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골마을 체험 (첫날) - 향기에 묻어가기

[막싸도라]

아침 일찍부터 부랴부랴 챙겨서 집을 나섰다

이번 여행지는 전남 보성 오봉리 전통민속마을인 강골마을이다

  소박한 농촌마을을 직접 체험해보고 바로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된, 올해로 3회째를 맞는 '두 그루 철쭉제'에 동참하게 되었다

떠나기 전 어떤 곳인지 궁금해 사이트 여기저기 뒤져서 봤더니 가본 적 없는 이 마을에 점점 마음이 이끌렸다

보성에는 여러번 가봤었지만 전혀 몰랐던 곳, 워낙 전통마을을 좋아하는 터 기대와 호기심을 갖고 차에 올랐다

이틀 동안 함께 지낼 분들 40명이 넘는데 모두 초면이어서 서먹하고 어색할 것 같았지만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과 목적지와 취지가 같다는 것만으로도 그 어색함은 어느새 친숙함으로 변해갔다

가는 동안 서로 인사를 나누며 얼굴 익히고 창밖으로 펼쳐진 봄 바라보면서 5시간이 조금 넘어서야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한적한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보물 같은 마을 전경이 펼쳐지는데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야에 들어오는 커다란 벚나무와

하늘 높이 치솟은 대나무 이것만 보더라도 이 마을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짐작돤다

마을로 들어가다가 돌아서서 우리 일행들 걸어오는 풍경을 담았다 

오봉산이 품고 있는 강골마을은 2005년도에 정보화마을로 선정되었으며,

옛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마을이다

처음에는 강동(동은 양반집을 일컸는 말)이라 하였다가 죽송이 울창하고 바닷물이 들어와

백로가 서식한다하여 강골이라 부른다

이 마을은 광주 이 씨 집성촌으로 수십 가구 중 현재 25~6가구만이 맥을 이어가고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지만 영화 '혈의누', '태백산맥', '서편제'가 촬영된 곳이기도하다 

마을 가옥들은 거의 100년이 넘으며, 군데군데 마치 수문장처럼 마을을 지키고 있는 커다란 고목과

 은행나무, 유자나무, 대나무, 매실나무 등은 마을 역사 만큼이나 그 수명 또한 100년이 넘는다고 한다 

모퉁이를 돌자 양옆으로 온통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돌담과

대나무를 엮어 만든 담장이 시골의 평화로운 정취를 물씬 풍겼다

담장 너머로 들리는 소 울음소리와 소양간의 구수한(?)냄새는 귀와 코를,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살짝 구멍으로 엿봤더니 커다란 소 방뎅이가 보이고 카메라 셔트소리에 소가 휙~ 돌아본다~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새소리가 들려 올려다 봤더니 참새가 지붕과 나무로 오가며 계속 재잘거린다

이들도 오늘의 손님들을 반갑게 맞아주나보다

새가 많다는 건 그만큼 공기가 맑다는 것이겠지,,

우선 득량 정보화마을 위원장님과 이틀 함께 진행을 해주실 주민들과의 만남을 가진 후

숙소를 배정받고 점심을 먹었다

마을에서 직접 재배하는 채소와 곡식으로 요리해서 차려진 밥상!

소박한 시골밥상 위로 일제히 카메라세레가 퍼부어지며 꼴까닥 침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ㅎㅎ  

시장하기도 했지만 조미료가 들어있지 않은 담백한 맛과 입안 가득 퍼지는 나물의 짙은 향은 봄을 느끼게 한다

마을 주민들과 체험단들의 웃음소리는 살랑살랑 봄바람 타고 강골마을 가득 퍼져나갔다

 

내가 묵을 이중재 가옥은 문화자료로 지정된 곳인데 들어서자마자 담장 너머로 동백꽃이 보이고 항아리가 대문 앞에 가지런히 놓여있어 시골정취 그대로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안주인의 모습은 인자해 보였으며 집 구석구석 오랜 삶의 때가 묻어나있다 안내를 받은 온돌방은 도배를 해 깨끗했지만 벽면 수납장이며 옛 물건들이 놓인 방은 마치 전통박물관 같았다  다리 네개 달린 텔레비젼이랑 낡은 피아노(뻑뻑했지만 소리는 잘 났다), 주판, 소쿠리, 전화기 등의 귀중한 자료 화장실에서 눈에 띄었던 박으로 만든 휴지걸이, 어느 하나 눈길 안 가는 곳이 없다 아주머니께서 부엌으로 살며시 들어가 엿을 가지고 나오셔서 먹어봤는데 많이 달지 않고 입안에 사르르 녹았다 이 엿은 쌀눈으로 만들어서 맛있고 부드럽다고 하신다        쪽마루에 걸터앉아 연산홍 아래 저녁 공연을 위해 오신 무공스님의 맛배기 대금 연주는 자연스런 이 마을의 모습과 어우러져 마음 깊이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   점심을 먹은 후 조를 나누어 대통밥 만들기, 마을 돌아보기, 다도체험, 장작패기 체험을 하는데 우리 조는 먼저 장작패기를 실시했다    

