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료 출처 : 2003년 전후 분재세계에 연재된 자료로 추정됩니다.
번역문 출처 : 한목회 홈페이지
번 역 : 최두현
글 디 자 인 : 오영택
편역자 주)
미우라(三浦)씨의 다음 글은 수년 전부터 그 번역문이 소개된 바 있습니다. 문맥을 꼼꼼이 따라가면 대강의 뜻을 짐작할 수야 있지만 쉽게 읽어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그 가치가 널리 전해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글을 수차례에 걸쳐 읽으며 분재인들이 좀더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다듬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에 모처럼 인내심을 갖고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다시 읽어가며 문맥을 쉽게 쫒아 갈 수 있도록 수정해 보았습니다.
원문이 없어 일부는 그 핵심만 살려 다시 쓴 부분도 있고, 일부는 일본식 사례를 한국식으로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주제와 내용이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이같이 수정한다해도 원작기 갖는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읽다보면 원작자가 욕먹을 생각, 꾸지람을 받을수 있다는 예감, 불편한 얘기 등의 표현을 통해 일본 분재계의 잘못된 관행과 풍조를 비판하는 부분들이 꽤 여러곳에 있습니다.
이와 같은 지적들은 우리 분재계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쉽다고 건성으로 읽기보다 그 뜻을 새기며 읽다보면 많은 배움과 깨달음, 반성과 통찰력을 함께 주는 좋은 글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분재 수형 시리즈-
수형을 생각해 본다
三浦淸惠津 (일본소품분재협회 仙台지부장)
수형시리즈 1. 수형(樹形)을 생각해본다
「분재 이야기라면 3일 밤낮이라도 끝이 없다」고 말했듯이 이 연재도 지난 달로 3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분재를 오래하면 심경에 변화가 생깁니다. 처음에는「말라 죽지 않게 하는 것」, 다음은「잘 키우는 것」, 그 다음은「꽃이나 열매가 달리게 하는 것」, 그리고 「수형 만들기」입니다. 그 위에 「개작」이나 「산채」등 관심의 대상은 끝이 없습니다.
제 분재원에서는 매월 「월례 분재교실」을 열고 있습니다. 늘 많은 사람들의 참여 속에 수 십 년동안 이어져온 까닭은 반복 학습 때문입니다. 매년 같은 계절에 같은 내용이 주제가 되지만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반복 학습을 하지 않으면 좀처럼 터득할 수 없는 것이 분재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강사의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기 때문에 강의 내용이 언제나 신선하다는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되겠지요. 더불어 강사의 말솜씨가 천변만화하여 늘 재미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재와 동물키우기의 결정적인 차이는 ‘타협의 범위가 극단으로 좁다’는 데 있습니다. 가령 물을 예로 든다면 동물은 수 시간 이상을 견뎌낼 수 있지만, 식물은 그렇지 못합니다. 분갈이나 잎자르기(葉刈), 취목 등은 시기가 한정되어 있어 시기를 놓치게 되면 쉽사리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같은 특성들에 기반해서 수형 만들기의 과정이 생겨납니다.
수형시리즈 2. 수형(樹形)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수형? 그거 뭐, 흉내내면 되는거 아냐?」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분재란 老木,古木을 연상시켜야」하므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주제입니다.
1. 수형은 수종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삼나무의 수형을 만들 때, 삼나무 고목을 참고해야만 합니다. 參道(길 이름)의 삼나무 고목 하나는 호장한 직립이고 하늘을 압도할 정도입니다. 현애나 사간도 있고, 직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屋久島(옥구도)의 「屋久杉(옥구삼)」중에는 모양목, 다간 직립형도 간혹 있지만 대다수는 직립형 입니다.
왜철쭉과 산진달래는 반그늘(半日陰) 바위 틈의 좁다란 자연 수로 근처에 많이 자생합니다. 수형은 수관이 둥글고 키가 작습니다. 직간형이 없는 곳에는 현애 형들이 있습니다.
곰솔은 해안에 많이 자생하고, 소나무는 산 쪽에 많습니다. 수형은 다양하여 모양목이나 문인목, 현애, 주립(株立)등이 있고, 직간은 물론 극단적으로 작은 것도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평지에 많고, 너도밤나무는 심산에 직립으로 서 있습니다. 애기능금은 평지에서 자라고, 느티나무는 직립이 아니면 가지가 많이 무성하여 전정을 하지 않고 방치한 가지들은 얽히게 됩니다.
수형과 관련하여 또 하나 고려할 점은 각 수종의 자생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노린재나무를 예로 든다면, 반 그늘의 맑은 물이 용출되는 곳이나, 지하로 물이 흐르는 곳에서 살아가기에 산 정상이나 건조한 곳에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철쭉의 한 품종인 오채 만천성 (五彩 滿天星)이나 낙상홍이 서식하는 곳 역시 제한적입니다.
어째서 이같이 되는 것일까? 우리는 관찰을 통해 묘한 공통점이 있는 것을 눈치채게 됩니다. 산야에 자생하고 있는 모든 식물은 많은 종자를 방출하고 있습니다. 또는 새나 짐승에 의해 멀리까지 그 종자가 이동합니다. 식물이라면 본래 어느 곳에 씨를 뿌리더라도 잘 자라야 하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적합한 환경이 아닌 곳에서는 잘 살아갈 수 없지요. 노린재나무의 열매는 산기슭에서 착과하기 때문에 노린재나무가 싫어하는 환경에서는 잘 자랄 수 없습니다. 거꾸로 말해서 특정의 식물이 군락을 이루어 자생하는 지역은 그 식물이 좋아하는 환경이라고 보면 된다는 뜻입니다. 수형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형 또한 식물의 특성과 자라는 환경이 좌우하게 되지요.
