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 종일 내리는 비와 함께 축령산을 오르다
축령산은 남양주시와 가평군에 걸쳐 있는 해발 879m의 산으로, 숲이
울창하고 계곡이 아름다운 산이다. 조선왕조를 개국한 이성계가 고려 말
사냥을 왔다가 짐승을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는데 몰이꾼의 말이 이 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 산신제를 지내야 한다고 하여 산 정상에 올라 제를
지낸 후 멧돼지를 잡았다는 전설이 있다 이때부터 고사를 올린 산이라고
축령산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남양주시지(市誌)에서-
한북정맥에 솟아 있는 운악 산에서 뻗어 나온 주금산, 서리 산을 거쳐 북한강에
이르기 전에 만들어진 산으로 동남쪽은 깎아지른듯 하고 서남쪽은 비교적 완만하다
동북방향으로는 “조종천” 서남쪽으로는 “수동천”이 흘러 북한강을 이룬다.
축령산은 상록수인 잣나무로 온산이 뒤덮혀 있기 때문에 사계절 짙은 녹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남이장군의 전설이 깃든 남이바위, 수리바위등의 기암이있다 (경 샘 프린트 참고)
엊그제부터 오늘(27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예보를 해대니
솥뚜껑 보고 놀란 (자라는 언제 보기는 했나?) 가슴이다
안 그래도 이 추운 겨울에 비까지 와서 언제 눈으로 바뀔지도 모르는데 산엘 가다니
그 좋던 날씨의 토요일(쑤운 경 대장님의 개인적인 일로)은 그냥 보내고 말이다
8시30분에 옥수 역의 덕소 행 맨 마지막 칸 앞에서 미리 와 있던 이샘과 함께 만났다
지각을 좀 자주(?) 했기로서니 아주 꾼으로 만들어 놓고
엄청 시간을 당겨 약속을 잡는 바람에 상봉 역에 가니 8시 50분이었다
(이곳에서의 모임 시간은 9시 20분)
화장실에 갈 여유도 주지 않고(?) 급히 춘천 경전철 타는 곳으로 올라가서 곧 차를 탈것인가 했더니
웬걸 앞으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비도 오고, 춥기도 하고 (아래 홀에 있으면 바람도 피할텐데)
길 안내 좀 한다고 너무 몰아치지 마시길 - 춘천 가는 차를 탄 것은 9시 50분 이었나? 10시였나?
무려 한 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집에서 나온 시간이 7시 반)
이때부터 기운이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바짝 긴장한 겨울 산행에 비까지 오고 춥기도 하고
우예 갈 것인가 하는 걱정에 초장부터 자신이 없는 발디딤이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전정희 샘의 밝은 미소와 친절함이
그나마 큰 위로가 되었다 추울세라(?) 챙겨 온 예쁜 스카프를 하나씩 전 샘에게서 받고
게다가 아침까지 굶고 온 총무 샘은 누부야의 알뜰한 보살핌에
맛있는 떡으로 입가심(그 덕에 우리도 맛도 보고)을하고
비가 와서 안가는 줄 알고 있다가(새벽부터 문자를 넣어대는 통에 장난으로 넌 푸욱 쉬라고
문자를 했더니 진짜로 알고, 순진하기는..)
