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지난 25년 동안 경험한 무속의 현장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이론이나 주장을 펴기보다는 현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무당에 대해서, 굿의 의미에 대해서, 우리 사회의 무속적 성격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이해하도록 써 내려갔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
저자 : 황루시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국문학과 대학원에서 「무당 굿놀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부터 무속 현장의 답사를 시작하여 최근에는 일본, 미얀마, 타이완, 베트남 무속의 비교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그 동안 쓴 책은 『한국인의 굿과 무당』『팔도 굿』『장승제』『기층 문화를 통해서 본 한국인의 상상 세계』등이 있고, 현재 관동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목차 ]
1.도봉산 호랑이
2.내가 만난 무당들
저기 사람하고 무당 간다
남의 자식의 어머니 돌내미
돌내미의 자식들
제주의 모녀 심방. 여든어멍과 순실
서울 무당들
평안도 만신 이춘옥과 정대복
굿판의 남자들
무당.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
3.굿의 현장
죽음의 이해. 넋굿
소외된 자의 잔치 조상굿
공동체를 다지는 마을굿
4.무속의 리얼리즘
[ 책속으로 ]
삶의 일부인 죽음
설사 죽음을 다루는 굿이라 해도 굿판에는 죽음과 삶이 공존한다. 죽음은 삶의 일부일 따름이다. 그래서 무속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굿을 하면서 절절히 죽은 이를 애도하는 동시에 주변 현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인식하는 능력을 보여 준다. 특히, 굿 문화를 사는 할머니들은 그런 감정적 곡예의 천재들이다.
넋건지기 굿판에서 만난 할머니가 기억난다. 유복자로 태어나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란 막내 손주는 군 제대 후 며칠 후 파도에 휩쓸려 죽었다. 친구들과 백합 따러 바다에 나갔다가 갑지기 밀려든 풍랑에 스러지고 만 것이다. 성실하다고 인정받아 쉽게 취직이 되었고, 다음 월요일부터 출근할 예정이었다. 어머니는 늘 일하러 밖으로 나다니고 할머니 손에 가엾게 자랐던 젊은이. 힘들었던 시절이 다 지나 이제 나도 돈 벌어 할머니, 어머니 고생 안 시킨다면서 희망에 가득 찼었다. 그러나 인간의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 새파란 청춘으로 혼인도 못하고 죽었으니 그 슬픔 영혼이 어디를 헤맬 것인가. 굿하는 내내 할머니는 목이 꺽꺽해지도록 울었다. 굿이 벌어지는 마루에 앉아 세수 수건을 입에 대고 줄곧 그렇게 울고 있었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주변에서 돌아가는 일에 지극히 민감했다. 누구든 손님이 오면 곧 울음을 멈추고 날이 차다면서 손을 잡아끌어 방안에 앉히고, 뭘 먹었느냐고 물은 뒤 어떤 상을 어떻게 차리라고 정확히 지시했다. 먼저 돌아가는 사람에게는 고맙다는 인사를 챙기고, 내일 새벽까지 굿을 하니까 형편 되면 다시 구경 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이 끝나면 다시 굿상의 손주 얼굴을 한 번 쳐다본 후 수건을 대고 울음으로 돌아갔다. 할머니는 울면서 넋두리를 했다. 울음은 넋두리이고 넋두리는 곧 울음이었다. 청년의 짧지만 처절한 삶은 할머니의 넋두리를 통해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pp.219~220
[ 출판사 리뷰 ]
우리 무속은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기층 문화 가운데 하나다. 산업화와 근대화에 따라 무속이나 무당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당을 그저 호기심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무속적 기질에 대해서, 굿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우리의 무속을 지탱하고 있는 참된 사제로서의 무당에 대해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쓰여졌다.
지난 25년동안 전국을 순례하면서 우리 무속의 현장을 지켜온 황루시 교수의 노력으로 탄생한 이 책은 이론이나 주장을 펴기보다는 무속 현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굿과 무당, 나아가 무속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고 있다. 저자는 무당을 "문화의 산물이자 일정한 역사성을 갖는 존재"로 규정하면서 이 땅에 남아있는 큰무당의 내력도 세세하게 짚어가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무속의 아름다움과 이 땅의 진정한 사제인 무당을 찾아 떠나는 행복한 순례 여행이다.
[ 미디어 리뷰 ]
무당! 슬픈존재서 희망의 존재로
“저기 사람하고 무당 간다.”
