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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와보니, 개를 데리고 다니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공원에서는 개와 함께 다정하게 산책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떤 사연으로 고향인 진도를 떠난 개가 주인을 찾아 몇 년만엔가 다시 돌아왔다는 감동적인 진돗개 이야기하며, 주인이 낮잠들었을 때 불이나 주인이 위태롭게 되자 개가 강물에 몸을 적셔 불을 끄고 자신은 장렬하게....등등 사진 : 맹인의 길을 안내해주는 고마운 맹도견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개똥녀’ 이야기가 상당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젊은 여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전철을 탔는데, 그만 개가 차안에다 설사를 하는 바람에 벌어진 해프닝이다. 주위사람들은 빨리 개똥을 치우라고 다그치고, 무안했는지 그녀는 똥을 안치우고 바로 얼마 있다 내려버리고, 결국 할아버지가 그 개똥을 치운 일이다. 영국에 와보면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을 너무 자주 볼 수 있다. 영국에 와서 우연히 어느 책(1988년판)에 나온 통계를 보니, 비율로 따져서 세계에서 미국이 애완견(family pet)을 가장 많이 기르고(100 가정당 40 가정), 영국은 여섯 번째로 100집당 23집이 개를 기르고 있다고 하였다. 오래 전 일이니, 지금은 얼마나 더 많은 가정에서 개를 기르고 있을까 ? 영국에서 좀 살다보니 여기저기서 개에 관한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이 길은 개 데리고 다니지 마시오’ ‘개를 혼자 다니게 마시오’ ‘개 똥 안치우면 벌금 왕창 물려버린다’ 등등 또 어느 분이 우리나라 신문 칼럼에 기고한 글이 생각난다. 우리네 신세가 개만도 못하다고(?)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어적으로 풍자한 글이다. 무신 내용인가 하면, 좋은 직장 얻으려고 십수년을 줄창 공부만 해야 했고, 직장생활 10년을 넘겨 겨우겨우 조그만 집을 장만하고, 자식 공부시킬려고 매달 수입은 거의 반을 과외비로 써야 하고, 퇴직해서야 모처럼 해외나들이나 한번 해볼려고 아껴서 마련해 둔 목돈마저도 자식들 시집장가간다고 털어내야 하는 신세를 두고 한 말이었다. 정말 개보다 나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는지 한번 자문해 볼일이다. 우리네 삶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었다. 부잣집 개는 주인이 어디 놀러갈 때 개 호텔에 맡기고 간다. 언젠가 중앙119구조대를 방문하여 인명구조를 위해 독일에서 수입된 2억짜리 개를 한번 본 적이 있는데, 그 개는 여름에도 에어콘이 나오는 개 호텔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영국에서 누가 가장 대접받느냐 하면 첫째가 어린아이, 둘째 노인, 셋째 여자, 그 다음이 개이고, 맨마지막 꼴찌에 남자가 들어간다고 한다. 남자 값(?)이 개만도 못한지 ?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여자분들이 개를 무지 좋아한다. 하기야 남편이나 자식은 속을 썩히는 수가 많아도, 언제나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반가워해주고, 사람이 울적하거나 마음이 심란할 때에도 재롱을 피워주며, 특히나 언제나 따뜻한 체온을 갖고 있는 짐승이기에 그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늘 좋기만 한 친구 같고 애인 같고....개가 언제 사람의 마음에 상처주는 것 보았나요 ? 동료들이 우스개로 하는 말이 생각난다. 늙어서 정년하고 나면, 돈 떨어지고 힘 떨어져 마나님 눈치봐야 하는데, 특히 개 목걸이를 항상 잡고 다녀야 한다고... 왜냐면 남편을 떨어뜨려 놓고 다니는 수는 있어도 개는 항상 데리고 다니니까, 찬밥 신세 안되고 어디 같이 따라 나갈려면 항상 개 옆에 붙어 다녀야 한다고 말이다. 아이고 무신 당치도 않는 헛소리인고....
우리나라에도 애완용 개를 키우는 가정들이 늘어가고 있다. 개팔자가 상팔자인 경우도 쉽게 목격한다. 뼈 빠지게 일 안해도 제 때 밥 탁탁 갖다주지, 뭣을 싸도 냄새난다고 주인이 다 알아서 치워주지, 미용시켜주지, 추우면 춥다고 옷입혀주지, 아프면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주지, 주인이 늘 이쁘다고 귀여워 해주지....개에게 쏟는 정성의 절반만이라도 사람에게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주변에서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개줄을 채워서 한손에 잡고, 다른 한손에는 혹시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비닐봉지를 들고 다녔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네 개가 거시기를 하면, 다 갖고 다니는 비닐봉지에다 치우고, 공원에 많이 설치해놓은 개배설물 전용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딱 한번 예외 현상을 보았다. 영국사람이라고 개를 데리고 다닐 때의 수칙을 모두 다 잘 지키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도 길가에 개똥이 가끔 보인다. 어떤 아저씨는 개 데리고 산책하다가, 내가 보는데도 내 앞에서 버젓이 자기네 개ㅅㄲ로 하여금 똥싸게 하고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휙~ 가버렸다. 에이~이런.....이런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어느날 시내 운하변을 걷다가 본 경고표지판에는 ‘만일 느그집 개가 길가상지 암디나 응아(?)허믄 벌금 1000파운드(200만원)를 물릴거싱게 알아서들 허드라고잉’라고 써 있었다. 세상 어디를 가나 원칙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있기 마련. 그렇게 깨끗하다는 싱가폴에서도 담배 꽁초를 길바닥에서 본 적이 있다. 어찌나 고소(?)하던지...이건 또 무슨 말인겨 ? 싱가폴 다녀온 양반들이 거기는 길가에 담배 꽁초 하나도 없다고 하도 해댓싸서, 그 예외를 직접 발견했기에.... ㅎㅎㅎ 좌우간 영국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일상화된 모양이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언젠가 영국의 시골에 가있을 때에도 어느 아줌마가 장화신고서 튼튼한 개 두마리를 데리고 산보하는 것을 보았다.
