19 〃 |
김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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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침표를 찍으면서 2.도마질 소리 |
20 수필 |
제갈태일 |
3편 |
1.요석궁에서 2. 산, 달 그리고 소나무 3.달과 가로등 <본인제작> |
21 시조 |
김약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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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겸손은 인간미와 휴머니즘의 자기표현 2. 경산 삼성현(원효ㆍ설총ㆍ일연) 현창행사 유감 |
22 수필 |
이경희 |
2편 |
1. 강둑길을 걸으며 2.골목길 |
23 〃 |
지영구 |
2편 |
1. 과유불급. 2. 각자무치 |
24 〃 |
허남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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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 2. 무지개 |
25 시 |
이원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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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수필 |
황여정 |
2편 |
1. 별 2. 가을이 오려나 |
27 시 |
박기옥 |
1편 |
1. 호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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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원고
부끄러움이 부끄러움에게
고재진
살 한 번 섞자, 우리
동족이 동족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천형의 그물 위
오체투지 오오, 거침없이
서늘한
눈부신 광기
내 부끄러움은 더 맛있다.
내 부끄러움은 빨갛게
더 잘 익었다.
살 한 번 섞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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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도
백자 달 항아리
춘삼월 목련꽃
희다고 한들
어이해 너 보다
흴 수 있으며
梨花에 月色이
곱다고 한들
어이해 너보다
고울 수 있나
두리둥실 둥그런
그 뱃속에는
넉넉한 우리의 情
품고 있으니
바라보는 이 마음
너무나 좋아
덩실덩실 너를 안고
춤추고 싶어.
낮달
날은 훤히
밝았는데
홀로 남았네
모난 세상
야시 같은 밤
반짝이던
모든 별
가고 없는데
밤새 울던
너만 남아
세상사
지친 영혼
홀로 안았네.
..........................................................................
그대가 아름답다
모세 구자원
행복한 사람도
불행한 사람도
다 벗고 맨몸으로
불 속에 사라지고
흙 속에서 썩어 간다
아프면 울고
좋으면 웃고
가야 할 길 버리지 않고
묵묵히 가는
그대가 아름답다.
그리움을 향한 묵상
모세 구자원
아침이면
늘 다시 일어나고 싶었고
언제나 목이 칼칼하였고
꼭 한번은
당신의 탕 속으로 걸어 보고 싶어서
저녁이 되면
쓰러지는 낙조를 지켜보며
이 아름다운 세상을 노래하였지
진실로 사랑이신 당신을 그리며
오늘 밤에는
그대를 뵙게 하소서
당신 무릎을 베고 한밤 내내
소리 내어 펑펑 울고 잡습니다
그 질긴 삶의 끈 풀어 버리고
훌훌 벗은 하얀 구름이 되어
당신을 따라나서고 싶답니다
......................................................................
갓바위 가는 길
김미영
하늘 쳐다보며 뻣뻣하지 않고
땅에 엎드려 눈치 보지 않는
낮게 사는 법이 몸에 베인 초목들은
목탁 소리에 눈을 뜨고 참선에 들며
회오리 세상 혼줄 놓지 말라고
바람 불 때 마다 일어나 어깨 빌려 주는데
에둘러 가는 길섶
내 안의 그 분과 빗장을 열고
시방, 풍경 삼매에 취해본다
.................................................................................
1.벌거벗은 진실
김 원 호
어린아이 얼굴 같은 하얀 종이 위에
밤새워 써내려간, 아직도 살아
불현듯 가슴을 적셔오는 첫사랑처럼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의 진실이 담긴 모습
새어 나올까 조바심을 한다
곧 바로 신주단지라도 되듯 조심스레
집 앞 빨간 우체통으로 향한다.
편지 한 통이 빠끔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자칫 실수를 저지르기 쉬운 입술,
무정한 이메일이
서로 시기를 하며 또 기다린다.
2.서로의 틈새, 부드럽게
김 원 호
내 유년 시절 숨바꼭질 하던
이끼 낀 그 돌담
지금도 만나보는
내 마음속의 큰 스승,
반듯한 돌, 모난 돌, 큰 돌, 작은 돌, 둥근 돌....
