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끝에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메이웨더 3대 기구 웰터급 통합 챔피언 등극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세기의 대결
선혈이 낭자할 정도로 격렬하게 주먹으로 치고받는 권투는 사나이 남성상을 상징하는스포츠다.인권과 생명에 대한 가치가 존중되고 인식에 변화가 생긴데다 삶의 질 향상으로 헝그리 복서가 사라지면서 권투는 격투기 인기에도 못 미치는 한물간 스포츠로 전락하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 챔피언에 오르기만 하면 돈방석에 올라앉는 것은 물론 일약 국민적 영웅이라는 명예까지 움켜쥐었다.그러나 요즈음에는 후원자를 찾기도 힘들고 방송중계마저 기피하는게 다반사여서 게임을 치르는것도 쉽지않다.
이처럼 존재감이 없어진 권투가 되살아 났다.세기의 대결이라 불리는 1938년 조 루이스(미국)와 막스 슈펠링(독일),1964~1965년 소니 리스튼과 무하마드 알리 간의 두차례 격돌,1974년 아프리카 콩고 킨샤샤에서 벌어진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의 역사적 대결,1981년 슈거레이 레너드와 토마스 헌즈의 역전 드라마를 능가하는 빅 매치가 벌어진 것이다.
세기의 대결로 명명될 만큼 2천년대 최고의 빅이벤트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WBA,WBC,WBO웰터급 통합 타이틀 매치가 5월3일 낮 12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벌어져 지구촌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졸전끝에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으로 메이웨더 3대 기구 웰터급 통합 챔피언 등극
이날 맞붙은 47전 전승(27케이오승) 5체급 석권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와 세계 복싱 사상 최초의 8체급 석권 57승 2무5패(38케이오승) 전적의 필리핀 국민영웅 매니 파퀴아오(37.필리핀) 두 선수는 한치의 물러섬 없이 혼신을 다한 명승부를 벌일 것이란 예상은 물론 명성에 걸맞지 않은 졸전으로 일관한 끝에 메이웨더가 심판전원 일치 3:0판정승을 거두었다.
메이웨더는 이날 승리로 48연승 무패를 기록함과 함께 WBA,WBC,WBO웰터급 통합 세계 챔피언에 올랐으며 파퀴아오는 1패를 추가한 57승 2무 6패에 WBO웰터급 세계 챔피언 벨트를 내주고 무관의 제왕으로 내려 앉게 되었다.
이날 시합전 무결점 복서로 통하는 오른손잡이 아웃복서인 철옹성 '방패' 메이웨더와 '체급파괴자' 왼손잡이 인파이터로 무섭게 파고들어 창으로 찍어대듯 속사포에 이은 레프트훅이 일품인 파퀴아오간 대결 전망은 극명하게 갈렸다.판정으로 갈 경우 메이웨더가 유리하고 초반에 승부가 판가름 날 경우에는 강력한 속사포 왼손훅을 자랑하는 파퀴아오가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직 세계 챔피언들도 승패에 대해 의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장정구,에반더 홀리필드,슈거리에 레너드,오스카 데라호야,후안 마누엘 마르케스,나이젤 벤은 메이웨더가 승리할것으로 내대봤다.이에반해 유명우,조지 포먼,로이존스 주니어,무하마드 알리,마이크 타이슨은 파퀴아오가 케이오승을 거둘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권투 전문가들 100명도 황현철 한국복싱위원회 홍보이사가 조사한 설문에서 62명이 메이웨더의 승리를 예상했고 31명만이 파퀴아오가 승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해외 권투 전문가들 84명 역시 영국 가디언지의 조사에서 73.8%가 메이웨더가 이길것으로 답했고 21.4%만이 파퀴아오가 이길 것으로 점쳤다.
이처럼 승부에 대한 상반되는 전망을 등에 업고 링에 오른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빅매치는 낮 12시 15분경 긴장된 표정으로 라커룸에 들어선 파퀴아오,메이웨더 두 선수는 링 아나운서의 호명에 따라 파퀴아오,메이웨더 순으로 링위에 올라 몸무게를 잰후 마주 서서 눈을 마주치며 기싸움을 벌였다.
이후 두 손을 번쩍 들어 자신감을 보인 파퀴아오와 모자를 쓴 긴장된 표정의 메이웨더가 링밖으로 나가 8온스의 글로브를 끼고 몸을 풀면서 대기하는 동안 멕시코,필리핀,미국 국가가 차레로 연주되었다.국가연주가 끝난 12시 47분 파퀴아오가 먼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링에 올랐다.파퀴아오가 기도하는 사이 진지한 표정의 메이웨더가 링에 올랐고 이어 링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가 끝난 12시 57분 1라운드 공이 울리면서 세기의 대결은 문을 열었다.
메이웨더가 먼저 주먹을 뻗으면서 시작된 1회전은 두 선수가 가볍게 잽을 주고받은 끝에 메이웨더가 미세하게 유리한 가운데 1회전을 마쳤다.2,3회전에서도 가벼운 메이웨더의 연타와 파퀴아오의 레프트가 눈에 한두번 띄었을뿐 서로 몸놀림이 빠르다 보니 그럴듯한 유효타가 터지지 않았고 파퀴아오의 날카로운 레프트는 메이웨더의 빠른발과 지능적인 클린치에 막혀 무위에 그쳤다.
