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 2007. 5. 26. 10:40 - 17:00
산행구간 : 지기재 - 신의터재 - (무지개산) - 윤지미산 - 화령재 (15km)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주말까지 이어진다고 했다가 오다 말것이라고 하는 등 오락가락한 일기 예보 때문에 마음을 졸였으나 인천 지방만 제대로 맞추고 다른 지역은 빗나간 예보가 되고 말았다.
오늘은 구간이 짧아 대간 시작한지 첨으로 당일 산행이다. 지금까진 항상 새벽 1시에 일어나 잠을 설쳐 밤바람에 졸음을 쫓으며 들머리로 달려 갔었는데...
서울에서 7시에 출발한다니 우리도 그 시간대에 출발하면 충분할 것 같다. 마침 산사랑님께서 지리 천왕봉의 낙서를 지우고 백무동으로 하산하였기 우리와 동행한다. 싱그러운 초하의 아침바람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가는 도중의 풍경은 녹색의 향연 그 자체다. 지난번 보다 한층 더 짙어졌다. 시간대도 그렇고 오늘의 코스도 그렇고 소풍가는 분위기다.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에서 본진과 합류한다. 예전엔 원남장, 마로장, 화령장이 유명했었는데 지금은 여느 시골이나 마찬가지로 많이 쇠퇴했다. 오가는 사람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차에 오르니 반가운 얼굴들이 웃음으로 맞아 주신다. 귀연회 금년 회장이신 이경애님과 닉처럼 화려하고 멋진 레인보우님께서 참석하셨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지독한 독감에 시달린 한주라 웬지 퀭해 보인다. 구간이 짧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감사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10시 40분이다. 전 같으면 큰 봉우리를 다섯 개는 넘었을 시간이건만 오늘은 느긋하다. 소풍왔으니까. 처음 구간은 평이하다. 야산을 가볍게 걸어준다. 세멘 포장 도로를 따라 걷는데 미루나무가 반겨준다. 여름이면 무성한 그늘과 함께 매미소리 시원하던 그 미루나무다. 가로수로 많이 있었는데, 그러나 지금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귀해졌다.

[마을 어귀나 신작로의 가로수로 서있던 그 미루나무 - 매미소리가 들리는 듯]
길 옆으로는 하얀 찔레꽃이 만발했다. 환하게 피어 우리를 반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찔레꽃은 다 흰색이던데 유행가에는 찔레꽃 붉게 피는~ 이라고 된 건 어찌된 연유이냐고 라일락님이 의문을 나타낸다.
그런데 난 그 말을 듣는 순간까지 찔레꽃이란 장미처럼 빨간꽃으로 알고 있었다. 왜 나만 그렇게 각인되어 있었을까? 대다수의 찔레가 흰꽃이고 국경찔레종만 붉은빛을 띈다는데...들장미라는 이름에서 연상되었을까?
장사익님도 달빛에 비친 하얀꽃을 보았기 그렇게 가슴을 후벼파며 서럽게 찔레꽃을 노래 했나보다. 교교한 달빛에 비친 하얀 찔레꽃은 서러웠을게 분명하다

[대간길 옆으로 하얀 찔레꽃이 만발하여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그러나 이런 여유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강풍보다 폭우보다 더 힘든 불볕 더위와의 본격적 전쟁이 시작된다. 비 온뒤라 습한 지열이 더 힘들게 한다. 그러는 가운데 산 위에 올랐을때 시원한 바람이 우리의 땀방울을 식혀준다.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더 시원한 바람을 느낄게 될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올 여름내 이 바람에 고마워하게 될 것 같다.

[초반이라 아직은 힘이 남아서...한데 뭉쳐서 갑니다]
그럼에도 두시간을 예상한 신의터재까지 1시간 2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제 걷는데 어느 정도 이골이 났음을 느낀다. 오늘은 솔나리님의 걸음도 가볍다. 샤방샤방 잘 걸으신다.
많은 대간 땜방 요원들의 비웃음에도 고쳐지지 않는 우리의 식사 시간이다. 남들은 뭐라고 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집에서 별로 하는 일이 없을 때에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 점심, 힘들게 산을 탔으면 잘 먹어야 된다는 고집에 오늘도 맛있게, 많이, 거기다 반주까지 곁들여 먹어준다.
다음주부터는 산행을 일찍 시작해 아침만 산에서 먹기로 해서 간단하게 준비해야 될 것 같다. 이 또한 본격 산꾼이 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귀연산악회원이 다섯분이나 참가하였습니다]