오십여 년 세월
향기로운 시골 정취 그윽한 초등 동창회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서로 어울리며 똘똘 뭉쳐
서로의 틈새 메워준다
화합의 큰 울림 되어 어깨동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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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자못
김정아
봄 햇살이
아직도 회색 장삼을 입은
동자못을 깨우고 있었다
가슴에 꽃씨를 묻고 살던 수초들도
귀양살이 벗어나 하늘을 닦고 있고
병꽃들이 수다를 떠는 섬이 되었다.
무구한 전설을 회임한 동자못은
천의자락 휘날리는 봄바람을 타고
공후를 연주하던 비천상이 되었다가
곡우의 무정설법에 심취되고 있었다
복사꽃 꽃길을 밟아오는 무현금의 탄주에
흰 구름도 해맑은 영혼으로 여과되어
동자못에 내려와 가부좌로 앉아 있고
회화나무 베고 누운 선화리 들녘도
꼿꼿한 추사의 세한도로 일어나고
동자못이 품고 있던 마른 연꽃들도
잠이 덜 깬 동자승으로 환생하고 있었다.
2. 백련암
김정아
초록도 숨이 죽어 발효하는 유월이면
눈이 예쁜 햇살은 산을 내려와
널브러진 산그늘을 바느질하고
백련암은 화려한 꽃밭을 가꾼다.
때죽나무 꽃등은 가야산을 밝히고
물소리 머리에 이고 산길을 오르던
층층나무 꽃들도 초록 숲을 떠다니다
솔바람 데리고 와 오래된 설법을 듣는다.
상추 불뚝 김치는 텃밭에서 익어 가는데
아득한 풍경소리 큰 스님은 기척이 없고
뜰앞에 불면석은 합장하고 서 있는데
늙은 보살 소쿠리엔 새소리만 가득하다.
..........................................................................
낙화 아래 서면 알리라
박도일
눈발로 날리는 벚꽃
그 아래 서면
알리라
청춘이 진실로 길지 않음을
또 알리라
사랑의 무게가
꽃잎 한 장의 가벼움임을
알리라
사랑의 꽃잎 지고 나면
빈자리
푸른 그리움 잎새로 돋아남을
또 알리라
낙화된 사랑에 결코 낙망할 일 아님을
잎새로 돋은 푸른 그리움
날로 짙어가는 늦봄을 살아가다보면
꽃 지고
박도일
쓸쓸한 빈자리
한줄기 바람
누군가 앉았던 자리
못자국 많은
나무 의자에
잠시 머물다 사라져버리는
체온
꽃이 졌다
슬퍼 말자
꽃보다 붉은 단풍
바람에 날리는 계절
......................................................................
늘 가까이
박민재
당신은 나무입니다
당신은 꽃입니다
언제나 다가서면 반겨주는
당신은 바라만 보아도
그냥 좋은 내 사랑입니다
그리움으로 가슴 젖을 때
그대 곁에 다가서면
그냥 있어도 좋다는
당신 침묵이 좋아
늘 가까이 가까이 다가갑니다.
너만 있으면
박민재
너만 있으면
난 괜찮다
너만 있으면
온갖 유혹과
고난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참을 수 있다
너만 있으면
불 한 가운데를 걷는다 해도
불꽃이 나를 태우지 않고
너만 있으면
물 한 가운데를 지난다 해도
강물이 나를 덮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너만 있으면
괜찮다
세상 모든 것 다 잃어도
괜찮다
너만 있으면,.......
.............................................................
岩壁의 枯死 木
박 정규
무슨 죄목으로
죽어 매달린
종신형終身刑 인가
죄목!
죽어서도 낮은 곳에 기거하길 거부한
절개
천 길 낭떠러지에 좌정하신 거룩함
산새조차 범접치 못하는
無上의 경지
구름 가끔 내려와 쉬어감새
봄의 촉수
박 정규
가을걷이 끝 낸지 오랜데
살얼음 뚫고서
삐죽삐죽
푸른 날을 새우며
봄기운을 내보이는
강골 중에 강골
쭉정이의 뿌리라고
버려진 벌판
알곡의 뿌리였음을
증명 하려는 듯
얼음판 뚫고
푸른 기운으로 일어서는
벼이삭의 밑둥치
...................................................................
