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덥다. 속까지 시원해지고 싶다. 산산히 부서지는 폭포수처럼 속시원해지고 싶은 것이다. 여름철 한국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이 냉면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 냉면도 있다. 한국 냉면과 중국 냉면을 함께 맛보았다.
韓 _ 육수와 면, 양념 그리고 정성
냉면의 맛을 내는 것은 육수와 면이다. 거기에 하나를 더하면 양념장이다. 이 셋을 아울러 냉면의 맛을 이루는 삼합이라고 할까. 말이 삼합이지 맛의 포인트를 찾기란 참으로 어렵다. 어떤 고기를 우려낸 육수를 사용할 것인가. 또 면과 양념장은 어떤 재료를 어떤 비율로 섞어 만들 것인가.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경륜이고 손맛이다. 그러나 비율이 맞다고 맛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극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모두모두농원(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051-817-3337)에서 얼마 전 먹었던 비빔냉면의 맛이 잊히지 않았다. 비빔냉면의 면발은 아주 가늘고 부드러웠으며, 양념장의 맛은 감칠맛이었다. 얼마 전부터 물냉면도 개시를 했단다. 정삼남 대표는 "냉면 육수는 사골 닭 꿩을 우려낸 물에 잘 삭힌 동치미 국물을 적당 비율로 섞어 만든다"라고 했다. 동치미가 적당하게 삭아야 맛이 우러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음식은 예민하다. 삭일 때의 온도, 심지어 용기조차 동치미의 맛을 좌우한다." 당연히 이 집 냉면의 육수는 맛이 깊었다.
이집 물냉면의 특징은 면이 희고 쫄깃하다는 것이다. 손대근 이사는 "고구마 전분을 이용해 면이 희고 쫀득쫀득하다"고 했다. 질긴 면발을 싫어하는 이들은 '냉면의 하수'라는 말이 있다. 냉면 마니아들은 질긴 면발을 외려 즐겨, 종업원이 물어보지도 않고 면에 가위를 들이댈라치면 질색을 한다. '면발은 질겨야 제맛'이라는 게 그들의 냉면 먹는 신조다. 쫀득한 이 집 면발의 마니아들이 생기고 있단다. 식초 겨자 양념장을 적당 비율로 섞어 젖가락을 대니 삽시간에 물냉면 한 그릇이 없어졌다. 이 집 고기들도 꽤 괜찮다는 소문이다. 원주민 바베큐(돼지, 오리, 각 300g 1만3천원), 2만5천~3만5천원 하는 바베큐 보쌈, 바베큐 냉채 등이 있다. 물/비빔 냉면 5천원(고기 먹은 뒤는 4천원). 어린이대공원 올라가는 길 선경아파트 옆. 주차장이 꽤 넓다.
△사리원냉면(부산 부산진구 부전1동, 051-808-8174)은 부산에서 알아주는 냉면집이다. 실향민이 2대째 운영하고 있는 집이다. 물냉면의 면 자체가 아주 구수하고 향긋하다. "부산 최고의 면발"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는데 구수한 그 맛에서 실향민들이 고향의 맛을 그대로, 제대로 느낀단다. 면 하나로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을 정도이다. 물냉면의 면은 메밀로 만드는 정통의 방식의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메밀이 많이 들어가면 자칫 쫄깃하지 않을 수 있는데 면 삶는 시간의 노하우로 면의 쫄깃함을 조절하고 있다.
주인 아저씨가 굽는 빈대떡의 맛 또한 일미다. 빈대떡의 바싹바싹한 맛과 냉면을 곁들여 먹는 것이 제법 묘한 궁합을 빚어낸다. 오후 1시께 점차로 밀려드는 손님에 가게는 만석이었다. 빈대떡 2천원, 냉면 만둣국 콩비지 각 6천원, 만두버섯전골 콩비지전골 각 1만원, 소고기양지에 버섯 야채를 넣은 전골인 '쟁반' 2만원 등. 각종 육고기도 있다. 서면 영광도서 맞은편 골목 안에 있다.
△내호냉면(부산 남구 우암2동, 051-646-6195)도 부산에서 오래된 집이다. '내호'는 흥남의 내호라는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낮 12시 30분께, 앞쪽 식당에는 자리가 없다. 좁은 시장 골목을 사이에 둔 뒤쪽 식당에 들어가니 자리가 있다. 물냉면을 시켰다. 작은 주전자에 담아 우선 내주는 따뜻한 육수가 시원하게 넘어간다. 이 집 물냉면에는 양념장이 얹혀 나왔다. 그대로 버무려 맛보는 육수의 맛이 깊다. 이 맛이 많은 이들을 사로 잡은 것이다. 순수 국내산 1등급 한우의 사골과 뼈를 우려낸 육수란다. 이 집의 면발은 희고 쫄깃하다. 고구마 전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한 그릇을 순식간에 뚝딱 비웠다. 이집 밀면도 유명하다. 물/비빔 냉면 6천원, 밀면 4천~4천500원, 가오리무침 2만원. 주차 문의. 우암동 부산은행 옆 길 위쪽을 보면 50여m 지점 왼쪽에 간판이 보인다.