다음에 이어질 내용은 ‘분재는 자연의 축도(縮圖)’입니다.
2. 분재는 자연의 축도(縮圖)!
분재는 古木, 老木이 분에 어울리게 심어져 있는 것을 총칭합니다. 형(形)의 대소(大小)는 관계가 없지요. 아무리 작아도 고목이나 노목으로 보이게 되면 훌륭한 분재입니다. 중요한 것은 분과의 조화이며, 분과 나무가 혼연일체로 보이지 않는다면 좋은 분재가 되지 못합니다. 석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험을 통해 이를 검증해 보지요. 분재를 얼핏보면 우선은 외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나무에 먼저 눈이 머문다면 나무가 크고 분이 지나치게 작은 경우입니다. 반대로 분이 먼저 눈에 띈다면 분의 크기가 지나친 것이므로 양 쪽 모두 분과 나무의 조화가 좋지 않은 경우입니다.
나무와 분이 함께 강한 인상으로 눈길을 끌어야 이상적입니다. 그래야 나무도 분도 모두 좋아 보입니다. 덧붙여 수종과 수형의 관계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삼나무의 수관부 처리는 어떻든 자생지에서 볼 수 있는 수형에 가까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직간 수형의 왜철쭉이 대량으로 나돌고 있는 데 본래 왜철쭉에는 직간 수형이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자연에 없는 수형을 인기나 끌어보려고」무리하게 만들었으니 이는 보잘 것 없고 시시한 물건이지요. 어디까지나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에 가까운 수형이 올바른 것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자생지에서 배운다! 입니다.
3. 자생지에서 배운다
아름다운 심산유곡을 자주 구경하긴 하지만 좀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심산유곡에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해안이나 섬, 紳社佛閣(신사불각), 혹은 논(田圃)가운데 서있는 한 그루 소나무 등으로부터 여러 형상의 고목이나 노목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북해도 지방을 여행할 때, 버스는 산길을 계속 달려갑니다. 보이는 것은 좌우의 산 뿐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앉아서 졸고 있습니다. 필자는 웅대한 원시림에 눈이 휘둥그래 졌습니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자연림은 거대한 노목의 보고입니다. 비디오 카메라의 줌을 끌어당기며 그 위용에 압도당하고 말았습니다.
거목의 주위에는 그늘 때문에 작은 수목이 자라지 못합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 입니다. 거목끼리 붙어있는 경우는 서로 상대의 가지를 말라죽게 하여 한쪽으로 경사지게 자랍니다. 강풍이 휘몰아치는 산꼭대기 부근에는 「취류(바람결모양)」가 되기도 하고 호장한 모습을 띄기도 합니다. 「이 형상을 축소한 소재가 있다면 굉장히 훌륭한 소품 분재가 탄생될 수 있겠지요」그러나 그냥 상상하며 흥분해 보는 것 뿐입니다.
필자가 阿部倉吉(아부창길) 선생의 제자로 입문하기 원하던 때 들었던「자연 속에 배움이 가득합니다(필자 의역)」라는 말씀을 절감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안목을 갖는다」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통감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던 神社佛閣(신사불각)도 분재광의 눈으로 지그시 응시할 때에 수형의 까다로운 습성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등산 또는 하이킹을 할 때도 꼭 분재광의 눈으로 관찰해 보십시오. 자연을 바라보는 눈은 채집(採集)을 할 때에도 크게 발휘됩니다. 평소에 낯익은 산야가 안목을 갖고 바라보면 전혀 별개의 모습으로 바뀌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4. 억지로 작업하면 보잘 것 없는 물건이 된다!
근래 특히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철사걸이로 구불구불한 곡을 넣은 보잘것 없는 물건들입니다. 마치 등나무나 으름 덩굴 같이 구불구불하게 곡을 넣은 것이 대량으로 나돌고 있는 데,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옛날부터 「문어 몸집」이라 부르는 경우입니다.
송백류까지도 모두 구불구불하게 굽힙니다. 정면에서 바라보면「분재답다!] 하는 것이 뒷면에서 바라보면 문어 다리처럼 휘감긴 경우도 보게 됩니다. 마치 문어 다리와 같이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붙여진 것입니다. 이는 극히 초보자들이나 갖고 싶은 듯한 모양으로 분재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된 사람은 경멸하게 되고 다시 찾는 일은 없습니다.
이같은 보잘 것 없는 물건들이 대량으로 나돌고 있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이와 같은 물건은 누가 사겠는가?」라고 야유를 보내지만 「동경의 손님은 모두 구입해요!」라 는 답이 돌아옵니다. 분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저변 확대에 어찌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여전히 찜찜한 마음이 남습니다.
5. 철사는 편리하여 속이게 된다.
철사 덕분에「문어 만들기」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알미늄 재질의 유연한 철사로 줄기와 가지의 굵기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구부려 모양을 낼 수 있습니다. 그것도 만족하지 못해 잭이나 지렛대를 사용합니다. 심한 말이지만 어떤 소재일지라도 작자의 의도대로 만들어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당연히 「함정」이 숨어있습니다.
