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26코스
청마기념관-고려공주 샘터-상죽전마을-신두구비재-외간리동백나무-거제파출소
20210908
9월 8일 남파랑길 25코스와 26코스를 걷기 위해 거제도로 들어갔다. 그런데 안내산악회 대장이 26코스 끝지점인 청마기념관에서 시작하여 25코스 시작점인 탑포마을 입구까지 역방향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럴 수가 있을까? 그렇게 되면 기념관과 생가가 아침 일찍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청마 유치환 기념관과 청마 생가를 관람할 수 없게 된다. 안타깝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아침 6시 20분이 조금 넘어서 청마기념관 주차장에 도착했다. 청마기념관 앞 370년이 넘은 팽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청마도 이 팽나무를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을까? 그는 2살 때 통영으로 이사하여 통영에서 유년기를 보냈기에 고향에 올 때면 이 팽나무를 보았을 것이다. 청마기념관을 관람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뜰의 시비와 조형물을 살폈다. 그의 시 작품들이 오석에 새겨져 있고 시비 옆에 청마 유치환의 청동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다음을 기약하지만 9월 29일에도 아침 일찍 이곳에서 27코스를 시작하기 때문에 그때도 청마기념관을 관람할 수 없을 것이다.
청마기념관 앞 27코스 안내도 앞에서 기념셀카를 찍은 뒤 앞서가는 일행을 뒤좇아갔다. 이번 26코스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산방산, 고려공주 샘터, 상죽전마을, 신두구비재, 대봉산, 삼락정, 외간리 동백나무, 간덕천 수문과 거제만 풍경, 각산야우 아파트와 거제항 각산부두 등 걸어간 길에서 만난 풍경들이 지금도 또렷이 새겨져 있다. 그래도 가장 가슴 깊이 새겨진 풍경은 대봉산둘레길에서 내려본 거제만 풍경이다.
아침 8시 30분경 산방산 둘레길을 돌아 신두구비재를 넘어서 대봉산 둘레길을 걸어가는데 오른쪽으로 거제만 풍경이 들어왔다. 거제만 해안의 내간마을 들녘에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바다와 해안과 마을과 들녘 풍경은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그보다도 더 눈부신 것은 평화로운 풍경이다. 그 풍경 속으로 '돌아오라 소렌토로' 노래가 흐른다. 고향을 떠나간 님의 귀환을 바라는 애절한 노래가 청마를 부르는 듯하다. 그러나 청마 유치환은 고향 거제에 돌아오는 시 작품만 썼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고 객지에서 죽었다. 통영의 윤이상도 마찬가지다.
'돌아오라 소렌토로'에 뒤이어 그리그의 음악 '솔베이지의 노래'가 거제만 바다에서 울려온다. '솔베이지의 노래'는 고향을 떠나간 연인 페르 귄트를 기다리는 여인 솔베이지의 애절한 기다림과 그리움의 노래다. 방탕한 페르 귄트는 쫄딱 망하여 헐벗은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그러나 행복하게도, 기다려준 연인 솔베이지 품에서 삶의 최후를 맞는다.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은 희곡 '페르 귄트'를 창작하고, 노르웨이의 음악가 그리그는 이 극에 '페르 귄트' 곡을 작곡하여 뒷날 유명해진 '페르 귄트 모음곡'이 조합되었다.
길손은 풍경과 음악의 환청 속에 아득해졌다. 걸어가야 할 종착지가 풍경 왼쪽 끝으로 가늠된다. 왼쪽 끝 높이 솟은 노자산 뒤 탑포마을이 최종 목적지다. 비록 몸은 힘들지만 풍경과 음악에 취하여 풍요한 마음이 된다. '나, 돌아간다.' 페르 귄트는 헐벗은 마음으로 귀향하였지만 길손의 마음은 풍성스럽고 따스하다.