(1) 세월의 초상肖像
-성병일-
희끗해진 머리카락 손가락 빗질하며
복도 거울에 내 얼굴 투영해 본다
마음은 아직도
첫 교단 설레던 가슴 그대로이건만
밀려오는 파도와 석양의 흰 돛 떠올리며
숙연해진 마음 따라
하오의 시계 바늘을 본다
교실의 싱싱한 눈망울도
운동장의 함성도
모두가 예와 같은데
어느덧
황혼에 세리稅吏처럼 찾아온
세월의 초상!
(2) 구름 페스티벌
-성병일-
휘파람 미끼 달아
하늘 높이 낚시 줄 던져
온갖 구름 낚는다
멋있는 구름 포기
‘디카’에 몰래 담아
스크린에 펼치니
메리노 양털 같은
마음 착한 뭉게 구름
하얀 솜사탕 형의
솟구치는 너털 구름
버선 코 흡사한
저녁 노을 구름까지
창조의 손이 빚는
분방 예술의 페스티벌
무지개 앨범 위
카네이션 하나
...................................................................
도원경, 복사꽃 그늘에 기대어
엄 혜숙
박새 한 무리 영롱한 울음 떨구며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지금 경산 고을은 온통 꽃멀미 중이다
남매지에서 유서(由緖) 깊은 자인방면
긴 국도변은 연분홍빛 도원경이다
하늘거리는 복사꽃 그늘에 서면
고향집 햇살 뒹굴던 말간 툇마루 보인다
옹기종기 둘러앉은 김 오르는 둥근 어머니 밥상에서
세상만사 온갖 시름 잊어버리고
둔덕밭에 난만한 꽃등 바라보며
마음 아득했던 고향 길
마음보다 먼저 도착한 봄을 배달하는
바람결의 새살거림에 산란하는 저 꽃잎들
해마다 궁륭 같은 꽃터널이 지어지면
가난한 마음에도 수천가지 꽃망울이 터지고
지쳤던 정 새롭게 익어가는 계절
흐르는 물소리조차 향기가 베어 있다
별유천지(別有天地), 꽃그늘 아래
우리네 팍팍한 하루가 길게 눕는다
거미
엄 혜숙
끝없이 올라가고 싶었다
올라간들 다를 것 없는 세상 속을
흙 묻히고 살기 보다는 빠질 수 있는 하늘이 좋아
허공에 햇살로 그물막 지어 살았다
관심두지 않은 온갖 소리들이 기어 올라와
바람 흔들어 내 유리방을 슬그머니 헤집고 달아났다
그럴 때면 두고 온 어린 꽃들과
달빛 가득 고여 있던 옹달샘이
발아래서 고즈넉히 앉아 손짓하여 불렀다
나는 거꾸로 매달려 떠나 온 세상을 말없이 바라본다
뒤집어 바라보는 나무의 새살대는 잎맥은
햇살을 튕겨 연록으로 해맑게 비쳤고
시끄럽게 다투어 흐르던 강물은
투명한 목소리로 지줄대며 교향악을 연주한다
햇살 꺾기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던 세상
오를 줄만 알아 허공에 몸 기대었던 나
햇살 소곤대는 토담 틈에 유리집 하나 지었다
담 너머 지켜보던 라일락 꽃나무
제 몸 화르르 풀어 던지며 인사하고 있다
어둡던 골목이 환하다
.......................................................................................................................
애틋한 추억
유 자 근
요즈음
해질녘이면
나는 곧잘 산길을 걷는다.
그러노라면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앳된 밀어를 남긴 그 산길 위에서
아련한 추억을 캐내는 나의 모습을
산 능선 위 흰 구름 조각들이
말없이 황혼 속으로 파묻어 버린다.
이제
긴 폭염에서 벗어난
성암산*중턱의 관목 숲에는
온갖 생명체의 새로운 욕구가 솟아나는데
조용히 눈을 감고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노라면
아직도
오솔길 가 키다리 소나무에는
애틋한 그 추억이 매달려 있다.
* 성암산 : 경상북도 경산시 서쪽에 위치해 대구광역시 수성구와 경계를
이루는 산
새벽녘의 환상
유 자 근
나이가 들면
새벽잠이 없다드니
일흔을 넘긴 탓인지
새벽녘이면 꼭 잠이 깬다.
