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조조와 명의 화타
조조(曹操)는 155년에 패국 초현에서 태어나 216년 위(魏)나라 왕위에 오르고 66세 되던 해인 220년에 죽은 삼국시대의 영웅이었다. ‘치세의 능신이요 난세의 간웅’으로 평가되지만 이만큼 지략과 용인술을 두루 갖춘 영웅도 역사상 드물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시대를 넘어서는 이 영웅은 무예에도 능했지만, 특히 유비나 손권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학식을 겸비하여 삼국 시대의 문학을 대표하는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당시 조조와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고장인 패국 초현에서 태어난 영웅이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화타(華陀)인데, 유학·수리·경학에도 밝았지만 의술에서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래서 살아생전에도 그는 신의(神醫)로 우러름을 받던 전설적인 명의였다. 그는 당시에 이미 외과 수술을 했다. 약물로 전신마취를 시킨 후 복강내의 종양을 제거했는가 하면 두개골 수술까지 감행한 바 있었다. 특히 관우가 오른쪽 어깨에 독화살을 맞았을 때 뼈를 긁어내는 수술로 이를 치료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그러나 조조가 두풍(頭風)이라는 지병으로 심히 앓고 있을 때, 화타는 조조에게 마취 후 도끼로 머리를 쪼개고 바람기를 걷어 내야 한다고 수술을 권유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조조는 화타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의심하여 그를 옥에 가두어 죽인 것이다. 이때 조조는 “세상에서 이런 쥐새끼 같은 놈들은 당연히 없애 버려야 한다.”고 하며 죽였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두풍의 정체
그렇다면 조조가 앓았다는 ‘두풍’은 어떤 병일까?
의서에 의하면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서 길게 지속되지 않는 것을 ‘두통’이라 하고, 증상이 심하면서 길게 지속되는 것을 ‘두풍’이라고 한다. ‘두통’은 갑자기 발생하고 쉽게 풀리지만, ‘두풍’은 시도 때도 없이 발작하며 치유된 후에도 쉽게 재발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두통’이 오랫동안 치유되지 않는 경우를 ‘두풍’이라고 한다고 했다.
원래 담음(痰飮)이 있거나 목욕하다가 냉기를 받거나, 바람에 오랫동안 누워 있어서 머리와 목덜미에 풍기가 침범하면 생긴다고 했다. 조조는 아마 풍우를 무릅쓰고 평생 전장을 누비다가 이 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싶다.
여하간 이 병에 걸리면 눈썹 주위를 비롯해서 이마까지, 그리고 눈, 코, 귀, 입 주위가 마비되어 감각이 없다. 눈썹 난 곳이 위아래가 잡아당기는 것같이 아프고, 눈이 아프며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우며, 머리의 피부가 붓거나 저리거나 가렵거나 혹은 뻣뻣해서 감각을 느끼지 못한다. 또는 코가 막히고, 귀에서 소리가 나거나 귀가 먹먹해지며, 얼굴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또 입과 혀가 잘 놀려지지 않고 둔해져서 음식맛을 모르며, 혹은 코로 향기를 맡으면 지극히 자극적으로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고, 악취를 맡으면 악취가 자극적으로 지독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두풍증이 생기면 절반은 배나 수레를 탄 것처럼 어지럽다고 했는데, 특히 하품할 때 아찔해지는 현기증을 더 자주 느낀다. 때로 열이 몰리면 두풍증이 발작할 때 답답하고 아파서 끈으로 머리를 동여 묶어야 할 정도로 심하다.
두풍에 좋은 베스트 3
첫째, 백지라는 약재가 좋다. 동의보감에는 백지를 무즙에 담갔다가 볕에 말려 가루를 내어 한번에 8g씩 식사 뒤에 끓인 물에 타 먹거나, 혹은 알약으로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그러나 번거로우면 백지 10g을 물 500cc로 끓여 반으로 줄여 하루 동안 나누어 마셔도 된다. 백지는 두풍증으로 어지러운 데도 좋지만, 특히 머리가 아플 때 눈앞에 기하학적 도형이 나타나거나 월경 전후, 혹은 배란기 때 두통이 더 심해질 때도 좋다.
둘째, 국화가 좋다. 동의보감에는 꽃을 가루를 내어 한번에 4g씩 하루 두 번 술에 타 먹거나, 국화로 술을 담아 먹거나 또는 연한 줄기나 잎으로 국을 끓여 먹거나 나물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고 했으며, 특히 흰 국화가 더 좋다고 했다. 그러나 번거로우면 국화 10g을 물 500cc로 끓여 반으로 줄여 하루 동안 분복해도 된다. 국화는 혈압으로 인한 두통이나 스트레스성 두통, 또는 성(性) 불만이 쌓여 옆머리와 함께 뒷머리에서부터 양어깨까지 짓누르듯 무겁고 아플 때도 좋다.
셋째, 결명자가 좋다. 동의보감에는 두풍증을 치료하고 눈을 밝게 한다고 했으며,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면 녹두보다 낫다고 했고, 또 편두통일 때는 가루를 내어 물에 개어 ‘태양’ 경혈에 붙이면 아주 좋다고 했다. ‘태양’ 경혈은 눈초리와 귀 중간에 있는데, 무엇을 씹으면 움직이는 곳이다.
참고로 더우서 머리가 더 아플 때는 메밀베개를 베고 자면 좋고, 중풍이나 고혈압 두통에는 국화베개를 베고 자면 좋고, 감정의 급변에 의한 두통이나 호르몬 조절이 잘 안 되어 오는 두통에는 박하베개를 베고 자면 좋고, 자율신경실조성 두통이나 소화기장애에 의한 두통에는 세신베개를 베고 자면 좋다.
박하는 두풍증에 달여 먹거나 가루를 내어 먹어도 좋을 정도로 상초를 시원하게 해주는 약이며, 세신은 풍으로 머리가 아프고 뇌가 흔들리는 것 같거나 혹은 머리와 얼굴에 땀이 많이 나면서 바람을 싫어하고 머리가 아픈데 없어서는 안 될 약으로 달여 마시거나 가루를 내어 먹어도 좋다.
신재용 해성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