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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아빠의 준비 운동(1)
시간의 틈을 찾아라
아빠들의 불행은 여가 시간의 부족에서 시작한다.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도 어울릴 시간이 많지 않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저녁에는 일과 약속으로 귀가가 늦어지면 주중에 3, 4일은 아이 얼굴을 못 보는 경우도 있다.
아이와 놀려고 하면 일단 1차적으로는 시간과의 전쟁을 해야만 한다. 기본적인 시간을 확보해야 아이와 놀든지 아이 교육을 걱정하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로 시간을 더 낸다거나 시간의 양을 늘리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보통 있는 시간을 잘 활용하는 쪽으로 돌리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통제 아래에 있는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아빠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가변적인 요소가 많다.
사실은 시간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있는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게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의외로 많은데, 다만 이 시간을 휴식이나 아빠 자신을 위해서만 쓰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이랑 같이 있는 시간에는 가능하면 아이에게 시간을 투여하고자 노력해보자. 독서, 운동, 글쓰기 등을 하거나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보통 아이가 잠자는 시간 이후로 미룬다. 그 전에는 아이를 위해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잠자는 시간이 넘으면 아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다.
바쁜 시간 속에서 시간의 틈을 찾다보면 아빠 자신의 시간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고, 시간 안배를 위한 힘겨운 노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래도 아빠 자신만의 시간을 포기하고 노력해야 한다. 아이랑 놀기 위한 허들 게임에서 첫 번째 허들인 시간 찾기에서 실패하면 두 번째 허들은 아예 넘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첫 번째 허들을 잘 넘어서 버려진 시간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다음 허들을 넘으면서 이렇게 버려진 황폐한 시간을 기름진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이들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아빠의 준비 운동(2)
아이들만의 특별한 공간 만들기
아이와 놀기 위해서는 먼저 하드웨어(공간)를 손보는 것이 필요하다. 여력이 된다면 보다 넓고 좋은 환경의 집으로 이사를 가면 된다지만, 그럴 수 없을 때는 살고 있는 집에서 약간의 변화라도 주어야 할 것이다. 그 변화의 첫 시작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쓰는 것이다. 아이들이 한창 뛰어놀아야 할 때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과감한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공간은 최대한 넓게 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구석을 만들어 주는 것도 아주 좋은 방편이다. 구석을 만들어 줄수록 거기에 아이들의 더 많은 얘기와 놀이가 숨어든다.
모든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는 자신만의 구석이 있을 것이다. 옛날 아이들에게는 마당 구석이나 대청마루 밑이 그랬다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책상 밑이나 옷장 속 등이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다. 공간이 부족하면 온갖 소도구를 이용해서라도 구석을 만들어 줄 수 있다.
* 공간넓히기
거실의 주연은 아이들, 텔레비전은 조연으로!
대개 어느 집이나 거실 한가운데 텔레비전이 있고, 그 맞은편에 소파가 버티고 있다. 그 배치만 보면 거실의 주인은 텔레비전인 셈이다. 텔레비전이 거실 벽 중앙에 오면 자리를 많이 차지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불편하다. 텔레비전을 거실 한쪽 구석으로 몰면 공간이 의외로 넓게 느껴지고, 거실이 ‘텔레비전 보는 곳’이 아니라 ‘온 가족이 얘기하면서 노는 곳’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텔레비전이 조연으로 물러난 자리에 주연으로 들어선 사람은 당연히 아이들이다. 거실을 아이들 뛰어노는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거실 중 가장 잘 보이는 벽 한 가운데에 아이들 책꽂이를 놓고, 유아용 책상이나 간단한 장난감 상자 정도는 거실로 나올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은 간편하게 책을 빼서 소파나 유아용 책상에 앉아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들 방과 거실을 잇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아이들이 한참 자라날 때만이라도 거실의 주인을 아이들로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래된 장난감은 과감히 정리하기
아이들이 잘 가지고 놀지 않는 장난감은 1년에 한두 차례 과감하게 소탕작전을 벌이는 것이 필요하다. 소유욕을 조금만 버리면 아이가 자신이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도 쉽게 찾을 수 있고, 훨씬 쾌적하게 놀 수 있을 것이다.