잠 깰 무렵에는 선명했던 꿈도
한참씩 요통을 추스르고 나면
어느새 꿈을 꾼 그 기억조차 희미해진다.
그런데
오늘 새벽 꿈속에서
오래 전에 먼저 간 아내를 만났다.
병중에도 나를 위해 담근 그 오가피 술을
아까워 못 마시고 지금도 남겨 놓았는데
“그 술을 왜 남겨 두나요.” 라는 성화에
“나는 괜찮아요. 당신이나 건강에 조심해요.”라고 읊조리듯 말했다.
이윽고
잠 덜 깬 눈에는
저 멀리 남천* 둔치 위로
아내의 환상이 달빛 속에 떠올라 있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젊은 날의 그 모습을 되새기는데
어느새 세월 따라 늙어버린 아내가
말없이 눈물짓는 나를 보고 있었다.
“가는 세월은 그 누구도 못 막는데......” 라고 속삭이듯이
* 남천 : 경산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해 금호강으로 합류하는 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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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만세
이 태 석
경산은 전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
산들이 하나같이 정겹고 아름다우며
만만한 논밭이며 수없는 자연 호수
세상에서 이 보다 더 좋은 곳 있으랴
경산은 삼성현의 고장이다
산 좋고 물 맑으며 인심도 태평이라
만 리 밖 사람들이 모두들 모여 들어
세계로 경산으로 잘 사는 우리 경산
경산은 교육 도시 선비의 고장이라
산 아래 고을마다 인재가 많고 많다
만대에 기리 빛날 삼성현 얼을 새겨
세상과 더불어 배려하고 살아가세
가을
이 태 석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입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면
그 긴 세월 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리운 사람
보고 싶어 바람결에 이슬을 날립니다
지난 추억은 아름답고 그리움만 남습니다
청명한 가을 하늘 햇살 밝은 날 반가운 소식 오려나?
소슬 바람이 귓전을 스치면
그대 소식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사과가 홍조처럼 익어가고
산기슭 외로이 선 감나무가 그리움을 주렁주렁 매달 때
엄마 기다리다 지쳐
처마 밑 양지쪽에 잠든 소녀의 마음입니다
하늘이 점점 높아만 가고
길가 노란 들국화가 홀로 바람에 흔들릴 때
그대와 단풍 길을 함께 걸으며
지난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이태석
․「문학세계」시 부문 등단
․ 대구광역시청소년지도자 문학대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경산지부」감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대구지역위원회」,「대구문인협회」외 회원
․ 시집: 이쯤에서(2010)/대성사 외 3권
․ 수필집: 풍경 속 불빛(2010)/대성사
현) 대구불교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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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통의 눈물 2 / 전명숙
사람의 심장을 과녁 삼아 띄우는 사연들로
내 안이 넘치던 때가 있었지요
속마음 파헤쳐 보내다
함부로 깊어지던 인연들을 서둘러 챙기지 못해
그 인연의 피돌기는 자신이 책임진다고
내게 맞수를 던진 전자우편에 빼앗겼지요
철거민의 심정으로 버티는 날들이라 바람과 잠드는 날이면
텅 빈 오장에는 한기가 차곤 했어요
이토록 궁지로 내몰려 배곯는 날이 많아질 줄은 몰랐지요
영화 속 배경의 소품으로 잠시 빛날 뿐
쓰레기통 취급하는 발길이 늘어나면서
내 몸이 자주 발끈해져요
붉은색을 고집한 것은 참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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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널며 / 전명숙