장화신고 자기네 개 데리고 산책 나온 시골 아줌마 그리고 옥스퍼드에 있는 크라이스트 쳐치 칼리지 앞에서 개하고 산보하는 여인과 만나서
영국의 버밍햄 공항 옆에는 NEC(National Exhibition Centre)가 있다. 매년 세계적인 규모로 여러차례 전시회 내지 박람회를 개최하여 많은 사람들을 버밍햄으로 불러들여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얼마 전에 소비재박람회 때 한번 가보았는데, 별의 별 물건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참가 국가들로 유럽나라들은 말할 거도 없고 중국, 인도, 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서 자기네 회사가 만든 제품 을 홍보하기 위해 부스를 만들어 선전하고 있었다. 미리 인터넷상으로 신청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갈 수 있는데, 그것을 몰라 3만원 정도 내고서야 입장을 했다. 이러한 박람회 일환으로 같은 NEC에서 개 박람회를 하였고, 그것을 BBC방송에서 생중계를 며칠 동안 하는 것을 보았다. 개를 키우는 영국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줄을 처음 알았다. 각자 자기 개를 이쁘게 꾸며 데리고 나와 간단한 검사를 한 후에, 경기장을 한바퀴 돌게 하면서 이른바 개품평회를 하는 것이었다. 개를 매개로 산업으로 발전시킨 모양이다. 슈퍼마켓 같은 곳에 가면, 화장품 코너, 냉동식품 코너와 같이 개밥(dog and cat food) 코너가 따로 있었다.
버밍햄 공항 옆에 있는 NEC에서 개최된 2005년 개 박람회(Crufts) 개박람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그 견공(犬公), 근데 개보다 트로피가 더 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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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로 사람을 ‘키도 큰 사람’ ‘키만 큰 사람’ ‘키만 크지 않은 사람’ ‘키도 크지 않은 사람’으로 유형화해보기도 한다. 집안에서 개를 데리고 사는 것이야 자기 좋아서 하는 것을 그 누가 뭐라고 하리요 ? 다만 개를 밖에 데리고 나왔을 때를 생각해서 이렇게 나눠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개를 키우면서 그 똥도 치우는 사람, 개를 키우면서 그 똥은 치우지 않는 사람, 개를 키우지 않으면서 남의 개똥은 치우지 않는 사람, 개를 키우지 않으면서 남의 개똥도 치워주는 사람...우리나라도 애완견인구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의식도 성숙해질 것이다. 개만도 못한 신세타령을 종종 듣는다. 더구나 개만도 못한 극한 인생도 본다. 자식이 애비를 죽이는가 하면, 부모가 자신을 내버리기도 하고...
개는 우리네 사람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 온 동물이서 그런지, 우리말 중에는 ‘개’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말 표현에 ‘개’자가 들어가면 별로 느낌이 안 좋은 단어가 많다. ‘개’가 단어의 접두사로 붙으면, '함부로 되어 변변치 못한'이라는 뜻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 때 ‘개’는 '진짜배기(참)'의 반대 뜻이다. 예컨대 개미나리, 개살구, 개떡, 개꿈, 개수작, 개나발 등이 있다. 또한 동물로서의 ‘개’가 들어있는 욕이 많다. 개새끼, 개 망나니, 개 뼉다구 같은 놈 등. 또 ‘개’가 들어간 속담도 많다. 개눈엔 똥만 뵌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 개팔자가 상팔자, 오뉴월 개팔자, 오뉴월 개패듯 한다, 제버릇 개주랴, 개가 웃을 일이다, 개도 먹을 때는 건들지 않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사흘 굶은 개 몽둥이가 안뵌다, 개밥에 도토리다, 개새끼도 제 주인은 물지 않는다 등등. 이렇게 우리 속담에서는 ‘개’가 좋지 않은 이미지, 천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허물없는 동물이기에 그럴 것이다.
인간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동물 중에 개만한 동물이 없다. 적당하게 몸집도 작고, 조금만 훈련시키면 집안에서도 충분히 깨끗하게 지내게 할 수 있다. 나도 한국에 가면 시골에 살면서 마당에 개를 한 마리 키워볼 생각이다.
첫댓글 보양탕 먹는 계절입니다. 개고기가 사람육질과 가장 닮아서 보신을 하는데 좋다지만 간 안좋은 사람에게는 안좋다지요. 눈이 안보인다고. 개눈깔이냐! 라고 욕하는 걸 봐도. 서교수님 글이 아주 매그럽고 술술 풀리니 글 늘어 좋고 영어 늘어 좋고 써놓은 글이 쌓여 좋고 - 그 놈의 고독은 그래도 보상이 있다니까요.
개 박사 다 되셨어요. 싱가포르 리틀 인디아는 정말 마음 아픈 곳이었어요. 밤이랑, 그 나라 뒷면에는 쓰레기도 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