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올린 후기를 조금 수정하여 여기 올립니다.
개구진 장난꾸러기 세아들의 아빠이며....
필요할때는 다 날려먹는 어처구니 없는 캠퍼입니다.
그래도 읽어주시고 화질떨어지는 사진도 봐주신다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지난번 놀터켐핑장에 다녀온 후 근 45일을 집에서 근질근질했는데.....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만난 곳이 합천 소리길 캠핑장이다.
경남의 명풍캠장이 되기위해 힘쓰고 있다는 그 캠장이다.
다른 캠퍼의 후기를 보니 상당히 만족스런 글들이 있길래...
이번 여행은 장모님께서 함께 하셨다.
겨울의 가야산 소리길에서 2박 3일을 함께 하신다.
점심시간 포함 4시간정도 달려야 했다.
고속도로는 괜찮았지만 그 후 김천부터 소리길 캠장까지의 길은 눈길의 연속이었다.
눈길만 아니었어도 45분 정도는 빨리 도착했을 것이다.
도착해서 성문이를 펼친다.
핸펀으로 많이 찍었으나.....마지막날 전원문제가 발생하면서...
우리 장모님, 나, 안지기, 해준홍 이렇게 여섯식구가 살 장소는 여기다.
배치도랑 실제랑 많이 다르다. 쩝...
10-13번은 아래쪽 낮은 지대, 또 20번대 자리도 일부 아래쪽 낮은지대다.
16번 주변사이트들이 그래도 해도 잘들고 나무들도 꽤 있다.
전에 눈이 올때 다른 캠퍼가 있어주길 내심 바랬다.
그래야 눈치우는 수고를 덜 수 있는데...
가보니 눈이 하얗게 내렸고 아이들 발자국만 몇개있다.
난 삽을 빌려 눈을 치운다.
어느새 캠지기께서 도와주고 계신다. 훨 수월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이너쪽은 잘 치우고 리빙쪽은 필요한 만큼만 치우기로 안지기와 합의.
세로획에 해당하는곳에 차를 대는 걸로.
그러나.. 성문이를 칠 공간이 약간 (좌우 15센티 정도) 모자라다. (핸펀사진 날아감...쩝)
왼쪽은 돌덩이에 오른쪽은 난간에...모자란 부분은 스킨을 적당히 조절하며 해결.
그래도 각은 잘 나온다...ㅋㅋㅋ..난 텐트 각잡기 선수다..
---참고로 소싯적에 장모님께서는 장인어른과 지금의 내 처, 그리고 처남을 데리고 왕성한 캠핑활동을 하신 분이시다.
작업등에 30W정도되는 형광램프를 썼더니..영 밝지 않다. 가스등이 더 좋고 밝다.
작업등은 주방쪽에만 잠시 쓰는 걸로 결정..(핸펀사진 날아감...쩝)
이거 역쉬...가스등의 운치가 더해지니 이제 캠핑하는 것 같네...ㅋㅋㅋ
캠장에서의 첫날밤이 찾아왔다.
캠장의 첫날 밤은 자주 감상에 젖는다.
오느라 수고 많이 했고 또 아늑한 잠자리를 만들었고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
그리고 내일은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릴까하는 생각에....
일기예보상으로는 전국적으로 눈이 온다했다..
그리고 내가 살고있는 대전은 눈이 오고있다.
그런데....조금 남쪽으로 왔다고...그렇다고...밤새 눈대신 비가오냐...쩝...
기대하던 설캠은 온데간데 없고 우중캠이다. 한겨울의 우중캠...
둘째날.. 어제의 날씨가 의외로 포근했던 덕에...
그리고 밤새 내린 비 때문에...오늘부터 기온이 뚝 떨어질 것이 분명!
이럴 때 일수록 활동을 왕성하게 해야한다.
그래야 지치지 않고 춥지 않다.
오늘은 저 연못에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상하다....오후엔 좀 나을려나...
게다가 어제는 없던 바람까지 제법 많이 분다.
루프 펄럭이는 소리가 간간이 난다. 이걸 묶어? 말어??
찍힌 사진에는 바람에 펄럭이는 루프가 울룩불룩하다.
어제 날이 별로 춥지 않아 가스는 보이는 저만큼 밖에 안섰다. 스토브도 "약"으로 틀어두었다.
캠퍼는 비를 싫어하지 않는다.
