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제일 객잔》
## 제44화 ― 붉은 달의 사신
계곡을 뒤덮었던 검의 울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주인을 되찾은 검들은 하나둘 땅으로 돌아갔다.
노검객과 제자 소연은 연우에게 깊이 절을 올렸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연우는 미소를 지었다.
"검은 사람을 살리는 데 쓰십시오."
노검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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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연우 일행은 계곡을 벗어나 숲 가장자리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모닥불이 잔잔하게 타올랐다.
설화는 연우에게 따뜻한 차를 건넸다.
"오늘 정말 무리했어요."
연우는 웃으며 찻잔을 받았다.
"덕분에 모두 살아났잖아요."
청아는 묘묘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오늘은 평화롭네요."
묘묘는 하품을 했다.
"그렇게 생각할 때가 제일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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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순간.
달빛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희미한 붉은빛이었다.
그러나 점점 하늘 전체가 피처럼 붉게 변했다.
풍백의 얼굴이 굳었다.
"...붉은 달."
봉인의 수호자도 검을 움켜쥐었다.
"설마."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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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아래.
숲 저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안개 속에서 검은 도포를 입은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얼굴은 붉은 쇠가면으로 가려져 있었다.
등에는 칠흑 같은 장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검게 변했다.
설화가 숨을 삼켰다.
"...적월."
풍백이 천천히 말했다.
"붉은 달의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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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연우를 바라보며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천검성군."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잘못 보셨습니다."
"제 이름은 연우입니다."
적월은 조용히 웃었다.
"이름은 달라도."
"혼은 속일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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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적월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붉은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검무덤에 잠들어 있던 수백 개의 부러진 검이 다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검은빛이었다.
묘묘가 으르렁거렸다.
"죽은 검을 되살리다니."
"금기의 술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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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는 천명검을 뽑았다.
푸른 검광과 붉은 검기가 서로 마주쳤다.
쿠우우웅—
숲이 흔들렸다.
적월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천명검은 아직도 널 선택하는군."
연우는 조용히 검을 겨누었다.
"객잔의 손님이 아니라면."
"여기서 멈추십시오."
적월은 웃음을 터뜨렸다.
"객잔."
"그곳은 곧 내 주인의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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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가 앞으로 나섰다.
"당신의 주인은 누구죠?"
적월은 붉은 달을 올려다보았다.
"곧 세상을 다시 열어 주실 분."
"무명왕."
모두의 표정이 굳어졌다.
봉인의 수호자가 낮게 중얼거렸다.
"...봉인을 깨려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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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적월의 시선이 무명에게 향했다.
"드디어 찾았다."
무명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왜..."
"왜 날 보는 거지?"
적월은 검끝을 무명에게 겨누었다.
"너야말로."
"무명왕의 마지막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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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무명의 몸에서 검은 문양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무명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으아아악!"
기억이 폭풍처럼 밀려들었다.
붉은 성.
불타는 하늘.
수많은 시신.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외쳤다.
"도망쳐라!"
무명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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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가 급히 무명을 붙잡았다.
"무명!"
적월은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기억하기 시작하는군."
"곧 네가 누구인지 알게 될 것이다."
연우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 이상."
"내 사람에게 손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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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에서 푸른 검기가 폭발했다.
동시에 적월의 붉은 검기가 하늘을 갈랐다.
푸른빛과 붉은빛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숲이 흔들렸다.
연기가 걷히자.
적월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붉은 꽃잎 하나만 바람을 타고 떨어졌다.
꽃잎에는 검은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세 개의 문양이 하나가 되는 날. 봉인은 끝난다.」**
풍백이 꽃잎을 집어 들었다.
"...세 개의 문양."
봉인의 수호자가 연우와 무명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하나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붉은 달은 천천히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모두는 알고 있었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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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화 예고
## 제45화 ― 세 개의 문양
적월이 남긴 붉은 꽃잎.
무명의 몸에 새겨진 검은 문양.
그리고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마지막 문양의 주인.
천 년의 봉인이 마침내 진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