철사걸이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만든 분재는 자연 속에 존재하지 않는 조잡한 물건이 됩니다. 구불구불하게 무리한 곡을 넣은 분재를 닮은 나무는 자연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더불어「철사자국」도 문제입니다. 송백류야 세월이 경과하면 수피가 거칠게 되어 철사자국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잡목류나 왜철쭉 등에서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철사의 흔적이 확대되어 큰 흠결로 남습니다. 처음에는 「상처가 작으니 머지않아 없어지겠지」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자꾸자꾸 커지게 되어 추한 모습이 됩니다. 그렇다면 송백류 이외에는 철사걸이가 안 된다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잡목이나 왜철쭉에 철사를 감을 때 최대한 느슨하게 감는 것이 한가지 방법, 철사에 종이 를 감아 사용하는 방법이 또 하나, 무리하게 곡을 넣지 않는 일도 하나, 그리고 일찍 풀어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분재원에는 미안하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송백류 이외의 것을 구입할 때 철사자국이 있는 것은 피하십시오. 필자는 송백류 이외에는 철사에 의지하지 않고 「가위 작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40여년전 분재를 처음 시작할 때, 곰솔에 철사를 감아 보았습니다. 매우 잘 구부러졌기 때문에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이것을 왜철쭉에 응용해본다고 한 바로 그 순간, 뚝뚝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다음은 산채한 소사 등에 응용해 보았습니다. 걱정되어 이번에는 조심조심 굽혀 보았습니다. 잘 구부러지니 조금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대로 1년이 흘러갔습니다. 철사를 풀고보니 철사자국이 남았습니다. 「크게 난 상처가 아니므로 머지 않아 회복된다」고 생각하였지만 그 정도의 상처자국도 사라지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와 같은 쓴 경험으로 송백류 이외에는 철사를 걸지 않게 되었습니다. 구입할 때에도 철사 자국이 있는 것은 피하게끔 되었지요. 철사는 매우 편리한 도구지만 항상 주의해서 작업해야 합니다. 손끝으로, 머리 속의 감각으로 철사를 감아 구부릴 때 자연과 동떨어진 수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예컨데 현애가 유행한다면 모두 현애로 만들어 버리고, 굽혀지지 않더라도 원하는 데까지 굽히고야 맙니다. 특히 몹쓸 일은 나선형의 곡을 넣는 것인데 나선형의 뱅글뱅글한 곡은 자연에서는「덩굴류」에서만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좀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자연이 만드는 곳은 거의가 예각 상태이고 자전차의 스프링처럼 구부러진 것은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철사걸이의 핵심입니다. 분재에 곡을 넣을 때에도 역시 자연에서 배워야 합니다. 결단코 잔머리를 굴리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6. 수종의 특성을 안다!
자연에 가까운 수형을 만드는 데는 수종별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 수목은
(A) 직립으로 된 큰 나무인 것
(B) 관목(灌木)이라 부르고 인간의 키 정도쯤 자라는 것
(C) 현애 모양의 드리워진 것
(D) 주립 모양의 것
(E) 똑바르게 자라지 못하고 구부러져 버린 것
(F) 덩굴상태로 감겨 올라간 것
(G) 수관(樹冠)이 둥근 것
(H) 작은 가지가 합쳐진 나무그루터기인 것 등등 자연계의 수형은 천차만별입니다.
(A)의 대표전인 것으로는 삼, 송백류, 느티, 너도밤나무이며
(B)는 단풍, 소사, 졸참나무 등이 제일 많고,
(C)는 송백류나 철쭉과의 낙엽관목 등
(D)는 뿌리를 뒤집어 놓을 수 있는 것에 많습니다.
(E)는 물푸레나무의 경우에 자연적으로 구부러진 것
(F)는 등나무나 댕댕이덩굴과 같은 덩굴성의 것
(G)는 석남화나 진달래, 영산백 등입니다.
자연은 그 환경이 천차만별입니다. 나무의 수형은 그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의외의 곳에서 의외의 수형을 발견 할 수도 있습니다. 자연 환경을 극복한 나무의 수형은 그 생명력이 경이로우며, 분재인들의 수형관을 안내하는 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산야를 산책할 때 무의식적으로 수목이나 풍경을 바라보지 말고 「왜 이러한 수형이 된 것일까?」하는 의문을 갖는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7. 우로 기울게 하느냐? 좌로 기울게 하느냐?
직간 이외의 수형은 대부분이 오른쪽이나 왼쪽을 향하게 됩니다. 이를「흐름(추세)」이라 말하며 사람에 따라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나타냅니다. 어느 분의 설명에 따르면 「오른쪽 방향의 수형은 왼손잡이에게 많고 왼쪽 방향의 수형은 오른손잡이에게 많다」고 합니다. 대체로 오른손잡이는 왼쪽으로 흐르게 하는 데에 숙달되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나무를 우측으로 향하게 할 것인가, 좌측으로 향하게 할 것인가는 소재의 특질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자신의 습관이나 취향을 기준삼아 본래 우측으로 향해야 할 줄기를 억지로 좌측으로 향하게 만든다면 나무는 격에 맞지 않습니다. 억지로 꾸미고 만들려는 욕심일 뿐입니다. 솜씨가 서툴다면 수련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올바른 길입니다.
8. 분재의 정면은?
분재는 「얼굴」이 없습니다. 사람은 얼굴이 있는 쪽이 정면이고 그 반대쪽이 뒷면입니다. 그러나 나무는 얼굴이 없으니 정면이 제 멋대로 정해집니다. 왜 이런 결과가 생기는 것일까요?