캠퍼는 눈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바람이 싫을 뿐이다.
아이들 비가오면 밖에서 나름 놀거리를 찾는다
눈이 오면 더 좋다.
그렇지만 바람이 불면 아이들은 자꾸 움츠려든다.
여름을 제외하고는 자꾸 움츠려든다.
나름 성문이가 가장 멋져보일때는
구름사이로 비친 햇빛을 받을때라 생각한다.
자! 가자..해인사로..
해인사 주차장에서 할아버지 한분이 길을 안내해주신다.
그러더니 대뜸 "내가 데려다줄께요.
대신 이따가 점심때 우리식당에 와서 식사하고 가요."
가는길도 편하게 갈 수 있고
해인사 본 후에 어차피 점심도 먹어야 하니까 그러는 걸로...
해인사는 산속의 작은 마을 같다.
사람이 다니는 길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얀 그런 작은 산골 마을 같다.
해인사 입구까지 편하게 온 나는 완전 신났다..
안지기와 함께 똥폼샷!
아이 둘은 벌써 저만치 갔다.
아이들은 눈을 무지 좋아한다.
젖는다..미끄러진다...다친다...혼난다...이런 말들이 모두 "잼있게 놀아라"로 들리나보다.
가족사진 한장도 찍기 힘들다...
아이들이 모두 사내들이라 그런지 사진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진은 나랑 다른 나라 얘기쯤으로 생각되나보다.
급기야 뒹굴기 까지 하신다..
그래 이때 아니면 언제 눈밭에서 뒹굴어보니...
다만 유명한 사찰에서 사람들 많이 왔다갔다하는 것이 좀 눈치 보여 그렇지...쩝...(어른의 생각....)
형님이 누우니 동생도 눕는다.
좋다고 눈을 지긋하게 감는 둘째.
누웠다 일어나기를 반복하고
눈밭에서 뛰기를 반복한다...
그러더니...고드름을 따 달란다...
저 위 처마 밑에있는 고드름....
내가 무슨 파워레인저도 아니고.....
그렇게 두리번 거리다 긴 고드름을 발견했다.
이녀석 둘이 또 파워레인저 놀이다..
장난감 칼처럼 휘두르다 뚝 부러지면 그나마 긴 것을 다시 주워들고 또 휘두른다.
그러다 부러지면....또 줍고...그래도 안되면 또 따달라고....
해인사에서 주차장으로 걸어왔다.
올라가는 길을 태워주신 할아버지는 내려올때도 전화하라했는데
시원한 콧바람도 필요하고 또 시원한 겨울 운치를 담기위해 걸어내려온다.
할머니 등과 내 품을 오가던 막내도 여기서는 내려달란다.
아까 형들이 노는 것이 부럽고 또 자기도 그렇게 하고 싶었나 보다.
내려 놓으니 벌렁 눕는다.
안일어난단다..
늑대,,,거미,,,호랑이,,,곰팡이,,,여우,,,,상어,,,,,다 동원됐다.
그제서야 일어나 다시 내가 안을 수 있었다.
사내들이라 그런가?? 고집도 세고....하고픈 것도 많고...서로지지 않으려한다..
그리고 말을 안듣는다....쩝....쩝,....다 그렇겠지만...
그렇게 해인사를 둘러 보고 다시 캠장으로 복귀
이제서야 가야산 정상 부근이 하얗게 보인다.
저녁 준비하는 동안 큰 아이가 나가 논다.
썰매도 끌고 나갔다. 한동안 돌아오지 않는다.
근데....텐트 밖에서 "엄마...나 들어갈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직감한다. 일이 있구나...크던 작던 간에....
성문이를 여는 순간 난 알았다.
큰아이 스키바지 오른쪽이 허벅지까지 살얼음이 얼어있다...
알았지만 모른척했다.
그렇게 되어도 더 놀다와서 진탕 감기 걸리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슬금 돌아와 바지 갈아입는게 더 나으니까.
신을 벗겨보니 신발엔 물이 주루룩,,,,,
내복도 젖고....
"어디서 그랬니?" "물레방에 옆에서요"
"잘했구나..쩝..."
스토브 위에 빨래줄을 걸고 바지 신발 양말을 걸어둔다. 어제처럼..(핸펀사진 날아감...쩝)
어김없이 밤은 찾아오고...