* 구석 만들기
아이들은 커튼 뒤로 숨기 놀이를 하면 자지러질 정도로 좋아한다. 그런데 세 살 정도 되면 커튼 뒤로 숨기 놀이도 그다지 신비롭게 느끼지 않는다. 그러면 방안에 있는 못이나 다른 걸 곳을 이용하여 방을 가로질러 노끈으로 줄을 쳐놓고, 그 노끈 위로 얇은 이불보를 씌어놓으면 멋진 ‘공간 나누기’가 연출된다. 이불보를 들칠 때 이불보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빨래집게로 이불보를 잘 고정시켜놓아야 한다. 내가 호랑이가 되어 아이들을 쫓으면 아이들은 재빨리 이불보 뒤로 숨는다. 이불보 뒤의 공간이 이른바 위기의 순간에 숨는 아이들만의 ‘해방공간’ 인 셈이다. 또 이불보 뒤로 아이들의 집으로 변모하여 훌륭한 소꿉놀이 공간으로 바뀌기도 한다.
아이만의 수납 공간
아이만의 수납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역시 구석을 넓히는 데 조그만 일조를 한다. 아이들은 아이들 책상에 딸린 조그만 서랍이나 아이들 문구를 넣어두는 상자 등에 온갖 물건을 넣어둔다. 종종 없어진 물건이 나오는 이런 곳이야말로 아이들이 소중히 여기는 공간인 셈이다. 이런 아이들에게 아이 서랍을 만들어 주자. 재료는 큰 우유팩 8개와 굵은 끈만 있으면 된다. 큰 우유팩 4개를 붙여 앞면을 자른 후, 나머지 4개의 우유팩으로는 윗면을 잘라 앞의 붙인 우유팩 4개의 안으로 서랍처럼 여닫을 수 있게 밀어 넣는다. 그리고 앞쪽에 굵은 끈으로 고리 손잡이를 만들고 예쁜 종이로 겉을 입히면 완성된다. 간혹 이 우유팩 서랍을 열어보면 스티커, 껌 종이, 카드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이를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돈다.
아이들과 집에서 놀기(1)
거실운동회
운동회 준비는 매우 간단하다. 거실에 식탁이 있어 공간이 협소하다면 이를 잠시 치우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그 다음에는 게임에 따라 거실 중간에 매트리스 대신 두툼한 이불을 깔기만 하면 놀이 준비 완료! 그리고 조를 적당히 가른다. 각 조별로 구호를 정하면 더욱 좋다.
거실운동회를 거듭하다 보면 조금씩 아이디어가 보태진다. 매일 똑같이 노는 것이 아니라, 소도구를 바꿔가며 좀더 새로운 방식으로 놀게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질려 하지 않는다.
거실운동회는 가족이 많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우리 집은 아내가 외출했을 때도 아이들 둘과 함께 셋이서 거실운동회를 재미있게 한다. 셋이서 할 때는 편을 가르지 않는다. 그냥 셋이 모두 같은 편이 되고, 가상의 다른 편이 있다고 설정한다. 그렇게 경기할 때 주자 외의 남은 두 사람은 열심히 응원한다. 내가 “빨리! 빨리! 우리가 지겠어!” 하고 외치면, 작은애도 옆에서 괜히 신이 나 “형아, 빨리 들어와! 빨리 와!” 하고 다급하게 외친다.
마지막 주자가 들어왔을 때가 중요하다. ‘골 세레모니’를 하듯 ‘승리 세레모니’를 해서 동류의식을 고취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내가 “우리 팀, 파이팅!” 하면 다들 홍조를 띠고 흥이 나서 손을 모은다. 또 “윤하야, 하이파이브!” 하면 작은애도 앙증맞은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해온다. 보이지 않는 상대방을 이긴 승리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 떼구루루 경주_ 거실 저편에 있는 냉장고를 찍고 와서, 다음 주자에게 손으로 터치하는 경주
냉장고를 찍으러 갈 때 이불 위를 한 바퀴 굴러야 한다. 그런데 이게 이 경주의 묘미였다. 제법 순발력이 있는 일곱 살 난 큰애는 날렵하고 빠르게 굴러 항상 큰애가 속한 편이 이겼는데, 승부와는 달리 인기상은 작은애가 독차지했다. 네 살인 작은애는 구르고 나면 어디로 가야할 지 어리둥절하다가 다시 출발선으로 되돌아오지 않나, 냉장고를 때리는 폼이 너무나 야물어 앙증맞지 않나, 반환점을 돌아올 때도 이불 위에서 또 한 번 구르기를 하지 않나 하여 다른 사람들을 요절복통하게 만들었다.
이 놀이는 냉장고를 찍고만 오는 게 아니라, 냉장고 앞에 귤 바구니를 두 개 놓고 그 안에 든 귤을 가져오는 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 냉장고를 찍고 오는 경우 한 팀이 두 명이기 때문에 금방 경기가 끝나버린다. 하지만 귤 바구니를 놓고 각각의 바구니 안에 4∼8개의 귤을 담아놓으면 경기시간을 좀더 늘일 수 있고 흥미도 달라진다.
