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안씨 족보서 역문 경술초갑인서(1730 죽산 최초의 족보)

죽산안씨 족보서 역문 경술초갑인서 죽산안씨족보는 우리 죽산안씨의 겨레세계(대의 이어짐)를 적은 책이다. 대저 안씨가 한국에 살아온 지 오래되었다. 신라로부터 고려를 거쳐 우리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수천년간 각각 따로 봉해져서 파갈림의 근원도 저절로 다르다. 죽산 순흥 광주는 안성의 관향이다. 우리 죽산도 그 중 하나인데 또 죽산을 관으로 하되 근원이 다른 파라 한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전해온 안씨는 다른 성이 없고 근세의 의전(의심스러움을 전함)세계도 같은 조상인듯하나 고증(상고하여 증거함)할만한 명문이 없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보첩에서 죽성군 문혜공을 분관조(관이 나누어진 시조)로 삼은 것은 구계(선대의 세계)를 실전(전하지 못함)하여 징증(증거)이 없어서이다. 우리 조선 개국 이래 400여년이 되었으나 보첩간행(인쇄반 포함)이 없었음은 널리 여조말의 전해온 족보를 구하여 전해온 세계를 밝혀서 멀리 시조가 태어난 데까지를 잇고자 함이었다. 세대(대수)가 점점 멀어지고 전해온 족보도 구하지 못한 채 우리 문혜공의 자손이 가까운 이는 십오육대요 먼 이는 십팔구대나 됐으니 더 오래도록 족보간행이 없다가 만일 한번 세상이 변해진 뒷날에는 징증없음이 전날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영조 6년(7년은 오기인듯) 경술(1730)에 문중부형들이 장차 닥쳐올 걱정을 미리 알아차려서 명파단목(명단)을 수합하여 이책을 초수(필사초고)하고 인쇄할 때를 기다리던 중 일을 시작도 못한 채 해바뀜이 70번에 이르고 그 사이 자손이 번창하고 세대도 늘어나 족히 상심이 되고 감회(느낌)도 일으킬만하므로 문중원로 형박씨가 사실을 기술한 통문으로 모든 종인들에게 깨우쳐서 인쇄할 것을 도모했으나 일이 분별되기 전에 형박씨가 작고하다니 아! 또 기다린데 있어 그렇던가? 종의(문중논의)는 이미 합의되었고 단목도 수합했으니 반드시 간행하고야 말일이다. 이에 감히 상고하여 바르고 지우고 합하고 나누어서 인쇄본을 만들었다. 의전세계는 휘호관작(벼슬)을 자상히 책머리(범례에는 책끝)에 따로 실어서 후일 고징(증거)의 자료로 삼아 뒷사람이 다시 널리 찾아 멀리 이어지게 되면 아마도 선계(선대의 세계)에 유감이 없으리라. 대개 보규(범례 등 족보규제)는 한결같이 선왕(옛성군)의 제도(규제와 법도)대로 알맞게 마련된 경(가벼움)과 중(무거움) 친(친근)과 소(성김) 존(높임)과 억(낮춤)에 따를 것이며 근세사족가(선비집)에서 통행된 범례 등에 따를 일이거늘 어찌 다른 방식을 쓸 것인가 아! 간략하게 선조의 유후지덕(후손을 넉넉케 하는 선조의 덕)을 기술하여 우리 종인들에게 같이 힘쓸 것을 깨우쳐 이르노니 우리 문혜공의 도덕(인간의 바른 행동규범)과 공업(공훈)과 학문이 왕씨조말엽에 크게 현달(높이 들어남)하였고 쌍청당은 잘이어 조술(선현 선조의 도를 이어받아 저술하여 밝힘)하였으며 이재공과 직제학공 형제분은 잇따라 조선조에 영달(현달)한 뒤에도 관작과 학문으로 가문을 이었으니 중명(중종-명종)세에 이르러서는 둔암선생이 학문은 경국제민(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함)을 연구하고 심중으로는 권간(권세를 믿고 간특한 자)을 분질(분히 여겨 미워함)하여 호남삼고(기개높은 김하서 임석천 둔암 세분)라 하였고 선인(선조-인조)에는 우산선생이 파산성우계문하에 수학하여 일찍이 도학의 정통을 이어 유학의 종사(높은 스승)가 되었으니 이는 진실로 안씨가문의 명성(높은이름)이다. 만약 권세높은 벼슬집 자손으로 하여금 이를 보게하면 마땅히 크게 양보하려고 하지 않겠지만 의를 좋아하고 선을 즐기는 사람은 어찌 부러워하여 감탄하지 않으리오. 항상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밝게 이어 욕됨이 없게 해야 하는 까닭을 생각해야 함은 곧 우리 후손들의 책무(책임지고 힘쓸 일)이니 삼가고 또 삼가 할 일이다. 아! 우리 한족보 자손들은 비록 천백으로 파가 나누어졌어도 한 시조의 기품(기질)을 받은 것이니 마치 백년 거목(큰나무)이 위로는 구름을 헤치고 아래로는 사람을 감쌀 많은 가지 많은 잎이 그 한 뿌리의 기운을 받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다. 우리 족보를 보는 이 어찌 효제지심(부모를 섬기고 형을 공경하는 마음)이 일지 않으리요 그러나 뒤에 세대가 더 멀어지게 되면 이것을 알 사람이 적어질 것이므로 고인(옛사람)이 말한 바 한 몸이 나누어져서 도인(지나친 길손)이 된다는 것이니 난들 어찌하리오 나의 족보만든 까닭이 이에 있다. 아! 때는 알봉(갑)섭제격(인)(서기 1794년 경술후 64년) 3월 상순 문혜공 15세손 창훈 삼가 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