아이들과 장모님과 안지기는 이너텐트에 장판 따시게 틀어두고 자면 되지만
나까지 같이 자기엔 공간이 좁아서 야침과 침낭을 하나씩 더 샀다.
그래서 난 야침모드...이거 좋다....
아직까지 우리 가족은 야침모드를 겪어보지 않았다.
식구수 대로 야침 장만하는건 텐트하나 사는것과 같은 것....
오랜 기간동안 사서 모으면 모를까...
마지막 밤은 맑은 하늘이다.
그렇지만 날씨가 상당히 춥다.
캠장에는 아직 잠들기 이른 시간이지만 다니는 사람이 없다.
추운만큼 겨울밤은 시리도록 깨끗하다.
그렇게 마지막 밤을 깨끗한 겨울과 함께 했다.
아침기온이 영하 13도 란다.
겨울은 다 그렇지만 텐트안이 얼기도 하고 ..
지난 밤 비가 온데다가, 그 비에 전에 온 눈까지 녹으며 텐트안의 습도가 많이 높았나보다.
고드름이 아니라 그냥 겨울 폭포에서 볼 수 있는 얼음이다.
고드름들은 당연하고...
근데 그거 아나?? 이것도 다 재미라는거...ㅋㅋㅋ
아무리 추워도 이 재미에 캠핑 다니고 .....
아무리 더워도 지글지글한 맛에 캠핑 다니는 거...
아무리 쓸쓸한 가을이 싫어도 떨어지는 낙엽과 내 텐트가 잘 어울리는 맛에 캠핑다니는 거....
지난 캠핑에 고생을 하고 와도 이번캠핑에서 만날 새로운 고생이 기다려져서 캠핑 다니는거...
사방이 다 이렇게 얼어서
철수 준비하면서 깨고.....털고.....떼고...
폴은 10군데중 세군데가 완전 얼음속에 들어가서 팩을 이용해 살살깨고...
스커트는 바닥에 붙어서 살살 달래가며 떼고
스킨에 적당히 언 얼음들은 탈탈 털고...
메쉬창과 재봉선에 맺힌 얼음들은 얌전히 싸서 가방에 넣었다.
안뽑히는 팩들은 망치로 한두번 더 박은 다음에 뽑으면 쏙~~
모름지기 캠퍼는 지낸 흔적을 남기지 않는법.
역시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분리수거하고
주변정리하고 통영으로,,,
또 그렇게 눈길과 국도와 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려 통영에 도착했다.
생소한 도로들과 어두운 길눈...쩝...
숙소를 정하고 유명하다는 식당을 가는 동안 해저터널에 도착했다.
어디 감히 조센징이 일본인이 묻힌 곳 위를 발로 밟고 가냐구 해서 만들었다는 터널..
"내가 너희가 미운 이유가 뭔지 아니? 이런 것 때문이야.
이거 니들이 팠어? 또 우리 어른들이 강제로 했을거 아냐? 이 나쁜시궁창들..."
준승이는 무섭다고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다가 다시 나온다.
형도 따라 나온다. 자기도 약간 무서웠을 거다...ㅋㅋㅋ
굴정식으로 저녁을 뚝딱한 후....(핸펀사진 날아감...쩝)
다시 숙소인 통영 베이 콘도에 왔다.
방이 너무 따시다. 아니 덥다...그래서 졸리다 많이...
달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아름답다.
이 그림도 시간이 잘 맞아야 나온다.. 너무 높이 뜨면 수면에 비친 달이 예쁘지 않고
수평선에 걸치면 달인지 물인지..구별이 잘안가고...
너무 늦은 시간이면 사람들 불끄고 자서 달 밖에 안나오고
또 이른 시간엔 하늘이 까맣지 않고....
커피 한 잔 하러 가자고 그랬다가
퇴짜... 맞았다...
겨울의 해는 7시 30분이 지나 뜨는 날도 많아서
충분히 취침하고 아침해를 맞이한다....
헉
.
.
지워졌다.
.
.
일출사진이 지워졌다.
구름사이로 진짜 밝은 빛덩이가 올라오는 장면을 찍었었는데....(핸펀사진 날아감...쩝)
떠오르는 해를 보여 세 아들들이 베란다에 나왔다.
파카입고 이불 둘둘말고...
합천에서는 이거보다 더 추웠는데....
그때도 이불 안두르고 다니더니...따뜻한 남쪽나라까지 와서 두르다니....