몸을 벗어나면, 내 것이 아닌 저 허물
붙들지 않으면 달아나고 싶은 것이
어찌 빨래뿐이랴
삶은 늘 상처이기에
물속 헹굼만으로는 부족해
펄럭이는 저 몸짓이 슬픔인 걸 안다
자주 가렵던 삶으로, 핏물 든 속을
면 빨래처럼 삶아서, 널고 싶을 때
몸 밖에서 바람의 설교를 들으며
아멘 아멘으로 반성하는 저 허물에
살가운 터치를 퍼붓는 햇살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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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빛
전종대
야수의 발톱
상처 없는 할큄
등 뒤에서 목 조르는 눈물
울컥, 젖은 과거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끝으로
지나갔다
창공을 텅 비우는
늑대의 울음소리 같기도 한
젖은 풀잎에 우는 대지의 북소리 같기도 한
보름달은
광활한 우주에
침묵의 은빛 잔을 홀로 들었다
전화
전종대
- 야야니가전화했나
- 아뇨
- 낮에깨터는데자꾸전화와사킬래와서받으면꺼지고받으면꺼지고그래잘지냈제
- 예옴마는요새허리가좀어떠십니꺼
- 내야괘앤찬타
- 아부지기일다되었지요그때내려갈께요
- 아니다밥한술돈배기한꼬지놓고내가지내면된다먼길오지마라곧추석아이가
- 그래도그렇지요집사람데리고내려갈께요
- 준이는잘커제
- 예
……
아~ 달이너무밝아깨알같은미리내는다어디가고추억도흐를수없는부연밤이다
전종대 : 시인, 경북 경산 출생, 경산 ․ 경북 문협 회원, 대구가톨릭문우회 회원, 대구가톨릭대학교사범대학부속 무학중학교 교사, 1996년 『시와 산문』신인상 수상. 시집 『지렁이가 밟고 간 길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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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천영애
산으로 가는 길과
바다로 가는 길과
내 몸 속의 길이 다르지 않다
산으로 바다로 가는동안
내 몸 속에도 길 하나 생겼으니
바람은 모조리 길로 들어온다
사는 일은
내 몸 속에 길 하는 내는 일이었으니
그 바람 모두 갈무리하는 일이었으니
만산홍엽
천영애
골짝마다 단풍은
저들끼리 자지러지고
살아서 슬픈 마음
꽃처럼 넘쳐나네
떠난 이는 가벼이 이승에 손 흔들고
남아서 애틋한 마음
꽃이 되네
불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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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시/디자인 추영희
우리 이렇게 그냥 가나
나즈마한 꽃 한 송이에 대해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밤벌레 소리 마음 쏠려 나가보지도 못하고
늦은 비 가을 물든 은행잎 지는 일도 바라보지 못하고
우리 이렇게 가늘게 흔들리지 못하고 가나
차가운 길 몸 삭을라 우산도 받혀주지 못하고
병들어 누운 방 소리 낮추어 불꺼주지도 못하고
물 한잔 따스히 머리맡에 놓아주지도 못하고
달디 단 아침잠 그냥 놔두지도 못하고
우리 이렇게 멀리 가나
봉숭아 1
시*추영희
그림*정창기
함부로 말할 게 못 되네
몽글몽글한 몽우리가 아름다운 꽃물이란 건
너무 쉬운 말이네
아름다움 훨씬 이전의 끓는 피
주저앉히지 못해
흠뻑 머금고 만
한낮의 마당 같은 적막
먼 유년의 담벼락 밑
숭글숭글 돋은
노스탤지어의 눈
아무것도 아니다
시*추영희
그림*정창기
봄에 오는 것들 왜
그토록 아까웠을까 아깝게
지나왔을까 강둑의 햇쑥도 그 강둑
한 그루 소사나무 아래 돌의자 하나도
그곳을 지나는 자전거 한 대도
평안한 걸 보니
꽃이 되어오는 날이 더는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이 아니어도 그리운 것들 그리움의 힘으로
한없이 봄 쪽으로 밀어오고 있다 그러니
꽃은 그대로 꽃이고
봄은 그대로 봄이고 당신은
당신일 뿐이다 다만
봄에 오는 것들 봄의 방향으로 나를
불러내는 것이다
추영희
경북 경산에서 출생하여 성장하고 거주.
영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플로랄디자인학과 졸업.
한국 기독공보 신춘문예 당선, 한국교육신문 교원문학상 당선
한국기독시인협회 회원, 신춘기독공보 동인.
