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대 62 동기회 불암산 등산회의 2006년도 5월 산행은 경기도 가평군의 서리산으로 잡혀 있었다. 서리산은 높이가 해발 825 m 이며, 그 동남쪽으로 약 3 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축령산과 함께 서울 인근 지역의 가 볼만한 산으로 꼽힌다. 5월19일(일) 아침의 날씨는 청명하였고, 이 주말은 서리산 능선의 철쭉이 만개하는 날이라고 한다.
아침 7시30분에 교대역 10번 출구 앞에서 모인 24명의 등산대원들은 대절한 관광 bus 를 타고 현리를 거쳐서 서리산 서쪽의 높이가 400 m 가 넘는 불기재 쪽으로 접근하였다. 거기서 bus 를 내린 등산대원들은 다짜고짜 가파른 능선 길을 따라서 수동 고개를 지나서 높이가 649 m 되는 화채봉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오르막 길은 너무 가파렀고, 다들 숨들이 찼다. 그 뿐 아니라, 화채봉에 올라가고 난 뒤에 다시 그 동쪽에 위치한 서리산 정상까지 가려고 하니까, 애 쓰고 올라온 고도를 대체로 다 까먹고 나서야 다시 오르막 길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 ... ? 서리산 정상에 이르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즐겁게도, 서리산 정상을 1 km 정도 남긴 곳에서부터 앞뒤가 넓게 트인 능선 길이 나타나면서, 눈길이 닿는 곳마다 철쭉으로 덮인 철쭉 동산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오늘은 철쭉 능선을 따라서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드디어 널찍한 서리산 정상에 이른 우리는 자리를 잡고 둘러 앉아서, 싸 온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고 마시면서 청명한 주말의 날씨를 즐겼다.
정상주 party 를 마친 등산대원들은 서리산 정상으로부터 동남방에 있는 축령산 쪽으로 가지 않고, 계속 동쪽으로 향하는 능선 길을 탔다. 당초 출발 지점으로부터 동쪽으로 약 7 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상면 초등학교가 있는데, 우리들이 타고 온 관광 bus 는 그 근처까지 가서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서리산은 대표적인 흙 산으로, 흙이 푹신하거나 아니면 길에 두터운 나뭇잎이 쌓여 있었다. 우리는 능선 길을 따라 가다가, 드룹과 취나물이 많은 녹초 지역의 내리막길을 따라서 내려 갔고, 다시 가평군의 유명한 잣나무 숲 길을 따라서 한없이 걸었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잣나무 숲 사이로 오후의 햇볕이 스며들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급경사의 길로 떨어져 내려 오다가 시냇물 가로 내려왔고, 거기서 마지막 남은 막걸리로 목을 축인 우리들은 거기서부터는 띄엄띄엄 논밭도 있고 개울과 민가도 보이는 길을 따라서 상면 초등학교까지 내려 왔다. 허리에 찬 만보기가 24,000보를 가리키고 있었다. 민가가 보이자마자, 이정부 등산회장은 맥주를 여러 can 사서 등산대원들의 타는 목을 식혀 주었다.
다시 대절 bus 를 타고 청평 시내에 들른 불암산 등산회원들은 오후 5시경에 늦은 점심 겸 저녁 식사를 하였다. 불고기에 된장 찌개도 맛이 있었지만, 등산과 나물 채집의 대가인 최홍기 대장과 이정부 등산 회장이 내려오는 길에 캐 오고 따 온 드룹과 참 취나물에 쌈장으로 밥과 불고기를 쌈 하여 먹는 맛이 일미였다. 저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서울 외곽 고속도로가 의외로 잘 뚫려서, 교대역 앞까지 도착하여 보니까 저녁 8시밖에 안 되었다. 관광 bus 를 대절해서 서울 바깥으로 나가서 산행을 한 것 치고는 빨리 돌아온 것이다. 즐거운 하루였다. 이런 좋은 등산의 기회를 마련하여 주신 이정부 등산회장과 안재영 등산 총무, 그리고 최홍기 대장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