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44회 ― 동대문 원단시장 시즌 2
토요일 아침.
의상디자인과 실습실.
김태석 교수가 출석부를 덮으며 말했다.
"공모전 작품에 사용할 원단."
"오늘 직접 보고 사 와라."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예!"
도윤이 먼저 손을 들었다.
"교수님."
"교통비 지원됩니까?"
김태석 교수가 안경 너머로 바라봤다.
"안 된다."
"점심값은요?"
"안 된다."
"흥정 잘하면 상금이라도..."
"박도윤."
"네."
"자네 입부터 줄여라."
실습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잠시 후.
학생들은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 원단시장으로 향했다.
강인.
도윤.
준혁.
은별.
수진.
재민.
다정.
일곱 명이 함께였다.
지하철 안.
다정은 창밖만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다.
"서울은 지하철도 빠르네요!"
도윤이 웃었다.
"그건 지하철이니까."
재민이 거들었다.
"비행기보다 빠른 것 같아요."
수진이 한숨을 쉬었다.
"둘이 같이 있으면 시끄러워."
강인은 조용히 웃었다.
동대문 원단시장.
시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원단을 나르는 손수레.
재단 가위를 든 상인들.
"학생!"
"이쪽도 보고 가!"
"최신 수입 원단!"
곳곳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정은 입을 벌렸다.
"우와..."
"원단이 산처럼 쌓였어요."
도윤이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가 천국이지."
첫 번째 가게.
상인이 학생들을 보며 웃었다.
"학생들."
"공모전 준비?"
도윤이 자신 있게 말했다.
"네!"
"학생 할인 되죠?"
상인이 웃었다.
"조금."
도윤이 팔을 걷어붙였다.
"좋습니다."
"흥정 들어갑니다."
그때.
은별이 앞으로 나섰다.
"아저씨."
상인이 은별을 바라봤다.
"왜?"
은별이 환하게 웃었다.
"지난번에도 학생 할인 많이 해주셨죠?"
"처음 보는데?"
"오늘부터 단골 할게요."
상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학생 말 잘하네."
은별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저희 예산이 진짜 없어요."
"공모전 잘되면 다시 올게요."
상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얼마 필요해?"
"6미터요."
"학생이라..."
잠시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미터당 천 원 깎아 줄게."
도윤의 눈이 커졌다.
"우와!"
재민이 감탄했다.
"은별, 대단하다!"
수진이 웃으며 말했다.
"둘이 같은 학년인데도 벌써 차이가 나네."
은별이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상인이 웃었다.
"다음에도 너 데리고 와."
도윤이 중얼거렸다.
"흥정왕이다."
강인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한편.
다정은 예쁜 꽃무늬 원단을 구경하다가
어느새 일행과 멀어지고 말았다.
"어?"
"은별?"
"재민?"
사람들만 가득했다.
다정은 당황했다.
"길 잃었다..."
잠시 후.
시장 방송이 흘러나왔다.
"의상디자인과 최다정 학생."
"일행이 찾고 있습니다."
시장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도윤이 방송실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여기!"
다정이 달려왔다.
"죄송해요!"
도윤이 웃었다.
"원단시장 오면."
"길 잃는 사람 꼭 한 명 있다."
재민이 물었다.
"작년엔 누구였어요?"
강인이 짧게 말했다.
"도윤."
실습실이 아니라 시장 한복판에서 웃음이 터졌다.
도윤이 억울한 얼굴을 했다.
"그건..."
"잠깐이었어."
강인이 웃으며 말했다.
"두 시간."
그때.
강인이 한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수십 종류의 체크 원단이 진열되어 있었다.
강인은 말없이 하나씩 손끝으로 만져 보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진한 감색 울 혼방 하나를 꺼냈다.
상인이 물었다.
"학생."
"그 원단 왜 골랐어?"
강인이 대답했다.
"결이 살아 있습니다."
상인이 미소를 지었다.
"맞아."
"수입 울이야."
강인은 다시 갈색 체크 하나를 꺼냈다.
"이건."
"체크 간격이 조금 틀렸습니다."
상인이 놀랐다.
"학생."
"그걸 어떻게 알았어?"
강인은 원단 끝을 펼쳐 보였다.
"여기."
"실이 한 줄 밀렸습니다."
상인이 자세히 보더니 감탄했다.
"이야..."
"나도 방금 알았네."