무당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 이 책은 이같은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아준다. 발로 뛰면서 무당을 만나고 밤을 새면서 굿 현장을 지켜본 저자의 열정과 애정이 가득하다.
우선, 저자는 무당을 ‘하늘의 신에게 인간의 소원을 고하고 땅의 인간에게 신의 뜻을 전해주는 존재’로 규정한다. 한국의 무당은 두 종류다. 신들린 무당과 집안에 내려오는 세습 무당. 신들린 무당은 거역할 수 없는 신의 선택에 의해, 세습 무당은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의해 무당이라는 직업을 강요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무당은 슬픈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점과 굿을 비교하는 대목에 이르면 그 슬픈 존재는 희망의 존재로 변신한다. 저자에 따르면, 점은 폐쇄적이지만 굿은 공개적이다. 점은 일대일(一對一)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굿은 일대다(一對多)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집안의 문제를 열려진 토론의 장에서 해결하려 한다는 점, 이것이 굿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굿은 미신이 아니다. 고통받는 사람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 동아일보 새책 이광표 기자 (2000년 9월 23일 토요일)
'전통 굿'엔 삶의 의지 담겼다
“하늘와 땅 사이에 서서 펄럭이는 소매로 신을 모시는 사람을 무당이라고 한다.巫(무)라는 한자는 바로 그 소매를 본떠 만들었다는 것이다.무당은 하늘의 신에게 인간의 소원을 고하고,땅과 인간에게 신의 뜻을 전해준다.무당은 신을 모시는 사제이자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자인 것이다.그러나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받아들인 조선조 이후 무당은 천민으로 떨어졌다.그래서 지구상에서 좀처럼 보기드문 천민 사제가 되었다.”
관동대 국문과 황루시 교수가 펴낸 〈황루시의 우리 무당 이야기〉(풀빛)는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무당과 무속에 관한 현장보고서다. 책의 목적에 대해 저자는 “지난 25년간 내가 경험한 무속의 현장을 솔직하게 알리는 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무속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한국문화의 근간으로서 무속의 연구,그 신앙의 사제자로서의 무당의 연구,그리고 한국인의 본질을 찾고 나의 근원을 탐색하는 공부”라는 말로 요약된다. 이 시대의 샤먼에 대한 애정어린 문화인류학적 기록을 담은 것이다.
핵심적 내용은 제2장에서 자신이 만난 8명의 큰 무당들의 가족사와 얽혀있는 사연들,굿하는 절차와 사설의 의미 등을 쓴 부분과 제3장에서 ‘죽음의 이해-넋굿’‘소외된 자들의 잔치-조상굿’‘공동체를 다지는 마을 굿’ 등을 풀이한 곳에 들어있다.
예컨대 밤섬 주민들의 ‘부군당굿’ 등은 서울에 아직도 남아있는 마을굿의 대표적인 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는 1968년 한강의 밤섬이 폭파된 후 집단이주한 40가구의 주민들이 모여 살고있다.이주해서 제일 먼저 지은 집이 바로 마을의 수호신이 거주하실 부군당이었다. 해마다 정원 초이튿날이면 밤새워 굿을 한다.마을을 떠난 사람들마저 찾아와 공동체 의식을 다진다.배목수가 주된 생업으로 땅콩을 재배하며 살던 밤섬을 떠나게 되었을 때,이들은 갑자기 황량한 대도시 한복판에 내동댕이 쳐진 자신들을 발견했다.이들은 부군당을 중심으로 서로 의지하고 살았다.자기들만의 세계를 부군당굿이라는 고유의 신앙이 갖는 결속력으로 이겨내온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무속의 심리상담,공동체 유지 등의 기능을 평가하고 있다.“우리 역사에서 고통을 가장 몸으로 체험한 계층은 바로 굿을 했던 민중들이었다.무당 불러 굿하는 일은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사람의 일에는 사람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법이고 굿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삶의 위험을 당해 본 사람이 최후로 선택한 삶의 전략인 것이다.인간의 힘으로 안된다면 귀신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겨내고 싶다는,또는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삶의 의지가 그들로 하여금 굿을 하게 만든다.
” 이 책은 민초들이 겪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굿을 하는 사람들의 사연과 굿거리에서 풀어내놓는 한과 그리움은 읽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이리도 고단하고 한스럽게 살아왔나”하는 탄식에서다.
