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정맥종주 8구간(멘재-윗장고개)
원추리
일자 : ‘09.8.9(일) 기온 높고, 날씨 맑음
산행지역 : 충남 논산시, 계룡시, 공주시 일원
코스 : 멘재-서문다리-천황봉-관음봉-삼불봉-수정봉-윗장고개
산행거리 및 시간 : 13km 약7시간
■멘재에 서다
천안-논산간고속도로를 시원히 달려, 산행 출발지 논산시 상월면 진동에서 애마가 멈춰
섰다.(09:30) 농로 따라가다 금강대 캠퍼스를 통과해 소나무, 참나무가 혼재한 산길로 들
었다. 지난 번 급경사 하산 길과는 대조적으로 지그재그 멘재 오름길은 운치가 있었다.
진한 숲향 속, 40여분 후 멘재에 올라섰다. 맞은편에 펼쳐진 계룡대가 정연하고, 남으로
녹음 짙은 향적산이 손짓한다.
멘재 향해 농로 메운 올올
멘재에서 내려다 본 계룡대
■가시거리 넓고
멘재에서 천황봉을 우러르며 진행하는 한동안은 업다운 없는 편한 길, 피톤치드 풍기는
숲속을 걸으니 산림욕이 따로 없다. 이따금 나타나는 돌출바위에서 바라보는 논산, 공주,
부여로 이어지는 광활한 벌판이 가슴을 후련하게 하고, 먼 산 스카이라인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맑고 청명한 날씨에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산행에 더 없이 좋은 날이다.
천황봉 아래서 뒤돌아 본 향적산
논산. 공주의 광활한 벌판
■금남정맥 백미 계룡산
천황봉
푹 꺼진 서문다리재 통과하고부터는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헉헉거리며 오른 정상부는
능선 길이 차단돼 좌측으로 우회하여 천황봉을 통과했다. 쌀개봉 너머 관음봉을 중심으
로 좌측 문필봉과 연천봉, 우측 자연성능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이 장관을 이룬
다.
계룡산을 흔히 ‘봄 동학, 가을 갑사’로 불릴만큼 이 두 절을 잇는 계곡과 능선 등 산세의
아름다움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계룡8경’과 더불어 산줄기 곳곳의 암봉. 기암절벽과 숲
속 사찰 등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다.
계룡산 이름은 천황봉에서 쌀개봉 삼불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흡사 닭의 볏을 머리에 인
용이 꿈틀대는 형상과 같다는데서 유래했다. 조선조 태조가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했을 때 동행한 무학대사가 산세를 보고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
(金鷄抱卵形)’이자 ’용이 날아 하늘로 오르는 형상(飛龍昇天形)‘이라 일컬었는데 두 주제
인 ‘鷄’와 ‘龍’이 예서 연유되었다.
조선 중기 정감록에서는 계룡산을 가리켜 큰 변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라 했다. 금강
이 북.서.남으로 멀리 감싸 흐르고 있어서 산과 물이 태극을 이루는 중심에 위치하며, 산
태극. 수태극의 대 길지이기도하여 풍수지리설과 도참사상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산이기
도 하다.
삼국시대에는 백제를 대표하는 산으로 꼽혔고, 조선시대에는 묘향산의 상악단, 지리산의
하악단과 더불어 이 산에 중악단을 설치하여 춘추로 산신제를 올렸다고 한다. 지금도 이
산 남서쪽 깎아지른 천황봉 절벽아래 호젓이 앉은 신원사 경내에 중악단이 남아있다.
되었다가 1879년(고종16년)에 명성황후가 다시 건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세월은 덧
없이 흐르는데 계룡산에 산신각을 세운 비운의 왕비 명성황후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신원사 중악단
■계룡주능을 사지로 오르고
꿈틀대는 용,「천황봉-삼불봉」구간은 통과가 만만찮다. 사지를 다 동원해야 한다. 바위
구간에 걸려있는 실 같은 밧줄이 얄미웠다. 두툼한 것도 시원찮을 판에 실이라니 그렇게
인색할 수가... 거미도 아닌데 실수 유발해 사고를 바랬을까, 아니다. 이곳은 출입금지구
역이다. 사람 다니면 안 되는 곳. 그럼에도 메니아들을 위해 공단 아닌 독지가가 걸어 둔
갸륵한 마음 담긴 고마운 생명줄이었다.
쌀개능선 바위
■우려가 현실로
위험구간 통과해 관음봉을 지척에 두고 문제가 발생했다. 앞서 간 멤버들이 되돌아서고,
공단요원이 인솔자를 찾고.. 출입금지구역 위반으로 적발된 것이다. 눈치 살피니 선발대
는 무사통과한 게 분명했다. 슬금슬금 그들 눈을 피해 철조망 넘어 관음봉에 올라가 있으
니 일행이 얼마 후 뒤따라 왔다.“어찌 용케 다들 왔느냐”니까 대표로 한 장 끊어주고 왔다
는 것이다. 회장님이 아침 코스 설명할 때 ‘아무래도 그 구간 통과가 좀 껄쩍지근하다’ 고
하시더니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러나 어쩌랴, 모르고 온 것도 아니고, 협력해서 처리하는
미덕을 발휘할 수밖에...