경대장님의 문자 메세지에 갑자기 오느라 정신이 혼미해서 엉뚱한 역에 내리는 바람에
더딘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해서 오늘의 주제는 동행이라나? 총무 샘 왈
차안의 분위기는 옛날 친구들을 생각나게 했고
비 오는 날씨는 왠지 춘천의 호숫가로 가야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동지 여섯은 미리 청평에서 내렸다
급히 서둘러 우산들을 활짝(?) 펴들고 임초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비닐에 꽁꽁 싸 있는 경대장님의 오래 된 버스 시간표 수첩도 보고 -길이 길이 잘 간직하시길)
그 사이 춘천 경전철의 새로 생긴 역 땜에 버스 정거장이 바뀌어서 좀은 빙 돌아갔다 가다 보니까
있던 기찻길이 끊어지고 새로 포장된 보도 볼록엔 사람들의 발자국이 없어 반듯하기만 해서 이곳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았지만 곧 익숙해지겠지 하는 생각도 하고 그나마 외따로 떨어져 있는 오래 된 집과
갈아 엎어 놓은 밭을 보면서 이곳의 지난 한 때와 앞으로의 변화를 상상하며 휑한 길을 바삐 걸었다
버스 시간 맞추느라 정신없이 걸어가니 딱 3분 남았다 (경샘은 혼자 미리 가서 버스라도 잡고 있을
것처럼 뒤도 안 돌아 보고 머얼리 가고.. 버스 놓칠까 봐 꽤 초조한 상태였다)
타자 바로 떠나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냥 해서 기분이 괜찮았다
임초리(숲풀이)까지 10분 정도 걸려서 버스를 내렸다 안개(?)에, 내리는 비에 멀리 보이는 산들의
아기자기한 풍경은 꼭 연하장이나 동양화에서 많이 봐 온 풍경 그대로였고 일찍이 눈썰미 있는
이들이 자리 잡아 예쁜 펜션들이 많이 들어 서 있었다
행현1리 마을 회관에서 잣나무 숲에 들어가기 전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아직 얼음이 그대로 얼어 있어 눈(雪)인가? 하며, 계곡들의 하얀 모습과
줄기차게 내리는 겨울비에 독박골 계곡은 인적이 없었고 잣 냄새가 은은하게 나기 시작했다
잣 공장 (잣을 공장에서?)을 지나 산길에 오르기 시작하니
이미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일행 5~6을 만난 시각이 11시 25분께 였다
(부지런도 하지 도대체 몇 시에 시작했을꼬? 사실 난 부러운 생각뿐이었다
이제 큰 숙제를 마치고 즐거운 시간만을 맞을 저들의 일행이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이 때부터 오늘의 산행이 끈질기게 내리는 비와 함께 시작되었다
다른 샘들은 시원하게 잘도 앞으로 나아가고
오래 간만의 모임에 나타난 전 샘은 훨훨 날아가는 것 같고
우산을 들고 가야 되는, 얼어서 미끄러운 길은 꽤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누군지는 안 밝히겠지만 엉덩방아도 찧고, 들어 누웠다나? (젖은 바지로 가야하는..)
제대로 봤으면 그 상황을 사실대로 전할 낀데..아쉽군
아련한 잣 냄새와 훤칠하게 뻗어 거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잣나무들의 모습에서
조금씩 쉬어 가며 힘을 받기도 하고 뒤처져서 좀 쉬다가 걸으니 기운이 좀은 모아지기도 했다
떨어져 있는 잣 한 송이에서 꽤 많은 잣이 나왔다
(첨으로 잣송이도 보고 솔방울과 꼭 같은 모습으로 크기만 다를 뿐 이었다)
앙상한 가지만이 보이는 시커먼 산에
잣나무들은 싱싱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한 무더기기 되어
남이 장군의 기개 인 냥 푸르디푸른 색으로
또 다른 겨울 산의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었다
잘 지은 한옥도 보이고 TV에서만 보던 너와집도 굴뚝과 쪽마루와 함께 보고
좀 오르다 잘 생긴 물레방앗간 에서 우리들의 점심이 시작되었다
쉬어 가라고 만들어 놓은 듯이 제법 당당하게 비를 피할 수 있게
문도 열려 있어 다들 챙겨온 컵라면(따뜻한 물이 모자랐지만),
빵, 떡, 과일, 초밥, 약식 등을 디딜방아위에 펼쳐 놓고 길쭉한 식탁에서
물레방앗간의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 짓고
방앗간에 눈치 없이 곧장 따라 들어 왔다고들 나무라기도 하고
속에 근기가 들어가니 기운이 생기는 듯 했다
아직 갈 길은 멀고 .. 새로운 길을 만드는 바람에 길은 질퍽거리고
웬 댐인지, 호수인지 꽤나 깊이 파서 큰 공사를 하느라 벌려 놓은 난장판에서
씻어 내리는 흙에 신발이 빠지기도 하면서 꼴이 그야말로 죽을둥 살둥이다
길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거꾸로 오르니 안내판도 없고)
암담한 걸음은 그칠줄 모르는 비와 함께 얕은 냇물은 얼어서 빙판을 만들고
그 위를 비가 흐르니 도저히 건널 수 없어 비잉 둘러 가야하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찾다 길을 잃는 이의 심정도 가늠하며
길잡이 없으면 어떻게 실수를 하는가도 배우고 (안개로 주위가 잘 보이지 않으니)
드디어 저기만 돌기만 하면 된다는 고개 입구엔
얼어붙은 얼음 땜에 도저히 못 오를 것 같은 높이에서
전 샘의 도움으로 겨우 올라 절 고개에 이르게 되었다 (이걸 꼭 적어야 될 것 같아서)
결정적인 순간엔 다들 정신없이 각자 살 길 찾아 오르고
어떻게 겨울산에 아이젠도 없이 나타난 경샘은 달아나고(?)
