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차 관악산 참기름 산행기
1. 일시 : 2011. 2. 20(일)
2. 곳 : 관악산
3. 참가 : 길래(대장), 문수, 민영, 은수, 정호, 상국, 병욱, 펭귄, 재봉, 손영수, 병효, 진운(12명) + 뒷풀이 8명(경림, 부종, 석모, 학희, 인섭, 모철, 효용, 해균)
50줄도 꺾어진 마당, 핑계거리 만들어 왁자지껄 재밌게 노는 게 좋다. 우리나라랑 지구 반대편에 가 있던 경림대사가 잠시 일보러 귀국했다가 산에 다니던 친구들 얼굴 한 번 보자며 짬을 낸단다. 이 소식을 접한 이번 주 산행대장 길래는 본래 계획했던 남한산성을 접고 친구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 관악산을 지정했다. 아니나 다를까. 블로그 게시판엔 뒷풀이조를 모집하는 광고가 뜨고, 산에 오는 친구보다 뒷풀이조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염려도 생겼다는데...
1.
과천종합청사 지하철역, 11번 출구까지 왜 이리 머나? 안 그래도 차를 잘 못 탔다가 10분 지각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는데, 거짓말 한 꼴이 될 판이다. 잔소리 좀 듣겠다. 나가보니 친구들이 많다. 악수하다 보니 아니, 간만에 보는 정호에 새신랑 영수까지 보인다. 다들 반가운 얼굴들이다.
늦었다고 야단칠 줄 알았는데 오늘따라 친구들이 너무나도 점잖다. ‘야들이 나이 한 살 더 묵더니 이제 좀 여유가 생겼나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평소 지각이라곤 하지 않는 그야말로 착한표 진운이가 바로 눈앞에서 차를 놓치고 결국 20분 넘게 지각을 했다. 뱅욱이 그 욱하는 성깔에, 치매기가 심한 걸린 민영이까지 병욱이가 성질 낸 잔소리도 이자묵고 내한테 또 야단을 치면 정말 시끄러웠을낀데... 지각한 진운이가 너무 고맙더라.
2.
관악산은 펭귄이 제일 잘 안다. 하긴 펭귄이 태어난 곳이 바로 이 관악산 아니던가? 펭귄이 대리기사가 되어 선두를 치고 나간다. 오늘 가는 이 능선, 서울시에서 뭐라고 붙여뒀는지 아무도 모르고, 펭귄이 좋아한다고 그냥 우리가 펭귄능선이라고 부른다. 다음에 갈 때는 매직을 들고 가서 저 아래 게시판에 펭귄능선이라 슬쩍 적어둬야겠다.
땀을 무섭게 흘리던 재봉이가 과메기가 무겁다고 꺼내들고 누구 배낭에 넣을까 고민하는 찰나, 민영이가 50리터짜리 큰 배낭을 장만, 처음 개시한다며 메고 나왔다가 자기 배낭안에 든 내용물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꼼지락거리다가 과메기를 받았다. 배낭 크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헬기장에서 점심, 늘 그렇지만 식사시간은 즐겁다. 새신랑 영수가 챙겨온 먹거리, 엄청난 양이다. 아마 며칠간 집에 들어오지말라는 뜻이 아닌지?
-새신랑표 도시락
민영이가 아까부터 자기가 가져온 술을 자랑하더니 꺼내들고 찬찬히 읽어보고는 “너그들 해양심층수로 담근 소주 무봤나? 여게 미네랄도 들어있다는데 색깔도 약간 갈색이고 좀 걸쭉해 보이네.”
재봉이가 가져온 53도짜리 중국술을 마시느라 그거는 아껴뒀다가 뒷풀이 할 때 따기로 했다. 점심을 맛있게 잘 먹고는 반란이 일어났다. 본래 뒷풀이 예정시각이 오후 1시 30분인데, 시계를 볼 줄 모르는 펭귄은 “연주대까지 갔다가~” 운운하며 “마~ 예정대로 가자.”는 길래대장에 맞선다. 펭귄, 많이 컸다. 서로 짠 것도 아닌데 6명씩 꼭 반으로 쪼개졌다.
3.