미륵산으로 향하는 관광케이블카를 타러가는 길에 오미사꿀빵을 샀다.
달콤한 꿀? 물엿? 하려간 시럽이라 해두자.
이 달콤한 시럽을 입힌 단팥 도넛이다.
이거 두개 흡입신공 발휘하시고..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왕복티켓을 사고, 번호 부를 때까지 기다린다.
미륵산 정상에서 본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은 가히......
케이블카를 10분정도 타고 해발 461m의 미륵산 정상에 올랐다.
안지기는 이렇게 낮은 산이나 높은 산이나 정상까지 가는 길을 가리지 않는다.
케이블카가 있거나 승차 후 등산이 가능한 경우면,,,ㅋㅋㅋ
수산과학관에 들렀다.
어른들은 그거 뭐....하면서 통과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런 곳은 꼭가야한다.
케이블카 승차권이 있으면 500원씩 할인이다.
입구에 이렇게 배가 있다.
첫째와 둘째는 이때만큼은 마도로스다.
대양을 가로지느는 꿈을 가지고있는 자랑스런 마도로스다
수산과학관은 작은 규모의 전시공간이다.
이곳에는 약간의 수산자원 전시 및 수산자원 개발에 관한 자료들
바다를 이용하는 방법에 관한 전시 및 작은 체험장으로 이루어져있다. (핸펀사진 날아감...쩝)
아이들이 어른들의 시선에서 물고기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만의 시선으로 물고기들을 가까이 볼 수있도록 했다.
비록 모형이지만 상어도 만져보고..ㅋㅋㅋ
다양한 조개껍데기도 구경하고....
나오는길에는 대양으로 갈 배를 다시 점검하고...
수산과학관에서 선박체험이 부족했는지
아이들은 계속 배를 타고 싶단다. 특히 준승이.
그래 가자...배타러...근데 점심은???
여객선터미널 앞의 김밥집에서 충무김밥을 주문해서
차와 함께 배에 오른다...(핸펀사진 날아감...쩝)
배는 한산도로 향하고....배가 가든지 말든지...
우리는 차 안에서 충무김밥을 흡입한다. 츄릅....
이순신 장군의 역사가 서려있는 곳.
수많은 수군의 피가 서린 곳이다.
임진년 왜구를 물리친 세계해전사에 길이 남아있는 이순신 장군과
이름 없는 수많은 수군의 넋이 서린 곳.
어쩐지 자꾸 경건해 진다....
이순산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있는 제승당으로 향한다.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니까 그저 집이나 차 밖에 있다는그 자체가 좋다.
제승당 으로 가는길에 동백꽃 망울이 맺혀있다.
제승당 앞에서는 이미 피어있기까지 하다.
아..봄이 또 오고있나???
돌아오는 길....
2012년의 마지막 며칠을 캠프로 보내고 또 새로운 첫날을 해돋이와 함께 보냈다.
다른 어떤 연말연시보다도 바쁘게 보낸 것 같다.
돌아보면 지난 1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큰 아이가 학교가고,
집이 이사하고,
해마다 봄가을 어김없이 찾아오는 운동회 학예회에 참석하고,
어린이집도 옮기고,
큰아이 태권도 유단자가 되고,
수많은 캠핑을 했고,
작지만 안지기도 차를 장만했고,
많은 밤을 아이와 우리의 이야기로 재샜다.
어림잡아 300번의 빨래를 했고,,
1000끼니 이상을 가족들과 함께 했고
2000시간 이상을 수면에 썼고
1400시간 이상의 tv를 봤다.
물론 아이들은 수많은 장난감을 사고, 부수고
레고조각으로 성과 자동차를 만들고 부수기를 셀 수 없이 반복했다.
100만원 이상의 통화료를 썼고 전화기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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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일들이 모두 올해에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알고보면 매해 똑같이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러나 해마다 연말이면 이런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일들이
왜 그렇게 아쉽고, 또다른 의미가 있는 것같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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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아마도 올 한해를 치열하게 살지 못해 드는 아쉬움이 아니라
치열한 가운데 미처 챙기지 못해 생기는 아쉬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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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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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베란다에는 2012년의 흔적이 고스라니 남아있다.
언제 마르니???
첫댓글 좋은후기 감사합니다~~멀리서 오셔서 좋은 여행하고 가셨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