△호호면옥(부산 동래구 온천동, 051-558-4442)도 오래된 집이다. 택시 기사에게 '호호면옥'을 말하니 잘 모른다. 주인에게 물으니 "소방도로를 낸다고 집도 좀 잘려나가고 2년간 겨울에 쉬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집 물냉면 육수 맛도 꽤 괜찮았다. 물/비빔 냉면 6천원. 소방도로가 나기 전에는 꼬불꼬불한 골목을 들어가야 했지만 지금은 찾기가 쉬워졌다. 망미루 올라가는 길 근처에 동래온천우체국이 있는데 그 옆 골목을 50m쯤 들어가면 오른쪽에 있다.
이와 함께 원산면옥(051-245-2310), 함경면옥(051-556-2020), 경남 사천의 재건냉면(055-852-2132) 등도 냉면 맛으로 이름이 나 있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ilbo.com
사진=강원태 기자 wkang@
中 _ 입맛 살리는 구수한 땅콩소스
중국 냉면은 중국에는 없다. 자장면 짬뽕처럼 한국에 들어와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한국 냉면을 본떠서 중국식으로 만든 것이다. 중국 냉면은 한국 냉면과 완전히 달랐다. 부산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손대생 조리장은 "산동지방의 민속식품으로 건반면이 있는데 그걸 응용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중국 냉면의 특징은 땅콩버터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손 조리장은 "땅콩버터의 구수한 맛이 중국 냉면 맛의 핵심"이라고 했다. 냉면의 시원하고 구수한 맛으로 여름철에 곤두박질치는 입맛을 돌아오게 한다는 것이다. 땅콩버터는 땅콩소스에 면을 빡빡하게 비벼 먹는 건반면에서 왔다는 얘기가 있다. 땅콩버터는 적게 넣는 것보다 많이 넣는 게 중국 냉면의 맛을 더 독특하게 하는 것 같았다. 물론 냉면이니까 겨자도 같이 넣는다.
'도림'이 여름 특미로 낸 중국 냉면은 아주 깔끔했다. 면은 자장면처럼 하루 정도 숙성시킨 밀가루로 만드는데 그때그때 주문이 들어갈 때마다 면을 직접 만들어 낸다. 해서 면이 싱싱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 확 든다.
육수의 맛이 또한 일품이었다. 닭과 꿩, 햄, 그리고 여러가지 재료를 우려낸 비법의 육수다. 냉면의 맛은 역시 육수 맛이 좌우한다. 그런데 그 위에 얹는 고명이 예사롭지 않다. 해산물이 주종을 이뤘다. 중간 크기의 새우, 활(活) 가리비 관자, 전복, 해파리에다가 오향 장육과 오이가 끼어들어 있다. 면과 육수로 벌써 맛을 나름대로 이루는데 고명이 맛을 가일층시켰다. 아쉽게도, 고픈 배에는 한 그릇이 5분 안에 뚝딱이었다. '중국 냉면'이라는 낯선 이름이 혀의 미각 속에 또렷하게 새겨졌다.
"왜 중국에 냉면이 없느냐"고 물으니 손 소리장이 답했다. "중국 사람들은 차거나 더운 것보다는 미지근한 음식을 더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또 한국의 냉면처럼 육수를 국물 수준으로 넣어 먹는 음식은 거의 없다." 도림의 중국 냉면 1만3천원(세금 봉사료 별도) 051-810-6340~2.
해운대 중식 레스토랑 아미산(051-747-0131)의 중국 냉면은 시금치면으로 특이하다. 면이 푸른색이다. 역시 해파리 새우 등 해산물을 얹어 먹는다. 1만1천원. 이와함께 부산 동구 상해거리의 중남해(051-469-9333, 6천원) 장춘방(051-467-5820, 6천원) 홍성방(051-467-5398, 7천원) 등, 부산 중구의 신흥반점(051-242-61646, 6천원) 태영장(051-245-1386, 5천500원) 옥생관(051-245-0298, 6천원) 등이 중국 냉면을 메뉴로 내놓고 있다.
최학림 기자
Copyrights ⓒ 부산일보사.
맛집|양으로 소문난 냉면집 누가누가 더 많이 주나
사진=조선일보사진DB
맛을 떠나 양으로 감동을 주는 식당들이 있다. 미각은 몰라도 식성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는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서울과 수도권의 '무식하게' 많이 준다고 소문난 냉면집을 돌며 '포만도'(★ 5개 만점)를 측정했다. 다섯 집 모두 대량생산되는 냉면을 주문해 쓴다. '청량리할머니냉면'과 '서울쌈냉면'은 양이 적어도 가볼 만한 맛이다.