준혁이 옆에서 숨을 삼켰다.
'대단하다.'
강인은 원단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원단과 대화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준혁도 다른 가게에서 회색 울을 골랐다.
강인이 다가왔다.
"왜 이거?"
준혁이 웃었다.
"강도가 좋고."
"주름이 적습니다."
강인이 원단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1978 런웨이》
제44회 ― 동대문 원단시장 시즌 2
토요일 아침.
의상디자인과 실습실.
김태석 교수가 출석부를 덮으며 말했다.
"공모전 작품에 사용할 원단."
"오늘 직접 보고 사 와라."
학생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예!"
도윤이 먼저 손을 들었다.
"교수님."
"교통비 지원됩니까?"
김태석 교수가 안경 너머로 바라봤다.
"안 된다."
"점심값은요?"
"안 된다."
"흥정 잘하면 상금이라도..."
"박도윤."
"네."
"자네 입부터 줄여라."
실습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잠시 후.
학생들은 지하철을 타고 동대문 원단시장으로 향했다.
강인.
도윤.
준혁.
은별.
수진.
재민.
다정.
일곱 명이 함께였다.
지하철 안.
다정은 창밖만 바라보며 연신 감탄했다.
"서울은 지하철도 빠르네요!"
도윤이 웃었다.
"그건 지하철이니까."
재민이 거들었다.
"비행기보다 빠른 것 같아요."
수진이 한숨을 쉬었다.
"둘이 같이 있으면 시끄러워."
강인은 조용히 웃었다.
동대문 원단시장.
시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원단을 나르는 손수레.
재단 가위를 든 상인들.
"학생!"
"이쪽도 보고 가!"
"최신 수입 원단!"
곳곳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정은 입을 벌렸다.
"우와..."
"원단이 산처럼 쌓였어요."
도윤이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가 천국이지."
첫 번째 가게.
상인이 학생들을 보며 웃었다.
"학생들."
"공모전 준비?"
도윤이 자신 있게 말했다.
"네!"
"학생 할인 되죠?"
상인이 웃었다.
"조금."
도윤이 팔을 걷어붙였다.
"좋습니다."
"흥정 들어갑니다."
그때.
은별이 앞으로 나섰다.
"아저씨."
상인이 은별을 바라봤다.
"왜?"
은별이 환하게 웃었다.
"지난번에도 학생 할인 많이 해주셨죠?"
"처음 보는데?"
"오늘부터 단골 할게요."
상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학생 말 잘하네."
은별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저희 예산이 진짜 없어요."
"공모전 잘되면 다시 올게요."
상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얼마 필요해?"
"6미터요."
"학생이라..."
잠시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미터당 천 원 깎아 줄게."
도윤의 눈이 커졌다.
"우와!"
재민이 감탄했다.
"은별, 대단하다!"
수진이 웃으며 말했다.
"둘이 같은 학년인데도 벌써 차이가 나네."
은별이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상인이 웃었다.
"다음에도 너 데리고 와."
도윤이 중얼거렸다.
"흥정왕이다."
강인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한편.
다정은 예쁜 꽃무늬 원단을 구경하다가
어느새 일행과 멀어지고 말았다.
"어?"
"은별?"
"재민?"
사람들만 가득했다.
다정은 당황했다.
"길 잃었다..."
잠시 후.
시장 방송이 흘러나왔다.
"의상디자인과 최다정 학생."
"일행이 찾고 있습니다."
시장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
도윤이 방송실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여기!"
다정이 달려왔다.
"죄송해요!"
도윤이 웃었다.
"원단시장 오면."
"길 잃는 사람 꼭 한 명 있다."
재민이 물었다.
"작년엔 누구였어요?"
강인이 짧게 말했다.
"도윤."
실습실이 아니라 시장 한복판에서 웃음이 터졌다.
도윤이 억울한 얼굴을 했다.
"그건..."
"잠깐이었어."
강인이 웃으며 말했다.
"두 시간."
그때.
강인이 한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수십 종류의 체크 원단이 진열되어 있었다.
강인은 말없이 하나씩 손끝으로 만져 보기 시작했다.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진한 감색 울 혼방 하나를 꺼냈다.
상인이 물었다.
"학생."
"그 원단 왜 골랐어?"
강인이 대답했다.
"결이 살아 있습니다."
상인이 미소를 지었다.
"맞아."
"수입 울이야."
