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험례17 - 발이 뜨거워요(조세신보)
65세의 k 환자는 발이 뜨거워 내원한 환자였다. 원래부터도 손발이 남들보다 조금 뜨거운 편이었는데, 출산 후에 결정적으로 손발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손발이 너무 시려 괴로운 사람들도 많지만, 이렇게 반대로 손발에 열이 너무 많아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발에 열이 많은 경우는 잠잘 때가 더 곤란한데, 이불 바깥으로 발을 빼내어 창틀 같은 곳에 발을 문질러도 금세 다시 열감이 느껴져 밤새 잠을 못 이루고 쩔쩔매는 경우가 많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진단과 치료>
이렇게 아이를 출산한 후에, 발바닥에서 열이 나는 여성분들이 제법 있다. k 환자처럼 출산 후에 바로 나타나기도 하고 일정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기도 하는데, 아예 갱년기 때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보통 산후에 조리를 잘 하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산후에 제대로 조리를 못하게 되면, 음혈(陰血)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 비유하자면, 마치 우물에 물이 부족한 것과 비슷하다 보니, 체내의 열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가슴과 머리로는 열이 올라가고, 발뒤꿈치가 갈러지거나 발바닥을 디딜 때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통증이 올 때가 있다. 흔히 아침에 일어나면 발바닥이 아파서 잘 디디지 못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서 걸어 다니는 어머니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각종 스트레스로 인해 울화가 생기게 되면, 그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심화를 가라앉히는 처방을 같이 복용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화를 식히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더불어 음혈을 보충해주지 않으면, 같은 증상이 계속 반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음혈을 길러주는 약재들이 같이 처방된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k 환자의 경우, 양약이든 한약이든 먹으면 배가 아파 고생한 경험이 있어, 바로 한약 먹는 것을 주저했다. 그래서 일단 침으로 발 주위의 경락을 풀어 드렸더니, 바로 증상이 호전되었다. 이에 필자를 신뢰하고 한약을 복용하였는데, 4주 만에 증상이 거의 사라졌다. 비교적 빨리 치료가 된 경우인데, 덕분에 이 분과 비슷한 분들이 한찬 한의원에 오게 되었다.
이 밖에도 발이 뜨거운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남자들의 발이 뜨거운 경우에는 흠히 비뇨생식계통이 약해져서 오는 경우가 많다. 옛날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결혼식 날 새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다. 뿐만 아니라, 요새도 하나의 풍습으로 신랑의 발바닥을 때리는 경우가 있는 편이다. 필자도 옛날 결혼하는 선배의 발바닥을 때려본 경험이 있는데, 도대체 왜 때리는 걸까? 그것도 발바닥을! 이는 발바닥이 초야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발바닥은 비뇨생식 계통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부부생활과 관련이 있는 족소음신경과 족궐음간경과 관련이 있는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결혼식 날 발바닥을 자극하는 것이다. 초야를 잘 치르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것이다. 그렇다면, 발바닥에 열이 나는 것은 왜일까? 남자들의 경우, 비뇨생식계통과 관련된 진액이 부족해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즉 신정(腎精)이 약하거나 과도한 성생활 등으로 인해, 정액(인체의 정미로운 진액성분)이 부족해지면 이러한 현상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신정(腎精)을 보충해주는 처방을 복용하면 증세가 많이 좋아진다.
발이 뜨거운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므로 어림짐작으로 아무 한약이나 마음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한의원에 가서 정확한 체질과 증상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야만 한다. 실제 이러한 열증(熱症)의 증상에, 뜨거운 성질을 지닌 인삼이나 황기 부자와 같은 약재가 포함된 처방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만약 손발이 뜨겁다면, 바로 가까운 한의원이나 주치 한의원으로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