불꽃을 그나마 튀긴건 4회와 5회였다.파퀴아오의 라이트 강타와 공포의 레프트 좌우 연타가 메이웨더의 얼굴과 몸에 적중하면서 메이위더가 충격을 받고 코너에 몰렸으나 메이웨더의 양손 방어,파퀴아오의 특기인 속사포 밀어 부치기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으면서 메이웨더가 위기를 벗어났다.
4회에서의 열세를 의식한듯 메이웨더는 5회전 종이 울리자마자 공격적인 자세로 공세에 나서 라이트 강타를 작렬시켜 파퀴아오가 수세에 몰렸다.4~5회에 서로 우위를 주고 받은 이후 6회부터는 두 선 수 모두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7회에 메이웨더가 스트레이트,잽을 날려면서 약간 우세한 모습을 보였지만 8~10 라운드는 서로 유효타를 날리지 못하고 비슷하게 끌어갔다.
승부가 갈린것은 11라운드가아닌가 한다.메이웨더가 종이 울리자마자 연이어 날린 네차레 카운터 펀치가 적중하면서 메이웨더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치명적 타격을 준건 아니지만 점수를 따는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 출처:야후
11라운드까지만 해도 메이웨더가 점수면에서 약간 우세한 것으로 보였지만 파퀴아오가 공격적인 인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하에서 마지막 12라운드에서 승부를 걸어야 했지만 두 선수 모두 싱거운 졸전으로 라운드를 마치면서 판정으로 승부가 갈리게 되었다.
12라운드가 끝나자 메이웨더는 승리를 의식한듯 링 코너에 로프를 딛고 두손을 번쩍 들어 자신이 승자임을 과시했다.이날 승부가 전문가등 예상처럼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난 것은 시종일관 공세적인 모습을 보인 파퀴타오였지만 메이웨더의 무패 전적을 의식한 듯 과거처럼 끝장 보기식 속사포 밀어 부치기를 보여주지 못한게 패인으로 작용하였다.이점에서 파퀴아오 팬들은 못내 아쉬움을 떨치지 못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전 상대방을 향해"생애 첫 패배 맛볼것,때려눞힐 승리공식 준비했다"(파퀴아오),"내가 더 크고 강하다,부서진 턱 찾으려다 끝날것"(메이웨더)이라는 등 험악한 입씨름으로 기싸움을 벌였지만 승리의 여신은 메이웨더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이날 승리로 역대 최고인 2억 5000만 달러(2700억원)의 대전료 가운데 6:4로 나누기로 한 계약에 따라 메이웨더는 1억 5000만 달러,파퀴아오는 1억달러라는 거금을 손에 쥐게 됐다.
- 출처:야후
끈기,근성으로 인간 승리의 승리자가 된 위대한 복서
아웃복서,인파이터로 방패와 창으로 불리는 메이웨더와 파퀴아오는 경기 스타일이 정반대이지만 공통점은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한 헝그리 복서로 인간 승리의 산 증인이라는 점이다.1977년 2월24일 출생한 메이웨더는 일곱식구가 한방에서 잠 자야 할 정도로 가난했던데다 아버지,어머니,이모까지 마약으로 문제가 많았음에도 프로복서였던 아버지를 비롯 세계 챔피언을 지낸 삼촌 등 아버지 삼형제의 뛰어난 복서의 피를 이어 받은데다 이들 가족이 트레이너 역할을 해주면서 미국 아마추어 국가대표에 이어 프로복서로 승승장구했다.
파퀴아오의 삶은 더욱 극적이다.1978년 12월17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서 태어난 파퀴아오는 6명의 자식을 혼자 양육해야하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어린시절부터 가장 노릇을 해야 했다.길거리에서 복싱을 배운 파퀴아오는 14세때 마닐라로 상경하여 정식으로 복싱에 입문,16세에 프로 데뷔전을 치른 이후 연전연승을 거듭, 3년후에 세계 플러이급 정상에 올랐다.
이후 8체급 석권이라는 전대미문의 대기록을 세우면서 독학으로 대학까지 이수하는 등 개인발전을 위한 노력에도 전력투구하여 2010년에는 필리핀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2013년에 재선고지를 밟아 정치인으로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다른 점은 메이웨더가 돈에 대한 집착으로'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돈을 모아 대저택과 수십억원대의 슈퍼카,명품가방을 사들이는 등 호화로운 생활에 치우친 반면 파퀴아오는 봉사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2013년 대 홍수때 대전료 191억원을 모두 기부하는 등 독실한 카톨릭 신자답게 벌어 들인 돈을 필리핀 내 낙후된 지역이나 고향마을에 병원,학교 짓는 기금으로 내 놓는것을 주저하지 않았다.이처럼 적극적인 자선활동으로 국민적 사랑을 받는다는 점에서 파퀴아오는 메이웨더와 확연히 구별된다.
우리나라에도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벤베누티를 누이고 한국인 최초로 세계 정상에 올라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안겨 주었던 김기수 선수부터 7전8기의 신화를 창조한 홍수환 선수,화끈한 케이오 주먹을 과시한 박종팔,백인철 선수를 비롯 유제두,염동균,김성준,김환진,장정구,유명우,김태식,김철호,김상현,김지원,문성길,박찬희,백종권,변정일,전주도,지인진,최요삼,최용수,최희용 등 한국인의 특성인 끈기와 근성,그리고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국민영웅들이 적지 않았지만 메이웨더와 파퀴아오 만큼 세계적인 명불허전의 기록, 명성을 쌓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그때가 통일 한민족 국가가 될때일지는 모르겠지만 백두산 정기를 주먹으로 폭발시켜 지구촌을 열광시킬만큼 복싱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둔 민족적 영웅이 나타났음을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