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5일간 점거파업을 끝내고 지난 21일 사측과 3차까지 교섭을 진행한 있는 가운데, 성탄절 전날 이상수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장을 비롯한 조합원 90여명의 월급통장이 가압류돼 사측의 사태해결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성탄절 전날인 24일 오후, 현대차 울산 4공장에서 일하는 황호기 조합원은 주말 식사비 5만원을 인출하기 위해 새마을 금고를 찾았다. 하지만 황 조합원이 받은 것은 5만원이 아닌 ‘법적등록계좌(압류)’라는 거래명세표였다. 황 조합원은 25일간의 1공장 파업농성을 끝낸 후 체포영장이 발부돼 공장 내 천막에서 생활 중이다.
같은 시각, 3공장에서 일하는 김구환 조합원도 통장에서 15만원을 찾으려고 했으나, 회사가 월급통장에 압류를 걸어 찾을 수 없었다. 지난 달 파업으로 월급을 40만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그마저도 한 푼도 쓸 수 없게 돼버린 것.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은 이날 오전 은행에서 12만원을 찾았지만, 오후에 바로 통장 압류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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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비정규직지회-현대차지부-금속노조'가 12월21일 현대차 아반떼룸에서 사측과 특별교섭을 열고 있다. 현대차지부 |
정규직도 탄압을 피할 수 없었다. 비정규직 파업을 지지, 연대했다는 이유로 회사로부터 고소 고발을 당하고, 손해배상을 청구당한 1공장 정규직 김철환 대의원도 통장이 압류됐다. 이 때문에 성탄절 가족들과 식사라도 하려고 했던 조합원들은 통장에서 돈을 찾지 못한 채 ‘슬픈 성탄절’을 보내야 했다.
해마다 연말이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약 2백만원의 성과급이 지급되지만, 압류된 통장으로 성과급이 지급되면 한 푼도 찾을 수 없다. 24일 현재 이상수 현대차울산비정규직지회장을 비롯해 90여명의 비정규직, 정규직 조합원들의 통장이 가압류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속과 징계도 더욱 확대되고 있다. 울산 중부경찰서는 24일 시트 1공장 전태곤 대표를 사복경찰을 동원해 시트공장 인근에서 체포, 중부경찰서에 구금했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연행된 비정규직지회 3공장 장병윤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하기도 했다.
현대차 아산공장은 12월22~23일, 조합원이 속해있는 10개 업체에서 파업 및 무단결근 등을 이유로 징계위원회 개최한다고 일제히 통보했다. 또 의장부 1시간 라인점거 건으로 사내하청지회 간부, 조합원 89명을 고소고발했고, 간부 17명을 대상으로 3억2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데 이어 3개 사내하청업체가 추가로 6천350만4천198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현재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이상수 지회장을 비롯해 울산공장 16명, 전주공장 5명 등 총 21명이 체포영장이 발부돼 성탄절에 이어 연말연시를 차가운 공장 천막에서 생활해야 할 처지다.
현대차는 12월9일 1공장 농성과 파업을 중단하면서 △농성자 고용보장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 가압류 철회 △지도부 사내 신변보장 △불법파견 특별교섭에 대한 대책 등 4대 의제에 대해 성실히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12월 21일 3차 교섭을 진행한 현재까지, 고소고발 및 손배가압류에 대해서는 노사 간 협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을 빼기 위한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상수 지회장은 “회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을 깨고, 시간끌기와 탄압을 계속하다면, 25일간 점거파업을 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전체 노동자의 더 큰 투쟁을 부를 수밖에 없다”며 “내년 1월초 4차 교섭을 앞두고 지회 2차 투쟁계획을 수립한 뒤 사측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