* 거북이 경주_ 떼구루루 경주처럼 반환점을 돌아서 다음 주자에게 터치하는 경주인데, 다만 기어갔다 기어와야 한다.
기는 것만큼은 서너 살 아이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아주 어린아이도 할 수 있는 놀이다. 거북이 경주라는 것이 실감나게 아이들 등뒤에 거북이 등딱지를 예쁘게 묶어주면 아이들이 더욱 좋아한다.
<거북이 등딱지 만드는 방법>
① 노끈 4개를 우물정자(#) 모양으로 묶는다.
② 우물정자 모양의 노끈 위에 쿠션을 올려놓는다.
③ 세로쪽의 노끈 2개는 쿠션이 헐겁지 않도록 튼튼하게 묶는다.
④ 가로쪽의 노끈 2개마저 묶어버리면 다시 벗길 때는 노끈을 끊어야만 한다. 따라서 가로쪽의 노끈 2개는 세로쪽의 노끈에 묶어 언제든지 벗기고 입힐 수 있도록 만든다.
⑤ 긴 노끈 2개를 준비하여 세로 노끈쪽에 매달아서 거북이 등딱지를 완성한다.
⑥ 거북이 등딱지를 아이 등에 올려놓은 후 긴 노끈 2개를 아이 가슴 앞에서 X형이 되도록 묶는다.
언제든지 노끈을 풀 수 있고, 또 쿠션 위에 다시 덧씌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아이가 원할 때는 아이들을 손쉽게 거북이로 만들어줄 수 있다.
아이들과 집에서 놀기(2)
주사위놀이
변수가 많다는 것은 놀이의 흥미를 돋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던졌을 때 어떤 숫자가 나올지 모르는 주사위놀이가 재미있는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일 것이다.
주사위를 이용해 집에서 아이들과 손쉽게 할 수 있는 놀이는 얼마든지 있다.
주사위놀이는 연령을 떠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작은애의 경우 놀이를 잘 모르더라도 주사위를 던지게 하는 것만으로 즐겁게 참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낱말카드 찾기_ 주사위에 글자를 붙여놓고, 주사위를 던졌을 때 나오는 낱글자로 시작하는 낱말카드를 찾는 주사위놀이
아이가 기껏 사다준 낱말카드에 별 흥미를 보이지 않자, 아이가 글자를 익힐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만든 놀이였다.
주사위를 직접 만들어 6면에 간단한 글자를 한 자씩 적는다. 그리고 단어가 씌어진 낱말카드를 몇 장 펼쳐놓고 글자 주사위를 던지게 한다. 그래서 ‘수’자가 나오면 ‘수박’이나 ‘수건’이 씌어진 낱말을 찾도록 한다. 주사위를 큼지막하게 만들었더니 던지는 재미도 늘었다. 흥미 있는 주사위놀이와 결합시켰더니, 아이가 좀더 글자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물론이다.
<글자 주사위 만드는 방법>
① 두꺼운 판지를 구해 정육면체 전개도를 그린다. 이때 정육면체 한쪽 길이를 5cm 정도로 큼지막하게 그리는 것이 좋다.
② ①을 오려서 테이프로 붙여 정육면체를 만든다.
③ 수, 가, 비, 배, 파 등 많이 접하는 사물의 첫 글자이면서 간단한 글자를 종이에 직접 쓰거나 컴퓨터에서 입력해 출력한 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정육면체에 붙인다.
④ 정육면체를 각기 다른 색으로 색칠한다.
⑤ 폭이 넓은 스카치 테이프로 6면을 한 번씩 감싼다.
* 더블 주사위놀이_ 숫자로 말판을 만들고, 주사위 두 개를 던져서 합한 숫자로 말판을 채워 가는 놀이
말판을 2부터 12까지 씌어진 숫자로 만든다. 이때 숫자가 씌어진 고무매트를 연결하면 말판을 쉽게 만들 수 있고(11과 12는 그냥 동물이나 알파벳 고무매트로 사용한다), 또는 도화지에 숫자를 적어 만들 수도 있다. 도화지로 만들 때는 말판을 가능한 한 크게 만들어서 거실이 꽉 차도록 늘어놓으면 더욱 재미있다. 이 말판 외에 말을 많이 준비하고, 팀을 나눈다.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주사위 두 개를 동시에 던져 그 합친 숫자에 자기 팀의 말(바둑알이나 색종이)을 갖다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3과 4가 나왔다면 7이라는 말판 위에 말을 갖다 놓는다. 그런데 그 다음에 2와 5가 나와 또 합이 7이 될 경우는 ‘꽝’이 된다. 이런 운도 작용하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다. 물론 2부터 12까지 먼저 모두 채우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더블’이 나오면 다시 한 번 던질 수 있도록 하면 더 재미있다.