강인은 다시 갈색 체크 하나를 꺼냈다.
"이건."
"체크 간격이 조금 틀렸습니다."
상인이 놀랐다.
"학생."
"그걸 어떻게 알았어?"
강인은 원단 끝을 펼쳐 보였다.
"여기."
"실이 한 줄 밀렸습니다."
상인이 자세히 보더니 감탄했다.
"이야..."
"나도 방금 알았네."
준혁이 옆에서 숨을 삼켰다.
'대단하다.'
강인은 원단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원단과 대화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준혁도 다른 가게에서 회색 울을 골랐다.
강인이 다가왔다.
"왜 이거?"
준혁이 웃었다.
"강도가 좋고."
"주름이 적습니다."
강인이 원단을 만져 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맞아."
"잘 골랐네."
준혁은 그 한마디가 무엇보다 기뻤다.
점심시간.
시장 골목 칼국수집.
일곱 명이 둘러앉았다.
도윤이 물을 따르며 말했다.
"오늘 최고의 발견."
재민이 손을 들었다.
"흥정왕 은별!"
짝짝짝.
모두 박수를 쳤다.
은별이 부끄럽게 웃었다.
도윤이 다시 말했다.
"두 번째."
모두가 다정을 바라봤다.
다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길 찾기 천재."
다정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한 번밖에 안 잃어버렸어요."
강인이 조용히 말했다.
"아직."
순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다정도 따라 웃었다.
"다음엔 안 잃어버릴게요."
도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 말."
"아까도 들었는데?"
식사를 마친 뒤.
학생들은 시장을 한 번 더 둘러보고 학교로 돌아왔다.
김태석 교수는 학생들이 사 온 원단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은별이 고른 원단.
준혁이 고른 원단.
수진의 패턴용 원단.
그리고 강인이 가져온 진한 감색 울.
교수는 말없이 손으로 원단을 쓸어 보았다.
잠시 후.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골랐다."
강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도윤이 슬쩍 말했다.
"교수님 칭찬."
"오늘 귀한데?"
김태석 교수가 도윤을 바라봤다.
"박도윤."
"네."
"자네는."
"원단보다 말이 더 많군."
실습실은 또 한 번 웃음으로 가득 찼다.
창가에 놓인 원단들이 봄 햇살을 받아 부드럽게 빛났다.
공모전을 향한 준비도,
동기들과의 추억도,
조금씩 쌓여 가고 있었다.
그리고 강인은 오늘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좋은 옷은 좋은 원단에서 시작되지만,
좋은 추억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것을.
― 제44회 끝 ―
다음회에 계속.
"맞아."
"잘 골랐네."
준혁은 그 한마디가 무엇보다 기뻤다.
점심시간.
시장 골목 칼국수집.
일곱 명이 둘러앉았다.
도윤이 물을 따르며 말했다.
"오늘 최고의 발견."
재민이 손을 들었다.
"흥정왕 은별!"
짝짝짝.
모두 박수를 쳤다.
은별이 부끄럽게 웃었다.
도윤이 다시 말했다.
"두 번째."
모두가 다정을 바라봤다.
다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길 찾기 천재."
다정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한 번밖에 안 잃어버렸어요."
강인이 조용히 말했다.
"아직."
순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다정도 따라 웃었다.
"다음엔 안 잃어버릴게요."
도윤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 말."
"아까도 들었는데?"
식사를 마친 뒤.
학생들은 시장을 한 번 더 둘러보고 학교로 돌아왔다.
김태석 교수는 학생들이 사 온 원단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은별이 고른 원단.
준혁이 고른 원단.
수진의 패턴용 원단.
그리고 강인이 가져온 진한 감색 울.
교수는 말없이 손으로 원단을 쓸어 보았다.
잠시 후.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 골랐다."
강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도윤이 슬쩍 말했다.
"교수님 칭찬."
"오늘 귀한데?"
김태석 교수가 도윤을 바라봤다.
"박도윤."
"네."
"자네는."
"원단보다 말이 더 많군."
실습실은 또 한 번 웃음으로 가득 찼다.
창가에 놓인 원단들이 봄 햇살을 받아 부드럽게 빛났다.
공모전을 향한 준비도,
동기들과의 추억도,
조금씩 쌓여 가고 있었다.
그리고 강인은 오늘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좋은 옷은 좋은 원단에서 시작되지만,
좋은 추억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것을.
― 제44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