하양여자중학교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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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허남진
창가 덩그러니
하늘 손 끝에 매달린
기다림의 열매
금싸라기 햇살 아래
툭
가을 하나
떨어지고 있다
그대
다시 올 수 있다면
박제로 굳어도
까치밥 되어도 좋으리
무지개
허남진
하늘 끝 그리운 나라
일곱 색실 수놓인
외딴 길 걷다보면
내 마음 머무는 그곳
연분홍 빛 물들던 봄
파릇한 언덕 지나서
남색바다 수평선 건너면
두꺼운 세월 켜켜이 입은 너
삶의 짐 내려놓은 등에
보랏빛 노을이 지면
자꾸만 뒤 돌아 보시던
내 어머니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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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인 / 수현 허정자
가을 산이 가랑잎을 내 걸고
시화전을 하기에
사색과 내가 길을 걸었다
구름이 수채화를 그려
함께 동행 시켜 주어
감성은 나의 손을 붙들고
자박자박 아기 발걸음
내 딛는 등 뒤로
갑자기 밀려온 그리움은
어깨위로 머리위로
소나가 우박 내리 듯하여
붓을 든
내손은 주루룩 눈물 그린다
감자 꽃 / 허정자
조각조각 내어
땅에 묻으시더니
어머님의 삶을 묻었을까
한 생에
슬픈 이야기를
꼭꼭 숨기듯 심어시고
밭의 둔덕을 자식 껴안듯
어루만지며
감자 속 같이 하얗게
피워낸 꽃
어머님 웃음 같은
뽀얀 가루 하얀 꽃.
하늘가득 그리움 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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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황여정
내 안에서 일어난 그리움
내 안에 둘 데 없어
어둠에 묻고자
검정 보자기에 싸서 던졌더니
검정 보자기 뚫고
가물가물 터져 나온다.
아득한 하늘 멀리
부싯돌 빛으로 되살아난다.
가을이 오려나
황여정
아침 출근길에
전화기에 눈길이 자주 가더라
저 멀리
사위어 가는 잎새를 스치는 바람
내 가슴에 내려 앉았나봐
40대의 그 쓸쓸한 표정으로
나무들이 침묵하는 아침
가슴 골 깊은 이랑사이로
한무리 단풍잎이 넘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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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를 찍으면서
김성한
내일부터는 자연인입니다.
직위도 벗어 놓고, 긴장도 벗어 놓고, 그 간의 설움도 잊고, 정(情)하나 간직한 채 홀연히 떠나겠습니다. 도시의 회색빛 골목길에서, 비좁은 전철에서, 철쭉꽃 피는 산등성이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진정으로 반가운 눈인사라도 나누었으면……. 소망해 봅니다.
경산 성암산 범골 자락에다 둥지를 틀었습니다. 새벽이면 수정사 범종(梵鐘)소리에 잠을 깨고, 베란다 너머로는 연분홍 진달래가 보이는 곳입니다. 저 멀리 지네 모양을 한 경부선 열차가 지나다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다가다 생각이 나서 전화라도 한 통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도마질 소리
김성한
동살이 잡히는 새벽녘이다.
“토닥, 토닥, 톡 톡톡”
아내의 도마질 소리가 안방까지 들려온다.
유년 시절, 전기불도 들어오지 않는 산골마을의 겨울철 새벽이면 추위에 온몸이 옹동고라진다.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이불속으로 파고들지만 방구들의 온기는 이미 사그라지고 없다. 그 시각이면 아버지는 쇠죽을 끓이러, 어머니는 아침밥을 지으러 나가신다. 마려운 오줌을 참으며 아랫목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그 때, 아련히 들려오는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
“토닥, 토닥, 톡 톡톡”
그 소리가 가슴 저리게 그리워 거실로 나와 본다. 그러나 그 곳에는 어머니가 없다. 대신 무릎 나온 바지를 입은 아내가 도마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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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은 인간미와 휴머니즘의 자기표현
김약수
사람은 한없이 부족하고 거듭 실수를 많이 하고 잘못을 계속 저지르기 때문에 겸손해야 한다. 겸손으로 자신의 부족한 데 대한 채울 수 있는 아량의 배품을 받을 수 있고, 거듭되는 실수와 계속되는 잘못을 용서받을 여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처럼 겸손은 인간미와 휴머니즘을 간직하고 나타내는 인간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죽으면 물과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 거름이 된다. 토양의 기름진 거름이 되기까지 고통스러울 정도의 악취가 난다. 악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살아생전에 향을 피우는 것이다. 이 세상에 향을 많이 피워놓아야 그 향으로 하여금 중화시켜 악취를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 김약수의 수필 「감사와 겸손의 향을 피우자」중에서
경산 삼성현(원효ㆍ설총ㆍ일연) 현창행사 유감
김약수
경산을 나타냄에 있어서 가장 명확하게 한 마디로������삼성현(원효ㆍ설총ㆍ일연)의 고향������이라고 하면 될 정도로 삼성현은 경산의 대명사이다. 경산의 여러 행사의 인사말과 축사와 격려사에서 삼성현을 빼면 이상하고 허전하리만큼 삼성현은 경산과 더불어 살고 있으며, 우리 경산의 자존심을 변함없이 지켜주고 있는 분들이다.