아이들과 야외에서 놀기(1)
즐거운 길 만들기
아이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에 따라 이야깃거리는 다양하다. 밥 먹으면서 하는 얘기, 잠자리에 누워서 하는 얘기, 거실에서 놀면서 하는 얘기, 길을 걸으면서 하는 얘기……. 얘기마다 색깔이 각각 다르다. 그 중에서 길에서 아이와 나누는 얘기는 어딘가 모르게 진지해지고 내면의 얘기가 오고가는 느낌을 준다. 가족이 함께 나서는 길은 무채색의 길이 될 수도 있고, 예쁜 색깔로 수놓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들과 부족하게 나누는 대화, 부족한 놀이 시간을 길 위에서의 대화놀이로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좋은 의미도 있는 ‘길 위의 놀이’이지만, 정작 이 놀이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는 사실 또 있다. 아이들은 산책을 하거나 먼 길을 나설 때 안아달라거나 무동을 태워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면서 무동을 태워주거나 안아주는 것도 2∼3분이지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점차 십여 킬로그램짜리 덤벨로 변해버린다. 아이들이 무거운 덤벨로 느껴지기 시작하면 산책의 본래 목적인 오붓한 담소는 거친 숨소리에 사라져 버리고,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생길 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방법은 아이를 안고 가는 방법과 아이를 걸리는 방법만 있는 게 아니다. 즐겁고 재미있게 길을 가는 방법이 또 있다. 길 위에 아이들의 웃음을 수놓는 방법을 생각해보자!
* 그대로 멈춰라_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라는 노래의 가사를 바꿔 만든 게임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라는 노래의 원래 가사는 이렇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눈도 감지말고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움직이지 마!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이 노래는 아이들이 춤추는 동작 중에 갑작스럽게 멈추는 놀이와 결합되어 있어 재미있다. 그런데 길을 가면서 불러도 색다른 재미가 있다. 물론 이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다가’라는 부분을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바꾸어가면서 부르는 것이다.
즐겁게 길을 가다가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뛰어 가다가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되돌아오다가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한 발로 뛰다가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뒤로 가다가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달리기 경주하다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노래 부르다 그대로 멈춰라!
즐겁게 빠르게 걷다가 그대로 멈춰라!
‘춤을 추다가’ 자리에 다른 말을 넣어 노랫말을 바꾸기 시작하면 정말 무궁무진한 문장이 나온다. 아이들은 아빠가 말하는 문장대로 길을 걸으면서 동작을 취한다. 아이들은 다음에는 어떤 말이 나올까 귀를 쫑긋거리며, 아빠의 주문이 나오면 그대로 행동하면서 웃느라고 정신이 없다.
* 이상한 걸음 걷기_ 다양한 걸음걸이로 길을 걷는 놀이
아이들에게 “이것도 할 수 있어?” 하고 어려운 동작을 주문한 후 아이가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보고는 곧이어 “와, 대단한 걸!” 하고 칭찬해주면 우쭐해한다. 길을 걷다가 ‘이상한 걸음 걷기’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 다리로 뛰기, 두 발을 모아 깡충깡충 뛰기, 비행기 나는 모습으로 팔 벌리며 가기, 행진곡 풍으로 위풍당당하게 걷기, 뒤로 걸어가거나 뛰기……. 길을 걷는 방법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따라 하기 어려운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 고민하는 아빠도 재미있고, 아빠의 걸음걸이를 앙증맞게 따라 하는 아이들도 재미있는 놀이다.
놀이터 놀이
아이들과 같이 나서기에 만만한 곳이 집 근처 공원과 놀이터다. 그냥 바람이라도 쐬고 아이들을 놀이터에서 잠깐 놀게 하겠다고 가볍게 나설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빠만의 생각이다. 아이들은 아빠랑 같이 있으면 좀더 활발하게 노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빠와의 외출 후 아이들에게 아빠랑 즐겁게 놀았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면 집 밖을 나서기 전에 뭘 하고 놀까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아이들에게 “공원에 갈까?” 하는 것과 “공원에 가서 우리 숨바꼭질할까?” 하는 것은 참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별 생각 없이 문 밖을 나서면 그냥 산책만 하다가 들어오기 십상인데, 나서기 전에 잠깐이라도 고민하면 아이 의견도 들어가면서 좀더 풍부하게 아이들과의 놀이거리를 만들 수 있다.