 설마 이 많은 걸 다 패야하는 건 아니겠죠? @!@

일행 중한 분이 시범을 보이고 남자 분들 먼저 해봤는데 쉽지않아 보였다

난 도끼를 드는 것 자체도 무거워 수차례 엉뚱한 곳만 찍어대고,,

보다못한 사무국장님께서 살짝 금이 간 나무를 주어 겨우 쪼갤 수 있었징~~ ㅋㅋ  

이중재 가옥 옆으로 대나무숲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데 올라가다가 작은 집이 있어 들어가봤다

이곳은 문인들이 담소를 나누거나 글을 썼던 문인의 집이라고 한다

마당 끝에서 대나무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울창한 대나무숲은 담양 소쇄원 못지않은 아니, 어쩜 더 넓은 것 같기도 하다 잘 다듬으면 멋진 휴양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마무숲길을 헤치고 들어가니 금방 무너져내릴 것 같은 폐가가 보였다

뒤로는 뿌리까지 드러난 커다란 나무 가지가 지붕을 덮을 듯 늘어져 있어 으시시했다

열화정 가기 전에 본 흉가 또한 형태만 남아있지 곧 쓰러질 듯,,

이런 집 여러 채가 여기저기 숲 사이로 보인다

   

흉가를 지나 아래로 내려가니 예쁜 연못과 열화정이라는 집채가 보였다  

열화정은 중요민속자료 제162호이며, 1845년(조선 헌종 11년)에 이진만이 후진양성을 위해 세웠다 

기쁘게 이야기를 하는 곳이라는 의미 그대로 선비나 학자들의 토론장소,

휴식공간으로의 구실을 했으며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의 본거지로 사용되었다

강골마을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정면 4칸, 측면 2칸의 열화정의 크기는 신기하게도 연못의 크기와 같다고 하며,

집채 뒤로 커다란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고 대나무숲이 우거져 그야말로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단 아쉬운 건 이 연못의 수로가 문화관리부의 보수공사로 인해 높아진 턱 때문에 물이 빠져나가지 못해 썩어가고 있다

꼭 했어야만 하는 공사는 아닌 것 같은데,, 진정 뭘 위하고, 뭘 지키겠다는 것인지 안타깝다

여기서 영화 '혈의누'를 촬영했다

저수지 또한 썩어서 시커멓게 변해가고 있다 

민속자료 제157호인 이금재 가옥은 19세기를 전후하여 지어졌으며

강골마을에 가장 먼저 들어섰다 한다

이 가옥의 특징인 안채는 남도방식(부엌, 안방, 대청이 ㅡ자형)의 구성과는 달리

'ㄷ'자로 꺽이면서 2칸이 더 추가된 7칸집의 구성으로 남도에서 유일하게 남은 가옥이라 한다

출입금지여서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열화정 아래 사슴농장 사슴들이 갑작스런 사람들의 발소리에 긴장한 듯 귀를 쫑긋~!ㅎㅎ

우물가 이용욱 가옥 담장에 뚫린 구멍

강골마을의 대표적인 이 우물은 2007년 TV 생방송 투데이에서 소개된 적 있는 것으로 소리샘이라 불리운다

우물가 이용욱 가옥의 담벼락에 뚫린 구멍을 통해 동네 아낙네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데

어느 집에 식량이 떨어졌다는 얘기가 들리면 몰래 갖다주는 등 마을 소식지 역할을 한 우물이라 한다

가뭄에도 마른 적 없다는 이 우물 또한 담을 높여 물이 빠져나갈 수 없어 썩어가고 있다

  

이용욱 가옥(중요민속자료 제159호)는 강골마을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1835년(조선 헌종 1년)에 이진만이 지었는데 안채, 사랑채, 문간채, 곳간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솟을 대문을 지나 보이는 넓은 마당과 사랑채, 중문간을 지나 안채와 곳간이 있는데 이 집의 특징중 하나로

안채에서는 솟을 대문 볼수 있지만 솟을 대문에서는 안채를 볼수 없도록 지어졌다

이는 안사람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적 배치라 한다   

   

마을을 둘러본 후 대통밥 만들기 했다

잘 말린 대통에 불린 쌀 2국자 떠서 넣고 물을 부은 후 은행 3개, 대추 2개, 밤 1쪽반을 넣었다

잘라놓은 한지에 이름을 써서 물에 적신 후 대통을 덮어 커다란 가마솥으로 Go~! ^^

밥이 되려면 시간이 걸리므로 마을을 더 둘러봤다

아치실댁은 옛 생활도구며, 가구가 그대로 놓여있어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았다    