올라서니 바람이 대단하고 안개에 비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쉬운 이는 축령산 정상에 가라고 했지만 다들 사양하고
바로 내려가기로 했다 바람과 비와 안개는 모든 것을 말린 것이다
클라이맥스는 이렇게 해서 끝나고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과는 달리 포근하고 아늑했다
두먼안초원(잔디광장)에서는 언젠가 있었다는 집을 그려 보기도 하고
그 앞의 잘 가꾸어 놓은 곳에서 자리 깔고 누워 하늘을 봤을 이들을
생각하기도 하고 차곡차곡 쟁여 놓은 나무 둥치에서
누가 저렇게? 하는 푸근한 마음도 가져 보고
휴식처에서 남은 과일을 먹으면서
그곳의 경치에 주눅이 들어 암말도 못하고 그냥 새기기만 하고
흐르는 계곡물과 울창한 나무들의 빼어난 모습에 압도되어
부는 바람과 함께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해서 이럴 때 담배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한 입 얻어 내뿜고 싶었지만 줄줄 내리는 비에서도 진지하게 피고 있는 모습이 웃으워 참았다
아직도 더러는 단풍나무 잎이 그대로 달려 있어 울긋불긋한 색을 조금은 보이기도 하며
지난 가을의 아련함을 남겨 두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그나마 여기가 꽤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저마다의 돌과 흙과 길에서 알게 해 주었고
간간히 안개가 걷혀 서리산의 자태를 보여 주기도 하고
새로 만든 미끈한 길이 아닌 옛길도 따라 걸으며
축령 산과 서리 산의 합수점을 지나
오동나무의 넓은 잎들이 쌓여 있는 축령 자연 휴양림을 내려섰다
양옆으로 크게 자란 철쭉들이 조그맣게 잎이랑 봉우리를 맺고 있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고 (각자 열심히 제몫을 하며 살라고 외치고 있는 양)
다른 이들과는 반대 방향으로 어느 누구도 만나는 이 없는
우리들만의 산행 이었다
(해서 입장료도 벌고 하긴 이 비에 누가 오리 싶기도 했다)
전지라골 버스 정류장에 내려온 시간이 3시 반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4시 35분) 오래간만에 연탄 개스를 맡으며
라면 두 개, 소주 한 병, 계란 후라이를 들며(?)
무사히 내려옴을 크게 기뻐하며 덜덜 떨면서 권주가를 불렀다
축령산 정상에 가지 못함을 아쉬워 하는 이는 총무 샘의 웃자고 하는 허풍 뿐이었고
그래서 나또 하면서 보태기를 하고
그곳에서 기다리는 그 때부터 계속 추워지기 시작했다 어덜덜..
왜, 어떻게 동사를 하는지, 좀은 감이 잡혔다면 엄살인가?
온종일 비를 맞으며 우산을 들고 산행을 하리라곤 전혀 생각지 않은
우리의 하루는 아직도 내리는 비와 함께 마무리가 되었다
아침에 나오면서 우산을 갖고 가야 되나 마나 하고 고민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안가져 왔더라면 하는 엄청나고 끔찍한 순간을 생각하며
오늘의 행운(?)에 잠시나마 기특해 하기도 하며
(감시인은 꾼처럼 아예 우산도 없이 줄곧 걸었다 폼이 범상하지가 않은)
전세(?) 낸 버스에서 각자 신을 벗고 양말도 벗어 짜고(물이 꽤 나왔다)
새로 길이 생기다 보니 잠실로 가는 버스(8002번)도 훨씬 빨리 가고
전 샘의 안내로 송파구청 앞 먹자골목 남원 추어탕 집에서
맛있는(?) 누룽지와 추어탕을 먹고 각자 아침에 나온 곳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우산을 접어도 괜찮은 대단한 겨울비였고 (서울도 그렇게 왔나?)
