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동산~윗세오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비옷을 챙기고 오전 7시에 집을 나섰다. 어릿목에 도착한 것은 7시30분 주차장이 한산했다. 그런데 벌써 윗세오름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도 있었다. 놀랍게도 우리 아랫층 부부도 귀가 중이었다. 부지런을 떨더라도 벌써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날 땐 정말 앞서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어릿목에서 사제비동산에 이르는 길은 숲길이다. 나무나 돌계단이 끝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천천히 1시간 반정도면 숲터널을 벗어나고 시야가 툭트인다.
어쩜, 산다는 것은 고행이다. 삶의 현장에선 흙탕물이 묻게마련이다. 그래서 수시로 마음을 정화시켜야한다.또한 '번뇌'를 가라앉히는 노력도 필요하다. 계단 하나씩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오체투지하는 마음... 백팔참회가 따로 있을까...
사재비동산에 이르면 시원한 약수를 마실 수 있고 만세동산에서도 마실 수 있다. 그래서인지 베낭도 생수병도 없이 빈몸으로 올라가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냉장고에서 꺼낸 물보다 더 시원하고 달다..
나무판넬 길도 있고 돌길도 있다...1500고지에 이르면 진달래가 만발한 오름들이 화려하다...한창 좋은 시절은 지났지만 인생을 아는 듯한 마담이 말 벗을 해주는 카페를 연상케한다...
1,500고지에서 돌아본 풍경이다..올라오는 사람들과 등뒤에 있는 오름들이 꽤나 선명하다...밝은 햇살과 시야가 깨끗한 것이 오히려 뜻밖이다. 더구나 진달래까지 아직 떠나지 않았기 때문에 예쁘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제일 앞에 '망체오름'에 가고 싶다...분화구가 너르고 빙 둘러 걸을 수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망체오름이 여기서 잘 내려다보여서 이 입체화가 세워진 것이다..멀리 왼쪽으로 '노루오름, 바리메오름, 노꼬메오름, 작은 노꼬메오름...'이 뒷줄에 있다.
'설앵초' '금방망이' ...........'섬매발톱나무' 이름을 알려고 찍었는데 이름이 잘 읽을 수가 없다...
만세동산 전망대...여기서 국립공원 내 오름들과 제주시 오름들을 훑어 볼 수 있다...
안즌벵이처럼납작한데 '구상나무'일종이다..열매들이 푸르다...
내 뒤에 아빠와 같이 걸어오는 어린이의 말소리가 들렸다. "몇까지 세면 한라산에 가느냐?' '멀기도 멀다...'는 등 아빠와 이야기한다. 나무가지로 지팡이를 삼고 꼭꼭 누르며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오는 모습이 귀엽다....마침내 윗세오름 대피소가 보인다고 아빠가 이야기하자 "아~~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고 소리쳤다. 난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왔고 돌아서서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진달래꽃이 오름치마자락에 무늬를 놓았다...화려한 꽃수 놓은 치마를 펼쳐보이는 오름들이 넘 멋지다...
마침내 윗세오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다른 날보다 월씬 한적하다...우린 행운을 얻은 것처럼 조용한 분위기를 즐겼다. 커피 한잔에 비스켓을 먹으며 양지에 앉아 쉬었다...1500원짜리 사발면 육계장을 먹을까하다 아침을 먹고왔기 때문에 시장기가 없었다...
사람들이 둘러앉아 아침겸 점심을 먹고있는 곳에 윤기가 흐르는 까마귀 몇 마리가 어정대고 있었다. "어이, 자네도 술 한잔 하지~"하고 한 사람이 까마귀를 향해 술을 고시래한다...곁을 지나가다 들려오는 그 소리가 정겨웠다...
초록색 잠바를 입은 여자가'윗세오름'이란 표지석을 안고 사진을 찍고있다...저 길로 올라가면 남벽으로(돈네코코스) 넘어갈 수 있다...4-5시간 걸린다...
윗세오름 대피소 기상을 볼 수 있는 카메라 위에 까마귀가 앉았다...
우리가 윗세오름에서 하산하는 중에 윗통벗고 올라오는 사람이 있었다...스치고 지난 후 돌아서서 뒷모습을 찍었다...범상치않은 모습이다...그런데 한 시간쯤 내려가다보니 그 사람은 우리를 앞질러 내려가서 쉼터에 누워있었다...50대- 60대로 보이는데 걸음이 사뿐사뿐하였다...계단을 부드럽게 내려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에게 물었다..실례지만 연세가...? 오십육세라고 대답하는 그의 눈은 사슴같았다..윗통벗고 비닐신발을 신었을 망정 맑은 눈에 반쯤 도통한 사람같았다...윗세오름까지 왕복 2시간이면 된다고...같은 연배지만 속도가 배로 빨랐다...그야말로 한라산을 산책로 삼고 사는 사람이었다... 얼마나 훈련을 하면 저렇게 될까...
안개가 와이계곡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점점 안개가 산을 두르기시작했다...
왼쪽이 '털진달래' 오른쪽이' 산철쭉'이라는 설명이 있다...산철쭉의 술이 다른다..다섯잎이 납작한 편이고...
윗세오름 대피소에 물건을 운반 올라오고 있다...한 줄 철로에 산지기가 앉아있고 라면과 과자상자가 뒤에 실려있다...하루 라면이 몇백그릇~천그릇까지 판다니...이런 수송책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숲으로 내려왔을 때 점점 진해진 안개는 어릿목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아주 심해졌다...도로에서 비상등을 켜야할 정도였다...
저녁뉴스에 만여명의 관광객이 공항에서 발이 묶였다는 보도를 보았다. 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해무는 대단한 모양이다...
아침 일찍 나섰기 때문에 산을 즐겼다. 화창한 햇살과 진달래 만발한 만세동산과 윗세오름은 진달래가 떠나기 전 선물처럼 축복처럼 절정을 연출했다...사진과 추억으로 가슴에 남을 것이다...
첫댓글 엊그제 비온 다음날 어리목 코스로 산행을 했습니다. 맑은날의 산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하지만 조심하세요 지난번 장마시작무렵 비오는것을 무릅쓰고 오르다 보니 사제비 약수터 이후 돌밭길이 하천이 되어 있던군요. 산의 매력도 좋지만 조심할것은 조심하시는게............
그렇군요...네. 조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