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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엄마는 죄인 |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라볼드/ 문학동네/ 2016 |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를 포함한 13명이 죽고 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사회의 총기 소지법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 사건의 가해자는 졸업을 앞둔 2명의 학생으로, 17세 소년들이었다. 그들은 끔찍한 학살을 저지른 후 현장에서 자살했다. 사건 당시 모든 엄마들이 아이가 안전하기를 기도하고 있을 때, 자기의 아이가 남을 더 해치기 전에 죽게 해달라고 끔찍한 기도를 해야만 했던 엄마가 있었다. 그녀가 가해자중의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이다. 사건발생 17년이 지난 후 수 클리볼드는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엄마였던 그녀가 사건 이후 수치심, 공포감, 슬픔 속에서 자살 충동과 공항장애와 암을 이겨내며 버텨온 투쟁의 기록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콜럼바인 총기사건의 동영상을 찾아보는 실수를 저질렀다. 영상매체가 갖고 있는 자극적이고 참혹함을 알면서도 사건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동영상에서 저자의 아들 딜런은 사람이 아닌 악마였고 공포스러운 악의 존재였다. 두려움과 불편함을 느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햇살’이라고 부른 착한 아이, 약물과 정신과적인 문제도 없었던 아들이 진짜인지 궁금했다. 이 책을 출판한 의도가 아들의 변명이나 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것이 아닌지도 의심스러웠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미치도록 사랑했고 누구보다도 바르게 키웠다고 자부했던 아들에게서 일어난 참사의 원인을 찾으려 몸부림친다. 그녀는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 알게 되고 새롭게 배운 것들이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해자의 엄마라고 자신을 공개하는 일은 치욕스럽게 발가벗겨지는 일임을 알면서도 속죄할 수 있는 일은 글을 쓰고 같은 고통 속에 아파하는 엄마들과 청소년을 만나는 것이었다. 아들 딜런에게 일어난 참사가 다른 아이들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끝까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진심이 진한 감동을 준다.
“나를 용서해줄 수 있겠냐고 묻고 싶어요. 엄마이면서도 그 아이 머릿속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던 것에 대해서, 그 아이를 도와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17p) 그녀는 엄마라서 살아있는 매 순간 죄스럽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의 엄마도 같은 심정이다. 2011년 학교 폭력으로 투신자살한 대구 중학생 승민이의 어머니 임지영 씨가 쓴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에서도 늘 비어 있었던 집에서 아이를 혼자 지내게 한 미안함을 고백한다. 엄마는 늘 죄인이다. 인간이 도저히 대처할 수 없는 자연재난과 억울한 인재로 아이들을 잃었어도 엄마는 죽을 때까지 죄인이다. 비 오는 날 우산을 들려 보내지 않았어도, 가습기 청결제, 생리대, 심지어 계란 구매 이력을 기억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들은 죄인이다. 이 책은 모든 엄마의 죄의식을 조금이나마 위로한다. ‘내 자식을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것 아니 어쩌면 자식을 아는 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렵게 생각되는 낯선 사람이 바로 내 아들이나 딸일 수도 있다. (10p) ’. 부모, 교사, 청소년을 만나는 모든 어른에게 추천한다. 자식이 낯선 사람이 되고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끔찍한 현실이지만 세밀한 관찰과 끊임없는 사랑과 그들을 이해하는 노력은 원죄에 가까운 죄의식을 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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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마감 시간도 제 맘대로 정하는 뻔뻔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