우리 경산의 자랑인 삼성현에 대한 현창사업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원효성사는 단오제 축제의 하나로 한 차례의 다례봉헌으로 매년 같은 행사뿐이고, 설총선생도 향사 한 번 올리고 있지만 많은 시민들은 잘 모르고 있는 실황이다. 일연선사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현창행사는 아예 없다.
삼성현이 우리 경산의 위상을 세워주고 자존심을 지켜주는 데 비해서 우리 경산의 지도자 및 시민들은 최소한의 도리(답례)를 하고 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김약수의 수필 「삼성현역사문화공원 조성과 경산의 자존심」중에서
김약수
* 경북 경산 출생, 『문예한국』신인상(수필부문)으로 등단(2001년)
* 한국문협경산지부 회장ㆍ한국예총경산지회 회장ㆍ경산시축제추진위원회 위원장ㆍ (재)동국문화재연구원 원장역임
* 제23회 예총예술문화상(2009년) 수상
* 한국문협ㆍ경북문협ㆍ경산문협 회원
* (사)2ㆍ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계간지 『횃불』편집위원장
* 경산문화지킴이회 회장
* 대구미래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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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박기옥
박경리, 임의 좌상 왼쪽에 놓인 호미가 앙증맞다.
반들반들 윤기가 흘렀다. 고개를 살짝 비틀어 놓은 듯한 맵시는 날렵하다. 선생은 이 호미로 흙을 쪼고 후비며 여생의 반려자로 삼았으리라. 송골송골 돋아나는 땀방울 속에 당신의 언어들을 구슬처럼 꿰매지 않았을까.
돌아가신 어머니도 호미를 놓을 날이 없었다. 바구니에는 생활필수품처럼 늘 담겨 있었다. 흙과는 떠날 날이 없었고, 언제나 반들거렸다. 선생이 땅을 쪼며 흘린 땀을 바탕으로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켰다면, 어머니의 호미질은 자식들을 굶기지 않으려는 일념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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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 원고 2편>
강둑길을 걸으며
이 경 희
초여름이 되자 강둑에는 강아지풀과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연초록의 강아지풀은 생김새부터 동심을 자극한다. 너무 흔해 잡초라고 구박했던 강아지풀이 어떤 화초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보다 강아지풀로 환치되는 유년기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새록새록 살아나는 옛 기억은 하찮은 풀꽃 하나에도 애틋한 정을 느끼게 만든다. 소가 좋아하는 바랭이도 무성하다. 직접 소꼴을 해본 기억은 없다. 하지만, 동네 남자 아이들이 초록의 바랭이를 꼴망태에 가득 싣고 지나가면 풀향기가 배어나왔다. 나는 바랭이를 맛있게 먹던 소의 모습에서 말할 수 없는 평화로움과 포만감을 같이 맛보았다.