청량리할머니냉면_ 배불러 울고, 매워 울고
양도 양이지만 맵디매운 냉면으로 소문난 곳. 밤 늦은 시간에도 손님들로 가득했다. 국수 위에 벌건 고추양념(다대기)이 듬뿍 얹혀 나온다. 그냥 비비면 비빔국수, 육수를 입맛따라 더하면 물냉면이 된다. 육수 없이 먹기 힘들 만큼 독하게 맵다. 곱빼기는 삶은 달걀 반 개가 아닌 한 개가 통으로 나온다.
A 양념이 어찌나 많은지 육수를 아무리 넣어도 계속 비빔냉면이다.
B 너무 맵다. 고추양념을 반만 섞는 편이 나을 듯하다.
C 맛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 남겼다. 씨름선수도 먹다 남길 것 같다.
D 육수가 개운하다. 그냥 마셔도 맛있다.
가격=냉면 일반 3500원, 곱빼기 5000원
포만도=★★★☆
위치=지하철1호선 청량리역 2번 출구 나와서 현대코아와 국민은행 사이 횟집골목 20m 들어가 왼쪽
전화=(02)963-5362
서울쌈냉면_ 냉면 시키면 고기가 공짜
냉면을 주문하면 돼지갈비 숯불구이(80~90g)를 서비스(공짜)로 제공한다. 방학 기간임에도 대학생들로 바글바글하다.
A 냉면은 양이 적단 느낌이 없지 않지만, 고기가 함께 나오니 푸짐하게 느껴진다. 대나무를 반으로 잘라 만든 그릇에 담겨 나오니 더 맛있어 보인다.
B 면도 고기도 달착지근하다.
C 실내가 깔끔해서 좋다. 여자친구랑 다시 오고 싶다.
D 셀프로 따라 마시는 따뜻한 육수도 진하고 맛있다.
가격=물냉면·비빔냉면 4000원, 숯불고기 추가 2000원
포만도=★★★
위치=지하철4호선 숙대입구역 8번 출구 나가 왼쪽 도로 따라 걷다가 사거리 건너 직진, '캠퍼스 유통'에서 왼쪽
전화=(02)704-5788
육쌈냉면_ 신림동 고시생들의 영양을 책임진다
냉면에 고기(돼지갈비 숯불구이)가 공짜로 딸려 나오는 냉면집. 평일 저녁임에도 손님 14팀이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A 비빔냉면은 맵지만 못 참을 정도는 아니다.
B 물냉면도 괜찮다. 고기랑 같이 먹기엔 비빔냉면이 나은 듯하다.
C 비빔 먹다가 육수를 부어 먹으면 되는 것 같다.
D 고기를 비빔냉면에 얹어 먹으면 맛있다.
가격=물냉면·비빔냉면 보통 4000원·곱빼기 5000원, 사리 추가 1000원
포만도=★★★☆
위치=지하철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 나와 150m 직진, 파리바게뜨 뒤
전화=(02)876-6392
한순자할머니칼국수_ 냉면에 칼국수가 딸려 나온다
어떤 음식을 주문해도 냉면이 서비스. 냉면을 시키면 칼국수를 준다.
A 맛이 애매하다. 육수에 떠 나오는 얼음은 그냥 물을 얼린 것 같다.
B 칼국수가 더 맛있다. 칼국수-비빔냉면-물냉면 순.
C "모자라면 먹으라"며 칼국수 가득 담긴 큰 사발 하나가 더 나와 식겁했다.
D 푸짐한 걸로는 추천. 깨끗하진 않은 편이다.
가격=물냉면·비빔냉면·손칼국수·수제비 4000원, 만두(4개) 1000원
포만도=★★★★
위치=지하철4호선 회현역 5번 출구 나와 남대문시장 6번 게이트에서 바로 보임
전화=(02)777-9188
곰보냉면_ 냉면보다 나은 고기만두
70~80석 규모 식당은 평일 오후 1시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메우고 있었다. 대부분 냉면과 고기만두를 함께 주문했다.
A 면이 퍼졌다. 국수를 한꺼번에 미리 삶아놓는 것 같다.
B 비빔냉면이 시판되는 인스턴트 냉면 맛과 별 차이 없다. 양배추를 썰어 넣어 쫄면 같기도 하다. 애매하다.
C 남기는 건 양 때문이 아니라 맛이 없어서 아닐까.
D 고기만두는 괜찮은데.
가격=물냉면·비빔냉면 보통 3500원·곱빼기 5000원, 고기만두 2500원
포만도=★★★
위치=국철 의정부역 1번 출구 지하상가를 통해 11번 출구로 나와 직진 100m, 제일시장 들어서면 간판 보임
전화=(031)856-1755
[인턴기자 송금한 고려대 영문과 4년]
[장은호 연세대 법학과 4년]
[이창우 연세대 신방과 3년]
[오영빈 미국 위스콘신대 생물화학과 2년]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옮김| seorabeol_T.H.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