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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6
한강 결빙
▲ 1956년 꽁꽁 언 한강 위에서 시민들이 스케이트를 타고 있어요. 과거엔 겨울 기온이 지금보다 낮아 한강 얼음이 더 두꺼웠대요. /국가기록원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작년에 '꽁냥이' 영상이 화제였어요. 뉴스에 한파로 얼어붙은 한강 위를 걷는 귀여운 고양이가 나왔는데, 인터넷 밈(meme)으로 만들어지면서 해외까지 알려졌죠.
그런데 옛날엔 이런 영상이 이렇게 유행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겨울마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쉽게 볼 수 있었거든요. 1970년대만 해도 사람들이 얼어 있는 한강을 걸어서 건너기도 하고, 그 위에서 스케이트도 탈 정도로 강이 단단하게 얼었어요. 조선 시대엔 한강 얼음을 채취해 보관했는데, 당시 얼음 두께가 12cm를 넘었다고 해요.
기상청은 한강이 얼었다가 녹는 날짜를 1906년부터 꾸준히 기록하고 있어요. 강의 결빙은 '얼음으로 수면이 완전히 덮여 수면을 볼 수 없는 상태'를, 해빙은 '결빙됐던 수면이 일부분이라도 녹아 재결빙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답니다.
그런데 41.5km에 달하는 한강 전체가 수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기는 어렵지요. 그래서 결빙을 판단하는 관측 감시 구역이 정해져 있답니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에서 한강 상류 쪽으로 100m 지점에 설정된 직사각형 구역인데요. 이 구역의 수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얼음이 얼면 한강이 결빙된 것으로 보고 있어요. 카메라나 관측 장비로 보면 빛의 반사 등으로 오류가 있을 수 있어서, 관측 담당자가 한강대교가 지나는 노들섬의 관측 지점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을 남긴답니다.
한강 결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기온이에요. 최근 10년(2014~2023) 동안 서울 기온을 보면, 대부분 결빙일 약 5일 전부터 최저기온은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고 최고기온도 영하에 머물렀어요. 이렇게 매우 낮은 기온이 지속돼야 한강이 얼어요.
한강 결빙은 1906년에서 1940년대까지는 평균적으로 12월 20일 전후 시작됐어요. 1960년대 이후엔 12월 말에서 1월 10일 전후 시작됐고요. 결빙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는 거죠.
최근 들어서는 한강이 결빙되는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20세기 초·중반에는 결빙 기간이 100일 내외로 길었지만, 최근 10년 사이엔 결빙이 되지 않은 해도 두 차례(2019·2021년) 있었고, 당일 얼었다가 녹아버려 결빙 일수가 0일인 해가 4차례(2014·2016·2018·2023년)나 있었답니다. 기온이 낮은 새벽에 얼었다가 낮에 기온이 오르며 녹은 경우예요. 결빙 일수로 계산되려면 자정을 기준으로 얼어 있는 상태여야 한답니다.
한강이 점점 늦게, 짧은 기간만 얼어붙는 가장 큰 이유는 지구온난화입니다. 최근 10년간 서울 겨울철 평균 기온은 100년 전보다 2.4도나 높아요. 이 때문에 겨울 한파나 서리 발생일도 줄어들고 있고요.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론 지금 같은 겨울 풍경을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몰라요.
장동언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