아마도 이는「자기류의 만듦새나 취향」때문일 것입니다. 나무의 정면을 정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 중에 ‘가지가 잘 보이는 곳을 정면으로 해버리는 경우’ 또는 ‘비싸게 잘 팔릴 듯 한 방향을 정면으로 삼는 경우’ 가 있습니다. 만드는 사람의 사정에 따라 정면 아닌 곳을 무리하게 정면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분목의 정면은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분목의 정면은 뿌리 뻗음과 그루솟음새로 결정한다】
뿌리뻗음이 가장 잘 보이는 곳, 덧붙여 그루솟음새도 가장 잘 보이는 곳이 정면입니다. 왜 그런가? 분목의 상부 모양은 철사걸이나 도구를 이용하여 작자의 뜻대로 만들 수 있지만 뿌리뻗음이나 그루 솟음새는 철사, 잭, 지레로 교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직간이 되어야 할 소재를 억지로 사간으로 만들거나 모양목, 현애로 만들기도 합니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뿌리 뻗음의 몇cm 위 부터는 사간이나 모양목 형태로 되겠지만 밑동은 그 같은 수형을 올곧게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다시말해 뿌리뻗음이나 그루솟음새는 어떤 기교를 부려도 작자의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줄기 전체는 구부러져 있어도 밑동이 직간처럼 똑바로 선 상태라면 나무는 위화감이 드러나 조잡한 물건이 되고맙니다. 이같은 결과는 근본적으로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합니다. 즉 자연을 알지 못하면 자연과 동떨어진 나무를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식물은 평탄하고 온난하며 바람의 영향이 작은 곳에서는 대부분 똑바로 자라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의 자연은 그 환경이 혹독하며 평지는 적고, 홍수, 눈사태, 풍설 등 예기치 않은 변화가 허다합니다. 이를 거꾸로 살피면 그와 같은 환경이 있기에 좋은 분재의 소양을 갖춘 소재가 생겨난다는 뜻이지요.
참고로「벼랑」에서 자라는 나무를 보기로 합시다. 「벼랑」과 같이 척박한 곳에서도 똑바로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홍수, 눈사태 등이 덮치면 결국 척박한 환경을 견딜만큼 유연성을 갖추지 못하면 생명을 이어갈 수 없게 됩니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뿌리를 뻗고 줄기는 점차적으로 구부러지겠지요. 뿌리가 비바람에 씻겨 노출되고 결국 편근이 됩니다. 결국 벼랑에서 살아가는 나무는 뿌리뻗음에서 그루솟음 줄기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적응한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사람이 도저히 만들 수 없는 ‘곡’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가능하기도 하겠지만 곧게 뻗은 줄기를 억지로 구부린다면 부자연스러움이 남게 됩니다. 즉 뿌리뻗음이나 그루솟음은 고칠 수 없는 것이기에 분재의 정면을 정할 때 이 두 요소가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9. 뿌리뻗음과 그루솟음새가 좋다는 의미는?
뿌리뻗음의 좋고 나쁨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좋은 그루솟음이 무엇인가 하는 점입니다. 나무의 줄기 모양도 큰 관계를 갖습니다. 이상적인 줄기 모양은 인간끼리 대면할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인사를 받게 되는 상태를 연상해 봅시다. 겸손하게 인사할 때 체형은 상반신을 구부린 상태가 됩니다. 반대로 몸을 뒤로 젖힌 채 하는 인사는 거만한 느낌을 주게 되지요. 그런 모습에서 저항감을 갖게 되고 상대를 신용하지 않게 됩니다.
분목의 수형도 마찬가지입니다. 압박감이나 거만한 느낌이 들면 낙제점입니다. 「상반신을 다소 앞으로 구부림」이를 수형에 적용해서 한 눈에 저항감이 느껴지는 곳은 정면이 아닙니다. 그루솟음 부위에 배불뚝이처럼 쑥 나온 부분을 정면으로 삼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이는 산채 할 때도 참고가 됩니다. 산채의 첫번째 기준은 「밑동에서 몇 cm를 보는 것」입니다. 즉「뿌리뻗음에서 3cm 이내에 곡이나 흔듦이 있는 것」이어야지 통나무나 몽둥이같은 생김새라면 좋은 소재가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소재를 구할 때도 뿌리에서 그루 솟음까지의 몇cm가 관건입니다. 분목의 상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고쳐 만들 수가 있지만 뿌리뻗음이나 그루솟음은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뿌리뻗음이나 그루솟음새가 잘 보이는 곳이 분재의 정면」입니다.
10. 줄기는 굵고 가지는 가늘게!
정면이 결정이 되고 난 다음에는 가지를 만들어 갑니다. 이 때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줄기는 줄기답게 굵어야 하며, 반대로 가지는 가늘게 만드는 일입니다. 줄기에서 발생한 가지가 줄기를 넘볼 정도로 굵어지면 모양이 거칠고 추해 보여 좋은 분재라 말 할 수 없습니다. 줄기와 마찬가지로 굵은 가지 또한 억지로 구부려 곡을 넣어서서는 안됩니다.
