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는 많은 사람이 산으로 들로 나섭니다. 맑고 드높은 파란 하늘을 보기 위해서 또 다채롭고 화려한 단풍을 보고 즐기기 위해서 산행을 하고 야외로 나가는 거지요. 특별히 우리나라의 단풍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아름답다는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만들어질 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단풍은 유럽에서는 온도의 기복이 심해 단풍이 곱게 물들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의 날씨는 기복이 심하지 않으며 서서히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안토시아닌이 형성되는 좋은 조건을 제공합니다. 이런 까닭에 한국의 단풍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지요.
그러면 단풍은 어떻게 그런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게 되는 것일까요?
단풍은 가을철, 잎이 떨어지기 전의 나뭇잎 색깔이 노란색이나 갈색, 또는 붉은색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합니다. 먼저 은행나무 잎 같은 노란색 단풍은 엽록소가 파괴된 뒤 잎 속에 있었던 노란색 색소인 카로틴과 크산토필이 나타나 잎이 노랗게 보이는 것입니다. 새로운 색소가 합성되는 게 아니라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푸른색에 가렸던 노란색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 노란색 단풍
단풍은 광합성의 주역이며 잎을 푸른색으로 유지시켜주는 색소인 엽록소가 파괴되어야 나타납니다.
가을이 되면 잎의 생육활동이 막바지에 이르게 되고, 잎으로의 수분과 영양분의 공급이 둔화되기 때문에 엽록소가 여름만큼 왕성하게 생성되지 않습니다.
한편 잎 속에 남아 있는 엽록소는 햇볕에 노출되어 계속 파괴되기 때문에 잎은 푸른빛을 점차 잃게 됩니다.
단풍은 노란색부터 진한 빨강까지 갖가지 색으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색에 따라 단풍이 드는 경로가 다른데,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노란 색소는 햇볕을 받아도 변화가 없으므로 엽록소가 파괴된 뒤에 잎 속에 계속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노란 단풍은 가을 내내 굴러다니고 해마다 비교적 색깔의 차이가 심하게 나지 않습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카시아나 목백합이 이에 속합니다.
또 완전한 노란색이 아닌 갈색이나 황금빛 노란색을 띠는 단풍은 카로틴 이외에 탄닌이라는 갈색 색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참나무나 너도밤나무, 플라타너스, 느티나무가 갈색의 단풍을 갖습니다.
붉은색 단풍은 다른 단풍과는 달리 새로운 색소를 형성해 색깔을 만드는 단풍입니다. 바로 붉은색 단풍인데 노란 단풍보다 한 단계 더 수준 높은 단풍이랄 수 있습니다. 실제 우리가 단풍이라고 하면 전부 붉은 단풍을 떠올리는 까닭도 붉은 단풍의 매혹적이고도 화려한 색깔 때문입니다.
엽록소가 파괴된 뒤 잎 속에 없었던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새로 합성되면서 잎은 선명한 붉은색이 됩니다. 안토시아닌은 꽃 색깔을 나타내는 화청소인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으로 탄수화물이 많을수록 생성이 촉진되지요.
탄수화물이 많이 쌓이려면 낮에 잎이 광합성을 많이 하는 대신, 밤에는 호흡작용을 적게 해 탄수화물 소비가 적어야 합니다. 즉 낮은 뜨겁지 않으면서 햇볕이 잘 들어야 하고, 밤은 시원하면서도 낮과 밤의 온도 차가 많이 나야 합니다. 물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서는 안되지요.
같은 사과나무에서도 빛이 잘드는 쪽의 사과가 먼저 불그스레해지는 것만 봐도 안토시아닌이 광합성에 의해 탄수화물이 많이 생긴 곳부터 생성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안토시아닌은 햇볕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붉은 단풍은 노란 단풍에 비해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흔히들 서리가 내려야 단풍이 든다고 생각하지만 서리를 맞으면 잎은 얼어버리기 때문에 단풍은 고사하고 얼어죽고 맙니다. 붉은 단풍이 드는 나무에는 단풍나무를 비롯해 벗나무, 붉나무 등이 있습니다.
◀ 붉은색 단풍
한편, 사시사철 붉은 잎을 유지하는 홍단풍(노무라단풍)은 단풍나무의 변종입니다. 이 나무는 엽록소의 생성이 적고 안토시아닌의 생성이 많아 사계절 내내 붉게 보이다가 가을이 되면 낙엽이 돼 떨어집니다.
단풍이 든다는 것은 잎이 늙는 다는 것입니다. 단풍이 드는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어느 날 갑자기 잎이 노랗거나 빨갛게 물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초록색이었던 잎이 햇볕이 드는 쪽부터 부분적으로 노랗게 되었다가 붉은색이 첨가되면서 오렌지색으로 변한 다음 완전히 붉게 물듭니다. 나무 전체적으로도 잎의 나이 순서에 따라 가지의 맨 끝에 달린 잎부터 시작해, 중간에 있는 잎, 마지막으로 끝에 달린 어린 잎 순으로 단풍이 듭니다.
그리고 날이 추워져 이제 더 이상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때가 오면 하나, 둘씩 낙엽이 되어 떨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