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도난방지를 위해 가짜 CCTV를 설치했습니다.
Q : 우리교회 입구에는 CCTV 촬영 중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습니다. 얼마 전 외부인이 침입한 사건이 있어 도난방지를 위해 가짜 CCTV를 설치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속이는 것이 아닌지 볼 때마다 편치 않습니다.
A : 교회가 도둑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초대교회의 경우는 도둑들이 넘겨다봐도 훔쳐갈 만한 물건들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4시간 교회 문을 개방해도 탈 없던 시대는 지나간 옛날입니다. 도둑들이 탐내고 손댈만한 물건들이 널려있습니다. 심지어 헌금함에도 손대는 도둑들이 있으니까요. 예방을 위해 교회마다 경비시스템을 만들고 도둑들이 틈타는 기회를 막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CCTV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사건이 터지면 누굴까? 누구 짓일까? 사람을 의심하게 되고 책임을 묻고 탓하게 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보다는 소를 잃지 않도록 조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교회가 소장하고 있거나 비치하고 있는 대부분의 재물이나 기구는 하나님께 드린 성물들이며 예배를 위한 기구들입니다. 그런 것들을 관리소홀로 잃어버린다든지 도둑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교회의 재정관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합리적인 관리와 정확한 감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정인 한사람이 기득권을 행사하거나 재정관리를 좌지우지 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됩니다. 개인소유인양 사용(私用) 해도 안 되고 사적으로 입출금을 결정해도 안 됩니다. 모든 헌금은 하나님의 소유입니다. 그래서 바르게 쓰는 관리원리가 적용 되어야 합니다.
교회재정은 사채나 이자놀이를 해도 안 되고 돈이 남아돌아 수익을 전제로 투자하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거룩한 하나님의 소유는 정갈한 방법으로 지키고 관리해야 합니다.
교회가 가짜 CCTV를 설치했다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설치하는데 큰 돈 들지 않습니다. 요즘 CCTV 없는 곳이 없습니다. 공공건물과 시설, 길거리, 자동차, 식당, 승강기안, 하루 종일 50여 차례 CCTV에 노출된다고 합니다. 교회가 설치한 CCTV가 가짜라는 것이 밝혀지면 불량한 마음들이 쾌재를 부르고 호기로 삼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 안에 CCTV라니 기분도 나쁘고 정서에도 맞지 않습니다. 기계가 사람을 감시하는 비인간화 사회로 변형되어 가는 우리네 현실이 비좁고 안타깝습니다. CCTV로 불침번을 세우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짜는 왠지 씁쓸한 느낌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 2016.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