[안나회장님은 무얼 가리키고 계신 것인지?]
식사를 마치고 도로를 건너 대간길로 접어 드려는데 화령재 4시간이라는 안내가 붙어있다. 가볍다. 선두가 약간의 알바를 하는 바람에 후미에 출발했던 우리가 선두가 된다. 세상사는 한 이치를 또 깨닫는다.
한시간 30분가량 부지런히 걸으면 무지개산 갈림길이 나온다. 마침 귀연산악회에서 Rainbow님께서 오셨고 더구나 외도와 알바는 절대 사양하는 회장님의 방침에 따라 직진한다.
거기를 그냥 지나쳐 다음 봉우리에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윤지미산을 찾는다. 그러나 이 산이 그리 쉽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오늘 구간에서 제일 높다는 이름값을 하는지 몇 번을 허당 친 뒤에 도착한다.
왕년의 명배우 김지미가 언 듯 떠오르는데 성이 다른 윤지미는 뭐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흔치 않은 지명에 궁금증만 남는다. 상주시청 홈페이지를 방문했으나 명쾌한 답을 얻을수가 없다. 담당자도 모른단다. 다시 화서면사무소에 전화했으나 발령받은지 얼마 안되었다는 핑계로 대답을 못한다.
그러나 그 길을 얼마나 많은 대간꾼이 지나갔으며 또 많은 꾼들이 나처럼 의문을 품고 질문을 했을터인데....그들은 고의로 그러는 것 같았다. 고약타.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뒤진다. 포기하려 할 즈음 하나를 발견한다. [대간 초기에 어느 산악회에서 등반 중 산이름이 없음을 알고 일행 중 한 여성의 이름을 따 산이름을 붙였더니 그게 그 산 이름으로 굳어졌다며 원 이름은 지장봉이라는 설명이 있다]
또 다른 사연이 있을법한 윤지미산에서 한참을 쉬며 놀다가 화령재로 내려서기 위해 출발한다. 급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겨울철이나 비가 올 때면 매우 위험할 것 같다. 삼봉산에서 소사 고개로 내려오던 3월 어느날을 떠올린다. 산사나이님의 농담을 벗삼아 몇 번씩 엉덩방아를 찧으며 내려 왔었는데....
급경사 구간을 내려오면 약간의 기복이 있는 길이 이어진다. 이경애님의 마라톤 얘기를 들으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려온다. 임도가 나오고 당진 - 상주간 고속도로 현장이 보이고 드디어 화령재에 당도한다.
길 건너편에 화령정이라는 정자를 세워 놓았다. 대간꾼을 위한 배려라 생각하고 바닥에 누워 본다. 선두로 달려온 보너스인 것 같다.
다음번 산행시 49번도로에 차를 세우기 때문에 300여m를 걸어 이어준다. 슬리퍼 차림이다. 백두대간을 슬리퍼로 걷다니....[나 대단한 것 맞다]
그 도중에 고속도로 공사 현장 함바집이 있다. 전에 운해 대장님께서 홀로 대간하던 중 이곳에서 신세를 졌었다는데 그 주인께서 알아보고 선한 인상의 후덕함이 묻어나는 웃음을 띠고 우리를 반겨 주신다. 진한 갈증뒤의 탁배기 한잔 - 하루의 피로를 푸는데 일조한다. 두부 김치와 계란말이도 맛이 일품이다.
맛있게 먹고 나오면서 아주머니께 언제 여기를 또 지날일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인사를 했더니 도로 완공으로 금년말까지만 운영한단다. 돈 많이 버세요.

[보너스 - 가을 하늘처럼 청명한 하늘과 흰구름을 서울과 인천분들께 보냅니다]
첫댓글 매번 꼴찌여서 선두팀의 소식을 산행기를보고 접하고 갑니다......일년만 더하면 선두로.......
후미를 위해, 또 아름다운 작품을 찍고져 뒤에 오심을 솔나리님 말고 우리도 잘 아는데요.
만태님의 산행기를 읽으면 미소가 가득 번져옵니다
구수하고 맛깔스럽고 그리고....아름답습니다
만태님 외모는 터프하신데 아주 섬세하고 시적이고 따듯합니다
내말대로 문단에 데뷔하세요

늦깍이라도 아직은 청춘입니다


안나님, 보잘것 없는 글에 매번 과분한 칭찬으로 격려해 주시니 고맙긴 합니다만, 받아 드리기 벅찬 말씀이라....그래도 고맙습니다

윤지민지 김지민지 산명때문에 만태님이 억수로 수고하셧군요~덕분에 윤지미산의 내역에대해 조금이라도 알고넘어갑니다, 풋풋한 바람소리 느끼며 잘보고갑니다
무지개산은 아름다운 무지개 폭포가 있어 명명되었다고 합니다. 안그래 보여서
왔습니다만...
산행기를 보면 늘 다시 걷는 느낌이 듭니다. 토요일 번개때 산사나이님께서 동행하실 가능성도 있다네요.
이번 산행에서는 그대로님을 좀 따라 갔더니 진행 속도도 좋았고 덤으로 시원한 캔까지...
맛난 후기 맛있게 먹었네요...이날은 만태님 쫓아 가느라 허니 거시기가 얼얼 합니다.
엄살이 심하시네요....
만태님 산행기엔 생동감이 묻어나고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미가 더합니다. 산행기 따라 마루금 다시 밟으며 다시금 행복한 시간 보낼수 있어 늘 감사하답니다. 다음편이 벌써 기대되는걸요.
우리 부부는 예솔님의 사진을 보면서 그 밝은 웃음과 멋진 포즈에 감탄하고 있지요. 예솔님


에고고... 저는 윤지미 품에 언제 안겨 보려는지

바람소리 시원한글 
겨보구 갑니다

윤지미가 한산님을 퍽 기다리던 눈치던데....아마 반가워할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