아부창길(阿部倉吉師) 선생은 분재에 관한 많은 명언을 남겼습니다.「줄기는 굵고, 가지는 가늘게」란 말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말은 수형 창작에 있어 매우 유용하게 인용되고 있습니다. 낙엽이 지는 잡목류는 잔가지가 잘 발생되지만 문제는 송백류에 있습니다. 특히 오엽송은 잔가지가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가지를 굵히지 않는 것」과 「줄기에서 내미는 작은 가지(달라붙은 가지라고도 함)를 소중하게 다루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잔가지가 무성해져 가지의 세력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 가지가 굵어지지 않도록 적당히 솎아 세력을 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가지를 위쪽으로 향하게 하면 굵어지는 데, 굵어지기 시작한 가지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애를써도 가지는 곧 굵어지지요. 이처럼 세력을 받아 굵어지려는 가지는 잘라 줄이고, 아래로 떨어뜨려주어야 합니다. 이같이 만들어진 가지는 짧게 달라붙은 가지로 활용할 수있습니다.
수형시리즈3 - 수형을 생각해 본다!
전회까지의 「수형을 생각해 본다 1, 2>」에서는 수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나 수형의 명칭 등에 서술하였습니다. 이들은「기본 편」에 속하는 것이며 이번 회부터는 그 응용 편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분재는 자연의 응축이고, 모방이다 」라는 점은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수형을 만드는 것은 가능한 한 자연의 노목이나 고목의 형에 가깝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형을 만드는 과정에서「어떠한 기교를 부려도 좋겠지만 완성된 경우에는 인공의 흔적이 남아있어서는 안된다」라「규칙」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수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위나 톱, 끌 등의 날붙이류를 사용하기도 하고, 철사나 지레 등으로 교정할 수 있지만 완성품은 이러한 작업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예컨데, 산채를 할 경우에는 가위나 톱, 손도끼 등으로 여분의 가지를 잘라냅니다. 당연히 추한 자국이 남게 됩니다. 이같은 흔적들은 미완성 상태에서만 허용 되며, 완성품은 상처자국이 남아서는 안됩니다. 철사가 파고 들어가 남긴 자국도 예외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1. 수형 창작의 기본에 관해서
애호가라면 누구든지 자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수형을 만들고 싶은 꿈과 포부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로 자기 자신의 소장목이나 소재를 대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된 이유는 「어디를 어떻게 잘라야 좋은지 알지 못한다」는 점과「전정하는 일이 까다로움」때문입니다. 흔히 자르고 나서 후회하기 보다, 자르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자르지 않고 만들 수는 없는 일, 결국은 선배나 업자에게 부탁하여 자르게 됩니다. 왜 이같은 현상이 개선되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그같은 고민을 풀어보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2. 정면의 결정!
분재는 사람이나 동물과 달리「얼굴」이 없습니다. 얼굴이 없다고 것은 앞뒤를 구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바꾸어 말한다면, 분재의 정면이 작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면 어디가 정면인지 정답이 없다는 의미가 되지요. 그러나 나무도 정면과 뒷면이 있어야 완전해집니다. 요점은 밑동의 그루솟음에 있습니다. 나무의 상부는 기교를 부려 변화시킬 수 있지만 밑동은 어떤 기교를 부려도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령, 강력한 지렛대나 굵은 철사를 사용한다면 상당히 굵은 줄기라도 교정할 수 있지만 밑동만은 지렛대나 철사도 효과가 없습니다. 뿌리뻗음도 바꾸기가 쉽지 않지만 이끼를 감싸거나 깊게 심거나, 심지어는 뿌리접을 통해 어느 정도 뿌리뻗음을 좋게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분목의 정면 결정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가? 소재나 종목의 밑동은 똑바로 선 것, 곡이 들어간 것, 쑥 나온 것, 가운데가 움푹 패인 것 등 모양이 다양합니다. 이 중에서 정면을 결정해야 합니다. 요점은「분재도 인간도 예절을 차리는 모양이 상대의 마음에 들어야 하고 아름다워야!」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뽐내고 거만한 태도는 인간도 분재도 추해 보이고 반감을 부릅니다」 가령, 초면인 사람끼리 인사를 나눌 때,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하고, 오만한 태도를 취한다면 누구라도 호감을 가질 수 없습니다. 지나치게 공손한 것도 곤란하므로 전면을 향해 다소곳하게 인사 하는 모습이 좋은 느낌을 줍니다. 이를 분재에 적용해야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분수의 밑동에서 그루솟음에 걸쳐서 가운데가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느낌이 든다면 그곳이 좋은 정면입니다. 반대로 쑥 나온 곳을 정면으로 삼으면 불쾌한 느낌을 유발합니다. 밑동에서 줄기의 위 부분까지 곡이 들어간 모습이라면 앞으로 튀어 나오지 않는 곳이 정면이 되어야 합니다.
3. 정면 3할에 뒷면 7할!
분목은 뒷면이 깊어야 합니다. 이를 수치로 표현하면 정면과 뒷면의 가지 볼륨이 3:7의 비율이면 좋습니다. 감각적으로 판단할 때 이 정도면 뒷가지가 충분하다 생각하기 쉽지만 사진을 찍어보면 뒷면이 빈약하기 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보자가 철사걸이를 할 때 부딪치는 문제가 있습니다. 가지를 좌우로 배치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앞 뒤의 가지가 늘 방해가 된다고 말하는 점입니다. 그러나 좌우에만 가지가 있고 전후 가지가 없다면 마치 가자미 뼈와 같이 보입니다. 즉 「갈빗뼈 구조」가 되어 실패하게 되지요. 앞면의 가지는 뒷면의 가지보다 짧은 것이 좋습니다. 전후 가지가 취약한 분재는 분재에서 매우 중요한 ‘깊이’를 갖출 수 없어 가치가 떨어집니다.
