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9. 8. 21. 11:55
문화재 무단 도굴-판매 일당 덜미
[전북중앙] 박효익ㅣ2009.08.20 18:06
국가 문화재를 무단으로 도굴하고 판매, 보관한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전국의 사적과 유적 등에서 문화재를 무단으로 도굴한 뒤 불법으로 이를 보관, 판매한 이모씨(61)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씨로부터 문화재 수백여점을 넘겨받은 골동품 업자 송모씨(58)와 강모씨(52), 또 이들로부터 문화재를 공무원 김모씨(49)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모 지방일간지 문화부국장 출신인 이모씨는 지난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충북도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충청도 일원을 비롯해 익산 미륵사지와 제석사지 등 전국의 유적과 사찰 등을 돌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매장문화재 수백여점을 발굴해 이를 보관하며 판매한 혐의다.
또 골동품가게를 운영하는 송씨와 강씨는 이씨와 무상 또는 유상 등의 거래를 통해 수백여점의 문화재를 넘겨 받고 이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김씨 역시 알음알음 알게 된 이들 업자와 인터넷 등을 통해 문화재 351점을 불법으로 취득,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문화재에 대한 조예가 깊어 ‘와당(瓦當)’과 관련한 책을 내기도 했던 이씨는 문화재 지표 조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매장문화재를 몰래 빼돌려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 한 공단에 근무하는 4급 공무원 김모씨 역시 문화재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남달랐으며, 개당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들여 문화재를 구입한 김씨는 퇴직 후 조그만 박물관을 차려 운영할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매장 문화재는 총 351점으로 이들 대부분은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며, 이중 감정가 1억원을 호가하는 문화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문화재는 현재 전주국립박물관에 위탁 보관되고 있으며, 차후 김씨 등에 대한 혐의가 입증될 경우 국가에 전량 귀속되게 된다.
문화재보호법 상 도굴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 이에 따라 이씨의 도굴 혐의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허가 없이 문화재를 발굴해 보관하거나 매매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발굴한 문화재를 보관하고 있다가 최근 3~4년 사이에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차후 도굴문화재의 유통과정과 시기 등에 대해 보다 면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효익기자 whic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