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지 우리의 일상 언어에는 '쩐다'가 아주 친숙히 자리잡고 있다. 10~20대의 젊은 층에서 주로 여성들보다는 남성들이 많이 쓰고 있다. 보통, 정도가 대단하다는 의미로 통한다.
예1) 이번에 나온 영화, 반전 쩐다(=상상을 초월한다).
예2) 쟤가 정말 쩌는(=대단한) 놈이야.
예3) 오늘 쩔게(=아주) 추우니 옷 잘 입고 다녀.
사전에서는 '쩔다'를 '절다'의 잘못으로 풀이하며, '절다'를 찾아봐도 아무래도 이들과 의미가 연결이 안 된다. 다리를 절고, 소금에 절고. 그래서 이 '쩐다'가 어떻게 들어와서 어떻게 지금과 같은 의미가 됐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조심스럽게 내 가설을 얘기하자면 '쩐다'의 어원은 중국어로 생각된다. 영어나 일어도 아니고 중국어에서 유래한 은어라고 하면 아마 십중팔구는 "읭? 뭥미?" 할 것이다. 하지만 쥐꼬리만 한 근거라도 있긴 있다. '쩐다'가 50년대 인천 지역에서 생겨났다고 듣고 중국어 어원 설을 생각해 본 것이다. '쩐다'와 관련해서 중국어의 한 단어가 내 좌뇌를 건드리고 있었는데, 발생 지역도 인천이라니. 인천은 중국과 가까운 항구이기도 하고 차이나 타운도 있어 중국인들과 접촉이 많은 지역 아닌가.
중국어에 '真的'라는 말이 있다. 바로 그 문제의 단어. '진짜', '정말'이라는 뜻이며 '쩐더(zhēnde)'라고 읽는다. 명사이기도 하고 부사이기도 한데 한국어의 '쩔다'는 '真的'의 부사적 의미에서 파생된 듯하다.
예1) 真的吗? (진짜냐?)
예2) 真的好! (정말 좋아요!)
'真的'가 '쩐다'로 변하여 마치 동사의 활용형과 같이 된 것이 지금에 이른다. 부사어가 서술어로 변한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그런 단어가 없었던 만큼, 기본형도 없이 활용형만 먼저 만들어진 이상한 모양새가 됐다. '쩐다'를 여러 상황에 맞춰 써야 하는 필요에 따라 '쩐다'로부터 '쩔어', '쩔게', '쩌네', '쩝니다'와 같은 활용형들이 유추된다.
현재형이 '쩐다'가 되는 동사는 '*쩌다'와 '*쩔다'가 있다. 우리는 '쩔다'를 택했다. '쩔어요'라고 하지, '*쩌요'라고 안 하듯이. 그러면 왜 ㄹ불규칙 활용을 하는 후자 쪽으로 굳은 것일까. 그건 말 그대로 친숙함의 문제인 듯하다.
/Cəda/ 서다 (1개)
/Cəlda/ 걸다 널다 덜다 떨다 멀다 벌다 설다 썰다 얼다 절다 털다 헐다 (12개) (C는 Consonant, 자음을 나타낸다.)
한국어에선 후자의 유형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하여 '쩐다'의 기본형도, 어떤 게 더 낫냐고 고민할 겨를도 없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듯 '쩔다'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쩌는 아이템을 들고 쩔게 사냥하며 컨트롤도 쩔어준다.
첫댓글 줄리아님이 말한 '쩐다'가 궁금해 좀 뒤졌습니다. 퍼온 글... 도표를 보면 10대 남자 중학생이 많이 쓰는 말, '쩐다'. 알 것 같아요. 줄리아님의 파릇한 생활반경을...! '쩐다'를 머릿속 수집주머니에 넣습니다.
제가 시인들 카페회원인데, 그분들은 댓글에 신조어 인터넷언어 그런거 전혀 안써요. 그래서 저도 배워야지..하고 자제했었는데, 왜 순수한 우리말로는 느낌이 덜한지 모르겠어요. 눈만뜨면 듣는 소리들...아아...저도 조심해야할텐데..회원님들부디 용서하시길~!
-헐
막내에게 들었어요.
제가 아는 소장수녀님은 허걱- 이라고 문자에 씁니다.
덕분에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요샛말의 하나로 치죠 뭐. 언어는 항상 변하고, 단순화하는 성격을 지녔다니까요.
외국에 계시는 노을님은 더 생소하시겠죠?
요즘에는 '차도남'과 '초식남'이라는 말도 많이 쓰더군요.
처음엔 질색하고 싫어했는데 많이 듣다보니 이젠 아예 거부감도 없어요.
아무렇지 않게 길들여짐이 더 문제다 싶었다가도 제가 더 많이 쓰는걸요.ㅠㅠ
-차도남은 ‘차가운 도시 남자’라는 뜻이다.
-성격이 온순하고 착한 남자, 감수성이 풍부하고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의 남자를 초식남이라고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