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의 강의내용 중에 서론이 제일 중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강의의 주제인 결말도 어떤 의미에서는 서론의 싸대기를 날릴 정도로 중요합니다. 어째서일까요?
작품성입니다. 이 '작품성'이라는 단어가 나타나는 순간, 많은 분들이 '주제의식과 사상이 내포됨과 동시에 형이상학적 논리를 토대로 뭔가 리드미컬하고 발랄하고 버라이어티하며 심플씩이나 하는 수퍼 퀄리티즘 스토리'를 연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글에서 헛소리 비슷한 게 나오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_-;;
여기서 언급하는 작품성은 [대중적 관점]이 주가 됩니다.
독자들이 스토리의 결말을 읽고서 "좋았어!"라고 외치는 것과, "이게 뭐야?"라고 외치는 것은 절대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심할 경우에는 욕까지 얻어먹습니다.
마무리를 적절하게 해냈을 때, 독자들은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결말에서 느낀 감동이 클수록 독자들은 아쉬움이 남게됩니다. 그 아쉬움을 같은 작가의 다음 작품에서 찾으려고 하죠. 그 때문에 작가의 이름 값, 일명 [네임 밸류]라는 것이 형성됩니다. 이것은 [좋아했던 작품을 창작한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예를 들자면, 국내에서 [캠퍼스 블루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해적판 만화가 있습니다. 일명 '학원폭력물'이라고 불리는 장르에서 가장 독보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만화입니다. 이것이 해적판으로 크게 성행했을 뿐 아니라, 그 결말까지 성공적이었습니다. 미치도록 재미있었던 만화가 끝을 내는 순간, 독자들은 환장했습니다. 자신이 느꼈던 재미의 감동을 좀 더 연장시키고 싶었던 것이죠.
이 때문에 국내 만화계에서는 학원폭력물 열풍이 몰아쳤습니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김성모씨의 '럭키짱'이 그것입니다. 퀄리티는 형편없는 만화지만 학원폭력물을 소재로 했고 당시에 인기를 얻었던 임재원씨의 연재만화 '짱'과 유사한 제목을 선정했기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저퀄리티의 만화가 장시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퀄리티가 높은 학원폭력물 만화의 여운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꿩 대신 닭]이었던 것이죠.(물론 이 속에 '럭키짱'의 힘도 작용합니다. 럭키짱 스토리의 첫 번째 이벤트는 성공할 만 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말의 파워가 바로 그것입니다. 독자들을 가장 큰 광기에 빠뜨리는, 또는 독자들이 가장 큰 몰입감을 주게되는 부분이 바로 [결말]입니다.
이제 얘기 시작합니다. ^^;;
결말을 2가지로 분류하겠습니다. 절정과 결말. 절정과 결말을 따로 잡아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으나, 서로 연계되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언급합니다. 또한 특정한 형식을 언급하지 않고 중요한 사항들을 다룰 생각입니다. 형식에 대한 문제들은 이미 서론과 본론에서 끝장났다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
가. 절정(클라이막스)
만화 스토리의 경우는 이것을 결말이라고 생각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말이 좋으냐, 나쁘냐에 대한 판결은 대부분 여기서 내려집니다. 이 부분을 어리버리 넘겼다가는 결말이 아무리 좋아도 좋은 소리를 듣기가 어렵습니다. ^^;; 일단 이 부분에서 독자들이 삐딱한 시선을 갖게될 수가 있으니까요.
절정에 들어가는 순간, 작가는 자신이 이제까지 진행했던 모든 이야기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하셔야 합니다. 반전, 캐릭터, 서론, 본론. 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요?]의 모든 이야기들을 되새기며 하나하나 본인의 스토리를 읽어야만 [좋은 절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요? 대답 대신 절정을 구성할 때 잊지 않아야 할 부분들을 적겠습니다.
1. 끝맺음이 된 이벤트와, 끝맺음이 되지 않은 이벤트를 찾아낸다.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이벤트가 나왔을 겁니다. 이 크고 작은 것들 중에서 분명히 끝나지 않은 이벤트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메인 이벤트인 '중심 이야기'가 되겠죠. 그리고 작은 만남, 또는 작은 이야기들 중에 [독자들의 관점에서 '다음이 궁금하다'라고 여겨지는 이야기]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반드시 찾아내야 합니다. 또한 확실하게 끝을 냈다고 여겨지는 이벤트도 찾아내시는 게 좋습니다.
이 모든 것을 찾아내셨다면 3종류로 구분하시기 바랍니다.
ㄱ. 절정에서 연결시켜야 할 이야기.