4. 줄기는 굵게 함. 가지는 가늘게 함!
분재를 인간의 한 집안에 비유한다면, 줄기는 가장이고, 가지는 자식이나 손자뻘에 해당됩니다. 자식이나 손자가 가장을 누르면 그 가족은 붕괴될 것이며 보기에도 좋지 않습니다. 식물의 생리적인 면에서도 줄기나 가지가 같은 굵기라면 양분은 굵은 가지로 치우쳐, 줄기가 약해지는 원인이 됩니다.
소재를 작수할 때 가장 중요한 것 하나가 있습니다. 가지를 배양하다 보면 어느 쪽은 굵어지지 않는 반면 어떤 가지는 줄기에 맞서 굵어지려 합니다. 굵어진다 생각되는 가지는 최초의 단계에서 잘라 떨어뜨려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가지가 굵어지는 까닭은 가지에 달린 잎의 숫자가 많기 때문입니다. 잎의 숫자를 줄여주어야겠지요. 특히 송백류의 가지는 똑바로 서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내버려두면 세력이 강해지고 굵어집니다. 이때는 철사를 걸어 눕혀줌으로써 세력을 약화시켜야 합니다.
필자는 연중 많은 소재와 완성목을 구입합니다. 대부분은「개작」을 합니다. 아깝더라도 우선 굵은 가지는 제거하여 규칙에 부합되도록 정면을 바로 잡습니다. 이 일은 최고의 즐거움입니다. 많은 문하생들이 갖고 오는 소재 역시 같은 이유로 ‘싹둑’ 잘라 줍니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지만 고참들이라면「얘! 좋아졌군!」하며 기뻐합니다.
분재광들에게는 이 순간이 최고의 기쁨이며 즐거움입니다.「비싸게 구입한 것은 가지 수가 많아 좋다」라고 말한다면 아직 초보자로 보아야 겠지요. 안목이 높은 사람은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5. 구부러진 안쪽에 가지를 달지 말라!
직간을 제외한 모든 나무의 줄기는 구부러져 있습니다. 구부러진 줄기의 「쑥 나온」곳에 가지가 달려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안쪽에 가지가 있는 경우는 부자연스럽고 힘찬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이것은 자연의 섭리로 구부러진 안쪽에 가지가 나있는 고목은 없습니다. 줄기의 구부러진 안쪽에는 연중 그늘이 들기 때문에 가지는 자연적으로 고사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오른 쪽 왼 쪽, 다시 오른 쪽의 순서로 가지를 달아야 한다는 생각도 수형에 대한 고정관념일 뿐입니다. 자연에서 이러한 방정식은 통용되지 않습니다. 그늘이나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곳은 자연 도태되어 고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품분재는 「그림에 그려진 것과 같은 순서」로 가지를 배치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금기시 되는「빗장가지」도 살이 쪄서 보기 싫지 않다면 없애지 않아도 됩니다.
6. 수관부는 강해지기 쉽고 아래 가지는 약하다!
왜철쭉을 제외하면 자연의 고목이나 노목은 아래 가지가 약하고 수관부가 강해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특히 송백류나 느티나무는 거목으로 자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않좋은 소리를 듣겠지만 분재전문지에는 여러 가지 수형의 삽화가 실립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그 그림들이 자연과 유리된 모습이며 수형의 겉모습에 불과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송백류, 노간주 나무, 향나무 등의 그림은 수관부가 이상하게 강하여 도가 지나칠 정도입니다. 수관부가 강한 것은 생장 도중의 「어린 나무」뿐이고 고목이나 노목의 수관부는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자연의 본 모습입니다. 애써 고생하여 고목을 작수했는 데, 어린 나무로 되돌리고 만다면 어이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에 유명한 분이「분재세계」에서 국풍전에 대해 「밑동이나 줄기 모양은 고목의 모습이 되어 좋지만 머리는 어린 나무」라 고언(苦言)한 바 있습니다. 필자도 같은 느낌이 었습니다. 자칫 강해지기 쉬운 머리부와 세력이 약한 아래 가지의 균형을 잡기 위해 수관부의 가지 수나 강한 눈을 줄여, 가지 전체에 햇빛과 바람이 잘 닿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소품분재의 경우에 화분이 작은 것은 나무 자체의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그늘지거나 통풍이 좋지 않은 곳의 가지는 언젠가는 말라죽을 운명에 처합니다. 특히 아래 가지의 세력이 약하기 마련인 송백류는 아래 가지에도 충분한 햇빛과 통풍이 골고루 미치도록 전정하고 수관부의 세력이 강해지지 않도록 통제해야 합니다.
이와 반대로 「왜철쭉이나 진달래류」는 저목성이어서 아래 가지가 강하고 수관부가 약합니다. 밑동에서 나는 순은 조기에 제거하고 아래 가지는 강하게 전정하여 균형을 확실히 잡아줍니다.
7. 공간우미(空間優美)와 탄력에 대해서!
이것도 꾸지람 들을 소리일지 몰라도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분목 전체가 좌우 동형의 삼각형으로 만든 것이 많이 눈에 띄지만 이같은 수형은 자연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삼나무나 낙엽송, 히말리아시다, 느티나무 등 수세가 강한 것은 이같은 수형이 되기 쉽지만 그 밖의 것은 대부분 좌우의 모양에 차이가 있습니다.
