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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명 | 우수논문지원사업 [지원년도 신청 요강 보기 | ||
연구과제번호 | 2010-325-A00315 | ||
선정년도 | 2010 년 | ||
연구기간 | 1 년 (2010년 05월 01일 ~ 2011년 04월 30일) | ||
연구책임자 | 박지영 | ||
연구수행기관 | 성균관대학교 | ||
과제진행현황 | 종료 |
과제신청시 연구개요
연구목표
이 연구는 김수영 문학과 번역의 연관성에 대해서 규명하는 데 있다. 이러한 관심은 김수영의 「시작노트」의 ‘내 詩의 비밀은 내 번역을 보면 안다’는 의미심장한 한 구절에서 출발한다. 이를 증명하듯 과연 김수영의 시와 산문 곳곳에는 그가 독서하고 번역한 텍스트와 용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그의 산문 「反詩論」에 등장하는 ‘反詩’, 「시작 노우트」에 등장하는 ‘긴장(tension)’과 같은 용어들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김수영의 시적 사유의 본질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열쇠였지만, 그간 텍스트의 맥락 안에서는 속시원하게 풀어낼 수 없는 난해성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수영의 번역 텍스트를 보는 순간, 그 장막을 걷어낼 실마리를 얻는다.
이처럼 한 작가의 문학적 세계를 규명하는데 번역 텍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일은 한국현대문학 연구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이러한 경향은 창작 텍스트 위주로 연구를 진행하는 그간 문학연구의 관행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번역 작업이 그 작가의 문학 세계를 형성하는 데 어느 만큼 큰 영향을 끼쳤는지 텍스트를 통해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수영 연구의 특수성이 있다.
늘 동료와 후배들에게 끊임없이 공부를 권하던 그는, 열심히 독서를 하고 그 텍스트 중 번역하기 좋다고 판단되는 것은 골라서 ‘번역’을 했다. 학습과 생계를 동시에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독서와 번역을 통해서 거기서 배운 것은 창작 텍스트에 녹여내었다. 이처럼 김수영의 삶에서 구현되는 이 ‘독서-->번역-->창작’이라는 연쇄고리는 바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꾸려갔는가를 증명해 주는 것이다.
번역이 단지 중립적이고 투명한 것, 즉 한 언어를 그대로 다른 언어로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인 전환의 과정이며 또 다른 창조라도 한다면 그에게 ‘독서--> 번역--> 창작’이라는 연쇄고리는 ‘번역’이라는 기호가 본질적으로 지향해야 할 바를 완성시키는 과정이기도 했다. 김수영은 번역을 통해서 자신의 시적인 경지에 다다른 것이고, 이 과정의 전모를 풀어내는 것이 번역 연구의 과제이다.
물론 김수영의 번역에는 난점이 존재하다. 그가 단지 번역 텍스트를 창작 텍스트에 단선적으로 수용한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의 선배시인한테 사숙한 일도 없고 해외시인 중에서 특별히 영향을 받은 시인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자신의 글에서 제시한 독서, 번역텍스트와 창작 텍스트 간의 관계가 어떠한 방식으로 형성되는가, 즉 번역 텍스트가 어떠한 방식으로 굴절되어 창작 텍스트에 적용되는가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섬세한 직관과 논리가 요구되는 일이다. 그는 서구의 이론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자기화시켰는데 이는 단순한 ‘토착화’나 ‘전통으로의 포섭’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었다. 김수영의 번역 행위의 지향점은 서구화도 토착화도 아닌, 그 경계를 뛰어넘는 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김수영은 늘 동시대의 전위적인 세계와 소통하기를 희망했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시”를 쓰는 순간에는 그는 후진국 지식인이 아닌, 그냥 “시인”이었다. 그가 지향했던 ‘시 그 자체’가 영원한 ‘혁명’으로 전환되는 그 기점에는 국경도 인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인 진정한 탈식민의 경지가 아닌가한다.
이를 볼 때 김수영의 번역 연구는 단순히 그의 시를 분석하는 데 실증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해방 후 한국현대문학, 더 나아가 한국현대지성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서구의 이론을 자기화시켰는가, 단순히 수용하는 것을 넘어 주체적으로 새로운 담론을 생산해내었는가를 규명하는 데까지도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현대문학사, 지성사 연구의 하나의 중요한 목적이라면, 이 연구도 이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기대효과
1. 본 연구는 한국근대시(인)사 연구의 대상을 확장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김수영의 번역 텍스트 연구를 통해서 그의 시세계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있다. 김수영은 시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당대 최고의 번역가였다. 이를 증명하듯 그의 산문과 시 곳곳에서 번역가로서의 자의식이 드러난다. 그러므로 번역가로서의 김수영에 대한 연구는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연구대상으로 조사, 분석되지 않았던 김수영의 번역 텍스트를 실증적으로 발굴, 수집하여 본격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는 한 작가(시인)의 번역 텍스트 역시도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임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서 김수영 시 텍스트 분석은 물론 시인의 의식세계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성찰을 시행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다시 한번 한국현대시문학(시인)사 연구에 있어서 실증적인 텍스트 연구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대상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김수영은 한국현대시사의 거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김수영에 대한 연구는 그의 작품 텍스트에 대한 연구에만 한정되어 있을 뿐, 번역 텍스트를 포함, 그의 텍스트에 대한 정본화 작업, 색인 작업, 연보 작업 등 실증적인 작업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발굴되는 텍스트의 존재는 사후 40주년이 넘는 김수영 텍스트 연구의 한계를 증명해 주는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상황이 진정한 시(인) 연구에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이바지하였다고 본다.