불어 터진 하얀 발을 내려다보며 고단하고 뿌듯한 하루를 마감했다
(경대장님의 프린트는 이번에 상당히 노력(?)을 들여 만드셨는데
동식물에, 계절에, 문화재에, 유래 및 전설에, 교통편까지
멋진 상고대에 관한 설명까지.. 열심히 읽었지만
그에 관한 언급이 없어 .. 널리 양해 하시길)
하도 오래간만에 오셨길래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을것 같아서
그날의 주인공 물레방앗간입니다
첫댓글 얼마나 추우셨을지...글을 읽는 동안 제가 다 으스스해집니다...고생과 함께한 아름다운 나들이...
한편으론 슬쩍 부러워집니다.
오늘은 진눈깨비를 맞으며 "포천소흘읍고모리"에있는 고모산(일명 노고산) "고모리산성(테뫼식)"을 다녀와서 뒤늦게 한편의 소설을 읽었습니다..꿈만같은 산행 이였습니다.. 겨울 빗속산행 !! 말은 하지 않었지만 산행내내 초긴장 상태였습니다..절고개에서 몰아치는 비바람에 무섭게 급변하는 날씨보셨죠? 그곳에서 비맞은 몸으로 10분정도만 방치하면 hypothermia(인체의체온저하현상)로 동사하고 맙니다..생각하면 아찔하고 위험한 산행이였습니다..함께했던 우리 쌤님들께 감사할뿐 입니다..그리고 꽃님이 추어탕을 사서 그런지 유난히 맛있었습니다..산행기 고맙습니다..애쓰셨습니다..잊지못할 추억이 될것입니다..@옥의티:두먼안ㅡ두멍안
정성이 부족 한지 사진(멋진 장면들) 전송 되지않아 훌륭한 글 망쳐 놓은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추어탕 잘먹었습니다.그리고 雨中 산행안전하게 마쳐 모두 고맙습니다. 한치 앞은 雲霧가 가리고 비는 쉬지 않고 내려도 잣나무 숲을 해치고 깊은 계곡 녹지 않는 얼음위로 쉼없이 흐르는 물을 건너며 강행한 이번 산행는 또다른 묘미가 있었습니다.잘 복습 했습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것 조차 삶의 끝자락인 양 힘겨웠던 그 순간들을, 한편의 영화를 보듯 다시 생각나게 해 주셨습니다.
전선생님께서 선정하신 집에서 김선생님의 재취업 한턱 추어탕! 지금까지 제가 먹어본 추어탕중 제일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올라보았던 산 ㅡ 북한산,우리집 앞산인 대모산,백봉산,그리고 축령산.아! 그리고 백악산.
역사모에 와서야 산을 드디어 접해 봅니다.
축령산 산행 ㅡ 한편의 영화속인 듯 아직도 아른아른합니다.
샘님! 어쩜 그리 기억이 탁월하시나요? 샘님들과 함께한 이 산행. 잊지 못할것니다. 잣자무숲의 향기덕인지 감기'뚝' 되었어요. 다른 샘님들은 괜잖은지요? 경셈! 이런 어려운 산행도 거뜬이 한 soyoung셈 그만 골리세요!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빗속의 산행... 누구보다도 전샘께서 제일 즐거워 하셨을것 같군요.
나중에 그런 기회가 되면 저도 함께 할수 있도록 좀....
굵은 겨울빗속을 헤치고 멋진 산행을 잘 마치신 샘들께 큰 박수를 보냅니다. 여건은 어려웠으나 겨울빗속의 산행은 참 멋진 일인듯 합니다. 이번일은 두고두고 샘들 기억속에 오랜 추억으로 남을것 같군요. 꽃님의 산행기속에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모습과 샘들의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볼수 있는것 같네요. 언제 다시 이런 멋진 산행을 함께 할 수 있기를......
아! 눈에 그리듯 함께 글로 산을 올랐습니다.
목감기로 다녀오면 그만 누울것 같아 고심끝에 주저앉았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드셨네요. 많이 부럽습니다.
참 전선생님 뵙고싶었는데....명쾌한 웃음소리 기억하며 ,
두루두루 아쉬움이 많네요^^
마리앤 선생님 생각이 난다고 이야기 많이들 하셨답니다. 참 안중근 선생님도요,안준근 선생님이시던가요 헷갈리네요.많이 허전하였습니다. 얼른들 뵙고 다시 동고동락을......
요아 킴님은 당연히 같이 할 줄 알앗는데...
마리 앤! 잘 쉬었습니다. 봄 맞이가 쉽지 않았어요.진달래와 갈대밭이 또한 장관이랍니다.그때 같이해요.
셈님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