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동일한 것으로 치부해 버리기 쉬운 1개의 난자에서 비롯된 일란성 쌍둥이가 그러하듯, 로리와 레바 샤펠도 자신들의 유사성 속에서 이질성을 강조하길 좋아한다.
로리는 약간 거칠면서도 따뜻한 모성애를 지녔다. 레바는 성격이 조용하고 잘 참는 편이다. 그리고 간혹 로리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끌어안을 때마다 곧잘 수줍어한다. 레바는 컨트리 가수로서 약간의 명성을 날리고 있고 이달초 미국음악상 가운데 최고 컨트리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레바는 술을 전혀 못마시는 데 로리는 딸기 칵테일을 즐겨 마신다.
그러나 이들 자매가 반드시 공유해야만 하는 부분이 있다. 이들은 머리가 서로 붙어있다. 두개골과 두피, 뇌혈관등이 거울 속 영상처럼 한데 융합돼 있다. 비록 이들이 독립된 2개의 뇌를 제각기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분리수술에 대해서는 둘 다 반대하는 입장이다.“사람들이 왜 수술을 하길 원하는가. 만일 둘 중 끔찍스럽게도 한명이 죽어버린다면 나머지 한명은 허전해서 어떻게 살라는 건가.” 레바와 로리는 보통 정상인들의 눈에는 잠시도 참기 어려워 보이는 삶을 살고 있다. 한 사람이 어디를 가면 나머지 한 사람도 반드시 따라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레바는 키가 작고 혼자서 걸을 수 없다. 때문에 그는 로리에 의지해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은 평소 생활에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한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 우리는 그러한 삶을 증오하지 않는다. 또 우리가 만일 분리됐었더라면 어떻게 달리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품지 않는다. 그냥 매일의 삶을 살 뿐이다.”그렇다고 해서 로리와 레바가 자신들이 서로 결합된 운명을 감사하고 지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해부학 역사가인 엘리스 드레거박사는 결합(샴)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의학적 치료에 대해 외과의사들과 일반인, 그리고 그들 부모들 사이에서 행해지고 있는 오류에 대해 지적했다. 드레거박사는 “이들 샴 쌍둥이들의 생명이 마치 아무런 살 가치가 없는 흉물처럼 극단적인 장애라든지, 죽음과 같은 위험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무조건 분리수술을 해야 한다고 믿는 것은 순전히 외부인의 판단에 불과한 것이며 몇몇 사례에 관해서는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성장한 샴 쌍둥이들이 오히려 그들이 서로 분리되지 않은 삶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록상 첫 샴 쌍둥이로 보고된 영국의 메리와 엘리자 헐스트는 잉글랜드에서 등아래와 엉덩이가 서로 붙은 상태에서 태어나 34년이나 살았다. 어느날 1명의 자매가 죽고 의사들이 나머지 1명을 구하기 위해 수술을 시도하려 하자 나머지 1명이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올 때도 같이 왔으니까 갈 때도 같이 갈 것이다.” 그 후 몇 시간만에 그도 숨을 거뒀다.
드레거 박사는 지난 93년에 태어나 윤리논쟁을 일으켰던 엔젤라와 에이미 레이크버그의 사례도 지적했다. 이들 샴 쌍둥이는 가슴과 복부가 서로 붙은 상태에서 간과 심장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서로 붙어 있는 상태에서는 둘 다 생존할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 부모는 한 아이라도 살리고자 다른 아이를 희생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결국 이같은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 엔젤라도 수술 후 10개월만에 사망했다. 당시 수술에 참여했던 의사들과 주위 사람들은 둘 중 한명을 살리기 위해 의식이 뚜렷한 나머지 한명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수술을 시도, 결국 둘 다 죽게 만들기보다는, 차라리 둘을 그대로 살려두는 편이 더 현명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샴 쌍둥이에 대한 의료적 태도는 비정상적인 생식기를 갖고 태어나거나 선천성 왜소발육증, 농아등에 대한 치료행위와 비슷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컨대 이른바 ‘치료열차’라고 불리는 유혹이 상존하고 있다고 로욜라대학 시카고 메디컬센터의 의료 인간성 프로그램 소장인 데이비드 토머스마박사는 말했다.“뛰어오르기는 쉽다. 하지만 뛰어내리기란 매우 어렵다.” 토머스마박사는 지난해 에이미 레이크버그의 생명을 앗아간 사례에 대해 몹시 안타까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수술 전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나머지 한명을 마치 기생충이나 부속물처럼 취급 분리수술을 정당화하려 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쌍둥이 분리수술에 관한 문제는 오늘날 서로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미국에서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애자에 대한 반차별적 법률은 한때 은둔과 격리 속에서 살아야만 했던 이들이 공공 수송수단을 이용하거나 밖으로 공공연히 나돌아다닐 수 있도록 허락하는 등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더구나 일부 선천성 농아라든지 왜소발육증 환자, 동성연애자들도 자신들이 장애자로 취급받거나 치료받기조차 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외과의사들은 현대의술은 이전보다 훨씬 더 발달했으며 신체 결함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기에 교정해줌으로써 어린아이가 장애에 대한 기억을 갖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어린이나 10대에서는 어른때보다 훨씬 더 수술하기가 쉬운 점 등을 들고 있다.
아무도 샴 쌍둥이가 왜 태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단지 전문가들은 마치 일란성 쌍둥이가 그러하듯 하나의 수정란이 2개로 분리되면서 완전한 분열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때 결합되는 부위는 신체의 어느 부위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그 결과 갖가지 외형을 낳게 된다. 이를테면 뇌라든지 심장 간 내장 사지를 공유하는 사례에서 2개의 완전한 개체가 단지 가슴의 살갗만 서로 붙어 있는 사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샴 쌍둥이는 창과 앵 벙커라 불렸던 중국계 형제였다. 19세기초 샴(태국의 옛이름)에서 태어난 이들 쌍둥이는 매니저였던 P T 바넘으로부터 ‘샴 쌍둥이’라 명명됐다. 샴 쌍둥이는 흉골에서 배꼽까지 살이 붙어 있었고 대중 앞에서 광대노릇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또 이들은 한 성직자의 두딸과 결혼, 두 가정을 이뤄 22명의 자녀를 낳고 63세까지 살았다. 사람들이 샴 쌍둥이에 관해 상상하기 힘든 부분은 이들이 어떻게 성관계라든지 배설 같은 생리현상을 해결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매사에 같이 행동해야 하는 것을 어떻게 참고 견디느냐 하는 것이다.
레바도 로리가 대학을 다니거나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처음 몇년 동안은 로리에게 상당히 저항했다. 이들은 서로 명령주도권을 번갈아가며 갖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들 자매들은 무의식적으로 서로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갖고 있다. 상대의 엉클어진 머리를 빗어주는가 하면 셔츠에 붙어 있는 보푸라기를 뜯어주기도 한다. 백화점 쇼핑을 갈 때면 가장 친한 친구사이처럼 머리를 맞대고 속삭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