ㄴ. 결말로 보내야 할 이야기. 또는 결말로 보내도 상관없을 이야기.
ㄷ. 그냥 무시해도 괜찮을 이야기.
ㄷ의 중요성은 '작품의 몰입도'와 관계됩니다. 그냥 무시해도 될 이야기를 괜히 끌어들이면 내용이 늘어지면서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만약 독자들이 당신의 절정부분을 읽다가 '내일 봐야지.'라며 눈을 돌린다면, 열에 아홉은 바로 이 부분에서일 것입니다. 그리고 열에 아홉은 내일도 안 봅니다. -_-;;
초보작가들이 가장 잘 저지르는 실수가 한 가지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스토리 작가뿐 아니라 아트 작가에게도 포함되는 사항입니다.
이것저것 덧붙이고덧붙이고 덧붙여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경우.
스토리 작가는 이야기를 만들 때마다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이야기를 추가하는 경우를 말하며, 아트 작가는 그림을 그려놓은 뒤에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여백을 메우는 경우를 말합니다.
세인들은 이를 보고 '삽질'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쓴 작품을 다시 읽어보면 어째 처음 썼을 때보다 재미가 없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건 당연합니다. 본 걸 또 보기 때문에 다음 내용을 다 알고있으니까요. -_-;;
때문에 아마츄어들은 자신의 글을 수정하면 할수록 분량이 늘어납니다. 물론 일부의 프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 대부분 본인의 글에서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진행이 어색할 때, 그것을 연결시키기 위한 이야기를 추가하기 때문이죠. 소설가의 경우는 문장을 꾸미기 위해서 늘리기도 합니다.
제대로 된 수정작업, 또는 퇴고작업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퇴고를 하기 전에, 본인의 마음가짐을 작가가 아닌 독자의 관점으로 가지셔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 없는 이야기를 없애는 것]과 [어떻게 하면 더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대중적인 창작물의 퇴고방법입니다. 물론 이 속에서 [개연성을 맞추는 이야기의 삽입]도 포함되는 것이 좋습니다. 이 3가지를 모두 염두에 두지 않으면 분량은 무턱대고 늘어날 것이며, 독자들은 무턱대고 도망갈 겁니다. ^^
잊지 마세요. 퇴고할 때 작가의 관점에서만 작품을 보게되면, 재미없다고 여겨지는 곳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넣고 싶어집니다. 그 작품을 나중에 다시 퇴고하면 장담하건대 또 그럽니다. 이렇게 마냥 가다보면 작품의 수준과 관계없이 그냥 지쳤을 때 '이 정도면 됐어.'라는 말을 하게될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집어넣을 필요가 없는 이야기를 고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ㄴ의 중요성은 ㄷ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몰입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또한 '작품의 완성도'에도 손을 잡고 있습니다. 다만 ㄷ만큼 큰 몰입도는 아니며, ㄱ만큼 큰 (대중적) 완성도는 아닙니다.
작품의 몰입도에 대한 이유는 ㄷ과 같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을 절정에 쏟아 붓게되면, 정작 날리고 싶었던 결정타가 버벅거리게 될 것입니다. 높은 산에서도 제일 높은 곳이 있듯, 절정에서도 제일 강한 절정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절정의 관건인데, 이것저것 다 갖다 붙이면 어떻게 죽이느냐가 관건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렇게 쓰시는 것도 권장합니다. 한번쯤 좌절을 맛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서 적겠습니다. 절정을 치장하기 위해서 화장빨, 성형빨, 조명빨에 캠빨까지 총동원을 해봤자, 결말에서 다 뽀록납니다. 나쁜 점을 다 숨긴 채 절정에서 열심히 치장을 했다가, 결말에서 독자들에게 상상 이상의 실망을 주어 심장마비에 걸리게 한다면 그건 살인죄입니다. -_-;; 절정에서 보여줄 것과 결말에서 보여줄 것을 적절하게 분배하여 독자의 충격을 완화시켜야만, 작품이 나빠도 비교적 수작이라는 소리를 듣게될 가능성이 남습니다. 결말까지 가지고 갈 만큼 중요한 이야기들은 결말에서 해결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절정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도 있으니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ㄱ이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당연한 얘기겠죠. ^^ 절정에서 연결시켜야 할 이야기를 뽑아야 하는 이유는 '작품의 몰입도'와 '작품의 완성도' 때문입니다. ㄷ보다 큰 몰입도이며, ㄴ보다 큰 (대중적) 완성도입니다.
