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슴이다.
머슴
이라고 하면 별로 좋은 인식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 머슴은 이전에, 부농이나 지주에게 고용되어 그 집의 농사일이나 잡일을 해 주고 품삯을 받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가정형편이 어려워 동네 부잣집에 들어가 쇠경(1년 쌀 몇 가마)을 받고 일손을 도와 주며 생활하는 사람이 머슴이다.
부자집과 한 동네에 살면서 머슴 생활을 하기 때문그 두 가정의 형편을 잘 아는 동네 사람들은 머슴살이를 하는 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내가 어릴 적 담 하나사이에 둔 부자 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 동네 형이 머슴살이를 했다.
머슴은 그 집의 사랑체에서 생활하며 일을 했다.
난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 사랑체에 놀러 많이 갔다.
형이 거하는 사랑채는 밤이 되면 완전히 동네 청년들의 미팅 장소가 된다.
형들은 모여서 나이롱뽕도 하고 두장빼기 섯다. 도리지꼬 땡 등을 하고 도박 아닌 놀이를 한다.
당시 내기는 성량개비 따 먹기, 담배 내기를 하고 1원짜리 10원짜리 내기도 한다.
또 한 쪽에서는 장기두기, 바둑 두기를 한다.
난 초등시절 저녁이면 자주 그 사랑방에 들어가 형들의 놀이를 어깨너머도 배웠고,
장기, 바둑도 배웠다.
그러니까 부자 집 머슴의 사랑방은 동네 형들의 놀이터요 나같이 어린아이는 잡기를 배우는 훌륭한 장소가 된 것이다.
머슴의 유래는 건국이전 양반 쌍놈 할 때 고관집에 들어가 종노릇 하는 것에서 시작, 시대가 변하면서 머슴이란 용어를 쓰게 됐고, 지금은 회사원이라 말 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어느 단체나 회사에 고용된 사람은 모두 그 집의 머슴이라 할 수 있다.
결코 지금 생각해보면 머슴이란 결코 나쁜 이미지가 아니다는 것이다.
난 지금 머슴이다.
그리 크지 않은 호텔의 문지기를 하고 있다.
기본으로 주는 쇠경을 받고 호텔을 찾는 손님들이 편안히 쉬고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 들어 막장으로 하는 일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난 내가 하는 이 일이 자랑스럽다.
어디서 뭘 했고 얼마나 좋은 직장에서 높은 급료를 받고 누렸느냐는 것은 별 가치가 없다.
오늘 내가 건강하게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날 고용해준 주인님에게 감사할 뿐이다.
여러 직장에 고용되어 열심히 일하는 머슴들이여
자기가 머물고 있는 그 곳이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곳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길 바란다.
아이쿠 지겨워 언제 그만두나!
늘 이런 생각을 하고 직장생활 한다면 하루하루가 지겨울 것이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그 지겨움이 행복이 된다.
‘힘들고 어렵고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하고’
이런 일이 반복돼 참기 어렵고 다 때려 치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때마다. 때려 쳐야지 하면 그 직장은 고역의 될 것이다.
하지만 머슴은 당연히 주인한테 하대 받고 치사한 굴욕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도 끼니 굶지 않고 몇 가마의 쌀을 받아 가족 식구들의 허기진 배 고품을 해결할 수 있었으니 그 머슴살이가 자랑스러운 직장이 된 것이다.
누가 머래도 난 이 회사의 머슴이다.
맡겨준 일에 행복을 느끼며 최선을 다한다면 내게 굴욕으로 다가오는 모든 일들은
오히려 나를 성숙한 사람이 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기를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누군데 하는 자존심만 내려놓는다면
내가 머물고 있는 직장이 내 생에 가장 행복한 곳이 될 것이며 희망을 주는 직장이 될 것이다.
대통령, 국회의원, 각부 장관, 공직자들은 모두 국민의 머슴이다.
헌법에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못 박고 있다.
그러니까 대통령을 국민이 뽑아 준 것은 국민의 머슴 노릇 잘하라고 뽑아 준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 되기 전에는 국민들에게 큰 절하며, 표를 구걸 하더니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국민들 위에 군림을 하려고 한다.
국민들이 편안히 잘 살 수 있도록 정책을 펴고 적소 적소에 국민들 편에 서서 일 할 수 있는 인물을 등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대통령될 때 공로가 있거나 고생한 주변 가까운 사람들을 등용해 국민들의 분노를 사게 할 때가 많이 있다.
공직자들은 늘 ‘나는 국민의 머슴이다’는 것일 잊지 말아야 한다.
난 머슴이다.
난 머슴이다.
이 작은 생각이 나를 오늘도 행복의 길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