‘80년대 중반, 회사 산악회 이끌고 신원사 쪽에서 천황봉으로 올라 연천봉 거쳐 갑사로
내려간 적이 있다. 그때도「천황봉-관음봉」구간이 출입금지구역임을 사전에 알고 왔고,
그곳 주둔 부대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위문봉투 내밀며 부대위문 겸 닭벼슬 구간 등산하
러 왔다고 애기하고 통과를 부탁하니 연천봉까지 병사 한 명 파견해서 안내 받은 적이 있
었는데 다 옛날 애기다.
■삼불봉으로
삼불봉
관음봉에서 자연성능 따라 1.8km 거리의 삼불봉으로 갔다. 삼불봉은 건너편에서 바라보
면 마치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아 삼불봉이라 한다. 삼불봉 정상에 서면 동학사와 갑사 계
곡이 보이고, 관음봉을 중심으로 좌측 쌀개능선, 우측 문필봉과 연천봉이 학이 날개를 펼
친 듯 장관이다. 삼불봉고개로 내려섰다. 그곳에도 공단요원이 수정봉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여기서 일단 정맥과는 멀어지지만 200여m 거리의 돌계단을 따라 남매탑으로 내
려가 식수를 보충했다. 남매탑은 전에도 몇 번 와본 낮 익은 곳, 탑 앞의 전설이 흥미로워
옮긴다.
♣남매탑 전설
「통일신라시대의 한 스님이 토굴을 파고 수도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울부짖으며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이었다. 스님이 입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큰 가시 하나가 목구멍에 걸려있어 뽑아주었더니 며칠 뒤에 한 아리따운 처녀를 등에 업고
와 놓고 갔다. 은공을 보답하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처녀는 상주사람으로 혼인을 치른
날 밤 호랑이에게 물려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스님에게 말했다. 그때는 산에 눈이 쌓이고
날씨도 추운 한 겨울이었다. 추위가 풀려가고 봄이 오자 스님은 수도승으로서 남녀의 연을
맺을 수 없기에 처녀를 집으로 돌려보냈으나, 그 처녀의 부모는 이미 다른 곳으로 시집보낼
수도 없고 인연이 그러하니 부부의 예를 갖춰주기를 바랐다. 이에 스님은 고심 끝에 그 처녀
와 남매의 의를 맺고 비구와 비구니로서 불도에 힘쓰다가 한 날 한시에 열반에 들게 되자
이 두 남매의 정을 기리기 위해 탑을 건립하여 두 스님의 사리를 모시게 되어 ‘남매탑’이라
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갑사에서 산행 마무리
식수 보충하고 수정봉 목표로 남매탑 위 사면을 치고 오르는데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만학골재에도 공단요원이 배치되어 있으니 갑사로 바로 오라는 것이다. 할 수없이 추억어
린 금잔디고개 넘어 갑사로 내려가 일주문을 나서면서 미완의 마무리를 해야 했다. 만약,
계획구간 모두를 소화했다면 시간상으로도 그렇고 상당한 무리가 따랐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매사 새옹지마라 하지 않던가...
산행길에 만난 올올녀, 남 여러분! 더불어 즐겁고 보람된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산행에서
건강하게 만나요~~
갑사 일주문
첫댓글 회장님! 그날 계획산행 다 못해 신경 많이 쓰셨죠? 대간 정맥 하다보면 그런 일은 병가지상사가 아닐까요? 다 잊고 다음 산행에서 뵈요~~
자세하고 섬세한 산행기 잘보았습니다. 늘 안산 즐산 하세요.
선명한 사진에 자상한설명을 겯들이니 그날의 일들이 더욱 새롭네요. 덕분에 중악단과 남매탑의 사연들을 알게해줘 고맙습니다.
올올에 새로운 지성이 나타나셨네요....산행기의 정석을 보여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운해 선배님..작년 초봄 홀로 넘던 금남길 천황봉이 추억으로 다가 옵니다...좋은 산팀을 만나 가벼운 걸음 가심에 축하드립니다..부소산 아래 백마강에서 맞이할 1+9정맥의 기분을 상상해 봅니다..미리 축하드립니다..대림동에서나마 축하의 술잔을 올리고 싶습니다..지난 8/15-16에는 문교 후배와 함께 금북정맥 안흥진에 닿았읍니다. 올가을 한남 지나고, 내년 낙동을 끝으로 몰운대에서 같은 기분을 맛보겠읍니다..늘 건강하십시오..
산을 사랑하는 멋쟁이, 배형을 여기서 만나다니 뜻밖이고 너무 반갑습니다. 문교 아우와 금북 같이 했군요. 그림 같은 태안 앞 바다가 어제련듯 떠 오릅니다. 아무쪼록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고 산과 더불어 건강생활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