결국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수형이 대량으로 나돌고 있는 셈입니다. 누군가 나서서 시정해야겠지요? 공간우미(空間優美)와 탄력이라는 것은 고 아베창길 (故阿倍倉吉) 선생이 남긴 명언입니다. 이 말은 「공간이야말로 아름다움이 있다」, 「공간이 있다면 남아있는 가지는 활기 있는 모양으로 생존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간이 있어야 약동감과 힘찬 모습을 띄게 되므로 좌우동형은 절대로 있을 수 없게 됩니다. 다만 삼나무 같은 것은 직립인 까닭에 좌우동형이 되지 않으면 삼나무답지 않기 때문에, 좌우동형의 삼각형이 어울립니다. 삼나무를 모양목으로 만들어 공간을 만들고 가지를 솎아내고 탄력을 붙게 하더라도 삼나무답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딘가에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수종은 공간을 연출해야만 합니다.
8. 유령처럼 만들지 말라!
인간 세계는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을 유령이라하여 두려워하며 숭상하고 있지만, 나무의
세계는 어떻습니까? 아래 가지를 지나치게 무성하게 하여 밑동이 보이지 않는 나무도 있습니다. 제 스승은 이를 유령목이라 일컫습니다. 필자도 물론 동감하는 바입니다. 뿌리 뻗음과 그루솟음이야 말로 분목의 볼거리이거늘 소중한 밑동을 가지나 잎으로 가려 보이지 않게 만든다면 이는 「도가 지나친」경우입니다.
또한 줄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지를 많이 달아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앞가지를 적게 만들어야 힘찬 줄기의 모양이 강조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자아낼 수 있습니다.
9. 도롱이처럼 만들지도 말라!
도롱이는 옛날 비를 피하기 위해 착용하는 짚으로 엮어 만든 물건으로 정면에서는 사람이 보이지만 뒷면에서는 도롱이에 가려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을 수형에 대입해보면 뒷가지가 너무 많아 줄기가 보이지 않거나, 사간일 경우의 상부가 가지나 잎으로 덮여 줄기가 보이지 않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런 모습은 향나무, 노간주, 오엽송 등에서 종종 눈에 띕니다. 좋은 소재일지라도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탄력을 잃게 됩니다. 탄력을 잃으면 약동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적당히 줄기가 보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10. 희생지야 고마워!
옛날 농가에서는 장남에게만 가업을 잇게 했습니다. 차남이나 삼남은 데릴사위로 갈 수 밖에 없었고 데릴사위로 갈 때까지는 생가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지만 결국 주인은 되지 못합니다. 이는 나무에 있어 희생지와도 같습니다. 수목은 강한 가지가 있는 쪽이 빨리 굵게 됩니다. 조금 큰 분이나 밭에 심더라도 굵은 가지 아래부분이 확실히 굵어집니다. 목적에 맞게 굵히고 나면 희생지는 장애물이 됩니다. 줄기를 굵히는 데 매우 공헌하였지만 그대로 남겨둘 수는 없지요. 이것을 잘라 제거할 때 우리는 감사의 표시로 정중하게 「희생지야,고마워!」라고 말해야겠지요.
11. 마누라 천하는 보기 흉하다!
시대가 변하여 가정내에서 부인의 역할과 주장이 강해지기는 했지만 분재만큼은 아직도 그 같은 모습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쌍간목의 경우 주간을 남편이라 하고 부간은 부인이라 합니다. 주간이 굵고 살쪄야하며, 부간은 그보다 가늘고 작아야 좋다고 합니다.
가지 구성도 다르지 않습니다. 모양목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줄기에서 발생한 가지가 굵어져 줄기만큼 굵어진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본래의 줄기를 압도하여 보기 흉한 모습이 됩니다. 도장하는 가지를 제거하는 것은 이같은 현상을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지요. 가지를 굵히지 않는 또다른 방식은 2차가지를 정리해주는 것입니다. 즉 가지 전체의 세력을 약화시켜 굵어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12. 집안 싸움을 피하라!
주간(가장)이 오른쪽을 향하면 부간과 가지도 이를 따르는 것이 올바르다고 합니다. 부간과 가지는 처자에 비유될 수 있으므로 가장을 따르지 않고 흩어지는 모양은 마치 집안 싸움이 난듯하여 보기 흉합니다. 구성요소 전체가 같은 흐름이 되도록 만들어야 이상적인 수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13. 가장은 언제까지나 가장!
이 말은 주로 송백류에 관련된 말이지만 식물은 특이한 습성이 있습니다. 주간을 보통 가장이라 말하지만 줄기를 잘라내고 가지로 줄기를 대체해도 특수한 수술을 하지 않고는 가지가 줄기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너무 길게 뻗은 줄기를 자르고 가지를 새로운 수심으로 교체해도 그대로는 줄기가 되지 못합니다. 잘라 떨어뜨릴 가지는 좀 길게 남겨놓고 굵은 철사를 감아 줄기로 삼으려는 가지가 밑동의 줄기와 같은 방향이 될 때까지 서서히 줄기를 구부려줍니다.
즉 수심을 교체하고자 한다면 작은 가지가 줄기와 같아지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줄기에 감는 철사는 가지가 밑동 줄기의 방향이 될 때까지 풀지않고 남겨둡니다. 수고를 낮추려고 가지의 기부에서 느닷없이 잘라버리면 그 곳은 단의 차이가 생겨 추한 흔적이 남게됩니다. 이같은 모습이 되면 나무는 못쓰게 됩니다.
자연에도 단의 차이를 갖는 거목이 있는데 원숭이가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하여「원숭이 의자」로 일컫고 있습니다.