절정에서 연결시켜야 할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구성되었을 경우, 독자들은 작품의 과거를 회고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작품의 전반적인 이해를 머릿속에 간직한 채 절정의 연출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각 연출이 보여주는 효과들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일부 열혈독자의 경우는 과거의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 전편을 뒤적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작품의 몰입도입니다.
또한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갔을 때, 독자들은 감탄합니다. 이야기가 비로소 하나로 통일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단지 주제와 사상이 어쩌고해서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에 빠져드는 것이죠. 절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는 순간, 독자들은 작품 속의 세계를 완전하게 이해하며 일부는 외워버리기까지 합니다. 이 때가 바로 작품의 모든 부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참고사항을 적겠습니다.
대부분 작품성을 언급하면 제가 위에서 지껄인 헛소리를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주제의식, 철학, 형이상학, 사회적 연계성 등등…
대중 창작물을 대상으로 하여 작품성을 따질 때는 위의 사항을 염두에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것 몽땅 다 개뿔입니다.
작품의 주제는 작가의 감정입니다. 작가가 웃기기 위해서 글을 썼는데, 독자가 글을 보고 웃었다면 성공작입니다. 작가가 약 올리기 위해서 글을 썼는데, 독자가 글을 보고 화가 났다면 성공작입니다. 만약 작가가 웃기기 위해서 글을 썼는데, 독자가 화를 냈다면 실패작이 되겠죠. 이게 바로 대중적 작품의 주제입니다. 국어시간에 배운대로 열심히 줄거리를 뽑아내어 그것을 압축하는 것이 주제라고 생각하셨다면 냉큼 잊어버리시기 바랍니다. ^^
작품의 철학은 캐릭터가 다 가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캐릭터의 모든 부분을 제대로 표현하셨다면 작품은 성공적인 철학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캐릭터의 구성 속에 무엇보다 뛰어난 철학이 들어있으니까요.
2. 각 이벤트의 순위를 정한다.
결정타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액션이건, 잔잔한 사랑이야기건, 농사짓는 방법에 대한 학습만화건 모두 다 마찬가지입니다. 독자들에게 몰입도를 주기 위해서는 리듬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순차적인 진행을 쫓아가게 만들고, 때로는 반전으로 숨을 들이키게 만들고… 이 과정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각 이벤트의 중요도를 알고있어야 합니다. 이 사항은 차후에 이어질 [실전편]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게 될 것입니다.
나. 결말
끝입니다. ^^
마무리되지 못했던 모든 부분을 마무리하는 작업입니다. 앤딩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며, 때로는 앤딩 자체가 반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앤딩도 있고, 더 이상 바랄 것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를 짓는 앤딩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을 마무리짓게 된다는 점입니다.
주의할 점은 마무리를 한 뒤의 마음가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금전과 인기를 위해 [적절한 결말을 낸 작품의 후속작]을 만드는 분이 없기를 바랍니다. 후속작이 필요한 작품은 [제대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작품]이나, [처음부터 후속작을 준비한 상태에서 작업에 들어갔던 작품]입니다. 전작에서 어거지로 소재 하나를 끌어내어 후속작을 만드는 것은 본인의 창작력을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특히 초보작가라면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더 좋은 작품을 구상해 보세요. 더 좋은 작품이 분명 당신의 어딘가에 숨어 있으니까요.
총 정리를 하겠습니다. ^^
[절정과 결말은 작품의 질적 수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절정을 쓰기 전에 작품의 이전 부분을 모두 검토하여 미완성된 이벤트와 완성된 이벤트를 모두 찾아내야 한다.]
[찾아낸 이벤트는 절정에서 사용할 것, 결말에서 사용할 것, 아예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구분시켜 정리한다.]
[퇴고 때는 필요 없는 이야기를 없애는 작업, 좀 더 간략하게 표현하는 작업, 개연성을 맞추고 진행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작업이 모두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절정에 사용될 이벤트들은 각각의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맞추고, 적절한 위치에 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렇게 말은 쉽게 하지만 지독하게 어려운 작업이니 여기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돌아버린다.]
[마무리를 지은 작품을 모욕할 생각은 갖지 않는다.]
이것으로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마치겠습니다. ^^;;
이 결말에 대한 부분들은 실행하기가 어렵습니다. 실행이 안 된다는 이유만으로 작품 자체를 중단하거나 질질 끄는 것은 더 해가 되는 일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기회는 많습니다. ^^
다음 회에는 구성의 마지막 이야기인 콘티구성에 대해서 적겠습니다. 콘티를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대한 방식문제는 [실전편]에서 언급할 것입니다. 다음 회에 적게될 내용들은 대부분 콘티를 구성할 때 참고해야 할 사항들이죠. 그리고 콘티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들도 포함시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