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이현오
용두사미(龍頭蛇尾)란? 용(龍)의 해, 특히나 흑룡(黑龍)의 해를 맞아 많은 정치인과 정치입문에의 뜻을 둔 인사들이 국가를 위해 큰 힘을 발휘코자 자신을 바치겠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정치의 해'를 맞아 저마다 용(?)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용이 되겠다고 큰 소리를 치다가 낭패를 보게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현상을 일컬어 '용두사미' 라고 한다. 그런데 무슨 일을 벌이던 간에 용두사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뜻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로 사유종시(事有終始)라는 글귀가 등장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결코 우연이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제왕학의 권위자인 퇴계 이황 연구가 김유혁(전 금강대 총장, 단국대 명예교수) 박사는 '대학' (大學) 첫 장에 나오는 '사유종시' 글귀에 대해 "어떤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해야할 것은 일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한 일을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뜻에서 대학에서는 '사유시종' (事有始終)이라 하지 않고 '사유종시' (事有終始)로 표현하고 있다" 고 밝혔다.
▲ 제왕학을 강론하고 있는 김유혁 박사. ⓒkonas.net | |
김 박사는 최근 국제외교안보포럼 제480호 '제왕학 (帝王學) 담론'의『왜 事有終始라고 하는가?』주제 강론을 통해 설명하면서 '용' 과 '이무기' 에 대해 중국의 문헌 '여씨춘추' (呂氏春秋)를 인용해 "용은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먹거리를 먹고 맑은 물에서 청정한 생활을 하면서 정성어린 기원을 통해 여의주를 얻은 다음 하늘로 올라간다" 고 했다.
이에 비해 "이무기는 맑은 물에 서식하는 먹거리를 먹고서도 탁수(濁水)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청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여의주도 얻지 못하며 더욱이 승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 이라고 정치권을 견주어 비견했다.
김 박사는 이어 "금년은 총선이 실시되는 해로 여야 정당들이 벌써부터 야단법석을 떨고 있다" 고 여야 정치권의 최근 움직임을 들면서 "누구를 공천하고 어떤 방법으로 공천한다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자랑삼아 떠들어대고 있다" 면서,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이무기'들이 '용'이라고 위선과 위장을 하고 나서는 것 같고, 새로운 방법으로 국민을 속이기 위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일삼고 있는 듯 보인다" 고 일침을 가했다.
또 이에 대해서도 "어제까지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하던 사람들이 정당 이름이나 바꾸고 이념을 달리했던 정당끼리 통합을 했다고 해서 그 동일인이 하루아침에 정직한 사람으로 바뀌지는 않기 때문" 이라고 논어 구절을 빗대어 여야 정당의 최근 행태들을 꼬집었다.
이와 함께 과거 정부에서 한미FTA를 찬성했던 인사들이 현 정부 들어서는 거세게 반대입장으로 돌변한데 대해서도 따끔한 충고를 가했다.
"더욱 한심스러운 것은 집권당 당시 FTA를 가장 좋은 정책이라고 적극 추진할 것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외쳐대던 사람들이, 정권을 빼앗기고 야당이 된 다음부터는 그 정책이 나라를 망치게 하는 것이라 적극 반대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다" 며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그들의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작태에 어찌 신뢰를 보낼 수 있겠는가?" 고 일갈하고는 "'우리는 이무기인데 국민 여러분께 용이라고 믿게끔 착각을 드리게 돼 죄송합니다' 하고 용서를 빌어야 마땅하다" 고 국민의 심경을 대변했다.
더불어 " (한미FTA 등) 결사 반대하던 태도와 국론을 분열시키는 악덕 등을 버리고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다는 굳건한 결의를 보이면서 동시에 국가안보정책 수행에 있어서는 헌법정신에 입각해 심신을 바친다는 태도표명을 확연히 해야 한다" 고 했다.
또 우리사회 일부 계층에서 국민의례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과도 연계해 "애국가를 국민들과 함께 제창하고 국기 앞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경의를 표하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서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는 국민의례를 엄숙히 준행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 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김 박사는 이와 같은 의식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이유를 논어에서 4가지로 요약하고 있다며, 그 4가지가 ▲의(意) ▲필(必) ▲고(固) ▲아(我)라고 했다.
또 이의 해석을 '의'는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임의로서 이는 가슴속에 숨겨 놓은 사심, 즉 저의가 있는 것이라 하여 유사(有私)라 하며, '필'은 내가 꼭 할 것이라는 필행욕구로서 이는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개인적 기대가치를 품고 있는 것이라 하여 유대(有待)라 하고, '고'는 스스로 버리지 못하는 고집으로서 이는 이념처럼 스스로 변화시켜가지 못한다하여 불화, 그리고 '아'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선양하기 위한 인정의 욕구로서 이는 내가 여기에 있노라하는 존재가치를 확연히 하려는 것이라 하여 유방(有方)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4가지 요인 속에 '용두사미'를 경계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며 "용의해에는 총선을 위시하여 모든 일이 최소한 용두용미(龍頭龍尾)가 되었으면 한다"고 2012년의 국운융성을 담기도 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