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집총간 > 백록유고 > 白麓遺稿 > 五言律 > 辛應時
天安廣德寺
卓午山村過。黃昏古寺來。雪深苔逕斷。氷滑石橋回。殷壑鍾聲動。
當門像設巍。三生留舊債。一宿便忘廻。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89
천안 광덕사
한낮에 산촌을 지나
황혼 속 고찰에 이르니
눈이 깊어 이끼 낀 길은 끊어지고
얼음은 미끄러워 돌다리가 구부러졌네.
깊은 계곡에 종소리 울리고
문 앞에는 웅장한 불상이 서 있구나.
삼생의 옛 빚을 남겨두고
하룻밤 묵으니 바로 돌아갈 생각을 잊네.
이 시는 깊은 겨울 풍경과 고찰의 고요함 속에서 인간의 번뇌와 깨달음의 순간을 묘사한 작품으로 보입니다.
"삼생(三生)"은 불교 용어로, 세 번의 생을 의미합니다. 이는 과거생, 현재생, 미래생의 세 생을 가리키며, 전생(과거), 현생(현재), 내생(미래)의 삶이 모두 이어져 있다는 윤회의 개념을 반영합니다. 불교에서는 생과 생 사이에 업(業)이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데, 시에서 "삼생의 옛 빚을 남겨두고"라는 구절은 이 윤회 과정에서 맺어진 인연이나 업보를 말하는 것으로, 아직 갚지 못한 과거의 빚이나 책임을 남겨둔 상태를 묘사하는 듯합니다.
이것은 인생의 무게와 연결된 주제로, 시인이 하룻밤 절에서 머무는 동안 그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떠나려는 마음도 잊는 상태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