* 신발 벗어 던지기_ 아이들에게 맨발로 놀 수 있는 자유로움을 선사하자.
아이들은 양말 벗기를 좋아한다. 놀이터에서라도 아이들이 맨발로 놀 수 있게 해보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간질거리는 것을 느끼게 해주자! 아빠도 아이들과 같이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면 아이들은 더욱더 좋아한다. 이렇게 아빠와 아이가 함께 맨발이 되어 놀이터를 걸으면 놀이터가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 친근함이 아이들을 더욱 즐겁게 할 것이다.
공원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잔디에 발이 아플 수 있으므로 공원 잔디밭에 가서는 신발만 벗고 양말은 신도록 한다. 신발로부터 해방된 느낌을 신발 벗어 던지기 놀이를 통해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 깔대기 놀이_ 생활 속 재활용품으로 아이의 모래놀이용 놀잇감을 만들어 주자.
놀이터에 갈 때 모래놀이 세트를 가지고 가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은 모래놀이 세트와 같은 플라스틱 장난감보다 숟가락, 밥그릇 하나라도 실제 물건을 갖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러므로 간혹 색다른 것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그 중 하나가 깔때기다. 페트병으로 간단하게 만들어 주면 아빠는 ‘솜씨장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페트병 바닥을 잘라내기만 하면 깔때기가 되고, 병마개에 못으로 구멍을 내어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하면 깔때기에서 떨어지는 모래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깔때기로 모래시계처럼 놀 수도 있지만, 모래로 그림 그리기를 하면서 놀면 더욱 재미있다.
아빠랑 하는 목욕놀이
아이와 아빠가 목욕을 같이 하면 친밀감을 좀더 진하게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다. 목욕 그 자체로도 즐거운데, 여기에 아이들과 같이 스킨십까지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 비누 거품 페인팅_ 아빠와 아이가 서로의 몸에 비누칠해주기
아이들은 비누를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목욕할 때만이라도 마음껏 비누를 가지고 놀게 해주자! 특히 아빠와 아이가 비누로 서로의 몸을 칠해주면 정말 기분이 좋다. 아이의 몸을 내 손으로 비누칠해 주는 것이 좋을 뿐만 아니라, 내 등에 비누칠하는 아이의 꼼지락거리는 손을 느끼는 기분도 좋다.
비누칠을 끝낸 다음에 하는 놀이가 있다. 바로 터뜨리기 놓이다. 아이와 같이 서로 껴안은 상태에서 ‘하나, 둘, 셋!’ 신호를 넣은 다음 “터뜨리기!” 하면 껴안은 팔에 힘을 주는 놀이다. 비누의 미끌미끌한 감촉 때문인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 해바라기가 무럭무럭_ 아이가 작은 식물 역할을 맡고, 아빠가 장난감용 물뿌리개로 아이에게 물을 뿌리면서 하는 놀이
욕실 장난감 중에 조그만 물뿌리개가 있다. 그것을 가지고 식물을 키우는 놀이다.
먼저 아이를 욕조 안에 웅크리게 한다. 아이가 해바라기 씨가 되고, 아빠가 아이에게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면서 말을 하면 아이는 아빠가 하는 말을 그대로 행동으로 따라 하는 놀이다.
“아, 봄이 되었네요. 해바라기 씨에 물을 주니 싹이 텄어요.”
아이는 싹이 트는 동작을 그대로 표현하고, 또 물을 주면서 “여름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네요.” 하면 점점 일어서서 무럭무럭 자라는 흉내를 낸다. 그러다가 또 물을 주면서 “아, 이제 꽃이 피려고 해요.” 하고 감탄하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그 다음에 “와, 물을 열심히 먹더니 드디어 꽃이 활짝 피었어요!” 하면 두 손으로 얼굴을 받치며 활짝 미소를 짓는다.
나팔꽃으로 하면 욕실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흉내를 내기도 하고, 장미라고 하면 가시가 돋은 흉내를 내기도 한다. 아빠가 이런 저런 꽃 이름을 댈 때, 아이가 이를 표현해내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즐겁다. 아이들은 그때그때 정말 진지하게 표현하며, 또 사물의 특징을 정확하고 간단하게 표현해내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주말 이벤트(2)
가족 휴가 격상시키기
요즘은 가족들끼리 일정을 조정해 같이 휴가를 즐기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프로그램이다. 식사와 교통편은 준비를 많이 하지만, 정작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십상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간단하고 부담 없이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소개한다.
