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만 바꾸는 체불 사업장’까지 잡아낼 수 있느냐 -상습 체불→폐업→대표·법인 변경→영업 재개→재체불 편법 있는지까지 추적해야
▲임금채권보장법개정/고용노동부 카드뉴스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상습·악의적 임금체불 사업주와의 전쟁에 나선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체불 사업주가 폐업한 뒤 대표자나 법인 명의를 바꿔 같은 장소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경우까지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9월 1일부터 23일까지 ‘임금체불 집중 청산 지도기간’을 운영하고 체불 신고가 반복된 곳과 건설업 등 전국 고위험 사업장 약 8천 곳을 전수조사·감독한다. 고액·집단체불은 지방관서장이 직접 청산을 지도하고 악의·상습 체불에는 구속수사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여수·광양 등 전남 동부권도 체불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8월 기준 여수고용노동지청 관할 체불 신고액은 18억원으로 전년 14억원보다 28.5% 증가했다.
여수지청은 여수·순천 등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200여명의 임금 6억원을 상습 체불한 사업주를 입건했다. 피해자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노동자였다. 순천의 한 건설업체에서도 노동자 51명의 임금과 퇴직금 6억2천만원을 체불한 사실이 적발돼 사업주 등이 사법처리됐다.
상습체불에 대한 제재도 지난해 10월부터 크게 강화됐다. 1년 동안 3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체불하거나 5회 이상 체불하면서 총액이 3천만원 이상이면 신용제재와 정부·지자체 지원사업 제한, 공공입찰 불이익 등을 받을 수 있다. 명단공개 기간 중 다시 체불하면 노동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간판만 바꾸는 체불 사업장’까지 잡아낼 수 있느냐다. 체불 이후 폐업하거나 대표자를 가족·제3자로 변경한 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인력과 장비를 이용해 사실상 동일한 사업을 계속한다면 단순히 사업자등록증의 대표자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사업주로 볼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에서도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주도하고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는지 등 실제 운영관계가 사업장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된다.
정부의 ‘무관용’ 방침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체불액을 받아내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상습 체불→폐업→대표·법인 변경→영업 재개→재체불로 이어지는 편법이 있는지까지 추적해야 한다.
일은 그대로 시키면서 대표 이름만 바꾼다고 과거의 체불 책임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추석을 앞둔 이번 특별점검이 ‘월급 떼먹고 간판만 바꾸면 그만’이라는 현장의 허점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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