골 목 길
이 경 희
골목길로 들어선다. 비좁은 미로 같은 길 양옆으로 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담장 아래 비좁은 화단에 온갖 꽃이 피어난다. 채송화, 접시꽃, 봉숭아꽃 같은 정감 어린 이름을 가진 꽃이 옛 기억을 불러온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옛 친구가 반가이 맞아줄 것 같다. 골목길을 분주하게 오가던 발자국 소리와 내 이름을 부르던 친구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나는 골목길에서 소꿉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하며 성장했다. 또, 여름날이면 이른 저녁을 먹은 동네 어른들이 손부채를 하나씩 들고 골목으로 마실을 나오곤 했다. 그 시절 골목길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던 생명의 공간이었다. 우리 집과 옆집을 가르던 최소한의 경계이면서도 이웃과 이웃이 교류하고 소통하던 공간이 골목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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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
지 영 구
사람들은 자기 체질에 맞는 행복을 가지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행복을 잡으려 한다. 남이 마련해 놓은 것만 쫓다 보면 자기 몸에 맞지 않는 것을 얻게 된다. 손쉽게 얻어진 것은 빠져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슬픔이 있은 후에야 기쁨을 만끽할 수 있고 시듦이 있어야 싱싱함이 더욱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행복이란 스스로 개척해서 어떻게 얻어야 하는 것이지 너무 쉽게 얻어서도 안 되며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게 된다. 만족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에게 과시하려는 것보다 평범한 속에서 자신을 닦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몸이 되어서도 남에게 드러내 보이기보다는, 자신의 기분대로 살아가기보다는 좀더 자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 수필 「목욕탕에서」 중에서 -
각자무치(角者無齒)
지 영 구
모든 식물, 나무나 풀에는 꽃이 있다고 한다. 일생 동안 꽃을 못 피우고 죽는 경우도 많지만. 꽃들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어 아름답다. 꽃이 좋으면 잎이 모자라고, 잎이 좋으면 꽃이 기우는 것이 보통이다. 또 꽃잎이 매우 아름다우면 향기가 모자라고, 향기가 좋으면 꽃잎의 모양이 시원찮은 것이 많다.
각자무치(角者無齒)라 하지 않은가? 우리 인간에게도 인물이 좋으면 머리가 둔하고, 머리가 둔하면 인물이 좋다. 조물주는 피조물에 완전한 아름다움을 허락하지 않는가 보다. 완전에 가까우면 교만해지기 때문일까?
- 수필 「꽃의 소묘(素描)」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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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석궁에서
제갈 태일
하늘을 받칠 기둥을 깎던 자루 없는 도끼가 호리병을 찬 담장이 덩굴을 돌며 무애의 춤을 추었지,
유려한 선율로 금난새가 날아들고 요석궁 노송가지는 하늘로 헤엄치며 팔작지붕 기와는 학이 되어 깃을 접었지, 서라벌 햇살은 솔가지에 찔려 탄성을 지르고 경주 최부자네 맛깔스런 정찬 마음에 점을 찍었어, 신라 장맛이 입안에 녹아들고 칠첩반상은 단아한 미각인데, 입추처서 하늘을 애무하던 가야금소리에 신라 낮달이 요석궁 용마루에 걸릴 때면, 요석공주는 꽃그림 백고무신 신고 원효의 장삼자락에 다소곳이 안기었어,
무애의 경지를 연 금슬이 조리개에 잡혔어.
산, 달 그리고 소나무
제갈 태일
황장산 등에 업혀 눈을 뜨는 보름달은 어둠을 삼키며 난해한 수수께끼를 풀고 있다.
백두대간을 돌아 월악月岳을 품에 안고 둥그렇게 부풀은 만삭의 몸으로 산과 달 그리고 소나무를 해산하고 있다. 산이 산을 업고 개울은 아랫도리를 숨기며 수줍게 가슴을 여는 첩첩산중, 문경 동로면 생달리는 하늘을 받히며 하늘의 소리를 엿듣는 땅,
원추리 노란 꽃잎도 젖은 입술로 주문을 왼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길을 아는 신선이 된다.
때 묻고 눈 홀기는 인간사도 둥근 달이 된다.
오미자 막걸리 몇 잔이면 작약 꽃이 된다.
달과 가로등
제갈 태일
게슴츠레한 가로등이 보름달이 탐이 나서,
노랑나비 떼들로 먼 길을 비상하고 있었어, 황홀한 나래 펄럭이며 더러는 은하수를 건너 황금의 문을 열었어, 늙은 전갈자리 별들이 쏟아지는 거리에는 상처 받은 일상들도 웅크린 노숙을 하고 보름이면 부푼 가슴이 되는 가로등은 달나라 항아가 그리워서, 속옷 바람으로 고뿔을 앓고 있는 팔공산을 불러내어 컬컬한 막걸리 나누다가 엄동설한 취기에 상기된 가로등이,
언제쯤 나도 달이 될까? 까치발로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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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도광의님은 까치집입니다 "우슬에게"는 빼세요, 그리고 도표안에 김성한님의 "그렇습니다"도 빼시고(아래원고는 뺐네요만)..추가는 박도일의 "낙화아래 서면 알리라" 와 "꽃지고" 2편 추가입니다. 사무국장님 수고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