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91 눈의식眼識이 보아 아는 것과 동시에 형색의 생성과 소멸을 볼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지혜와 관련된 질문
아비담마의 여러 주석서들에서 설명한 대로라면 형색은 눈 의식이 생겨나기 네 번 혹은 다섯 번 등의 전에 생겨납니다.176) 소멸하는 것도 눈 의식이 사라진 후 열두 번, 열 번, 아홉 번등이 지나서 사라집니다.177) 그러므로 눈 의식은 형색의 진짜 생성과 소멸을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봄’이라고 관찰하는 새김과 지혜는 그 눈 의식, 즉 보아 아는 마음의 진짜 생성과 소멸을 새겨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보아 아는 인식과정 하나와 관계된 생성과 소멸을 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아 아는 마음의 생성과 소멸을 알면 경전의 가르침 방법에 따라 그 아는 인식과정의 대상이 생겨나는 모습, 사라지는 모습도 ‘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앙굿따라 니까야』「선정경」178) 등에 보면 선정에서 출정했을 때, 선정에서 출정하기 바로 전 선정에 입정하고 있을 때 생겨났던 다섯 무더기五蘊를 관찰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설해 놓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선정의 마음, 마음부수 등의 정신법들이 생겨나는 모습은 ‘봄’하며 관찰하여 새길 때 보아 아는 마음이 분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분명합니다. 물질의 생멸은 선정의 마음이 대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분명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선정의 마음, 마음부수 등 정신법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으면 그 선정의 토대인 물질과 선정 마음 때문에 생겨나는 물질들의 생멸도 관찰하여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선정경」에서 설명해 놓은 관찰하는 모습에 따라 ‘봄’이라고 관찰하여 새길 때도 ‘보이는 형색, 보아 아는 마음의 토대인 물질 등의 생멸하는 모습을 안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찰하며 새기고 있는 수행자는 보고 알아지는 형색의 물질들이 생겨나는 모습, 사라지는 모습을 번갯불의 생멸을 보고 알 수 있는 것처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하 닛데사Maha Niddesa 大義釋』등에서 “공중에서 번갯불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처럼 형성들이 생겨나서는 사라져 간다”179)라고 설명해 놓았습니다.
여기에서 번갯불이 생겨나는 모습을 눈으로 정확하게는 볼 수 없습니다. 사라지는 모습도 정확하게는 볼 수 없습니다. 번갯불이 생겨나서 즉시 사라져 가는 것 정도만 눈으로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180)
그와 마찬가지입니다. 볼 때 ‘봄’이라고 관찰하여 새길 때도 보이는 형색이 생겨나서 즉시 사라져 가는 것을 생멸의 지혜udayabaya ñāṇā, 무너짐의 지혜bhaṅga ñāṇā 등에 이른 수행자들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들림’이라고 관찰하며 새길 때 들리는 소리 물질의 생멸은 더욱 분명합니다. 또한 ‘닿음’이라고 관찰하여 새길 때에도 닿아 알아지는 감촉 물질의 생멸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생멸을 분명하게 경험하여 무상·고·무아인 것으로 알아가는 것이 경전의 방법에 따라 진짜, 스스로 경험하는 위빳사나 지혜입니다. 순간도 이어지지 않고 생멸하고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비구들이여, 이렇게 알고 보면 배움을 구족한 성제자들은 물질에 대해서도 즐거워하지 않고 염오한다”181)라는 등으로 설명해 놓으신 염오의 지혜nibbida ñāṇā 등도 생겨날 수 있습니다. 또한 “염오하면 애착이 빛바래어 성스러운 도가 생겨난다”182)라는 등으로 설명해 놓으신 가르침에 일치되게 도와 과, 열반도 직접 증득하여 수다원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지나간 바왕가와 같이 생겨난 형색 물질의 생성, 두 번째 등록의 마음 등과 같이 사라지는 소멸을 자신의 지혜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알 수 없습니다. 주석서들에서 밝혀 놓은 것에 따라 들어서 아는 지혜로 아는 정도일 뿐입니다. 그렇게 들어서 아는 것으로는 진짜 위빳사나 지혜가 생겨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반조하여 아는 것만으로는 염오의 지혜도 생겨날 수 없습니다.