14. 소나무(松)와 인간의 피부는 같다.
사람의 피부는 상처를 입게 되어도 상처가 작다면 본래의 피부와 다름없이 아물고 큰 상처라면 평생 그 흔적이 남습니다. 화상을 입고 수술을 하더라도 마지막 자국은 남게 됩니다. 송백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처는 추하게 남거 완전히 치료 되지는 않습니다.
송백류(특히 곰솔, 소나무, 오엽송)는 상처자국에서 송진이 나오지만 송진이 없는 잡목도 상처를 치료하더라도 원래대로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보기 싫은 흔적을 남기게 되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른 줄기나 가지는 굵기에 맞게 길게 남겨두고 자르면 되겠지요. 남겨둔 줄기나 가지는 마른 후에 잘라내고 껍질을 벗겨 삭정이 가지로 만듭니다. 물론 굵기에 따라 마르는 기간은 차이가 있습니다. 가는 것은 1∼2년 정도, 굵은 것은 그 이상이 걸리기도 하지만 잘 관찰하면 살아있는 곳과 고사한 부분을 판별할 수 있습니다. 요점은「살아있는 곳에 상처를 내면 자국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너도밤나무나 소나무도 길게 남겨놓고 잘라야 합니다.
15. 피해야 할 가지!
줄기의 같은 지점에서 2개의 가지가 나올 경우 이를 「빗장가지」라 하여 피합니다. 이는 2 가지가 서로 세력을 과시하여 줄기의 다른 부분이 영양부족이 되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2가지가 발생한 지점이 줄기보다 굵어지고 머지않아 주간이 가늘어지는 탈이 생깁니다. 수고가 작은 소품에서는 모든 빗장가지를 제거해 줍니다. 내버려두면 수형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주간과 빗장가지의 생장에 맞추어 적당하게 전정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꺼리는 것은 「개구리 다리」입니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새총과 같은 모습을 말하는 것으로 이는 형태상 보기 흉한 모습이어서 조기에 한 쪽 가지를 잘라 없애야 합니다.
16. 마지못해 곡을 넣은 것 때문에!
분재란 보는 이로 하여금 힘이 있어 보이고 약동감을 느낄 수 있어야 좋습니다. 따라서 곡은 예각이 좋으며 둔각이거나 나선형의 곡은 진정한 분재라 할 수 없습니다. 알미늄 재질의 철사가 널리 보급되어 초보자도 간단히 곡을 넣을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나선형으로 만들거나 억지의 곡을 넣어서는 안됩니다. 이같은 곡은 덩굴성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이같이 자연과 유리된 모습을 만드는 철사걸이는 참된 것을 지향하는 분재세계에서는 멸시당하고 경원시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17. 철사보다 가위로 만들기!
필자는 수 만주에 이르는 소품을 배양해 보았습니다만 송백류 이외의 것은 모두 가위로 만들었습니다. 자연과 거리가 먼 흐물흐물하고 구불구불한 것보다는 훨씬 자연스럽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가위로 만들면 대량 배양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식물 본래의 성질도 보다 잘 끌어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점이라면 철사로 만들기보다 오래 걸린다는 점이지만 많이 배양하다 보면 그것도 걱정할 문제는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완성을 즐긴다」라는 것입니다. 가위 만들기의 요점은 전정하는 곳을 살피는 경우인 데, 오른 쪽 가지를 필요로 할 때에는 오른 쪽에 붙어있는 잎을 남겨 자르고, 왼쪽 가지를 원할 때에는 그 반대로 합니다.
18. 상처 처리!
가지를 자른 상처에 대부분 유합제를 바릅니다. 그러나 바르지 않아도 아무 탈이 없습니다. 전에도 소개한 바 있지만 바르지 않는 것이 상처 치유가 빠릅니다. 식물은 자연 치유력이 왕성하고 잘라내면 스스로 상처를 아물립니다. 유합제를 바르면 식물은 자신의 조직인줄 로 착각하여 시간이 경과해도 상처를 아물리지 않습니다. 필자는 수만주의 나무를 배양해 보았지만 상처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습니다. 거짓인가 진실인가는 시험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19. 몹쓸 소재는 없다!
소재를 보고 즉석에서 수형을 생각해 낸다면 상당한 수준에 이른 사람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면 소재를 좌우상하에서 공들여 관찰해 주십시오. 어떤 소재라도 활용해 볼 만한 수형이 당연히 있습니다. 자신이 현애를 좋아한다든지, 직간을 좋아한다든지 생각하여 소재에 맞지 않게 억지로 모양을 만들려 하면 소재는 못쓰게 됩니다. 소재를 살려내느냐? 못쓰게 만드느냐는 소재를 관찰하는 기량과 감각에 달려있습니다!
20. 돈에 대해서는 잊어버려라!
阿倍(아배) 선생은「이 가지를 달아 두어야 비싸게 팔릴 것인가? 없애버리면 값이 싸게 될까? 를 생각하면 명품을 만들지 못한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이치에 꼭맞는 주장입니다.
명품을 지향하는 취미인이라면 비싸게 팔릴 것인가? 싸게 팔릴것인가를 의식하는 일 따위는 미련 없이 털어버려야 합니다. 오히려 싸게 될 것이라 한 경우가 수년이 지난 후에 비싸게 팔릴 경우가 많습니다.
순수하게 분재를 사랑합시다!
이것이 결론입니다
2009년 1월 19일
글디자인 오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