* 종이컵 이어달리기_ 준비물 : 종이컵 2개, 나무젓가락 2개
고개를 하늘로 쳐든 상태에서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고 그 위에 종이컵을 엎어놓는다. 그리고 출발 신호가 떨어지면 열심히 달려 반환점을 돌아온다. 물론 종이컵이 떨어지면 떨어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은 기본.
이 게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다음 주자에게 종이컵을 넘길 때다. 종이컵을 넘겨받을 때 손을 쓰면 안 되고 오로지 입에 문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받아야 한다. 따라서 다음 주자가 자세를 낮춰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 많이 역전되기도 한다. 먼저 도는 팀이 승리.
* 깡통 치기_ 준비물 : 깡통 2개, 나무막대 2개
이 게임 역시 준비물은 현지 조달이 가능하다. 음료수 캔과 주변에 굴러다니는 나무막대만 있으면 준비완료. 나무막대로 깡통을 치며 반환점을 돌고 와서 다음 주자에게 넘기는 게임이다.
간단한 듯해도 의외로 재미있다. 바닥이 평탄하지 않은 곳이라면 깡통이 다른 곳으로 튀기 일쑤이고,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가 섞여 있다보니 변수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 릴레이 스피드 게임_ 준비물 : 단어나 문장이 적힌 종이 40장
보통은 미리 준비해가지만 바쁠 때는 종이와 매직펜만 가져가서 현장에서 준비한다. 일반적으로 스피드 게임은 개인 게임인데 가족 캠프에서 할 때는 단체 게임으로 진행한다. 각 팀별로 일렬로 서서 시작 신호가 울리면 앞사람이 뛰어가서 종이에 적힌 단어나 문장을 보고 몸짓으로 설명한다. 뒷사람이 그 문제를 맞추면 설명한 사람은 줄 맨 뒤로 가서 다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식으로 진행한다.
좌충우돌 아빠에게 생긴 놀이철학(1)
아빠 세계로의 초대
아빠의 물건은 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어른처럼 되고 싶은 욕구를 아빠 물건을 가지고 놀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아빠 물건은 아빠 권위의 상징이고, 그렇기에 아빠 물건을 가지고 놀면서 아이들이 그 권위를 누그러뜨리고 싶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자신에게 때론 엄하고 야단을 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식사할 때 먼저 예우를 해야만 할 것 같고, 출근할 때나 퇴근할 때 정중히 인사를 드려야 하는 그 아빠의 권위를 아이들은 느낄 것이다.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권위를 발휘하는 아빠이면서, 때로는 자신만을 위해줄 엄마마저도 빼앗는 아빠이기에, 아이들 입장에서는 간혹 그 권위에 도전해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내 옷을 가지고 놀고 싶어하거나, 내 안경을 쓰고 싶어하거나, 내 물건을 가지고 놀고 싶어할 때 단지 아빠 물건이 신기하거나 재미있어서만이 아니라 아빠 권위에 슬쩍 다가서거나 권위를 누그러뜨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내 물건을 가지고 놀고 싶어하면 나는 허락하는 편이다. 진정한 권위는 ‘힘’을 보여줌으로써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포용’을 보여줌으로써 발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허락을 맡도록 하거나, 물건을 망치지 않도록 하거나, 만졌으면 제자리에 꼭 갖다두도록 하는 등 간단한 규율만 주문할 뿐이다. 만약 아이들이 단순히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이나 아빠 물건이 신기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아빠 권위에 슬쩍 다가서고 싶은 욕구 또한 조금이라도 있어서 내 물건을 만지는 것이라면, 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허락함으로써 아이가 느끼고 있는 권위를 이런 방식으로나마 조금 해소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주 공략대상은 내 서랍에 들어있는 물건이나 안경, 가방 그리고 옷이다. 내 서랍의 물건을 정신없이 헤집어 놓으면 조금 귀찮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신기해하는 것이겠거니 하는 마음도 있고, 어른의 영역을 맛보고 싶은 마음도 있겠거니 하면서 그냥 넘어가는 편이다. 가방도 그렇다. 가방을 들고 회사 출근한다고 돌아다니는 것까지는 좋으나 가방 안에 든 물건을 마구 꺼내놓기도 한다.
