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기 졸업생입니다. 와... 굉장히 화난 말투네요. 학교에서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로 혼이나셨나보죠. 항상... 학창시절엔 그런 생각들에 빠지게 되죠.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도 다 추억이고, 통과의례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보고 듣고 겪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도 항상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은 세상 어디를 가나 겪게 마련이지요. 졸업을 하고 대학생이 되어도 그건 마찬가지고요. 오히려 사회에 나가면 지금 보다 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많지요. 지금은 잘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졸업을 하고... 참 재학생들이 부러웠습니다. 조금더 완화된 규율. 졸업을 한 저보다 긴 머리를 묶고 등교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그리고 조금더 온화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대하신다는 새 교장수녀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얼마나 부러웠다구요. 그러나 항상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은 더 힘들고 아프게 느껴지게 마련이니... 그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미움도 다 사라지고, 스스로의 행동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때가 올것입니다.
지나가다가 계성여고 교복을 보면 참 고등학교 학창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씩은 그렇게도 힘들다고 여겨졌던 그때로 눈물이 핑 돌만큼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지나고 보면 다 아름답기만 한 것을...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더 열심히 생활하고, 더 예쁘게 우정을 만들고, 더 높게 선생님들을 바라보고... 그럴 수 있었을 텐데요.
한 번쯤은 학생 수십, 수백명을 혼자서 대하시는 선생님들의 입장도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도 한 사람의 인간이고... 그분들이 항상 성인 군자처럼 생활하실수 있는건 아니지요. 알고보면 그분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화도 나고, 속도 상하고, ... 그럴 수 있잖아요?
저는 후배님이 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도 모르구요. 또 얼마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아니 부당한 대우를 받으셨는지도 모르니까... 제가 이렇게 올리는 글이 더 후배님을 속상하게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그냥... 일년 먼저 사회로 나간 선배의 생각이려니 하고...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봐준다면 좋겠네요. 지하철, 버스에 마련된 노약자석이 단지 노인들의 신체적 약함만을 되새기게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인생을 먼저 살고, 많이 살며 겪고 직접 부딪혀온 그 깊이 또한 되새겨 보고 진심으로 노인을 공경할 줄 아는 마음을 갖게 하는게 아닐까요? 선생님들은 우리보다 적게는 몇년에서 몇십년을 더 사셨지요. 그만큼 인생에서 많은 것을 느끼셨을꺼라고 생각되네요. 그만큼의 존중은 아직 어린 우리가... (설사 진심으로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 해 드리는 것이 사회를 이어가는 길이라고 여겨지구요. 물론 선생님들께서도 언제든 무슨 일이 있은 뒤에는, 다시 한 번 그 일에 대해 생각해보시고... 부당한 일을 하셨다고 생각되면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듯... 먼저 사과하고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는 배려가 필요하겠지요.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자면... 저도 비슷한 입장에서 바로 일년전까지 서 있어봤구요 ... 후배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수 있습니다. 그것을 전제로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