A조 6명, 오후 2시가 다되어갈 무렵 사당역에 닿았다. 뒷풀이조에 선두로 와있던 인섭이 혼자 약속장소에 가있었던 모양, 정호와 길래가 인섭이 접대하는 사이 당구 한 게임 치고 식당으로 간다. 대사님 일정이 바뀌어 오후 4시경에 출현할 것이라는 첩보가 접수되고, 숭어랑 학꽁치를 섞은 막회가 싸고 맛도 좋다.
30산우회의 <대사>직함을 가지고 있는 병효와 쌈바 대사 경림이, 대사님 두 분이 마주앉아 양국간의 협정이 맺어진다. 파안대소하는 대사님들의 표정, 분위기 좋다. 대사가 청바지 입고 온다는 걸 우찌 알았는지, 자기도 청바지에 청윗도리까지 입고 와서는 “나도 대사다.”라고 우기는 부종이는 ‘신진대사’라는 직함을 받고, 무슨 해운대 쓰나미주를 제조하느라 엄청 시끄럽다.
그 와중에 아까 민영이가 가져온 그 신비의 술, 길래에게 조르고 졸라 몰래 한잔 받아들고 마시려는 순간 코를 찌르는 고소한 이 냄새는? ‘무슨 술이.... 이렇지? 설마 민영이가... ’
옆에 앉은 문수에게 냄새 맡아보라고 했다. 돌아오는 답이 내생각과 같았다.
“이거... 참기름 같은데?”
“어이, 민영아... 니... 무슨 심층해양수 머라하면서 자랑하더만, 와 술은 어데가고 참기름을 들고 왔노? 니 이거 참기름인줄 몰랐나?”
그제서야 민영이가 치매끼에서 잠시 벗어나는 모양이다.
“악~ 그래그래. 얼마 전에 엄마가 참기를 하나 짰다고 주시던데.... 아~ 그게 술이랑 바뀐 모양이다. 근데 그게 같은 병에 담아뒀나? 헷갈리네?”
- 문제의 그 해양심층수 소주, "맛~ 지깁니다!" 치매 민영!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참기름병을 술병이라고 들고 오는 놈
그것도 내용물 설명서를 읽어보고는 “미네랄이 들어가서 그렇나? 좀 걸쭉해 보이네.”라고 아주 유식한 티를 내는 놈.
가만 뒀으면, 혹시 자기 집에서 비빔밥 해 묵을 때 참기름 넣는다는 게 술을 따라 넣고 비비고는
“무슨 참기름이 고소한 냄새라고는 없네? 엄마가 직접 짰다던데, 엄마도 못 믿을 판이니, 참기름이란 거는 모조리 중국산인가벼?”하고 중얼거릴 놈.
아, 이런 놈의 친구인 우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 신진대사가 제조한 해운대 쓰나미주... 정호야 자주 나온나~
- 당구장을 전세내고.... 세상에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뒷풀이 후 다 모이기도 처음인 듯...
4.
아래 사진의 자랑스런 뒷풀이조를 왼쪽부터 차례로 소개하면...
이제 당분간 부산에서 홀애비생활을 할 인섭이, 30산우회 7공대장 학희, 도시락 애호가 석모, 산우회 고수 효용이, 30회 재경회장 도다리 모철이, 오늘의 산행대장 빨간모자 길래, 본래 뒷풀이조였다가 변심하여 산에 온 겨울여행 은수, 청바지 입은 신진대사 부종이, 진짜 대사 경림이. 맨 마지막에 참여하여 꼭 20명을 채운 친구. 13시 30분에 뒷풀이 예정이었는데 오후 8시에 합류할 것이라는 문자를 보낸, 도대체가 시간 관념이 없는 제정신이 아닐 것 같은 바다의 균(해양성 플랑크톤) 해균이 - 근데 진짜 8시 넘어서까지 뒷풀이를 하고 있던 우리 친구들이 진짜 사람이가? 친구가? 술뱅이가? 참기름뱅이가? 혼돈의 시대다.
-바다의 균, 해균이. 요즘 적조가 아니고 황조가 드는 모양이다.
----------30산우회 기금잔액 내역 ----------
이월금 : 166,347원
금회산행후 지출분 : 89,000 원
----------------- ------------
기금잔액 77,347 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