반면 옷의 경우는 아이들이 망칠 이유도 없고,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도 있고, 또 나와 같이 놀 수도 있어 특히 재미있게 ‘어른의 영역’, ‘아빠의 영역’으로 초대할 수 있는 물건이다. 이 초대에 부응하여 큰애가 개발한 놀이가 ‘형사놀이’와 ‘박쥐놀이’다. 형사놀이는 내 잠바를 입고서 형사 흉내를 내는 놀이며, 박쥐놀이는 내 바지를 날개처럼 뒤집어쓰고 박쥐 흉내를 내며 노는 놀이인데, 아이들이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아이들이 아빠 물건을 가지고 마구 노는 것을 볼 때 나는 내 나름대로 마음먹는 게 하나 있다.
‘그래, 얘들아. 마음껏 아빠 물건을 짓이겨도 좋다. 너희들이 커가면서 점차 아빠의 권위 속에 가려진 아빠의 허상을 보기도 하고, 아빠의 잘못을 보기도 하면서 거목처럼 보이던 아빠가 작게 느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빠에 대한 불만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 불만을 아빠 영역에 침범함으로써 드러낼 수도 있고, 정면으로 치고 들면서 나타낼 수도 있고, 우회하면서 나타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 어떤 방식으로든 표출하거라. 받아들이도록, 포용하도록 노력해보마. 그래, 얘들아. 마음껏 아빠 옷과 물건을 가지고 놀아라. 때로는 그 물건을 짓이기거라. 그러면서 무럭무럭 자라거라.’
좌충우돌 아빠에게 생긴 놀이철학(2)
나만의 놀이철학 10가지
1. 30분 동안 격렬하게 놀아준다
모든 일에는 고저장단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과 노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귤이 열 번 구르는 것보다 수박이 한 번 구르는 것이 낫다고, 은근한 미소 열 번 짓는 것보다 모든 안면 근육이 요동치도록 쾌활하게 한 번 웃는 것이 나을 것이다. 내 나름대로 ‘30분 격렬하게 놀기’를 실천하고자 함은 사실 오랫동안 격렬하게 노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격렬하게 노는 것은 여느 운동만큼이나 많은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30분 동안 열심히 놀되, 그 다음에는 내 스스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기도 하다.
2. 일주일에 하룻저녁이라도 아이와 꼭 함께 보낸다
우리 아이들은 9시면 잠자리에 든다. 만약 평균 귀가시간이 10시이고 규칙적으로 생활한다면 주중에 저녁시간에는 단 하루도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업무량을 요령껏 계획적으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주중 하루라도 아이들과 1시간 정도는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3. 아이 돌보기의 한계에 도전한다
‘임계치’라는 말이 있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간이 되는 사물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을 하더라도 어느 임계치를 넘어 근육에 자극을 줘야 운동이 되는 것이고, 공부도 어느 일정 시간이 지나 비로소 집중력이 발휘될 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에는 운동도 공부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임계치에 도달해보지 않으면 아내가 아이 돌보는 것이 힘들다고 말할 때 아내를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남편도 아이 돌보는 어려움을 느낄 때까지 도달해봐야만 한다.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임계치는 만 하루 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이다. 반나절 정도로는 잘 못느낀다. 하루 정도 돌보면 저녁 때쯤 해서 드디어 한계에 도달하곤 한다. 이러한 한계에 도달해봐야 아이를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아이랑 노는 것이 낭만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아빠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봐야 하는 것이다.
4. 아빠 스스로 놀이를 재미있게 즐긴다
아이랑 잘 노는 사람보다는 아이랑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또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 사람보다 이를 즐기는 사람이 훨씬 아이랑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가 잘 놀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식이 아니라 아이랑 함께 즐겁게 놀아야 한다. 아이랑 놀 때 미소짓는 것이 아니라 아이만큼 쾌활하게 웃어젖힐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의외로 쉽게 놀이에 빠져들 수 있고, 자연스레 너무나 즐거워진다. 아이를 이끌 생각을 하지 말고 아이와 그저 함께 어울려 논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상황에 따라 더 재밌게 놀 수 있는 방법이 쉽게 떠오르고, 이를 아이들에게 제안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다.
5. 하나의 물건으로 세 가지 놀이를!
한 가지 사물을 접했을 때 그것을 가지고 아이랑 놀 수 있는 방법으로 잘하면 세 가지 정도는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압박붕대가 있으면 환자놀이를 하거나, 감겨진 붕대 한쪽 끝을 잡고 멋지게 던지는 놀이나, 붕대로 동물이나 물건 모양 그리기 놀이 등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한 가지 놀이로 시작하지만 놀다가 ‘또 다르게 노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게 되면 다른 놀이방법을 또 생각해낼 수 있다.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놀이를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뿐이다.
