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봉: 매년 경칩을 즈음해서 한 친구가 술 마시자고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황약사이다. 그는 이상하게도 매번 동쪽에서 왔다. 몇 년 동안 계속 그랬다. 금년엔 선물을 가지고 왔다. 황약사: 사랑에 승부가 있다고 해도 그녀가 이겼다고는 생각 안한다. 하지만 난 처음부터 졌다. 이 여자 때문에 복사꽃을 좋아한다. 매년 복사꽃이 필 때면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그녀가 구양봉의 소식을 궁금해해서 난 구양봉을 만나러 간다. 구양봉이 있는 한 난 매년 그녀를 만날 수 있다. 황약사: 얼마 전에 어떤 여자가 술 한 병을 주었는데 술 이름이 취생몽사야. 마시면 지난 일을 모두 잊는다고 하더군. 난 그런 술이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았어.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란 말도 하더군. 잊을 수만 있다면 매일 매일이 새로울 거라 했어.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 자네 주려고 가져온 술이지만 나눠 마셔야 할 것 같군. 구양봉: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 취생몽사를 마시지 않았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그날 이후로 황약사는 많은 일을 잊었다. 황약사: 그와 혼인했을 줄 알았는데 왜 하지 않았소? 자애인: 날 사랑한다고 말을 안했어요. 황약사: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도 있소. 자애인: 난 그 말을 듣고 싶었는데 그는 말해 주지 않았어요. 너무 자신만만했어요. 꼭 그와 혼인할 줄 알았는데 난 그의 형과 혼인했어요. 혼인하던 날 같이 가자는 걸 거절했죠. 왜! 잃고 나서야 얻으려고 하죠? 그렇다면 난 수긍할 수 없어요. 맹무살수: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자제할 수가 없었다. 떠날 때 내 얼굴에 묻은 그녀의 눈물이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검이 빠르면 피가 솟을 때 바람소리처럼 듣기 좋다던데. 내 피로 그 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 그 여자가 날 위해 울어 줄까? 자애인: 내게 소중한 게 뭔지 알아요? 황약사: 당신 아들 아니오? 자애인: 옛날엔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 언젠간 떠나 버리겠죠? 그래서 모든게 허망해요. 전엔 사랑이란 말을 중시해서 말로 해야만 영원한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하든 안하든 차이가 없어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요. 자애인: 난 이겼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그와 친한 사이면서 왜 내 소식을 전하지 않았죠? 황약사: 당신과 약속을 해서 말할 수가 없었소. 자애인: 고지식하시군요. 황약사: 얼마 후에 그녀는 죽었다. 죽기 전에 술을 주면서 그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구양봉이 자신을 잊어 주길 바랬다. 구양봉: 입춘이 지나고 경칩이 왔다. 이맘때면 친구가 찾아 왔지만 금년엔 오지 않았다. 그 후 백타산에서 편지를 받고 형수가 2년전 가을 중병으로 죽은걸 알았다. 거절당하기 싫으면 먼저 거절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돌아가지 않았다. 그 곳이 좋긴 하지만 이젠 돌아갈 수 없다. 그날 난 술이 마시고 싶어 취생몽사를 마셨다. 그리고 계속 내 일을 했다. 구양봉: 난 할 일이 없을 땐 백타산 쪽을 바라보았다. 옛날에 그곳엔 날 기다리는 여인이 있었다. 취생몽사는 그녀가 내게 던진 농담이었다. 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녀는 전에 늘 말했었다. 갖지는 못하더라도 잊지는 말자고. 난 매일 같은 꿈을 꾸었고 얼마 안 가서 그 곳을 떠났다. 午睡님의 취생몽사 주조법.. 취생몽사를 만들기 위해선 세가지가 꼭 준비되어야 합니다. * [갓태어난 여자아이의 눈물] : 한 항아리가 될때까지 계속 모아야 한다. * [정화꽃잎 석장]: 중국의 진중산에 있는 절정곡이라는 협곡에만 있는 꽃으로 이 꽃의 가시에 찔리면 중독이 되는데 평소에는 그 독이 효력을 발휘하지 않으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 발작을 일으켜 온몸을 수백개의 바늘이 찌르는듯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 정화꽃잎을 얻으려면 절정곡 곡주가 내는 문제 세개를 맞추어야 하는데 당근 엄청 어려운 문제다. * [상사무라는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 2개] : 이 나무는 중국 아미산에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열매는 10년에 한번씩 열린다. 이 나무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무공을 가늠키 힘든 초절정 고수로 열매를 얻을려면 그 사람의 초식을 세번 막아내어야 한다. 이또한 만만챦게 어렵다는건 당연지사. 취생몽사를 담을수 있는 날은 일년에 딱 한번 음력으로 7월 7일(七夕)밖에 없다. 칠석날밤, 우선 갓태어난 여아의 눈물을 모은것을 별이 보이는 곳에 7일동안 놓아둔다. 7일이 지난후 정화꽃잎 석장을 그 위에 띄운 다음 단하루만 아침이슬을 맞힌다. 그런다음 상사무열매 두개를 일곱조각 낸 후 황토로 구운 항아리에 넣고 거기에 정화꽃잎을 띄운 여아의 눈물을 옮겨 붓고 다시 7일동안 별이 보이는 곳에 놓아둔다. 7일 후 술의 색깔이 붉은 빛을 띄는지 확인하고 또 다시 7일을 놓아둔다. 다시 7일후 술의 색깔이 투명해 졌으면 성공이다. 항아리의 술을 잘 밀봉한 다음 바람과 습기가 들지 않는 곳에 단한번의 개봉도 허락치 않고 30년동안 잘 익힌다. 이모든걸 지켜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면 30년후 신비의 술 취생몽사는 완성된다. 항간에 가짜 취생몽사가 공공연히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잇던데 마셔보면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을것이다. 그 술을 마시고 과거가 잊혀졌는지를.....