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교 계승 선사가 스님을 존경하라 하다.
*명교숭선사존승편(明敎嵩禪師尊僧篇)*
불교에서 반드시 승려를 존경함은 무엇을 말함인가?
승려란 부처님으로써 성씨를 삼고
여래로써 집을 삼으며
법으로써 몸을 삼고 지혜로써 생명을 삼으며
선정의 희열로써 음식을 삼는 까닭으로,
세속의 성씨에 기대지 않고
세간의 집을 꾸리지 않으며 형상을 닦지 않고
삶을 탐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섯 가지 맛에 젖어들지 않아야 한다.
그 몸을 가로막아 보호함에는 계행(戒)이 있고
마음을 다독거려 거두어들임에는 선정(定)이 있으며
분별하여 밝힘에는 지혜(慧)가 있다.
그 계를 말하자면 세 가지 미혹됨을 깨끗이 하여
이 몸이 다하도록 더럽히지 않는 것이요,
그 정을 말하자면 사려를 고요히 하고
신명을 바르게 하여 종일토록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요,
그 혜를 말하자면 도덕을 숭상하고 의혹을 밝힘이
필연적이니, 이로써 그것을 닦음을 인(因)이라 하고
이로써 그것을 이룸을 과(果)라 한다.
만물에 대해서는 자애로운 마음이 있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이 있으며
커다란 서원이 있고 커다란 은혜가 있다.
자애로움이란 항상 만물을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요,
가엾게 여김이란 항상 중생의 괴로움을 덜어주고자 함이요,
서원이란 천하와 더불어 참된 법, 보기를 서원함이요,
은혜라는 것은 여러 무리의 중생들에게 베풀기를
바른 법으로써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문의 자세는 신기롭고도 통하기에
천지가 능히 가리우지 못하고,
은밀히 행하기에 귀신도 능히 예측할 수 없다.
법을 연설하면 말이 뛰어나 막히지 않으며,
법을 수호하면 떨치고 일어남에 몸을 돌아보지 않으니
사람들이 참지 못하는 것을 능히 참아내고
사람들이 행하지 못하는 것을 능히 행하며,
생명을 바르게 가짐에는 밥을 빌어서 먹더라도
부끄러움으로 여기지 않으며,
욕심을 적게 가짐에는 누더기 옷과 꿰맨 발우라도
가난하게 여기지 않으며, 다툼이 없음에는 자신이 욕됨을
받을지언정 상대를 가벼이 여기지 않으며,
원망함이 없음에는 상대방의 입장과 같아지려고 할지언정
손해나게 하지는 않는다.
참된 모습으로써 만물을 대하고
지극한 자애심으로 자신을 닦으니,
그러므로 천하에 대해서는 반드시 화목할 수 있고
널리 공경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말에 허망된 것이 없는 까닭에 그 믿음 또한 지극한 것이며,
그 법에 나 자신이 없는 까닭에 그 겸양 또한 진실스러운 것이다.
위엄(威)이 있음에 가히 공경스럽고 품의(儀)가 있음에 가히
본받을 만하니 하늘사람이 우러러보고 정중히 여기며, 능히 세상에
복을 내려 주고 능히 세속을 이끌어 간다.
형상을 잊음에는 금수에게 던져 주어도 아까워하지 않으며,
경전을 독송함에는 추위와 더위를 무릅쓰고 그만두지 않으며,
법을 위하여 세상에 나감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노닐고,
취락을 두루 다니되 명예 보기를 마치 골짜기의 메아리 같이 여기고,
이익 보기를 마치 떠다니는 먼지 같이 여기고,
물질 보기를 마치 아지랑이 같이 여기며,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따뜻하게 보살핌에는
노복과 뒤섞이더라도 천하게 여기지 않으며,
도를 위하여 처신할 때는 비록 깊은 산 궁벽한 골짜기에서
풀잎으로 옷을 입고 나무열매로 먹거리를 삼더라도
마음에 편히 여기고 만족하게 생각하니 이익으로써
가히 유혹할 수 없고 권세로써 가히 굴복시킬 수 없고
천자나 제후의 자리를 떠나고도 스스로를 높게
여기지 않으며,
홀로 우뚝 섬에는 도로써 스스로를 이겨내니
비록 형상과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기더라도
외롭다 여기지 않으며, 무리지어 거처함에는
법으로써 권속을 삼으니 사해의 사람들이
모두 모일지라도 혼잡하게 여기지 않으며,
가히 배울 만함은 비록 삼장과 12부 및 제자백가와
외도들의 글이라 하더라도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다른 지방의 특이한 풍속의 말이라도 통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법을 찬술하면 곧 참다운 글귀가 있고
참다운 문장이 있으며,
중도를 행하면 곧 공(空)도 아니요 유(有)도 아니며,
배움을 끊음에는 잡념을 여의고 청정하여 그 순수하고 참됨이
한결 같으니 거듭 분별하는 바가 있지 않게 되는 것이다.
'승려'란 그 사람됨이 지극하고 그 마음 됨이 넓으며
그 덕 됨이 두루 갖추어져 있고 그 도 됨이 크며,
그 어짊은 세속에서 말하는 바의 어짊이 아니고
그 성스러움은 세속에서 말하는 바의 성스러움이 아니니
세속을 벗어난 수승한 어짊과 성스러움이다.
승려란 것이 이와 같으니 어찌 존숭하지 않으리요.
번역 / 현진스님 [치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