6. EQ를 발달시키는 놀이? NO! 난 그저 놀이가 좋다
감성지수(EQ), 도덕지수(MQ), 사회성지수(SQ) 등을 높인다는 놀이정보가 난무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과 노는 데 있어 복잡한 이론과 지능발달보다는 활짝 웃는 아이들 웃음 하나를 더 값지게 느끼고 싶다. 시중에도 놀면서 숫자나 글자를 익히는 방법 등 다양한 놀이방법을 소개한 책이나 놀이 교구가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시하는 방법대로 논다면 결코 안면근육이 활짝 펴질 수 있도록 놀 수가 없다. 이끌고 지도하는 개념이 들어가면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없고, 그렇기에 활발하게 놀 수도 없다.
지능발달을 도와주는 놀이방법 등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능발달을 돕는 놀이와 쾌활하게 웃을 수 있는 놀이가 병행되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아빠들은 아이들과 같이 쾌활하게 놀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7. 내 아이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
미술관에 아이를 데리고 간 선생님이 무릎을 꿇어 아이 눈높이에서 그림을 바라다본다.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아이 눈높이에 맞추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것은 ‘눈높이 철학’이 단지 자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릎을 굽히기 이전에는 아이와 내가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아이가 그림을 그릴 때 아빠를 빨간색으로 그리기 시작한다면 아빠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 그림을 종이 한구석에 그리면 아이가 소심한 경향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 아이는 그림 하나를 통해서도 이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읽지 못하면 어떻게 ‘눈높이’가 되겠는가. 아이를 알기 위해서 책도 많이 읽어야 할 것이다.
8. 내가 초보아빠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육아만큼 복합적이고 어려운 것이 없다. 아이를 낳을 때는 할머니만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부모가 부모소양강좌를 들어야만 할 것이다. 육아에 관한 한 모두 초보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들 나름의 원칙이 있고 나름의 철학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특히 아빠들이 그렇다. 자신이 30여 년 살아온 인생관에 비추어 아이들 육아 철학을 쉽게 고정시켜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육아 철학이 완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을 가르치려고만 든다. 아이로부터 배워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육아에 있어 자신이 초보자라는 자각을 하게 되면 아이와 접하면서 배워나갈 수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생경험에 의한 원칙이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것들이고, 그렇기에 자신은 아이 육아에 있어 초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끊임없이 배우면서 많은 것을 느껴갈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아이를 야단쳤을 경우 자신이 틀린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해보자.
9. 아내에게 달콤한 휴가를!
아빠가 아이와 즐겁게 놀아준다고 할 때 그게 아이들 전체 생활에서 얼마나 차지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또 보아야 할 게 있다는 것이다.
아이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빠보다도 엄마다. 그렇기에 쉽게 지치는 쪽 역시 엄마다. 내가 아는 어떤 여자 후배는 남편이 육아에 많이 참여하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한다. 그 이전에 그저 지친 자신을 위로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쩌면 육아에 있어서 남편이 하는 가장 큰 일은 지친 아내를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일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내가 남편을 통해서라도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는 것은 아내의 지친 심신을 달래는 역할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하루에 그 시간만이라도 아내가 육아로부터 조금 느긋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자유로운 시간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한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하루 종일 내가 아이들을 돌봄으로써 아내가 친구를 만나거나 영화를 보면서 모처럼 여가를 즐거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10. 가족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요즈음 “아빠들이 가정으로 돌아오고 있다”라는 뉴스들이 많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가정으로 돌아오되 제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돌아오기 전보다 더 문제일 수 있다. 아빠 권위의 하락, 무력함 등이 가족 구성원들에게 비춰질 수 있는 것이다.
아빠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을 찾아야 하는데 육아에서든 집안일에서든 예전에 참여하지 않았을 경우 자신의 영역을 찾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족문화 만들기’는 아빠들이 고민하기 좋은 주제다. 가족문화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갈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만들어 가면 될 것이다.
가장 주요하게는 ‘주말문화’가 있다. 왜냐하면 온 가족이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때가 주말이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간단하게나마 만들어 가면 좋을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뒷산 산책이나 등산을 하든, 온 가족이 함께 매주 한 번 정도 자전거를 같이 타든, 배드민턴을 같이 치든 말이다. 간단한 것 한 가지라도 연륜이 쌓여 가면 그게 큰 물줄기가 되어 가족문화로 정착될 뿐만 아니라, 가족간의 훌륭한 의사소통 구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얘들아~ 아빠랑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