저자는 이화여대 국문과에서‘무당 굿놀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1976년부터 무속현장 답사를 시작해 최근에는 일본,미얀마,타이완,베트남의 무속과의 비교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인의 굿과 무당〉〈팔도 굿〉〈장승제〉〈기층문화를 통해서 본 한국인의 상상세계〉(공저)를 냈다.
--- 중앙일보 조현욱 기자 (2000년 9월 22일 금요일)
전통예술의 기능 보유자이자 현대판 ‘불가촉(不可觸)천민’인 무당의 인간적 면모를 밝힌 책.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기층문화로서의 무속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어설픈 무당연기나 신비주의적 접근으로 무속을 비하하고 미신화하도록 부추기는 TV드라마나 추적 다큐멘터리 등이 비판의 표적.돈만 아는 무당,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고 믿는 기주(祈主)등 요즘 굿판의 세태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무당 굿놀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관동대 국문과 교수)는 무당을 “문화의 산물이자 일정한 역사성을 갖는 존재’로 규정한다.
--- 대한매일신문 신간 맛보기 (2000년 9월 26일 화요일)
"기층민중의 삶과 얼 스민 무속의 본모습 조명"
황루시(49·관동대 국문학과 교수)의 ‘우리무당 이야기’(풀빛)가 처음 눈길을 끈 것은 무당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디지털 문명과 나노의 시대에 종교의 축에도 끼지 못하는 무속 이야긴가?”하는 의외스로움 쪽이 더 가까웠다.
“내가 아는 무당과 일반이 아는 무당은 너무 달랐습니다. 그래서 무당과 무속의 본 모습을 오해없게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여전하다. 그래 봐야 무당 얘긴데 우리가 오해한 들 어떠랴 싶은…. 황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어느 나라나 자기 문화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천 년이 넘도록 무시당하고 천시당해 왔지만 우리문화의 뿌리는 엄연히 무속입니다.”
그는 “기층민중의 삶과 얼이 무속에 스며있다”고 강조한다. 무속은 지배세력의 신앙에서 밀려났지만 현실의 고난을 해결코자 하는 민중의 종교로 천년을 살아 남았다는 것. 당연히 민초들의 사연과 그들의 눈물이 그 속에 녹아들 수 밖에 없다. 무속에 스민 사연들과 만나는 것은 따라서 우리의 뿌리와 정서를 만나는 것이다.
“무당의 굿을 보면 너무나 민주적이죠. 마을 전체의 문제이든 구성원 한 사람의 문제이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모두 굿 마당에 모이죠. 무당은 그 자리에서 마을 구성원 전체가가 동의하는 결론을 도출해 냅니다.”
푸닥거리에 불과한 줄 알았던 굿이 알고 보니 공동체를 지향하는 우리의 열린 정신을 담고 있었다. 황 교수는 이처럼 종교적 차원에서만 볼 때는 발견할 수 없는 무속의 여러 문화적 측면을 들춰내며 그 가치를 재조명 한다.
--- 조선일보 Writer 김태훈 기자 (2000년 9월 30일 토요일)
25년동안 전국 돌면서 지켜본 무속현장의 느낌 생생히 전달
TV 드라마에 나오는 무당들은 하나같이 선무당들이다. 춤을 위아래로 펄쩍펄쩍 뛰는 것이 전부다. 시도때도 없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칼을 휘두르는데 대부분 굿의 맥락과는 상관이 없다.
점쟁이들에 대한 묘사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무조건 반말을 해대고 눈빛은 곧 무서운 일을 터뜨릴 것같이 심상치 않다. 하지만 실제 점집에서 이런 점쟁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예의 바르게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면서 하나하나 짚어가는 점쟁이가 훨씬 더 많다.
산업화로 무속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사람들은 주로 TV를 통해 굿이나 점 같은 무속을 접한다. 하지만 대중매체에 나오는 무속은 왜곡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이 그릇된 인식을 갖기 십상이다.
‘우리 무당 이야기’는 지난 25년 동안 전국을 돌면서 우리 무속의 현장을 지켜온 황루시 교수(관동대 국문학과)가 우리 사회의 무속적 기질과 굿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적은 책이다. 황해도 무당 김금화, 제주의 모녀무당 여든어멍과 순실 등 우리 시대 큰무당의 내력을 정리하고, 무속의 진정한 의미와 그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있다. 이론이나 주장을 펴기보다는 무속 현장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한 것이 특징.
저자는 “굿을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며 “인간의 힘으로 안되면 귀신의 힘을 빌려서라도 극복하겠다는 삶의 의지가 사람들로 하여금 굿을 하게 하는 동기”라고 적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