집채 뒤로 돌아가봤더니 3개의 장독이 땅에 파묻혀 있는 게 보여 두껑을 살짝 열어봤다

텅텅 비었을거란 내 생각을 깨고 장독 안에는 김치가 가득 담겨져 있다 

  맘이야 하나 꺼내어 먹어보고 싶었지만 쥔장 없기에 침만 꼴딱 삼키고 나왔징~~ㅎㅎ

대나무를 엮어 만든 당장 너머로 초가 대문간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1891년에 건축된 이식래 가옥이 있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본채와 사랑채 모두 초가로 지어졌는데 광은 기와로 지어졌다는 것

이는 간척지 일대에서 생산된 곡식과 농자재등의 보관을 중요시 했기 때문이라 한다

다도체험 시간에는 모두들 다소곳하게 앉아 다도 예를 배우며 차에 대한 설명에 경청했다

따뜻한 한 잔의 차가 여독을 풀어줘 나른해졌다 

마을회관에는 주민들이 저녁을 준비하시느라 분주하다

 

정자 아래 마을 주민들과 인도 공연팀들이 식사를 하고있으며

뒤로는 기차가 지나가는 낭만적인 풍경이 그려지고 있다 

 

 다도체험을 끝내고 오니 드뎌 기다리던 대통밥 대령~!!

제법 맛있게 지어졌는데 양이 적어보여도 깊이가 있어 파도 계속 나오는 밥!

배가 빵빵하게 차올랐지만 남기자니 미안시러워서 밥톨 하나 없이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마을을 둘러보던 중 담은 꽃

......................

 

저녁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공연을 관람하고 

우리 가락을 배우며 전통악기 체험 시간도 가졌다  

인도에서 직접 인도음악을 공부하셨다는 나무님이 소개해준 인도에서 온 바울허리볼팀

(바울은 바람처럼 떠돌다란 뜻이고, 허리볼은 우리말 장단 '얼쑤'에 해당한다)의 공연은

달빛 아래 감미롭게 퍼져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숙소에서 맛배기로 들었던 무공스님의 대금 연주는 낮과는 완전 색다른 느낌이다

보성 초,중,고 학생들로 구성된 팀은 북장단에 맞춰 '봉화아리랑'을 마을에 쩡쩡 울려퍼지도록 불렀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신명나는 건 북과 꽹과리, 장구가 어우러진 우리 가락이다

굿거리장단에 맞춰 따라 부르고, 장구도 배우면서 하나가 되어 여행 첫날의 밤은 열기로 무르익어갔다    

'쿵덕쿵 쿵덕쿵' 장구를 쳤더니 출출해져 야식으로 김치에 돼지고기를 얹어

대나무통에 막걸리를 부어 깔깔한 목을 축였다

내 숙소에도 깊은 어둠이 드리워졌으며

아주머니께서는 늦은 시간까지 군불을 지피시느라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계신다

어둠이 내 눈두덩이에도 깔려 점점 눈이 감겨온다

내일은 녹차밭을 둘러보고 갯벌체험이 있으니 일찍 자자,, 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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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길에 여러 정보화 마을이나 민속마을들을 봐왔지만

여기 강골마을은 다른 곳에 비해 볼거리가 많으며, 마을 전체가 하나의 문화재다

마을 구석구석 둘러보면서 마치 보물섬에서 보물을 하나씩 캐내는 기분이었다

옛 생활 그대로의 소박한 밥상,

그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나누는 풋풋한 대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서 마구 흐트러진 그대로의 마을 모습이

오히려 더 정감있게 다가왔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것마냥 친근한 마을 주민들,,,

이제 젊은 사람들은 모두 마을을 떠나고 80세가 넘는 어르신들과 몇 안 되는 여자 분들만 남았지만

전통마을을 지키고자하는 소박한 꿈은 저버리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오랫동안 강골마을의 역사와 함께 한 연산홍이 시들지 않도록 하는 건

우리의 몫이요,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무관심 속에 묻혀져 가는 우리의 전통마을을 한번 더 돌아보며,

문화재 소실 그 순간만 안타까와하는데 그치지 말고,

우리의 맥이 계속 이어지도록 하려면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싶다  

* 원문 (http://blog.naver.com/milletart/49950158) *

[정삿갓]

잘보았씀니다~닉네임 만큼이나 글도 잼나게 쓰십니다~~님의 성품을 알것같읍니다~~활발하고 항시 입가엔 웃음이 ~~ㅋㅋㅋ

[남해박]

좋은글 사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