2. 본 연구는 한국근현대(시)문학 연구에 ‘번역’ 텍스트 연구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본 연구는 김수영의 문학과 번역의 연관성에 대해서 규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는 김수영의 시세계를 규명하는 데 그의 번역문이 중요한 분석의 키워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작가의 문학적 세계를 규명하는데 번역 텍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일은 한국근대문학 연구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한국근현대문학, 나아가 한국근현대지성사 연구는 서구 중심의 ‘근대’라는 패러다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문학사, 혹은 지성사의 주체들은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을 통해서,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을 통해서 외국의 선진 이론을 받아들이고 이를 수용해가면서 한국 ‘근대’ 문학(지성사)의 발전적인 형상을 모색해 왔다. 이를 볼 때에도, 번역 텍스트는 이러한 한국근대문학지성 수용사를 연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실제적 연구대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수용사 연구는 작가간의 단순 비교 연구나 영향 관계를 연구하는 데 그치고 있어서, 실제 서구의 사상이 어떠한 방식으로 주체적으로 수용되었는가를 규명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않았다. 이는 실증적으로 번역 텍스트를 매개로 주체의 의식과의 연관관계를 규명하지 않고, 단순히 수용 주체와 대상을 비교 연구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 그러므로 향후 서구문학(지성)사 수용사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번역텍스트를 실제적인 연구 대상으로 선택해야할 것이다. 본 연구는 본격적인 번역 텍스트 연구를 통해서 이러한 단순비교 위주의 수용사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였다고 자부한다. 또한 이는 수용 주체의 의식과 수용 대상에 대한 엄밀한 실증적이고 분석적인 고찰이 수행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성과라고 본다.
3. 본 연구는 한국 번역문학(사)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관점과 실제적인 실례를 제시하였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번역(문학) 연구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그간 한국의 문학 연구 풍토가 지나치게 자국중심주의로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연구자들이 한국의 문화적 후진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데서 나온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어느 선진국의 경우도 번역을 경유하지 않고서는 문화적 교류를 할 수 없고, 이를 통해 그 발전을 도모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세계문화사와, 서구 선진국일수록 번역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매우 높은 것에서도 증명되는 것이다. 이를 본다면, 번역을 통해 한국의 근대 문학(지성)사를 논하는 문제는 본질적으로는 선진/후진, 근대/반근대의 패러다임과 연관된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이러한 문화적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본 연구는 김수영의 번역 연구를 통해서 오히려 그의 의식 세계의 위대함을 증명해 냄으로써 이러한 위계화된 의식적 질서를 극복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 결과 본 연구는 현재 연구의 쟁점인 탈식민주의적 연구에도 새로운 관점을 제기하였다고 본다.
연구요약
본 연구의 목적은 김수영 문학과 번역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있다. 이 연구의 관심은 「시작노트」의 ‘내 詩의 비밀은 내 번역을 보면 안다’는 의미심장한 한 구절에서 출발한다. 이를 증명하듯 과연 김수영의 시와 산문 곳곳에는 그가 독서하고 번역한 텍스트와 용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김수영의 시적 사유의 본질을 알아내는 데 중요한 열쇠였지만, 그간 텍스트의 맥락 안에서는 속시원하게 풀어낼 수 없는 난해성에 갇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번역’을 연구하면 그 장막을 걷어낼 실마리를 얻는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김수영의 번역과 독서 텍스트에 관한 연구이다
그에게 번역은 생계의 한 수단이기도 했으면서, 그 과정은 학습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독서와 번역을 통해서 거기서 배운 것은 창작 텍스트에 녹여내었다. 이처럼 김수영의 삶에서 구현되는 이 ‘독서-->번역-->창작’이라는 연쇄고리는 바로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삶을 꾸려갔는가를 증명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선 그에게 번역은 어떤 의미에서 창작된 산문, 시 텍스트 창작에 지식과 영감을 제공하고, 동시에 텍스트에 생성된 여백을 채워줄 서브 텍스트의 역할을 한다. 이자벨라 버드 비숍의 텍스트 번역은 그에게 「거대한 뿌리」라는 역작을 낳게 한 “흥미와 영감을 주는 대상”, 즉 ‘새로운’ 감각과 사유의 원천이었다. 이를 김수영은 “이사벨 버드 비숍 여사와 연애하고 있다”고 한 것이다. 또한 번역은 검열의 장막을 뚫고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할 수 있는 ‘탈주’의 공간이기도 했다. 스티븐 마커스의 번역과 네루다 시의 번역은 이러한 점을 증명해 준다.
번역이 단지 중립적이고 투명한 것, 즉 한 언어를 그대로 다른 언어로 ‘옮기는’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인 전환의 과정이며 또 다른 창조라도 한다면 이처럼 김수영에게 ‘독서--> 번역--> 창작’이라는 연쇄고리는 ‘번역’이라는 기호가 본질적으로 지향해야 할, 시적인 경지를 완성시키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
그 결과 김수영의 번역 행위의 지향점은 서구화도 토착화도 아닌, 그 경계를 뛰어넘는 자리에 있었다. 김수영은 늘 동시대의 전위적인 세계와 소통하기를 희망했고,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시”를 쓰는 순간에는 그는 후진국 지식인이 아닌, 그냥 “시인”이었다. 그가 지향했던 ‘시 그 자체’가 영원한 ‘혁명’으로 전환되는 그 기점에는 국경도 인종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수영의 시 텍스트를 분석하고 복잡하다 못해 영롱한 그의 의식 세계를 고찰하는 데 독서와 번역 연구는 실증적인 분석의 도구가 된다. 본고의 의미는 이러한 점을 좀 더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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