또한 한 번 볼 때, ‘지나간 바왕가가 한 번만 지나갈 때 형색은 그 지나간 바왕가와 함께 생겨난다’라거나 혹은 ‘지나간 바왕가가 두 번 지나가고 그때 첫 번째 지나간 바왕가와 함께 생겨난다’라는 등으로 엄밀하게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사라질 때도 ‘두 번째 등록 마음과 함께 사라진다’라는 등으로 엄밀하게는 어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형색 물질의 생멸을 엄밀하게, 정확하게 알아야만 위빳사나 지혜가 생겨난다’라고 한다면 어느 누구에게도 위빳사나 지혜가 생겨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비담마 주석서 등에서 설명해 놓은 것은 들어서 아는 지혜로 짐작해 알 수 있도록 설명해 놓은 것이지 위빳사나 수행을 해서 알아야 하도록 설명해 놓은 것이 아님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방금 전에 설명했던 「선정경」 등에서 설해 놓은 대로 번갯불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을 알듯이 ‘생겨나는 순간의 물질을 관찰하여 스스로 직접 알 수 있는 정도만 알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물질의 생성과 소멸을 엄밀하고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렇게 알 필요도 없다. ‘갈 때는 간다고 안다’라는 등으로 설명해 놓으신 가르침대로 생겨나는 순간, 생겨나고 있는 물질을 관찰하고 새겨 각각이 부분 부분 끊어져 사라져 가는 것을 아는 것만 필요하다”라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생겨나고 있는 현재를 관찰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일부 물질과 정신들은 엄밀하게, 정확하게 생겨나는 순간을 관찰할 수는 없습니다. 경전들에서 선정에서 출정하여 선정의 마음을 관찰하는 것을 “현재를 관찰하여 안다”라고 설명해 놓은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라진 후 아주 가까운 현재만 관찰하여 알 수 있습니다. (「말루짜뿟따 경」에 대한 법문)
176) 눈 감성물질과 ‘매우 큰 형색 대상’이 부딪쳐 같이 생겨나게 되었을 때, 지나간 바왕가가 한 번 지나간 후에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어 바왕가 동요, 바왕가 끊어짐, 다섯 감각문 전향 다음에 눈 의식이 생겨난다. 그래서 이때는 눈 의식의 네 번 전에 형색 대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대상이 ‘큰 형색 대상’이라면 지나간 바왕가가 두 번, 세 번 지나간 후에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때는 눈 의식의 다섯 번, 여섯 번 전에 형색 대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177) 또한 ‘매우 큰 형색 대상’인 경우 그 눈 의식 다음에 접수-조사-결정-속행 일곱 번 -등록 두 번이 생겨나는데 두 번째 등록 마음의 소멸과 함께 그 형색 대상이 소멸하기 때문에 눈 의식으로부터 열두 번 마음 순간이 지난 후에 그 형색 대상이 소멸하는 것이다. ‘큰 형색 대상’인 경우에는 눈 의식 다음에 접수 -조사 -결정 - 속행 일곱 번 - 바왕가가 생겨나고, 그 바왕가 마음의 소멸과 함께 그 형색 대상이 소멸하기 때문에 눈 의식으로부터 열한 번 마음 순간이 지난 후에 그 형색 대상이 소멸하는 것이다. 지나간 바왕가가 두 번 지나갔다면 일곱 번째 속행 마음의 소멸과 함께 소멸하기 때문에 눈 의식으로부터 열 번 마음 순간이 지난 후에 그 형색 대상이 소멸하는 것이다.
178) 「선정경Jhāna sutta」은 『앙굿따라 니까야』 제5권 pp.466~472 참조.
179) Nd1.33; Vijjuppādova ākāse, uppajjanti vayanti ca.
180) 매우 빠르게 생멸하기 때문에 어떻게 생겨나는지, 정확하게 어떻게 소멸하는지는 알 수 없고 단지 매우 빠르게 생겨났다가 사라졌다는 정도만 안다는 뜻이다.
181) S.i.320; Evaṁ passṁ bhikkhave sutavā ariyasāvako rūpasmimpi nibbindati.
182) S.i.320; Nibbindaṁ virajjati.
[출처] [위빳사나 백문백답] 질문 91 눈의식眼識이 보아 아는 것과 동시에 형색의 생성과 소멸을 볼 수 없는 것 아닌가요? (한국마하시선원) | 작성자 한국마하시선원
첫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