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중학생과 학부모들은 가능하면 본인 혹은 자녀들이 제주시 지역의 과학고, 외국어고, 평준화고, 서귀포시동지역의 일반계고로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바와 같이 이 지역의 일반계고가 전국 일반계고 수능성적 1위를 이끈 명문고들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고입경쟁률을 부추기고 있다. 높은 고입경쟁률은 초등 및 중학교의 교육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교육과정의 운영보다는 고입경쟁을 염두에 둔 학력중심, 평가중심의 교육과정으로 인해 아이들은 심각한 학업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고입경쟁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제주교육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 고교구조의 혁신이야말로 경쟁중심의 교육시스템을 완화시키면서 동지역으로의 인구유출을 막고 지역균형발전을 가져오는 길이라 여겨진다.
할 수만 있다면 제주도의 모든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구조혁신을 추진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평준화고의 확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나는 서제주시·동제주시·서귀포시 3권역의 평준화고 방안을 주장한 바 있다. 평준화가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그것은 사실의 아님이 실증적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온다면 평준화고가 그동안 꾸준히 늘어왔고 경기, 강원, 충남 등지에서 평준화고로 구조혁신을 하겠는가. 관련 연구들은 오히려 비평준화지역보다 평준화지역 학교가 학업성취도, 자아존중감, 학생만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문제행동, 사교육비, 진학열, 입시스트레스가 덜하다고 한다. 다만 여기서 유의할 것은 평준화란 '무시험 학교배정'으로서의 평준화를 말하는 것이지, '획일적 교육과정'으로서의 평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입제도의 평준화와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실 제주시동지역의 평준화고는 엄격한 의미에서 평준화 정책의 취지에 걸맞지 않은 제도이다. 학생부 성적 50%와 연합고사 성적 50%로 학생을 선발하는 유일한 지역이고, 그것도 제주시내 중학교 졸업생 대비 50% 정도만을 선발하는 '평준화 아닌 평준화'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문계고들이 명실공히 특성화돼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도 아니다. 전문계고는 동지역의 일반계고에 실패한 아이들이 가는 곳이고, 이들에게 패자부활전도 허용하지 않는 비교육적 제도가 현재의 제주고입제도이다. 평준화를 통한 일반계고 구조혁신과 아울러 전문계고의 특성화를 통해 진정으로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전문계고의 특성화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제주에서는 산업구조도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학을 연계하는 마이스터고로의 전환도 쉽지 않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전문계고 졸업생들도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전문계고의 발전은 요원할지 모른다. 특성화가 어려울 경우 차라리 평준화 일반계고로 편입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고교구조가 혁신된다면 현재의 고교서열화와 경쟁중심의 교육시스템이 완화될 뿐만 아니라, 시지역과 농산어촌간의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고입경쟁이 완화되면 초등과 중학교 교육과정을 정상화할 수 있고 전인교육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 <강봉수 제주대 교수^제주대안연구공동체 연구원장>
첫댓글 제주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는 입시 중심 경쟁 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을텐데요. 학생들이 가진 적성과 잠재능력, 흥미 등이 고려된 다양한 교육이 가능한 시스켐이 만들어져야 아름다운 제주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교수님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