거제도 둔덕골은
팔대(八代)로 내려 나의 부조(父祖)의 살으신 곳
적은 골 안 다가솟은 산방(山芳)산 비탈 알로
몇백 두락 조약돌 박토를 지켜
마을은 언제나 생겨난 그 외로운 앉음새로
할아버지 살던 집에 손주가 살고
아버지 갈던 밭을 아들네 갈고
베 짜서 옷 입고
조약(造藥) 써서 병 고치고
그리하여 세상은
허구한 세월과 세대가 바뀌고 흘러갔건만
사시장천 벗고 섰는 뒷산 산비탈모양
두고두고 행복된 바람이 한 번이나 불어왔던가
시방도 신농(神農) 적 베틀에 질쌈하고
바가지에 밥 먹고
갓난것 데불고 톡톡 털며 사는 칠촌 조카 젊은 과수며느리며
비록 갓망건은 벗었을망정
호연(浩然)한 기풍 속에 새끼 꼬며
시서(詩書)와 천하를 논하는 왕고못댁 왕고모부며
가난뱅이 살림살이 견디다간 뿌리치고
만주로 일본으로 뛰었던 큰집 젊은 종손이며
그러나 끝내 이들은 손발이 장기처럼 닳도록 여기 살아
마지막 누에가 고치 되듯 애석도 모르고
살아 생전 날세고 다니던 밭머리
부조의 묏가에 부조처럼 한결같이 묻히리니
아아 나도 나이 불혹(不惑)에 가까웠거늘
슬플 줄도 모르는 이 골짜기 부조의 하늘로 돌아와
일출이경(日出而耕) 하고 어질게 살다 죽으리.
-유치환(1908~1967)의 '거제도 둔덕골' 전문.<시집 <울릉도>(1947)>
남파랑길 26코스 끝지점이며 27코스 시작점인 청마기념관 앞. 남파랑길 27코스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왼쪽은 산방산으로 이어지고 남파랑길은 오른쪽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내간·외간 방향으로 진행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내간과 외간마을 방향으로 내려간다.
계룡산 너머가 거제의 중심지 고현이다.
영상 왼쪽 두 개의 형제봉 같은 산봉 오른쪽이 노자산이다.
정작 중요한 외간리 동백나무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수령과 특징, 유래 등을 적어 설명안내판을 다시 세워야 한다.
외간리 동백나무는 위쪽과 아래쪽에 각 두 그루씩 네 그루가 자라고 있다.
간덕천을 따라 간덕천이 거제만에 합수하는 간덕천 수문이 있는 곳까지 진행
거제만의 썰물 때 간덕천 물을 거제만에 내보낸다.
오른쪽 맨 끝에 솟은 산봉 오른쪽 뒤 산봉이 노자산
왼쪽에 스프츠파크가 보이며 거제항과 서상방파제의 흰등대가 보인다. 그리고 중앙 뒤쪽에 노자산이 우뚝하다.
각산야우 아파트 이름이 특이하다. 각산야우(角山夜雨)는 각산 부두에 밤비 내리는 광경을 이르는 것으로 거제면의 팔경(岐城八景) 중 하나라고 한다. 각산은 각산야우 아파트 앞에 있는 나즈막한 산인데 스포츠파크빌과 각산야우 아파트가 지어지면서 많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스포츠파크빌 앞이 거제항 각산부두인 것 같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나가면 거제항이며 이곳이 옛날 각산부두라 일컬어진 듯하다.
뒤쪽에 대봉산이 의젓하다. 이곳 부두에 밤비가 내리는 풍경을 각산에서 바라보는 '각산야우'는 거제면의 팔경에 속한다. 오른쪽에는 스포츠파크빌 아파트가 세워져 있다.
이 풍경을 감상하고 뒤돌아서서 경상남도 수산안전기술원 거제지원 앞으로 되돌아와서 진행한다.
경상남도 수산자원연구소 패류양식연구센터와 정아렌트빌을 통과하여 진행
이 공동주택단지는 임대주택단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